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시점, 거리
by 송화은율소설의 시점, 거리
시점은 작중 현실을 누가 어떤 각도에서 보았는가의 문제로서 서술의 초점과 같은 의미이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각도와 입장에 따라서 그 내용은 각각 다르게 판단되듯이 시점은 주제, 인물의 성격, 그리고 미적 효과 등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
(1)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을 말한다. 즉, 1인칭 시점에서는 서술자가 곧 주요 인물이 되어 나타난다. '나'라는 주인공이 있어서, '나는 이것을 보았다.', '나는 이렇게 하였다.' '나는 이렇게 느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해 간다. 물론, 여기에서 독자들은 '나'란 허구적인 인물임을 잘 알면서도 '나'라는 주인공이 실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듣는다.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이것은 진실한 이야기이다.' 라는 문학적 묵계에 의해서 이 '나'의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1인칭 시점은 독자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
이 시점은 인물의 내면 상황, 즉 심리 묘사와 내부 묘사에 알맞은 수법이다. 인물과 독자와의 심적 거리가 가까우며, 독자에게 신뢰감 친근감을 주지만, 인간의 외면 세계를 객관적으로 그리는 데는 3인칭 시점만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서간체 소설이라든지 수기체 소설, 사소설, 심리 소설 등에 주로 쓰인다.
예)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
김 군! 그러나 나의 이상은 물거품에 돌아갔다. 간도에 들어서서 한 달이 못 되어서부터 거 친 물결은 우리 세 생령 앞에 기탄없이 몰려왔다. 나는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구하였다. 빈 땅은 없었다. <최서해, '탈출기' > |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국을 떠나 간도로 들어간 '나'가 어떻게 좌절하고 절망하며, 왜 사회주의 단체에 가입하게 되었는가를 서간체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인물의 내면 묘사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수법이다.
"장인님! 이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 이 자식아! 성례루 뭐구 미처 나라야지!"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년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
김유정의 '봄봄'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어리숙하고 익살스러운 '나'를 화자로 삼아 '나'의 행동과 심리를 보여준다.
(2) 1인칭 관찰자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작중의 부인물이 주인물에 대하여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서술 형태이다. 주인공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긴장감과 경이감을 자아낸다. 서술자는 관찰자 이상의 역할은 없으며 초점은 주인물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서술 방법은 1인칭으로 되어 있고, 주된 이야기는 관찰자의 눈에 비친 바깥 세계이다. 이 경우 주인공의 모든 것을 관찰자가 표현하기 때문에 작가는 객관성을 유지하지만, 관찰자 '나'를 통해 서술하는 초점의 전이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은 작가가 주인공에 대한 관찰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자를 통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주인공의 어떤 측면을 좀더 객관화 시켜 드러낼 수 있게 하자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관찰자의 관찰의 기회가 제한되고, 또 서술자는 일종의 해설자가 되어 작품을 설명해 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예)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김동인의 '붉은 산', 현진건의 '빈처'
하루는 밤에서 아저씨 방에서 놀다가 졸려서 안방으로 들어오려고 일어서니까 아저씨가 하얀 봉투를 서랍에서 꺼내어 주었습니다. "옥희, 이것 갖다가 엄마 드리고 지난 달 밥값이라 구,응" 나는 그 봉투를 갖다가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그 봉투를 받아 들자 갑자기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그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았을 때보다도 더 새하얗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봉투를 들고 어쩔 줄을 모르는 듯이 초조한 빛이 나타났습니다. < 주요섭, '사랑 손님과 어머니' > |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이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와의 미묘한 연정의 심리가 옥희의 눈에 의해 관찰된다
(3) 작가 관찰자 시점
서술자(작가)가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을 말한다. 3인칭 관찰자 시점 또는 3인칭 제한적 시점이라고도 한다. 서술자는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인 사실만을 관찰하고 묘사한다. 극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인 사실만을 관찰하고 묘사한다. 극적이고, 객관적인 특성을 지닌다. 현대 사실주의 소설에 주로 쓰인다.
예) 황순원의 '소나기', 오영수의 '박효도', 이주홍의 '메아리' 등
왕 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 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복녀는 쓰러졌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섰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는 얼른얼른 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 이 되놈, 죽에라. 이놈, 다 때렸니! 이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누나." 그는, 목을 놓고 처 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따른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왕 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면서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
김동인의 '감자'이다. 복녀와 왕 서방의 다툼을 객관적인 태도로 묘사하고 있다.
(4) 전지적 작가 시점
작가가 각 인물의 심리 상태나 행동의 동기, 감정, 의욕 등을 분석하여 서술하는 방법이다. 작가 관찰자 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좁혀지고 작가가 마치 신처럼 등장 인물의 내부를 빤히 들여다보듯 알고 있기 때문에, 작가는 여러 인물들의 생각과 느낌을 모두 말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점을 사용하는 작가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자유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자유가 남용될 때, 독자는 등장 인물들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 인물들의 체험을 실제로 공감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등장 인물 자신의 체험이 아니라 작가가 선택하고 조절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서술자가 작품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적 참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장편 소설에 많이 쓰이는 시점이다.
예)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삼대, 두파산, 김동인의 명문 등
성진이 마음에 뉘우쳐 생각하되 부처 공부의 유(類)로 뜻을 바르게 함이 으뜸 행실이라. 내 출가한지 십 년에 일찍 반 점 어기고 구차한 마음을 먹지 아니했더니 이제 이렇듯이 염려를 그릇하면 어찌 나의 전정에 해롭지 아니하리오. 향로에 전단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포단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고르며 일천 부처를 염하더니……. |
김만중의 '구운몽'이다. 서술자에 의해 성진의 심리가 서술되어 있다. 고대 소설은 대부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여진다.
<참고 자료 : 소설의 시점> 문학용어로, 서술의 초점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행위·배경·사건 등을 독자에게 제시하는 방법. 즉 화자(話者)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리잡은 시선의 각도, 서술의 발화점, 관점을 뜻한다. 조건으로는 인칭, 인지(認知)의 범위, 의식의 형태 등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작가와 독자 사이, 발화자(發話者)와 수화자(受話者) 사이의 관계에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플롯(plot)의 기본이 되며, 작품의 효과 및 독자에 대한 호소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점의 문제는 일찍이 소설가들에게 큰 관심사로 존재해왔는데, 19세기 이전의 여러 비평문에서 시점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작가 호메로스가 작품 속에 개입하는 일 없이 이야기를 진행한 것이 값지다고 믿었는데, 이것은 오늘날 이야기에 대한 서로 대립되는 2가지 개념이 이미 고대에도 있었음을 뜻한다. 즉 하나는 화자가 속과 겉, 부재하는 것과 존재하는 것 모두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설교하거나 판단하고 이야기의 한 부분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등 이야기 속에 마음대로 끼어드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화자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지금 들려주는 것은 허구(虛構)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노력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이고, 후자는 그냥 보여주는 경우이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전자는 '설명하기'(telling)이고, 후자는 '보여주기'(showing)이다. 19세기말에 헨리 제임스는 '극화(劇化)하는' 것이 좋다는 규칙을 세웠는데, 이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이어받은 것이다. 시점에 관한 이러한 단편적인 관심이 소설가들에게 본격적인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제임스의 〈소설의 기술 The Art of the Novel〉과 P. 러벅의 〈소설의 기교 The Craft of Fiction〉가 나온 이후의 일이다. 그뒤 시점은 프리드만·브룩스·워렌 등에 의해서 심화되고 체계화되었다. 시점을 분류하는 방식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F. K. 스탄젤은 주석적(註釋的) 서술, 1인칭 서술, 인물시각적 서술로 분류하고 있으며, 브룩스와 워렌은 1인칭 서술, 1인칭 관찰자 서술, 작가관찰자 서술, 전지적 작가 서술로 나누었다. W. 케니는 전지적 시점과 제한적 시점을 먼저 구분하고 제한적 시점으로는 1인칭과 3인칭이 있으며, 이들을 각각 서술자 주인공, 관찰자 주인공, 관찰자 보조, 객관적 관찰자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 방식들의 거의 대부분이 전지적(全知的) 시각과 제한적 시각 또는 극화(劇化)와 순수한 이야기, 3인칭과 1인칭을 상호대립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비슷하다.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브룩스와 워렌이 〈소설의 이해 Understanding Fiction〉에서 제시한 4가지 분류 방법이다. 1인칭 시점은 '나'가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을 말하는데, '나'자신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며 또한 우연한 목격자이기도 하고 이야기의 주변적인 참가자이기도 하다. 전자를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하고, 후자를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first-person narration)은 작품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로, 인물의 초점과 서술의 초점이 일치한다. 여기서 1인칭은 허구화된 '나'이며, 자유롭게 사건의 내적 분석과 심리묘사를 할 수 있다. 이상(李箱)의 〈날개〉에서 볼 수 있듯이 사건이나 배경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유리하다. 또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가 '나'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독자에게 친근감과 신뢰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현대의 심리소설과 주정적(主情的)인 낭만주의 소설에 많이 사용되며, 이야기를 고백하는 방식으로 서간체나 일기체의 형식을 쓰기도 한다. 1인칭 관찰자 시점(first-person-observer narration)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인 '나'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경우이다. '나'는 관찰자이며 인물의 초점은 주인공에게 가 있어 단지 '나'의 눈에 비친 세계만이 그려진다. 따라서 서술의 범위와 대상이 제한된다.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섯 살짜리 '옥희'의 눈에 비친 세계만 서술되는 까닭에 사랑손님과 어머니 사이의 사랑이 통속적으로 흐르지 않고 적절한 긴장과 경이감을 유지하게 된다. 3인칭 시점은 화자가 특정의 이름이나 '그'·'그녀'·'그들'이라는 적당한 칭호로 이야기 안의 모든 인물들에 대해서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때 작가가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제재를 제시할 때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자유 또는 제한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전지적(全知的) 시점과 제한적(制限的) 시점으로 나뉜다. 전지적 시점(omniscient-author narration)은 화자가 사건이나 등장인물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움직이며, 등장인물의 말이나 행위 중 자기가 선택하는 것만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개입하고 등장인물의 사고·감정·동기까지 들여다보는 특권을 갖는다. 전지적 화자가 인물의 행위와 동기를 평가하고, 전반적인 인간생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털어놓는 해설자일 경우 '개입적 화자'라고 하며, 그렇지 않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를 '비개입적 화자'라고 한다. 이와 같이 전지적 시점은 서술자가 폭넓게 관여하기 때문에 작가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비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의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김만중의 〈구운몽 九雲夢〉이나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삼대〉 등의 장편소설에 많이 사용된다. 제한적 시점(author-observer narration)은 '작가 관찰자 시점'이라고도 한다. 화자가 제3자로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자기 자신을 이야기 속에 있는 하나의 등장인물로 한정시키는 경우이다. 서술자가 외부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 비해서 서술의 범위가 훨씬 넓다. 서술자는 전지적 시점과는 달리 일체의 해설이나 평가를 내리지 않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 사실만을 관찰하고 묘사한다. 따라서 극적(劇的)이고 객관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 사실주의 소설에 많이 사용된다. 김동인의 〈감자〉나 염상섭의 〈두 파산〉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방법은 후에 이른바 '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방식으로 발전되었는데, J. A. 조이스나 W. 포크너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을 경험하는 데 자신이 참가하고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한다. 즉 '자신을 숨기는 작가'나 '객관적인 서술'을 통해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마치 물이 흐르듯이 일련의 장면들을 전개시켜 독자가 대리 경험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
2. 거리
* 거리(distance)는 미학에서 먼저 구체화되었던 개념 단위로, 대상에 대한 주체의 시각을 효과있게 조절해 나가는 것을 뜻하였다. 다시 말해 대상과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었을 때 그 대상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느냐 하는 논의에서 이 개념이 비로소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미학에서는 '미적 거리'란 말을 썼는데 이것이 소설에 와서는 흔히 '심적 거리(psychic distance)로 바뀌어 불려지곤 하였다. 소설에서의 거리는 작가가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일정한 예술적 효과를 얻기위해 취하는 심적 지적 절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소설에서 말하는 거리는 다시 지적, 미적, 도덕적, 시간적 거리 등의 여러 측면으로 세분된다. 그런 거리는 구체적으로 누구와 누구 사이에서 설정될 수 있는 것인가? 부쓰는 이를 다섯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보았다.
1) 나레이터와 작가 사이의 거리
2) 나레이터와 작중 인물 사이의 거리
3) 나레이터와 독자들의 규범(도덕적,지적인 측면 등) 사이의 거리
4)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
5) 작가와 작중인물 사이의 거리
* 작가 혹은 나레이터와 작중 인물의 사이에 있어서 지나치게 거리가 있다보면, 진실감을 잃게 되고 작위적인 느낌을 주고, 불합리해진다. 이에 반해 근거리가 지나치면 그 작품은 너무 사적인 것이 되고 말아 예술 작품으로서의 자질이 그만큼 줄어들고 만다. 작가 혹은 나레이터가 작중 인물로부터 심적 도덕적 지적 등의 차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때의 소설은 한 마디로 자연미가 없는 관념소설의 유형으로 덜어지기 쉽다. 이와 반대로 너무 가깝게 있으면 그때의 소설은 사소설과 같은 것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좀더 요약해서 말한다면 작중인물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지나치게 따뜻하면 그때의 소설은 가깝게 될 것이며 너무 차가우면 논설에 가깝게 되고 만다.<조남현, 소설원론>
* 시점에 따른 거리
|
서술자와 작중 인물 |
독자와 작중 인물 |
1인칭주인공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
가깝다 |
멀다 |
1인칭관찰자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 |
멀다 |
가깝다 |
1. 1인칭 서술자
1) 1인칭 주인공 시점
등장 인물('나')가 서술자 자신이므로 독자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주며,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가 가까우며, 서술자와 독자의 심적 거리도 가깝게 된다.
2) 1인칭 관찰자 시점
주인공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긴장감과 경이감을 자아내며, 서술자가 주인공을 관찰하므로 주인공에 대하여 거리가 있고,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멀다.
2. 3인칭 서술자
3) 3인칭 관찰자 시점
서술자가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되므로 서술자와 등장인물의 거리가 멀고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도 멀다. 서술자가 개입하지 않고 등장인물을 독자의 눈앞에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인물과 독자의 거리는 가까워지게 된다.
4) 3인칭 전지적 시점
인물의 모든 것을 서술자가 다 알고 있으므로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는 가까우며, 독자도 서술자의 서술을 통해 인물에 대해 알게 되므로 거리가 가깝다.
<독자와 등장인물의 거리는 서술자와 인물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즉, 서술자가 등장 인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려 줄 때, 서술자와 등장 인물의 거리는 가깝게 되지만, 독자들은 자신이 인물에 대하여 생각하거나 다가가는 노력을 할 필요가 적어지므로 독자와 등장인물의 거리는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서술자가 등장인물에 대하여 객관적 태도,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을 때 독자들은 서술자의 관찰에 의해 보여지는 등장인물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추리하고 상상하고 판단하는 등의 심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하므로 거리가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
3. 소설의 서술 방법
* 산문의 기술 형태로는 흔히 설명, 논증, 묘사, 서사 등을 드는데 이 중 소설의 서술에 가까운 것은 '묘사'와 '서사'를 들 수 있다. 묘사는 사물과 일정한 현상에 대해 지배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해서 그들의 특질과 양상을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서사는 어떤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기술 태도이다.
* 소설의 서술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뉘어진다.
작가가 인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가가 직접 나서서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프리드 만은 전자를 보여주기(showing)이라 불렀고 후자를 말하기(telling)라 명명했다. 정확히 부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의 개념들은 우리가 흔히 써온 '묘사'에, 후자의 개념들은 '서사'에 각각 근접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 프리드 만은 말하기와 보여주기 사이의 차이에 대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개념들 사이의 차이에 대한 물음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하였다.
telling - 진술(statement), 논증(exposition), 서술(narrative), 외연(explicit),관념(idea)
showing - 추리(inference), 표상(presentataon), 극화(drama), 내포(implicit), 이미지(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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