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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본질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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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본질

 본문

 오늘날 시는 일반적으로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실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문명의 역사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인간의 문화에서 시가 항상 그 중심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원시 종족이든 시적인 표현 형식을 가지지 않은 종족은 거의 없다. 아메리칸 인디언과 이스트 섬의 원주민 등, 요 근래에 알려진 미개인조차 시적인 주술과 발라드를 반드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시는 저 멀리 이집트나 바빌로니아의 문명에서 번성했으며 현재까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뚜렷하게 나타다고 있는 요인이 되었다.

 

 시는 오락의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믿음과 도덕적인 원칙과 같은 중요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사용되어 왔다. 힌두교의 경전이나 구약 성경 중 예언서, 시편, 욥기 등은 시로 쓰였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서사시, 서정시, 극시 등을 통해서 문명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 한국, 일본 등에서는 시 예술이 전통적으로 교육, 도덕, 심지어 정치에서조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중략)

 

 산문보다 쓰기도 읽기도 어려운 시가 어째서 거의 항상 세계 문화권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는지 의심을 가져 볼 만하다. 이런 문제는 시의 특별한 기능과 특징을 서술함으로써 파악될 수 있다.

 

 언어란 우리의 표현 방법 중 가장 유연하고 복잡한 수단이지만 어디인가에 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 감정과 정서를 나타내려 할 때 언어의 제약은 분명히 나타난다. 오렌지 맛이 어떤지, 이런 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인생이라는 기본 조직을 구성하는 중요한 경험들은 결국 의사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전달하려는 시도에서 사람들은 가장 인상적인 단어를 찾게 되지만 단어 이상의 것, 곧 감탄사, 억양 그리고 비유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시는 이런 종류의 언어이다. 그 본래의 소재는 보통 언어가 전달할 수 없는 종류의 경험이다. 시는 표현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고자 추구하면서 지식의 한계를 넘어 작용한다. (‥‥‥‥)

 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가 으레 할 수 있는 첫 번째의 질문은 시와 산문의 차이점이다. 불행하게도 이 둘 사이의 어떤 분명한 구별도 형식화하지 못했다. (‥‥‥‥) 시란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상상력에 기울어지는 것이 특징이며, 산문은 정보를 전달하고 지성에 기울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 산문식 서술은 원래 정보식이다. 그 목적은 사실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시에서 사실 그 자체는 그것과 관련된 감정처럼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 산문과 시적인 진술에 대한 소재는 엄격히 말해서 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는 정보로서가 아니라 느껴진 경험으로서 소재를 다룬다. 그 결과 두 진술은 다른 시각에 발생한, 마음의 다른 부분을 표현하는, 다른 사실에 관련된 것이라고 해야 할 것같다.

 

  (‥‥‥‥) 소설은 일반적으로 그것이 포함하고 있는 정보를 통해 그 효과를 얻는다. 이것은 시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게다가 시는 순전히 정서적이기만 한 게 아니고 좋은 기억력, 비율 감각,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미묘한 연결을 할 수 있는 능력 등, 지성인으로서의 많은 재능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좋은 시는 훌륭한 산문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으며 더욱 자극한다. 시는 산문보다 더 많은 감정을 요구하며 더 많은 지성도 요구한다. 시인 콜리지는, 시적인 힘은 평범한 정서 상태 이상의 것, 즉 심오하고도 열렬한 감정과 정렬을 가지면서도 죽 깨어 있는 판단과 꾸준한 자기 소유 - 이런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시의 본질을 구성하는 자질을 밝히는 것은 논리도 질서도 정확성도 아니고 (비록 이런 것이 몹시 바람직하긴 하지만 ) 상상력과 느낌이다.

 

 키츠의 유명한 실수가 있다. 이것은 이런 기준의 타당도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 키츠는 번역한 호모의 작품을 밤새 읽고 비로소 그 작품의 장대함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자신이 발견한 기쁨을 묘사하는 14행시를 썼는데 거기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행성을 찾는 탐구자, 태평양을 처음 발견한 탐험가의 느낌으로 비유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탐험가의 이름을 밸보아(스페인 탐험가로 태평양을 발견함) 대신 코르테즈(스페인 군인이자, 탐험가, 멕시코를 정복함)로 잘못 불렀다. 시의 가치가 정보의 정확성에 있다면 키츠의 시는 물론 가치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여러 세대에 걸쳐 독자들은, 사실적인 실수는 시가 정서적인 경험을 묘사할 때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해 왔다.

 

 일반적으로 그 정서적인 것과 상상력의 특징에 의해 시와 산문이 구별되는 반면, 그 구별은 두 번째의 특징에 의해 좀 더 쉽게 인지된다. 감정을 표현하는 목적에 특히 잘 적용되는 직유와 은유와 같은 특별한 수사법을 시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시는 강렬한 느낌을 표현하기 때문에 거의 항상 리드미컬하다. 리듬은 운율에 의해 이루어진다. 운율이란 시를 각운과 두운과 같은 특별한 효과와 보격의 단위로 나누는 행이다. 시는 이런 특징이 한 개 이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의 동질성을 잃지 않고서도 산문과 같은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상력과 감정으로 가득한 산문은 산문대로 남는 것이며 시가 비교적 사실적이거나 지적이면서도 여전히 시로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

 

 시는  (‥‥‥‥) 예술 중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비문명인이라고도 할 만한 사람들에게서 잘 발달된 시적인 전통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라는 것이 산문이라는 의사 소통의 형태가 있기 전에 이미 선사 시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해 왔음직하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원시인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표현력의 필요성은 사실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감정상의 문제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상상력은 그들의 지성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더 강력한 것 같다. 인류는 비교적 최근에야 정확하고 객관적인 표현의 가치를 과학적인 한 부분으로서 깨닫게 되었다. 마귀, 악귀, 그리고 요정들은 비록 그 개념이 똑같은 목적으로 나온 것이긴 하지만 분자, 광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나왔다. 이것들은 그들이 겪는 우주의 실체를 자신에게 설명하는 방법이다. 차이점은 전자가 상상력에 관한 것이고 후자자 지적이라는 것이다.

 

 원시인은 물론 번갯불이라든지 지진의 진동을 묘사할 필요를 느끼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는 사실적 요인은 그가 경험하는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사실적 요인은 그가 경험하는 감정 표현에 스며드는 것 같다. 그의 설명은 객관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감정에 들어 맞는 것같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 표현한 결과가 시일 것이다. 그 주요한 관심이 느낌이고 주요한 수단은 상상력이므로, 가장 초보적인 산문 이외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시가 인간의 발달면에서 더 일찍이 출현했음에 틀림없다. 산문은 자아로부터 독립된 객관적인 실체와 같은, 비교적 발전된 개념이 발달돌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나타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시는 산문보다도 더욱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좀더 운시적이고 좀더 자유스럽다.  (‥‥‥‥)

 

 시와 산문의 소재는 똑같지 않다. 시는 산문에서 적절히 묘사될 수 없는 소재를 특징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언어가 전달할 수 없는 소재를 전달하기 위해 그들 보통의 영역 이상으로 언어의 자원을 펼치는 만큼 복잡하고도 어려운 결과를 종종 초래한다.  (‥‥‥‥)

 

 시가 감상주의만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시를 읽을 때 감상주의만을 읽는다. 다른 어떤 감정이 표현된다면 시가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는 다른 예술과 같이 스타일과 주제에 대하여 굉장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건조체일 수도 있고 감상적일 수도 있고 혹독할 수도 있다.  (‥‥‥‥)

 

 시는 열광적일 뿐만 아니라 재치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희열 뿐만 아니라 두려움 또는 실망을 표현할 수도 있다. 시 중에는 독자가 시에서 표현되는 태도를 당분간이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위대함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악의에 차고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방법으로 인간성을 묘사한 위대한 시도 있다.  (‥‥‥‥)

 

 결국 시는 일종의 탐험이다. 지구 표면에 대한 지식의 한계는 탐험으로 극복하듯, 시는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

 

 Jacob Korg : 'AN INTRODUCTION TO POETR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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