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수영 야류(水營野遊)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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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야류(水營野遊)

 

제 3 과장 : 할미·영감

― 할미·영감·제대각시의 장 ―

(초라한 옷차림에 죽장을 짚고 피로한 기색이 보이는 할미가 등장하여 털썩 주저앉는다. 할미는 면경 파편을 앞에 놓고 노끈으로 털을 밀며 화장한 연후에 일어난다.)

할미 : 영감이여- 영감이여 -

(창)(영감이 뒤따라 등장하는데 오광대의 가면 중 셋째 양반이나 넷째 양반의 것을 사용한다.)

영감 : 할마닌가 ― 할마닌가 ―.

(창) (서로 영감, 할미를 호창(互唱)하면서 장내를 빙빙 돌다가 할미는 영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할미 : (창조로) 영감, 애얼레 망건(網巾) 쥐꼬리 당줄 대모 관자(玳瑁貫子) 호박 풍잠(琥珀風簪) 통영(統營) 갓은 어데 두고 파립 파관(破笠破冠)이 웬일이오.

영감 : (창조로)그것도 내 팔자라, 팔자 소관을 어이하리.

(영감이 퇴장해 버린다.)

할미 : (할미가 악대 앞에 와서 한참 춤을 추다가 악사에게) 여보시오. 우리 영감 못 보았소?

악사 : 당신 영감이 어떻게 생겼소?

할미 : 우리 영감이 훌륭하고 깨끗하고 이마가 투-ㄱ 터지고, 사모(紗帽) 꼴 나고, 점잔하고, 양반답고, 말소리가 알곰삼곰하오.

악사 : 방금 그런 양반 이리로 다녀갔소.

할미 : (창조로) 영감이여. (부루면서 할미 퇴장한다.)

(영감과 소실인 제대각시가 등장하여 긴 장단에 쌍무(雙舞)를 추고 놀 때, 할미가 다시 등장하여 멀리서 그 모양을 자세히 살피다가 영감과 눈총이 마주치면 영감이 할미의 앞을 가리운다. 이 틈을 타서 제대각시는 피신하듯 퇴장한다. 할미가 질투에 북받쳐 시비를 건다.)

할미 : 그년이 어떤 년이고?

영감 : 아무 년이면 어때……(시비가 설왕 설래(說往說來) 한참 다투다가.)

영감 : 그래 내가 집을 나올 때 삼존당(三尊堂)이며 자식 삼형제를 살기 좋게 마련해 주고, 혈혈단신(孑孑單身) 나온 나를 왜 추잡하게 이리고 찾아다닌단 말고.

할미 : (할미 기가 막혀 손바닥을 치며) 그래 그 돈 한 돈 팔 푼은 이핀(당신) 떠날 적에 하도 섭섭해서 청어 한 뭇 사서 당신 한 마리 나 아홉 마리 안 먹었능기요.

영감 : 너 아홉 마리, 나 한 마리를! 그래 자식 셋은 다 어쨌노?

할미 : (후유 탄식하며 가슴팍을 치고 눈물을 닦은 후에) 큰놈은 나무하러 가서 정자나무 밑에서 자다가 솔방구(솔방울)에 맞아 죽고, 둘째놈은 앞도랑에서 미꼬라지 잡다가 불행이도 물에 빠져 죽고, 셋째놈은 하도 좋아 어르다가 놀라 정기로 청풍에 죽었소.

(할미는 엉엉 통곡한다.)

(통곡하는 할미를 영감이 발길로 차니, 할미가 실성(失性)하여 졸도한다.)

영감 : (당황한 영감은 악사에게) 요보, 요보, 의원을 불러 주소.

악사 : 의원, 의원! (의원은 가면 없이 갓을 쓰고 두루막을 입고 등장한다.)

의원 : (맥을 짚는 등 진찰하고) 급상한(急傷寒)이라 난치병이로군. (침만 한 대 놓고 퇴장한다.) (영감은 다시 악사에게 근처의 봉사를 불러 달라고 청한다.)

악사 : 봉사, 봉사님 ― (봉사, 평복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등장하는데, 소고(小鼓)를 들고 있다.)

봉사 : 예, 어디서 불렀소?

영감 : 여기요, 여기 어서 죽은 사람 살아나는 경을 일러 주오.

봉사 : (소고를 두드리며 독경한다.)

해동 조선국 경상 남도 부산 수영동 거주 심달래[沈月川]. 신운이 불행하여 우연 졸도 명재경각(命在頃刻)하였으니 천지 신명(天地神明)은 대자 대비(大慈大悲)하옵소서.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광대원만(廣大圓滿) 무애대비심대다라니(無碍大悲心大多羅尼) 일쇄동방결도량(一灑東方潔道場) 이쇄남방득청량(二灑南方得淸 ) 삼쇄서방구정토(三灑西方俱淨土) 사쇄북방영안강(四灑北方永安康) 도량청정무하예(道場淸淨無瑕穢) 삼보천룡강차지(三寶天龍降此地) 아금지송묘진언(我今持誦妙眞言) 원사자비밀가호(願賜慈悲密加護) 아석소조제악업(我昔所造諸惡業) 개유무시탐진치(皆由無始貪瞋痴) 종신구의지소생(從身口意之所生) 일체아금개참회(一切我今皆懺悔)

(독경 도중 할미가 절명함에 봉사는 무안하여 급히 퇴장한다.)

(영감은 하는 수 없이 악사에게 가서 향도군을 불러 달라고 청한다.)

(두건을 쓴 향도군이 7·8명 등장한다.)

(향도군은 시체를 둘러메고 염불을 부르며 출상한다.)

'염불가' 일명 향도가

이 - 에이 - 에이 -

이 - 에이 - 에이 - (복창)

1.

어흐 - 아하 - 슬프고 슬프군 이 - 으이 -

어찌하여 슬프도 모르뇨 -

백 년이 못다 가서 이 -

공동 묘지가 슬프구나.

(후렴) 이 - 에이 - 에이 -

2.

아 - 공동 묘지 돌아갈 때에 -

심산(深山) 편로로 어째 갈꼬 이 -

니가 가면 어째 갈꼬 이 -

니가 가면 언제 오노 -

(후렴) 이 - 에이 - 에이 -

어하오 어하오 어와영차 어하오

어하오 어하오 어와영차 어하오 (복창)

3.

북망산행이 멀다 하니

어느 산이가 북망이오.

(후렴) 어하오 어하오 어와영차 어하오

4.

이제 가면 언제 오노.

다시 오기가 글렀구나

(후렴) 어하오 어하오 어와영차 어하오 (이두현채록본)

또는

저 건너 저것이 북망산이냐.

어서 가고 바삐 가자.

(후렴) 니난실 난뇨 니난실 난뇨

나무아미타불이라.

다시 갔다 못 오는 길을 속히 가면 무엇하리.

(후렴) 니난실 난뇨 니난실 난뇨

나무아미타불이라.

황령 추존 북망산에 만고 영웅 토(土)일부라.

(후렴) 니난실 난뇨 니난실 난뇨

나무아미타불이라.

고적 무의(孤寂無依)한 이 영혼을 극락 세계로 모셔 보자.

(후렴) 니난실 난뇨 니난실 난뇨

나무아미타불이라.

(이 때 영감은 두건(頭巾)을 쓰고 작지를 짚고 후행하며, 악사들도 후행 퇴장한다.)

― 파장 ―

제 4 과장 : 사자무(獅子舞)

― 사자와 범(담비)의 장 ―

거대한 사자가 춤을 추며 등장한다. 사자 가면은 수영야류가면 중 가장 큰데, 사자의 두부(頭部)는 탈을 쓴 사람으로 형성되고, 동부(胴部)는 보자기(담요나 이불보)를 둘러쓴 사람(2인 내지 3인)으로 형성된다. 그러니까 자연히 보자기 속에 들어간 사람들끼리 조화된 춤을 추어야 한다. 악곡에 맞추어 사자가 사자춤을 한참 추고 있을 때, 범이 범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사자와 범은 서로 으르렁대며 격투 난무(格鬪亂舞)한다.

일장 투무(鬪舞)하다가 마침내는 범이 사자에게 잡아먹히게 되는 웅장한 무용극이다.

― 파장 ―

요점 정리

연대 : 미상

작자 : 미상

채록 : 이두현 채록

형식 : 가면극, 민속극의 대본

제재 : 양반의 무능, 처첩간의 갈등

주제 : 양반 계급의 무능과 허세 조롱, 봉건사회의 일부다처제에 따른 가정 불화

출전 : 이두현 채록(일부 강용권 채록 참고)

구성 : 전체 4과장

내용 연구

제대각시 : 제대각시는 영감의 첩으로서 '통영 오광대' 에서는 '제자각시'. '고성 오광대' 에서는 '제밀지(제물집·제밀주)', '가산 오광대' 에서는 '서울 애기', '봉산 탈춤' 등 황해도 탈춤에서는 '용산 삼개덜머리집'이라 한다.

최상품과 최하품의 대비 : 앞부분에 열거된 것은 최상품이다. 외울로 싼 망건, 쥐모리 같은 당줄, 바다거북 껍데기로 만든 관자, 호박이라는 보석으로 만든 풍잠, 질이 좋다는 통영갓이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쓰고 나오는 부서지고 찌그러진 갓을 대조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대비이다.

줄변자 가죽신은 어이하고 : 천으로 장식한 좋은 가죽신은 어이하고. 이 말도 뒤에 나오는 (헌 산짝)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삼존당 : 삼존을 모신당. 삼존은 본존과 그 좌우에 모시는 두 보살. 미타 삼존·석가 삼존·약사 삼존 등이 있다. 탈춤의 할미는 대부분 무당이기 때문에 집에 삼존당을 마련한 듯함.

급상한 : 급한 상한병. 상한은 과로나 욕망 억제로 인하여 생기는 병의 한 가지.

아무년이면 어때 …….: 상관할 것 없다는 뜻.

큰놈은 나무하러 가서 ∼ 청풍에 죽었소 : 도무지 있을 수 없는 터무니없는 말로. 웃기기 위한 대사이다.

독경 : 소원을 빌기 위해 읽는 경문으로 널리 보편화되었다. 대개 불교의 경문에서 따다가 썼으며, 이런 것을 좔좔 읽는 데서 재미를 느꼈다.

천수천안 관재자보살 : 천 개의 손과 눈을 가진 만능의 보살. 관자재보살은 중생을 보는 것이 자유자재이며, 중생의 고난을 잘 보살핀다고 알려져 있다.

광대원만 무애대비심대다라니 : 넓고 크며 원만하고, 걸림이 없으신 대자비심의 큰 다라니. '다라니'는 범어(梵語)로서, 선법(善法)을 갖추어 악법을 막는다는 뜻. 이것을 총지(聰智)라고 번역하는데, 일체의 선한 공덕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일쇄동방결도량 ∼ 사쇄북방영안강 : '도량찬'. 도량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으니, 삼보 천룡이 이 땅에 강림하사, 내 이제 묘진언을 외나니, 원컨대 자비를 베풀어 비밀이 두호되게 하소서.

아석소조제악업 ∼ 일체아금개참회 : '참회게', 저희들이 예전에 지은 모든 악업은, 모두 비롯함이 없는 탐심·진심·치심으로 인하여, 몸과 입과 뜻으로 생겨나온 허물을, 내 이제 일체를 참회하나이다.

황령 추존 : 황량추졸의 착오. 쓸쓸하고 지저분하며 졸망하다는 뜻.

고적 무의 : 고독하여 의지할 데가 없음.

범 : '통영 오광대'에서는 '담보'라고 함.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민속극인 가면극으로 '들놀음'이라고도 한다. 가면극은 농촌 사회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신에 대한 제전이 극으로 전이된 것이고, 평민의 관점에서 양반을 풍자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각 과장은 대체로 독립되어 있고, 극적 갈등은 대사보다도 춤을 통해 더욱 역동적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모든 갈등은 과장별로 모두 해소되고, 새로운 삶의 출발로 마무리된다. 이런 점에서 가면극은 전통 계급 사회에서 피지배층이면서 일차 생산직에 종사했던 평민층의 억압된 심리를 해소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가졌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가면극을 통해 우리 전통 문화 유산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삶의 양상을 볼 수 있다. 가면극에 담긴 해학과 풍자, 그리고 건강한 삶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면서 점차 나약해지고 여유를 잃어 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새삼 되돌아 볼 기회를 줄 것이다.

이 작품과 같이 영감과 할미가 나와서 다투는 과장은 여러 가면극에 두루 나타나는데, 영감이나 할미는 대체로 못나고 '허름한' 사람들이며, 살기 위해서 허덕이고, 거칠 것 없이 돌아다니면서 평민적 행동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과장은 할미의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할미의 가련한 신세를 보여줌으로써, 여성에게 가해지는 남성의 부당한 횡포를 고발하고, 희생자인 여성에 대해 눈물얼니 동정의 웃음을 이끌어 내려는 것으로 여기에서 이 과장의 주제가 제시된다. 또한, 등장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엿보이는 번뜩이는 기지와 재치 등은 우리의 언어 생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심화 자료

수영야류(水營野遊)

부산광역시 남구 수영동에 전승되고 있는 탈놀이. 중요무형문화재 제43호.

〔전래과정〕

수영에서는 탈놀이를 ‘ 들놀음 ’ · ‘ 들놀이 ’ 라고 하여 한자로 ‘ 야류(野遊) ’ 라 표기하며, ‘ 야루 ’ 라고 부르고 있다.

그 유래는 약 200년 전 좌수영수사(左水營水使)가 초계 ( 草溪 ) 밤마리(지금의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의 대광대 〔 竹廣大 〕 패를 데려다가 연희(演戱)시킨 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하며, 또는 수영사람이 큰 장터인 밤마리에 가서 보고온 뒤 시작되어 그 뒤 동래와 부산진에 전파되었다고도 한다.

연희 직후 가면을 소각해버렸을 뿐 아니라 대사나 기타의 문서가 남아 있지 않으므로 정확한 발생연대는 알 수 없지만, 좌수영에 관아가 있던 조선 후기에 상연되던 것이 1930년대에 단절되었다가 광복 직후 부활되어 현재까지 재연되고 있다. 고증자는 수양반역의 최한복(崔漢福)과 말뚝이역의 조두영(趙斗榮) · 태명준(太明俊) 등이다.

이 놀이는 음력 정월대보름날 산신제 ( 山神祭 )와 함께 행해지는데, 수영고적민속보존회가 주관하고 있다. 전에는 수영에 있던 야류계(野遊 肋 )가 주동이 되어 음력 정월 3, 4일경부터 지신밟기 〔 乞粒 〕 를 하는데, 각 가정마다 성주풀이 · 조왕풀이 · 장독풀이 · 샘풀이 · 마구풀이 · 도장풀이 · 뒷간풀이 · 대문풀이 등으로 13일경까지 계속하며 경비를 마련한다.

또 이 기간에 가면 · 의상 · 도구 등도 제작하여 탈제 〔 假面祭 〕 를 지낸다. 14일 밤에는 시박 〔 試瓠 : 각자 연습한 연기를 원로들에게 심사 받고 배역을 확정받는 일 〕 을 가진다.

그 중 수양반과 말뚝이는 능란한 재담과 춤에 능한 자가 뽑히고, 배역이 결정되면 보름날 낮에 분장을 한 수양반이 풍물을 대동하고 제상을 차려 산신제를 거행한다.

맨 먼저 수영 토신과 영내 수호자인 독신(纛神)을 모신 제당에 제례하고 다음에 먼물샘 〔 遠水井 〕 에 우물고사를 지내고 마지막으로 최영 ( 崔瑩 ) 장군의 묘제(廟祭)를 지낸다.

이러한 산신제는 오랜 전통의 동제의 한 전승이기도 하다. 산신제를 지내는 동안 야류계에서는 놀이판인 넓은 마당 한가운데 장간(長竿)을 세우고 제등을 달아 장식한다.

〔내 용〕

이 놀이의 내용은 전 · 후편으로 구별되는데 전편은 길놀이 〔 行列 〕 와 군무(群舞) 및 잡희(雜戱)로 이루어지고, 후편은 탈놀음이다.

① 길놀이와 군무 : 해지기를 기다리던 마을사람들은 미리 준비해 둔 소등(小燈) 약 200여 개를 가지고 연희장에서 1 ㎞ 쯤 떨어진 먼물샘 근처에 모여서 행렬준비를 한다. 마을 어린이들로 이루어진 소등대를 앞세우고 풍악대 · 길군악대 · 팔선녀 · 사자 또는 우마(牛馬)를 탄 수양반과 난봉가패 · 양산도패가 가장(假裝) · 가무 · 연등의 화려한 대행렬로 놀이판에 도착하면 농악대와 남녀노소 모두 군무의 일원으로서 즐긴다.

② 탈놀음 : 모두들 흥이 나서 군무를 즐길 때 수양반이 등장하면 놀이는 탈놀음으로 바뀐다. 난무하던 군중들은 점차 퇴장하고 뒤이어 차양반(次兩班, 또는 지차양반) · 셋째양반 · 넷째양반 · 종가도령의 오광대가 순서대로 등장하면 그들 앞에 악사가 자리잡고 탈놀음을 시작한다.

제1과장(科場 : 마당)은 ‘ 양반 ’ 으로 주로 말뚝이와 수양반의 대담으로 엮어진다. 무식한 하인 말뚝이가 독설과 음흉하고도 신랄한 풍자로써 양반의 이면상을 폭로하며, 양반계급의 무능과 허세를 조롱하고 계급타파와 인권의 해방을 절규한다.

말뚝이가 마지막 대사에서 수양반의 대부인 마누라와 간통하였음을 폭로하면, 양반들은 “ 망했네 망했네 양반의 집이 망했네. ” 를 연창하고 해산타령을 부른다.

제2과장은 ‘ 영노 ’ 이다. 양반과장에서 양반에 대한 도전에 만족하지 않고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괴물인 영노가 수양반을 잡아먹는다. 이것은 양반과장에서 통쾌한 조롱과 야유에도 만족하지 못한 울분의 노골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제3과장은 ‘ 할미 · 영감 ’ 인데, 봉건사회의 일부다처제에 따르는 가정불화를 주제로 하여 처첩의 삼각관계로 인한 가정비극과 곤궁상을 나타낸 것이다.

제4과장은 ‘ 사자무 ’ 로서 사자와 범이 격투를 하다가 범이 사자에게 잡혀 먹히는 무언극이다. 이 사자춤은 타지방과는 달리 수영의 지세에 연유하고 있다. 수영 동남쪽에 백산 ( 白山 )이 있는데 그 형상이 마치 사자가 마을을 등지고 달아나는 모양이기 때문에, 그 사자신 〔 山神 〕 을 위로하기 위하여 범을 공물로 바치는 것이라 한다.

이 사자춤도 타지방의 것처럼 원래 구나 ( 驅儺 )의 샤먼적 색채를 가지고 있었으나 점차 민속예능적 오락으로 바뀐 듯하다. 사자무를 마치면 연희는 모두 끝나게 되어 배역들은 고사를 지내고 가면을 소각하면서 제액과 만사형통의 행운을 축원한다.

〔특 색〕

이와 같은 〈 수영야류 〉 는 다른 탈놀음에 비하여 몇 가지 특색을 가지고 있다.

① 전체 4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주 · 고성 · 통영지방의 탈놀음이 5과장, 마산 · 해주 · 봉산지방의 탈놀음이 7과장, 양주가 8과장, 강령이 10과장, 하회가 12과장인 데 비하여, 〈 수영야류 〉 는 4과장으로 가장 짧다. 또 이와 함께 〈 수영야류 〉 에는 문둥이과장이 없는 대신 사자무가 있는 것이 주목할만하다.

② 양반과장에 영노과장을 직결시켜 양반계급을 끝까지 괴롭히는 것은 수영지방의 서민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③ 연희의식절차에 가면제나 가면소각절차, 가면신성시사상, 부락수호신에 대한 고사 등 원시민족사회의 습속과 유사한 점이 많다.

④ 가면수가 타지방의 가면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다. 즉, 수양반 · 차양반 · 셋째양반 · 넷째양반 · 종가도령 · 말뚝이 · 영노 · 할미 · 제대각시 · 사자 · 범 등 11개로 다른 지방의 가면수(봉산 36, 해주 15, 강령 15, 송파 33, 하회 14, 통영 31, 가산 30, 진주 21 등)에 비하여 적다. 또 영노과장 중의 비비양반가면은 따로 없이 셋째양반 · 넷째양반 가면으로 대치하며, 의원 · 봉사 · 향도군 · 마을사람들은 가면이 없이 등장한다.

⑤ 악기는 꽹과리 · 징 · 장구 · 북이며, 가락은 ‘ 움박캥캥 ’ 이라고 하는 굿거리장단과 타령장단에 덧뵈기춤이 주를 이룬다. 1999년 현재 기예능보유자는 윤수만(尹守萬 : 악사) · 김달봉(金達鳳 : 영노) · 태덕수(太德守 : 수양반) 등이다.

≪ 참고문헌 ≫ 五廣大 · 野遊假面劇解題(崔常壽, 韓國民俗學會, 1957), 野遊五廣大(康龍權, 螢雪出版社, 1977), 韓國의 假面劇(李杜鉉, 一志社, 1979), 水營野遊劇(康龍權, 국어국문학 27, 1964).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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