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수필의 정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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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정신

 본문

 먼저 수필은 시의 정신으로써 창작되어야 할 것이다.

 

 시는 작자의 주관적인 직관력과 사색적인 인생 철학에서 이루지는 것과 같이 수필도 작자의 주관적인 인생 철학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산문적인 작품이 것이다.

 

 수필은 하나의 산문시적인 정신으로써 창작되어야 할 것이며, 줄이면 한 편의 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철학적인 아이디어가 없는 작품은 문학도 음악도 회화도 될 수 없을 것이고, 하나의 예술적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을 것이다.

 

 김광섭의 '수필 문학 소고'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우리는 시를 쓰려 한다. 소설을 지어 보려고 한다. 혹은 희곡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때 그 어느 것에나 함부로 달려 들려는 무뢰한은 아니다. 동일한 작자이면서도 그 태도가 서로 다르다. 시는 심령이나 감각의 전율된 상태에서, 희곡과 소설은 재료의 정돈과 구성에 있어서 과학에 가까우리만큼 엄밀한 준비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수필은 달관과 통찰과 깊은 이해가 인격화된 평정한 심경이 무심히 생활 주위의 대상에, 혹은 회고와 추억에 부딪쳐 스스로 붓을 잡음에서 제작 된 형식이다.

 

  피천득의 '수필'에는 이런 글귀들이 있다.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이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거와 같은 이 문학은 그 차가 방향을 갖지 아니한 때에는 수돗물같이 무미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 조각 연꽃잎을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수필을 못 쓰는 것은 슬픈 일이다.

 

  김시헌의 「수필문학」제 2 집 책 머리에 이런 글귀가 있다.

 수필은 호젓하면서도 군색하지 않고 멋이 있으면서도 방탕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우둔하지 않다. 수필은 건강하지만 파격을 좋아하고, 야유스럽지만 악의가 없고, 날카롭지만 따갑지 않다. 수필은 길이가 짧지만 소설이 담겼고, 리듬은 없지만 시가있다. 수필은 부담 없이 걷는 산책과 같고, 장바구니 든 아낙네 같다. 그 속에는 꿈을 돌아보는 낭만이 있고, 회의를 극복한 철학이 있고, 생사를 초월한 우주가 있다.

 

  이상의 수필론에서 수필의 정신이 어떠한 것인지 인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특히 영문학상 수필의 위치가 얼마나 높은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다. 우리 한국 문단에도 빛나고 높은 품위의 수필 문학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한흑구의 '동해산문'에서

 이해와 감상

  수필은 산문시적인 정신으로 창작되어야 한다. 거기에는 달관과 통찰과 깊은 이해가 있고 마음의 여유가 있으며 소박하고 담박하면서도 어느 것에나 얽매임이 없다. 이제는 우리 나라에도 빛나고 높은 품위의 수필 문학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심화 자료

 

한흑구(1909.6.19~1979)

 

수필가 ·소설가 ·번역문학가.

 

본명 세광(世光). 평양 출생. 1935년 미국 템플대학 신문학과를 수료하였다. 1931년 《동광(東光)》지에 단편소설 《황혼의 비가(悲歌)》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수필 《젊은 시절》과 시 《북미대륙방랑시편》 등을 발표하였다. 1934년에는 월간지 《대평양(大平壤)》, 이듬해에는 문예지 《백광(白光)》을 창간 주재했다. 1945년 월남하여 수필창작에 주력하면서 1948년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주, <이마지스트의 시운동> <흑인문학의 지위> 등 미국문학 및 작가론에 대한 평론을 발표하면서, 1958년부터 1974년까지 포항수산대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시적 구성의 아름다움과 작품에 일관하면서 인생을 관조하여 한국 수필문학이 자리를 굳히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저서로 《현대미국시선》, 수필집 《동해산문》과 《인생산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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