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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이대(受難二代) / 줄거리 및 해설 / 하근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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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이대(受難二代, 1957, <한국일보>)

 

 

작가:하근찬(河瑾燦, 1931 - )

경상북도 영천 출생. 1957년 부산 동아대학교 토목과 중퇴. 한때 교사, 잡지사 기자 생활. 1955년 신태양사 주최 전국 학생 문예작품 모집에 단편 혈육이 당선되는 등, 대학 시절에 당선 과정을 거치고 1957<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함. 이후 대개 궁색하게 사는 농촌을 무대로 민족적 비극이나 사회의 여러 병폐를 밀도있게 다루었다. 1970족제비로 한국 문화상을 수상. 그이 작품 세계는 주로 6. 25의 비극이라는 중심적 주제를 구심점으로 해서 전쟁의 아픔을 형상화하는 한편 농촌의 실상을 파 헤쳤다.

대표작으로 나룻배 이야기(1959), 흰 종이 수염(1959) 등이 있다.

 

등장인물

박만도: 아버지. 왼팔이 없다.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나 만주 징용에서 불구가 됨.

진수: 아들. 6.25에 참전하여 한 쪽 다리를 잃음. 상이군인이 되어 귀향.

 

 

줄거리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느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깨 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 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 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 (하략)

 

박만도는 3대 독자인 아들 진수가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마음이 들떠 있다. 그는 아직 아들이 탄 기차가 들어오려면 멀었음에도 일찌감치 역전으로 나간다. 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기는 했으나, 설마하니 아들이 자기처럼 불구가 되진 않았으려니 하고 애써 마음을 편히 먹는다. 그는 한쪽 팔이 없다. 일제 때 강제 징용을 나가 비행장 건걸 중 폭격에 잃어버린 것이다. 그때 그는 기절까지 했었다. 그는 항상 왼쪽 소맷자락을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꽂아놓고 다녔다. 일말의 불안감이 없었던 바는 아니나, 그는 아들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어서 시간이 흘러가버렸으면 한다.

 

아들에게 주려고 역전으로 가는 길에 고등어도 한 마리 산다. 정거장에 도착한 시간이 1040, 점심때쯤 온다고 했으니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나 넘게 남았다. 기다리는 동안 박만도는 옛날에 자신이 당했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려 만도는 벌떡 일어선다.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들의 모습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상이 군인 하나가 서있을 뿐이다. 조바심에 안달이 난 박만도가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아부지!”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뒤로 돌아선 순간 그는 입이 딱 벌어지고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만다. 아들은 틀림없었으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쪽 다리가 없어져 빈 바지 자락이 펄럭이고 있었고, 목발을 집고 있었던 것이다. 박만도는 눈앞이 아찔해진다. 기진하고 실성한 모습으로 두 부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집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 진수는 이같은 꼴을 하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느냐고 아버지에게 하소연한다. 만도는 나 봐라! 팔뚝 하나 없어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살기사 왜 못 살아!” 라며 격려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외나무다리가 하나 있다. 진수는 도저히 다리를 건널 수가 없다. 머뭇거리는 아들을 바라보던 만도는 대뜸 등을 돌리며 진수에게 업히라고 한다. 팔 하나가 없는 아버지와 다리 한쪽이 없는 아들이 조심스레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다. 눈 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만도는 아직도 술기가 약간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며,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 가는 것이었다. 눈 앞에 우둑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설

흰 종이 수염과 함께 작가의 대표작이다. 일제에 의해 한 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전쟁으로 한쪽다리를 잃은 아들의 상봉, 2대에 걸친 수난이 한자리에서 확인되는 짧은 한 순간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사적 비극을 암시한다. 간결한 문체 위에 이야기하는 시간의 사건과 과거 회상의 사건이 서로 적절히 교차되어 흥분과 격정이 고조되는 미적 쾌감을 가능케 한다. 수난이대는 한국 현대사가 당면했던 역사적 비극을 조그만 마을에 사는 부자를 통해 보여준다. 이 수난이대는 단편 소설로서 정통적이고 모형적인 가족사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제목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역사의 변환 속에서 한 가족 부자이대(父子二代)가 겪는 비극과 수난의 역사, 즉 수난의 가족 세대적인 역사의 기술이라는 면에서 다분히 가족사 소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역사적인 비극의 재확인이 아니라 차례로 팔과 다리를 잃은 이 두 세대가 서로 협력하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인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재기를 위한 화합(和合)을 기본 주제로 하고 있다.

 

외팔이인 아버지가 외다리가 된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마지막 장면은 수난의 연대기를 살아가는 삶이 지탱해야 하는 휴머니즘의 귀결적 화해라는 측면이기도 했다.

 

(주제) 민족의 비극과 초월의 의지.

민족적 비극과 그 극복.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조명하고, 비극을딛고 일어서는 재기를 화합

의 차원에서 제시.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본격 소설, 유사한 의미에서 가족사 소설.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의 혼합 형태

(표현) 과거와 현재가 서로 교차, 토속적, 해학적 어조.

(성격) 향토적, 비극적, 해학적

(구성) 단순 구성, 입체적 구성(과거와 현대사의 역전)

 

참고문헌

임헌영 외(1991), 󰡔한국문학명작사전󰡕,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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