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 전개방식에 대하여
by 송화은율시상 전개 방식(시의 구성)
'시상(詩想)'이란 시에 담긴 시인의 생각이나 상념을 말하는 것으로, 시인은 이러한 자신의 시상을 일정한 질서에 의해 한 편의 시로 조직해 나간다. 또한 소재를 배열하여 주제를 구현하는 과정과 시의 구조를 일컬어 '시상의 전개'라고 한다. 이러한 시상의 전개는 무질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시에 따라 나름의 규칙성을 띠고 있다. 시상 전개 방식을 파악하는 것은 시 전체의 특징, 더 나아가 그 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사상이나 정서, 즉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수미 상관(首尾相關), 수미쌍관((首尾雙關)
시의 처음과 끝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시구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이는 형태와 시상의 균형미와 안정감을 얻는 효과를 거둔다.
예)
◈ 고 향-정지용
◈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 진달래꽃-김소월
◈ 산유화-김소월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
◈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 달-박목월
◈ 떠나가는 배-박용철
◈ 산에 언덕에-신동엽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 승무-조지훈
◈ 울릉도-유치환
◈ 북-김영랑
◈ 어머니6-정한모
◈ 그리움-이용악
◈ 눈오는 밤에-김용호
♠ 시간적 흐름에 따른 구성
하루 중의 시간, 계절, 시대, 또는 과거․현재․미래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통일성과 조화미를 나타낸다. 시간의 변화는 순행적인 것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역순행적인 변화도 나타난다.
예)
◈ 농가월령가-작자미상(1월-12월)
◈ 동동-작자미상(1월-12월)
◈ 서시-윤동주[과거 → 미래 → 현재 (혹은 미래)]
◈ 성호부근-김광균(공간의 이동)
◈ 외인촌-김광균(해질 무렵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의 시간의 흐름)
◈ 속미인곡-정철(계절의 변화를 기준으로, 계절마다의 특성에 따른 감상 서술)
◈ 낙조-이태극(일몰 직전 → 일몰 순간 →일몰 직후)
◈ 아침 이미지-박남수(어둠 → 아침)
◈ 사향(思鄕)-김상옥(현실 → 회상 → 현실)
◈ 도봉-박두진(저녁 무렵의 산을 배경으로 하여 밤까지의 시간의 경과에 따라)
◈ 광야-이육사(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보식 구성. 과거(1~3연) →현재(4연) →미래(5연)
◈ 개화-이호우(꽃이 피는 진행 순서에 따라)
◈ 두만강-김규동(과거 회상 → 현재 의문 → 미래 의지)
◈ 생의 감각-김광섭(좀 특이한 예이긴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역순으로 구성됨)
♠ 공간(장면, 대상, 시선․시각)의 이동에 따른 구성
'아래→위', '위→아래', '먼 곳→가까운 곳', '가까운 곳→먼 곳' 등등의 방법으로 공간이나 장면, 또는 표현 대상을 이동하거나, 시선(시각)을 변화시켜 표현함으로써 시각적 이미지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대상을 나열식으로 묘사하여 특정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제시되기도 한다.
예)
◈ 난초-이병기(잎새 → 줄기(대공) → 꽃 → 이슬),
◈ 청노루-박목월[(원경(遠景) → 근경(近景)]
◈ 성호부근-김광균(공간의 이동)
◈ 불국사-박목월(달빛 어린 불국사의 여러 야경 나열)
◈ 데생-김광균(노을, 전신주, 고사선, 밤, 구름, 목장 깃발, 능금나무, 들길)
◈ 오월-김영랑(근경 → 원경, 낮은 곳 → 높은 곳)
◈ 면앙정가-송순(면앙정 주변의 자연 경관을 노래하면서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
◈ 고풍의상(古風衣裳)-조지훈[저고리→치마→운혜, 당혜(수직적 순서에 의한 시선의 이동)]
◈ 사향-김상옥(원경 → 근경)
◈ 농무-신경림(텅빈 운동장→장거리)
◈ 간(肝)-윤동주(화자의 이동에 따른 전개)
♠ 점층적 반복 나열
예)
◈ 깃발-이호우(의미의 점층)
◈ 의자-조병화(단어의 형태론적 변형을 통해 점층적적 내용 심화)
◈ 교목(喬木)-이육사(의지의 점층적 전개)
◈ 개화(開花)-이호우(개화의 진행과정의 상승)
♠ 대조(대칭)적 심상의 제시에 따른 시상 전개
작품의 중심이 되는 대표적 소재(제재)가 지니는 심상이나 의미를 대조적으로 설정하여, 대조적인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강조의 효과는 물론이고,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더욱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예)
◈ 새-박남수[포수(인간의 세계, 공격성, 비생명성, 탐욕)와 새(자연의 세계, 순수성, 생명성, 사랑, 순수)의 대립적 관계]
◈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기다림-설움-절망-설움-기다림의 대조적 구조)
◈ 껍데기는 가라-신동엽[껍데기(허위, 가식, 불의, 외세, 무력 등)와 알맹이(순수, 진실, 의로움 등)의 대립적 관계]
◈ 풀-김수영[풀(약자, 민중)과 바람(강자, 권력자)의 대립적 관계]
◈ 가을-김현승[봄(지상, 육체적 성숙, 외면적, 일시적)과 가을(천상, 정신적 성숙, 내면적, 항구적)의 대립적 관계]
◈ 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감각적․정태적인 것(제1,3연)과 관념적․동태적 이미지(제2,4연)의 대칭적 구조)
◈ 바다와 나비-김기림[흰나비(백색, 가냘픔, 낭만적, 순진무구)와 바다(청색, 거대함, 현실적, 모험과 시련의 공간)의 대립적 관계]
♠ 기승전결(起承轉結)
원래는 한시의 절구(絶句)와 율시(律詩) 구성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의 현대시에서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 전개 방법은, 시상제시[기(起)]→시상의 반복 심화[승(承)]→시적 전환 시도[전(轉)]→중심 생각 또는 정서의 제시[결(結)]의 형식이다. 보통 4연으로 이루어진다.
예)
◈ 국화 옆에서-서정주[1연(起):꽃이 피기까지의 인고의 과정 → 2연 (承) : 과정의 고뇌와 아픔→3연 (轉) : 자아 발견의 원숙한 경지 →4연 (結): 시련과 깨달음]
♠ 선경후정(先景後情)
처음에 사물 또는 풍경을 그리듯이 보여 주고 후반에 가서 시적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는 방법으로서, 서경(敍景)→서정(敍情)의 형식이다. 본래 한시에서 발달하였으며, 고시조 등을 거쳐 현대시에서도 다양하게 구사되고 있다.
예)
◈ 춘망-두보(봄 경치의 묘사 후에 그것을 바라보는 심경 읊음)
◈ 강촌-두보[여름날 강촌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정경을 제시한 후(선경), 안분지족할 줄 아는 화자의 삶의 자세가 이어진다(후정).
◈ 봉황수-조지훈[퇴락한 궁궐의 모습을 서경으로 묘사한 후(선경), 작자의 심정을 후반에서 봉황새에게 이입하여 표현하고 있다(후정)]
◈ 살구꽃 핀 마을-이호우(살구꽃 핀 마을의 모습을 언급한 후 자신의 감회 서술)
♠ 연상작용
하나의 시어가 주는 이미지를 이와 관련된 다른 관념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하는 방법
예)
◈ 피아노-전봉건(건반을 두드리는 여인의 손가락(피아노 선율) → 펄펄 뛰는 물고기 연상 → 바다연상 → 시퍼런 파도연상 →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 연상)
◈ 꽃나무-이상('벌판 한복판의 꽃나무'는 시인의 자유 연상에 의해 의식 속에 설정해 놓은 자아이며, 시인의 일상 속의 자아, 또는 현상적 자아이다.)
♠ 어조의 변화에 따른 시상 전개
예)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비애, 자조적 어조→의욕적 어조→허탈, 비애의 어조)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김소월(좌절의 어조 → 의지적 어조)
◈ 십자가-윤동주(좌절의 어조→ 신념의 어조)
◈ 별 헤는 밤-윤동주(슬픔, 고뇌의 어조 → 신념, 의지의 어조)
◈ 서시-윤동주(고통, 좌절의 어조 → 의지적 어조)
◈ 님의 침묵-한용운(슬픔의 어조→ 의지적 어조)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