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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쉬는 영정 / 소설 일부/ 구인환(丘仁煥)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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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쉬는 영정 / 구인환(丘仁煥)

 

<앞 부분 생략>

 

결국, 이산 가족 찾기 시간에 방송이 나갔다.

사나흘이 지나자, 태규는 초조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소식이 오면 다행으로 알고요, 몸이나 조심하세요.”

라고 말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다시 산마루에 올라가서 허전한 심정으로 수리산을 보면서 회오어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까 바로 나흘 전, 동생의 소식이 왔다고 적십자사에서 통지가 오던 날이었다.

그 날도 낮에 산마루에 올라 멍하니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송만 나가면 금시 소식이 올 줄 알았던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는 듯하자, 그 때 만나지 않은 것이 가슴에 사무쳐 왔다. 벌을 받아야 돼. 받아도 싸지. 재규가 어머니를 모시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 때 혼자 남아 있었지만, 또 모를 일이다. 난 휴전선보다 더 두터운 장벽을 마음 속에 쌓아 놓고 있었다는 말인가? 재규야! 말 좀 해 봐라. 어딘가에 있으면 대답을 좀 해 보란 말이다.

몸이 좀 오싹했다. 또 오한이 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다가 더 견딜 수가 없어서 산을 내려왔다.

집이 가까워지자, 좀 어지럽다고 생각되었다. 발을 멈추고 몸을 가다듬었다.

아버지, 소식이 왔어요.”

누가 달려오면서 말했다.

? 재규가 살아 있다고? 그게 정말이야, ?”

말을 마치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동네 사람에게 업혀왔다. 얼마 뒤에 정신이 들었으나, 그대로 눕고 말았다.

당신은 그대로 누워 있어요. 기현이와 내가 다녀올게요.”

아내가 기현이와 같이 갈 테니 누워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무슨 소리……. 그 애 얼굴은 나만 아는데 누가 간다는 거요.”

사실은 그래도 이런 몸으로 일어선다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버스를 타고 갈 기력도 없거니와, 가쁜 숨으로 어떻게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안 된다. 내가…… 가야한다. 어서 채비를 해라.”

일어서려다가 주저앉았다. 아내가 부축하여 겨우 몸을 일으켰다.

고집 좀 부리지 말고 제발 누워 있어요. 무엇하면 그 사람을 집에 오게 해서 보면 될 게 아뇨.”

염려 마시오. 내 이래도 아직 자신이 있다고.”

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닦았다. 아내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제법 화기가 돋아오를 것처럼 보였다.

옷을 다 입고 일어나려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여보! 기현 아버지!”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기현은 얼굴이 하얘진 아버지를 안아다 뉘었다.

 

고속 버스는 산간을 누비면서 멋있게 달렸다.

재규는 가벼운 기분으로 창 밖을 응시했다.

햇빛이 따끈하게 결실의 가을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 빛에 산야가 황금빛으로 익어 가는 모양이다. 하얀 고속 도로 가에 펼쳐지는 들은 결실의 황금빛이요, 산과 마을도 온통 노란빛이다. 벌써 벼를 베는 모습도 보인다. 통일벼나 유신벼인가 보다. 어렵게 개발한 다수확의 품종이다. 벼이삭이 잘 떨어지고 밥을 지으면 좀 차지지 못한 것이 흠이기는 해도, 재래종보다 수확량이 훨씬 많아 장려되고 있는 품종이다.

재규는 한산도를 꺼내 물었다. 깊이 들이마셔 본다. 구수하고도 시원했다.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다. 그 기분을 따라 무엇인가 바시시 솟구쳐 가슴에 다가왔다.

 

, 아무 염려 말고 떠나거라.”

형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태규야, 재규를 부탁한다.”

안 됩니다. 어머니도 같이 가셔야 합니다.”

무슨 말이 이렇게 많으냐? 어서 가지 않으면 우리 집안은 대가 끊기고 만다. 어서 가는 것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효도다.”

하지만……

내 걱정은 마라. 난 우리 대대로 선조(先祖)가 살던 마을과 집을 봐야 한다.”

멀리서 대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왔다. 아마 전선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사리원은 우리 가문의 고장이다. 그걸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어머니, 그럼 부디 안녕히 계셔요.”

오냐! 잘 가거라.”

형이 어머니의 손을 한참 만지면서 그대로 서 있었다.

뭣 하느냐, 속히 가지 못하고…….”

그제서야 형이 재규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머니께 인사해라. 그리고 어서 가자.”

얼른 등 뒤에 숨었다.

엄마! 난 안 갈래요, 엄마하고 같이 있을래요.”

재규야, 이러면 어머니께서 화내신다. 어서 형과 같이 가는 거야.”

형이 부드럽게 말했으나, 엄마 손을 꼭 잡았다.

엄마! 안 가도 되지? 난 엄마하고 있을래요.”

그 때 엄마가 무섭게 눈을 뜨고는

어서 형과 같이 가라. 안 가면 안 된다. 태규야! 어서 데리고 가거라.”

라고 매섭게 말했다.

어서 가자, 재규야…….”

엄마를 살금살금 보면서 형의 손에 끌려갔다.

태규야, 재규 부탁한다…….”

엄마가 획 돌아서며 얼굴을 가렸다.

대포 소리가 또 요란하게 들려 왔다.

엄마, 가고 싶지 않아!”

한 번 크게 외치면서도 형의 옆에 바싹 다가서서 따라갔다.

 

다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자연(紫煙)이 공중에서 맴돌았다. 어머니의 그 돌아서서 울던 모습이 또 한 번 눈앞을 스쳐갔다. 어머니! 가만 불러 봤다. 오래간만에 불러 보는 말이다. 어머니! 수없이 불러 본 말이건만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건 아주 먼 나라의 말인지도 모른다. 그 기와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대추는 지금쯤 붉게 익어 가겠지?

그런데 태규 형은 얼마나 변했을까? 눈썹이 유난히 많고, 주먹코가 아니었던가? 아니지. 삼십 년 가까이 됐으니 봐도 알아볼 수가 없지 않을까? 하나도 분명한 기억이 없지 않은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 수가 없지. 그 이십 몇 년은 그대로 지나간 세월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하루를 십 년같이 보낸 나날이 아니었던가?

태규 형은 이 재규를 알아볼까? 열서너 살의 소년이 사십이 넘었으니, 그새 변해도 몇 번 변한 것이 아닌가? 사십이 된 얼굴에 열 몇 살의 인상이 남아 있을까? 없을 거야.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옛날 같이 미군의 하우스 보이로 같은 부대에 있었던 애들도 서로 몰라보는데, 기와집 도령의 옛 모습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들과 산의 노란색이 그저 눈앞에 어른거려 지나갔다.

그럼 어떻게 서로 알 수 있을까? 태규 형은 그 때 벌써 어른이었으니까, 옛날 모습을 지니고 있겠지? 있을 거야. 하지만, 누구나 고생을 한 때이니만큼 아주 몰라보게 변해 있을지도 모르지. 말을 해 보면 알 수 있을까? 음성은 기억이 없다. 아참, 태규 형은 웃을 때 이가 많이 나오는 편이었던가? 뉘 귀가 크냐고 서로 자랑도 했으니, 아마 귀도 클거야.

사르르 눈이 감겼다.

 

재규야, 어서 와! 어서…….”

수원을 지났다고 했다. 발이 부르터서 걸을 수 없다고 떼를 쓰는데 태규 형이 갑자기 일어났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모양이다.

사실, 눈으로 뒤덮인 산을 바라보며 어딘지도 모르고 형을 따라가는데 죽을 것만 같았다. 수많은 피란민이 질서 없이 남쪽을 향해서 걸어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 어서 저길 가 보자.”

태규 형은 어서 일어나라고 했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비행기 소리와 함께 콩 튀기는 소리가 났다. 기총 소사였다. 어떻게 달아나서 엎드렸는지 몰랐다. 잠시 후, 저쪽 언덕 위에서 태규 형이 손짓을 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서 태규 형 쪽으로 가야겠다는 순간, 또 비행기 소리가 났다. 마구 달렸다.

이번은 한두 대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거미알 떼같이 달려들어 퍼부었다. 어디를 보고 피할 틈도 없었다. 태규 형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언덕 밑을 타고 마구 달렸다. 숨이 가빠졌다. 얼마 가다가 무엇이 발에 걸렸다.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눈을 뜨고 보니 사방이 조용했다. 겁이 났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봤다. 달이 비치고 있었다. 고개를 움츠렸다. 다시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눈을 비치고 있을 뿐 사람은 그림자도 없었다. 일어나다 풀썩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났다. 태규 형을 찾아야 한다. 어서 태규 형을 찾아야 되는 거야.

태규 형! 태규 형!”

목이 터져라 부르면서 도로를 찾아 걸어갔다. 이리 가면 태규 형이 있을 거야.

태규 형! 태규 형!”

뒤에서 트럭이 멎었다. 미군이었다. 그 트럭 위에 실렸다.

트럭 위에서도 도로변을 두리번거렸다. 영 태규 형은 보이지 않았다.

 

태규는 눈 속을 헤맸다.

비행기가 사라지자, 피난 대열은 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만치에 엎드리고 있는 줄 알았다. 그 사이 갈만한 거리를 두고 다 찾아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재규야! 재규야……

아무리 불러 봐도 소용이 없었다. 사상자를 정리한 피란 대열이 마지막 떠나고 있었다.

재규야! 재규야!”

태규는 목이 터지게 부르며 헤맸으나, 재규는 나타나지 않고 피란 대열의 인영이 멀어졌다. 할 수 없이 그 뒤를 따라 뛰어갔다.

재규야!”

태규가 신음 비슷하게 외쳤다.

아버지! 정신차리세요.”

여보! 기운을 내요.”

기현이와 아내가 태규의 숨소리를 지켜 봤다.

 

3시가 좀 지나서 강남 터미널에 내렸다.

도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별로 와 보지 않은 서울이기는 해도, 이렇게 생판 모르게 변할 수야 없다.

수많은 고속 버스가 넓은 광장에 정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끝없이 들어오고 새로 나갔다.

잠시 서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방향이 어디고, 어떻게 변했느냐보다 적십자사를 찾아가는 일이 급했다.

택시는 어디서 타는가요?”

옆을 지나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택시요? 따라오세요.”

그 젊은이의 뒤를 따라갔다. 한참 걸어가더니, 사람들이 서있는 대열에 이어서 섰다. 재규도 그 뒤에 섰다. 철책이 쳐 있었다.

줄을 따라가자면 한 시간 이상 걸릴 거예요. 적당히 합승을 해서 가세요.”

청년은 말을 던지고는 철책을, 넘어 서서히 가는 택시에 무어라고 하고는 그 차를 타고 가 버렸다.

실로 잠시 동안이다. 몸에 밴 익숙한 행동이다.

대열이 조금씩 앞으로 밀려갔다. 좀 가다가는 멈추고 또 있다가 조금 가곤 했다.

가끔 철책을 넘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공중 도덕은 그만두고라도 여러 사람 앞에서 태연히 철책을 넘어갈 수도 없고, 또 서서히 가는 택시에 어디 간다고 사정하다시피 하여 탈 수도 없는 일이다.

시계를 굽어봤다. 벌써 30분이 지났다. 앞은 아직도 멀리 보였다. 이럴 수가 없는데……. 이렇게 승객(乘客)이 빠져나가지 못할 수가 없는데, 버스로 가겠다고 줄에서 빠져 나가는 사람도 있다. 몇 번이고 철책을 뛰어넘으려다가 그만두었다. 그까짓 것 철책을 뛰어넘는 것은 식은죽을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태규 형님! 조금만 기다려요.’

입 속으로 말하면서 서서히 움지이는 줄을 따라갔다. 겨우 차례가 되어 바삐 탔다.

적십자사요? 2한강교로밖에 못 가는데요.”

운전사의 퉁명스러운 말에,

아무튼 빨리만 갑시다.”

라고 말하고는 시계를 보았다. 벌써 15분이 아닌가?

태규 형님! 조금만 더 기다려요.’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면서 차창을 바라봤다.

택시는 달려 제2한강교를 건너더니 곧장 나가다가 남산을 감돌아갔다. 태규 형을 만나면 무어라고 할까? 머리가 멍할 뿐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한강과 시가가 한눈에 보였다. 특히 굽어보이는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남산을 감돌더니 다시 굽이쳐 내려갔다. 태종대에 비길 바는 못 되어도 굽이쳐 돌아가는 길이 꽤 멋이 있다. 그 길가 남산이 곱게 단풍들고 있다.

흰 건물 앞에 차가 멎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수위의 말이 끝나자 바삐 층계를 올랐다. 문 앞에 섰다. 형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겠지? 문을 두두리자 .”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잠시 머뭇했다. 심호흡을 하고는 도어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서재규 씨죠?”

담당자인 듯한 조그마한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권 과장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재규는 걸음을 멈칫했다. 실내에는 권 과장 외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 형님이 왜 없느냐는 표정이시군요. 우선 이리 와 앉으세요.”

재규는 권 과장을 바라보면서 의자에 앉았다.

사실은 태규 씨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개 미리 와서 기다리는 것이 상롄데…….”

말끝을 맺지 않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이다.

무슨 연락도 없었나요?”

재규가 다급하게 묻자, 권 과장은 고개만 끄덕이면서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재규 씨도 삼십 분 이상 늦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먼 데서 오는 사람과 같습니까? 서울이라면 아무리 늑장을 부려도 이렇게 늦을 수가 있습니까?”

권 과장의 침착한 모습에 좀 마음이 가라앉기는 했으나, 웬지 불안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 커피나 드시면서 옛날 일이나 회상해 보세요. 그러면 별로 지루한 줄을 모를 겁니다.”

따끈한 커피를 마시니 한결 안정되는 듯했다. 그래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 이제 곧 형 되시는 태규 씨가 나오실 것입니다. 아침부터 와서 기다리는 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다섯 시가 지나자, 재규는 초조가 더해졌다.

혹시 그 사이에 무슨 연락이 있는지 알아봐 주실 수는…….”

, 염려 마십시오. 연락이 오면 다 이쪽으로 소식이 오게 돼 있습니다.”

권 선생님…….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겠습니까. 직접 찾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재규는 권 과장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염려 마십시오. 조금 기다리다가 소식이 없으면 같이 가 보시죠.”

침묵이 흘렀다. 재규는 연방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시간은 마구 흘러갔다.

할 수 없군요. 일어서서 가 보실까요?”

권 과장의 말에 일어서서 몇 발자국 떼어 놓는데 문이 열렸다.

권 과장님! 오셨습니다.”

직원이 들어와서 머리를 굽혔다.

두 사람의 눈이 빛났다.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요.”

재규의 가슴은 또 뛰기 시작했다. 태규 형님을 보고 무슨 말을 하지? 무어라고 해야지?

직원이 나가자 다시 문이 열렸다.

재규는 두어 발자국 앞으로 다가섰다. 태규 형님, 옛날 그대로일까?

문을 밀면서 기현이 들어왔다. 가슴에 무엇을 안고 있다.

아니, 이건…….”

재규는 우뚝 그 자리에 멈추었다.

기현이 조용히 앞으로 걸어왔다. 재규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아버님이십니다.”

재규를 바라보면서 기현이가 나직이 말했다.

재규는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아찔했다. 몸을 가누고 눈을 다시 떴다.

영정이 번히 떠 보였다. 망연히 바라봤다. 주먹코며 이마며 얼굴 모습이 태규 형님이 틀림없다.

오늘 정오에 가셨습니다. 제 손을 잡으시고 재규야.’ 라고 부르면서 운명하셨습니다.”

기현의 말이 떨어지자 재규가 무릎을 꾸부리고 영정을 응시하다가는

형님! 태규 형님! 재규가 왔습니다. 재규가요!”

채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영정을 안고 뒹굴었다.

태규 형님! 재규예요, 재규……. 말 좀 해 봐요, 재규를 불러 봐요, ? 형님!”

작은아버지!”

망연히 서 있던 기현이도 영정을 안고 뒹구는 재규를 부여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작은아버지! 왜 일찍 오지 않았어요. ?”

형님! 굽어보지만 말고 말씀 좀 해 봐요. 말씀을요, 형님…….”

아버지! 작은아버지예요. 그렇게 보고 싶어하시던 작은아버지예요.”

재규와 기현이 영정을 부여잡고 뒹굴며 울부짖는 소리가 실내를 메아리쳐 창 너머로 번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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