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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구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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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구성

1.구성(plot)의 개념

구성은 흔히 어떤 사물의 짜임새를 말한다. 소설의 구성은 곧 소설 작품의 짜임새를 말한다. 영어의 '플롯'이란 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소설은 한 마디로 말해서, 어떤 배경 속에서 어떤 인물에 의해 전개되는 사건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사건의 전개 과정이 곧 소설의 중추를 형성하며, 이것이 구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전개 과정은 모든 소설이 시간 순으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현실에서는 모든 사건이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대기적으로 전개되는데도, 작품 소에 서술되는 사건은 예컨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제시된다.

(사건의 순서) abcdefghijklmnopqrstuvwxyz

(플롯의 순서) FABHIJERSTVYZ

이 도표는, 소설이 관련된 상황의 모든 사실을 다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선택되며, 이 선택이 완료되면 효과적으로 배열하게 되는데, 그 순서는 연대기적이 아니라, 작자의 창작 의도에 따른다. 위의 도표의 예에서는 a~z 중 아래의 것만이 선택되어 소설의 재료로 쓰였고, 그 순서는 본래의 순서와 다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줄거리와 구성의 개념이 도입될 수 있다.

E.M. 포스터 '소설의 양상'에서 = story와 plot의 차이

"스토리는 시간적 순서대로 배열된 사건의 서술이다.

플롯도 사건의 서술이지만, 인과 관계에 중점을 둔다.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하는 것은 스토리이지만, '왕이 죽자 왕비도 슬퍼서 죽었다.'하는 것은 플롯이다. 시간적 순서는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인과 관계가 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또 '왕비가 죽었다. 아무도 그 까닭을 몰랐다가 왕이 죽은 슬픔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한다면, 이것은 신비를 간직한 플롯이며, 고도의 발전이 가능한 형식이다.…… 왕비의 죽음을 생각할 때, 이것이 스토리에 나오면 'and'하지만, 플롯에 나오면 'why'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미의 문제에 부닥친다.…… 플롯은 소설의 논리적이고 지적인 단면이다.

한편의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사건)의 시간적 흐름에 따른 축적이 아니다. 그것은 작자가 의도한 목적지를 향해서 인과 관계에 의거하여 발전되어 나가는 과정이다. 또한, 그 제시도 효과를 고려하여, 시간의 선후 관계를 무시하고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똑같은 스토리가 여러 개의 플롯을 가진 소설로 나타날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요컨대, 플롯이란 소설 작품에 제시된 사건의 구조로서 주제를 구현하고, 예술미로 형성할 수 있도록, 논리적이고 인과적으로 배열된 사건의 구조이다.

노드롭 프라이는 플롯과 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구별하였다.

- 풀롯 : 차창을 통해 시선을 집중시키는 나무들과 집들(the area and houses that we focus our eyes on through a train window)

- 스토리 :앞마당에 내던져진 잡초와 돌들(the weeds and stone that rush by in the foreground)

이 비유는 플롯은 일종의 연속성을, 스토리는 개체성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는 것을 전한다.또한 플롯은 동적인 구조이며 스토리는 정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프라이는 플롯은 '총체적인 사건들의 연속 과정'이라고 정리하면서 스토리는 소리, 이미지 등의 흐름을 포괄한다는 뜻에서 플롯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구성'은 설계도에 비유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적절한 설계도가 없으면 좋은 건물을 기대할 술 없듯이, 소설에 있어서도 잘 짜여진 계획과 의도의 반영인 구성을 떠나서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가 없다.

이러한 구성은 넓은 의미로는 인물의 설정과 사건 전개, 분위기의 조성 등 한 편의 작품을 조직화하는 일체의 것을 가리키며, 좁은 의미로는 사건과 행위의 구조를 가리킨다.

구성이 작품 속에 나타난 행위의 구조라고 할 때, 그 행위는 단순한 사건 자체가 아니고 사건의 연속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인과 관계에 의해 연결된 일련의 사건들만을 포함하는 것으로 제한되어서 사용하고 있다. 즉, 다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가 되는 사건들, 그리고 주제 전달에 있어서 생략될 수 없는 그러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비가 억수처럼 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지붕을 벗길 듯이 불어 대었다. 나뭇가지가 우지끈 부러졌다. 아이가 울고 있다.'는 상황 속에서 사건의 요소들이 따로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고, 바람이 지붕을 벗길 듯이 불어 대더니 나뭇가지가 우지끈 부러졌다. 그러자 아이가 겁을 먹고 울기 시작했다.'라고 한다면 하나의 인과 관계가 형성되고 자연이 주는 공포라는 주제 의식을 가능케 한다.

구성은 또한 사건 전개에 논리성을 부여한다. 돌발적인 사건이나 행동은 복선을 사용하여 이를 합리화 시킴으로써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품은 통일성을 얻게 되고 구성은 주제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결국, 구성의 궁극적 목적은 주제의 효과적인 구현에 있다.

2.. 구성의 유형

= 구성의 기본 유형

* 사건 중심적 구성

사건의 발생과 해결을 주된 관심사로 하는 구성으로 대체로 하나의 사건을 단위로 삼아, 갈등의 발생·전개·해결의 과정을 다루며, 구성이 간결하고 주제가 명확하다.

* 인물 중심적 구성

인물의 출생으로부터 노년에 이르는 일생을 다루는 것을 특히 일대기(一代記) 형식이라 하며, 인물의 생애와 운명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기 때문에,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이 한 작품에 담기는 경우가 많다.

* 연대기적(年代記的)구성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다루는 구성으로 거대한 사회적 변화와 흐름을 그리는 데 적합하다.

= 구성의 유형

① 직선적 구성

구성의 유형 중 가장 단순한 방식이다. 어느 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이어 연속적으로 다른 사건이 이어진다. a→b→c 식으로 단일 사건이 추적되고 있다. 이 형태는 이야기에 통일성을 줌으로써 사건 진행과정이 명료하게 드러나지만 단순성을 면치 못한다. 그 예로 김동인의 '감자'를 들 수 있다.

② 복합적 구성

하나의 사건이 진행되는 중에 새로운 다른 사건이 일어나 먼저 사건에 결합되어 진행되다가,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면서 앞선 사건들에 연결되어 이야기가 엮어지는 형태가 있는데, 이를 복합적 구성이라 한다. 이는 삶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장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여러 개의 사건이 연결되지만 그 사건들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긴밀한 연락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어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진다. 그 예로 이광수의 '무정'이나 채만식의 '탁류'를 들 수 있다

③ 병렬식 구성

여러 사건이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되면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되어있는 것을 병렬식 구성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유형은 흥미 본위의 로망적인 소설에 많이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 속에 단계적 발전이 잇지만 그 에피소드들은 전체의 이야기 속에 부분으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끼리의 긴밀한 연락과 상관성은 적은 편이다. 그 예로 박태원의 '천변 풍경'을 들 수 있다.

④ 액자형 구성

작가가 직접 서술,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체험이나 사건을 서술하는 형태를 말한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내부 이야기와 외부 이야기로 분리된다.

김동인의 '배따라기'를 보면 '나'가 대동강변에서 배따라기를 부르는 사람을 만나면서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는 형식을 보여 주는데, 이것이 액자형 구성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겉의 이야기는 보통 1인칭의 시점이 되고, 중심적인 이야기는 3인칭의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독자와 작중 현실을 1인칭 서술자가 매개함으로써 실제감을 부여하는 장점이 있다.

보충설명 : 액자(額字) 구성

(1) 외부 이야기[외화(外話)] 속에 내부 이야기[내화(內話)]가 들어 있는 구성 방식

(2) 외부 이야기가 액자의 역할을 하고 내부 이야기가 핵심 이야기가 된다.

(3) 액자는 내부 이야기를 도입하고, 또 그것을 객관화하여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 주는 기능을 갖는다.

예) 박지원의 「옥갑 야화」, 김동인의「배따라기」·「광화사」, 김동리의「무녀도」·「등신불」등

사례 : 김동인의 '배따라기'

(가) "낮히디두 않는 십구 년 전 팔월 열하룻날 일인데요......"

하면서 그가 이야기한 바는 대략 이와 같은 것이다.

(나) 말을 끝낸 그의 눈에는 저녁 해에 반사하여 몇 방울의 눈물이 반짝인다./나는 한참있다가 겨우 물었다./"노형 계수는?"/"모르디오. 이십 년을 영유는 안 가 봤으니깐요."/"노형은 이제 어디루 갈 테요?"/"것도 모르디요. 덩처가 있나요?" 바람 부는 대로 몰려 댕기디오."/그는 다시 한번 나를 위하여 배따라기를 불렀다.

(가)는 외화(도입 액자)와 내화(액자)의 전이적 연결점이다. 그리고 뱃사공의 경험담(내화)이 전개되고 다시 (나)의 종결 액자 부분이 나타난다

참고 사항

*피카레스크식 구성 : 독립될 수 있는 여러 개의 이야기를 모아 전체적으로 보다 큰 통일성을 갖도록 구성하는 전개 방식

= 여러 기준에 따른 구성의 유형

단일 구성과 복합 구성 : 이야기의 수에 따른 분류

(1)단일 구성 : 단일한 사건으로 구성된 것으로 진행이 단순하다. 단편 소설의 경우에 많이 쓰인다. 예) 계용목의 「백치 아다다」

(2) 복합 구성 : 두 개 이상의 사건이나 플롯이 서로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구성이다. 장편소설에 많이 쓰인다. 예) 심훈의「상록수」

극적 구성과 직선적 구성 : 구성의 밀도에 따른 분류

(1) 극적(劇的)구성 : '견고한 구성'이라고도 한다. 사건이 다른 사건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긴장감 속에서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4단계, 5단계 구성을 충실히 지킨 구성이다. 유기적 구성에 해당한다.

(2) 직선적 구성 : '이완(弛緩)된 구성', 또는 '삽화적(揷話的)구성'이라고도 한다. 사건들이 서로 밀접한 관련성 없이 각각 독립적으로 산만하게 연결된 구성이다.

상승 구성과 하강 구성 : 주인공의 지향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른 분류

(1) 상승 구성 : 주인공이 지향하는 바가 독자가 보기에 성공하게 되는 구성. 즉 주인공이 고난을 겪다가 나중에 행복한 결말에 도달하는 것

(2) 하강 구성 : 주인공의 지향하는 바가 독자가 보기에 실패하게 되는 구성. 즉, 주인공이 행복한 상태에서 점차 불행한 상태로 전락하게 되는 구성

평면적 구성과 입체적 구성 : 사건의 진행 방식에 따른 분류

(1) 평면적 구성 : '진행적 구성'이라고도 한다. 사건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과거→현재→미래'의 순서로 진행시키는 것

(2) 입체적 구성 : '분석적 구성'이라고도 한다. 시간적 순서에 따르지 않고 사건의 분석 등으로 시간적 역전이 일어나는 구성이다. 심리 소설에 잘 쓰인다.

3.구성의 단계

 

구성은 소설의 뼈대이기 때문에 구성 속에 담기는 사건들과 그 사건들의 인과 관계 및 필연의 정도를 모른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 소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구성은 그 자신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반드시 시작과 중간과 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럴싸하고 논리적이어야 하며 때때로 우리를 놀라게 해야 한다.

①발단

발단은 인물이 소개되고 배경이 제시되며 기본 상황의 윤곽이 드러나는 소설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제시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장인님! 인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김유정, '봄 봄'>

'봄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주지 않고 인물의 성격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방법은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독자의 흥미를 사로잡기 위하여 분규의 원인이 되는 '성례(成禮)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

일반적을 발단에서는 위와 같이 배경을 설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위의 문장은 김첨지가 그날 겪을 삶의 내용과 결과를 결정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②갈등 (전개 - 위기)

작중 인물은 대립 세력의 행동이나 성격에 의하여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게 되고 그의 긴장감은 주로 행동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갈등은 절정을 향하는 상승 행동이라고 말해진다. 앞에 나온 발단의 이야기를 끌어안고 절정으로 치닫게 하는 여러 가지 요인을 제시하여야 하기 때문에 내용상으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③절정

작중의 상황이 최고조에 오르는 순간, 또는 독자의 감정적 반응이 최고점에 이르는 순간을 절정이라고 한다. 절정은 역전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상승 행동과 하강행동이 나누어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여러 이야기가 질서를 잡아가고, 대단원을 예감케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까짓 것!"

그는 발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머리를 찼다.

"자, 가자우, 가자우."

왕 석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섰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 얼른얼른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이 되놈, 죽어라. 이놈, 나 때렸디! 이 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구나."

그는 목을 넣고 처울면서 낫을 휘돌렸다. 칠성문 밖 외딴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왕 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짐작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이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김동인, '감자' >

가장 극적인 절정을 보여 주는 김동인의 '감자'이다. 복녀가 왕 서방을 찾아가 살해하려다가 오히려 살해되는 장면을 통하여 앞에서 보여 주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비극 소설은 대개의 경우 작중 인물의 꿈이 좌절되거나 죽음으로 끝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절정은 바로 그 파국의 예비 단계이다.

④결말

파국, 해결, 대단원이라고도 부른다. 등장 인물의 운명이 분명해지고 그의 실패나 성공의 전모가 드러나는 최종적인 단계이다. 결말에서는 구성상 세가지 양상 중에 하나로 나타날 수 있다. 그 하나는 죽음이거나 거기에 준하는 비극적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의 반전이며, 또 하나는 현실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비극적 사전은 보통 파국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 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자위를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였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릉어릉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

운수가 좋던 김 첨지에게 오늘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운수 없는 날이 되고 만다. 아내가 죽었기 때문이다. 위의 부분은 절정과 동시에 파국이라고 할 수 있다. 죽어 버린 아내를 바라보는 상황적인 인식으로 결말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4. 소설의 갈등

= 갈등의 개념과 기능

개인의 정서(情緖)나 동기(動機)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모순되어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으로 이는 인간의 정신생활을 혼란하게 하고, 내적 조화를 파괴한다.

= 발생 원인

문명생활은 정서의 표현을 제한하고, 충동의 만족을 제약(制約)한다. 가령 생활의 원시단계에서는 격분 끝에, 또는 두려운 나머지 적을 죽이는 일은 극히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다. 근대생활에서는 여러 가지 목적이나 이상이 서로 모순된다. 삶이란 바로 항쟁 그것이다. S.프로이트는 리비도(libido), 곧 넓은 의미의 성욕(性慾)은 사회의 풍습과 충돌하고 모순되므로 그 만족이 억압되어 무의식의 세계로 밀려나는 일이 많아 여러 가지 방위기제(防衛機制)나 신경쇠약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K.레빈의 심리학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것이 보통이다.

= 갈등의 유형

레빈에 따르면, 갈등은 다음의 세 가지 경우에 일어난다.

① 두 개의 플러스의 유의성(誘意性:끌어당기는 힘)이 거의 같은 세기로 동시에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 즉 다같이 매력있는 목표가 있는데, 어느 쪽을 택하면 좋을지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도시(圖示)하면 ‘+ ← 사람 → +’이다. 예컨대, 여성이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진퇴양난이 되어 있는 경우이다.

② 두 개의 마이너스의 유의성이 거의 같은 세기로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 즉 ‘- → 사람 ← -’이다. 앞은 낭떠러지요, 뒤에는 호랑이라는 경우이며, 어느 쪽으로 나아가도 화를 면할 수는 없다.

③ 플러스의 유의성이 동시에 마이너스의 유의성을 수반하는 경우이며, ‘±←→ 사람’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가령 시험에는 합격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다는 등의 경우이다. 이상은 유의성이 둘인 경우인데, 셋일 때도 있다.

소설에서는 갈등을 등장하는 등장 인물이 겪게 되는 대립적 관계로서 개인의 어떤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대립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본다.

갈등의 기능은 갈등은 인물의 정서 생활을 혼란하게 하고 내적 조화를 파괴하기도 하면서, 결국 주인공의 내적·외적 관계를 규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2. 갈등의 양상

(1) 한 개인 내면에서의 갈등 : 개인 내부의 심리적인 모순 대립에 의한 내적인 갈등

성진이 여덟 선녀를 본 후에 정신이 자못 황홀하여 마음에 생각하되

'남애(남자가) 세상에 나 어려서 공맹의 글을 읽고, 자라 요순 같은 임금을 만나, 나면 장쉬(장수가) 되고 들면 정승이 되어, 비단 옷을 입고 옥대를 띠고 옥궐에 조회하고, 눈에 고운 빛을 보고 귀에 좋은 소리를 듣고 은택이 백성에게 미치고, 공명이 후세에 드리움이 또한 대장부의 일이라. 우리 부처의 법문은 한 바리 밥과 한 명 물과 두어 권 경문과 일백여덟 낱 염주뿐이라. 도덕이 비록 높고 아름다우나 적막하기 심하도다.'

생각을 이리하고 저리하여 밤이 이미 깊었더니, 문득 눈앞에 팔 선녀 섰거늘, 놀라 고쳐 보니 이미 간 곳 없더라.

해설 : 김만중의 구운몽이다. 불도를 닦던 성진이 팔 선녀를 만난 후, 속세의 부귀 공명과 불도의 적막함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장면이다.

(2)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 : 주인공과 주인공의 대립적인 인물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

아, 이년아 ! 남의 닭 아주 죽일 터이냐?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꽤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 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닭을 내팽개친다.

예이 더럽다 ! 더럽다 !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한 계집애년 같으니 !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매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라고 하는 것은 암탉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무찌똥을 찍 깔겼는데 그걸 본다면 알집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해설 : 김유정의 동백꽃이다. 닭을 소재로 하여 나와 점순이와의 대립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3)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 : 주인공과 주인공이 속해 있는 사회적 환경과의 갈등

인텔리‥‥‥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이 대학이나 전문 학교의 졸업 증서 한 장을, 또는 조그만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가는 인텔리‥‥‥ 뱀을 본 것은 이들의 인텔리다. 부르주아의 모든 기관이 포화 상태가 되어 더 수효가 아니 느니 그들은 결국 꾀임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우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텔리가 아니었으면 차라리 ‥‥‥ 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텔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나오는 것이 99%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요 무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해설 : 채만식의 '레디메이디 인생'이다. 인텔리인 등장 인물과 인텔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사회 사이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4) 인간과 자연 사이에 갈등 : 등장인물과 이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자연 현상과의 갈등

군데군데 좀구멍이 나서 썩어가는 기둥이 비뚤어지고, 중풍 든 사람의 입처럼 문조차 돌아가서‥‥‥ 북쪽으로 사정없이 넘어가는 오막살이 앞에는, 다행이 키는 낮아도 해묵은 감나무가 한 주 서 있다. 그러나 그게라야 모를 낸 후 비 같은 비 한 방울 구경 못한 무서운 가뭄에 시달려 그렇지 않아도 쪼그라졌던 고목 잎이 볼 모양 없이 배배 틀려서 잘못하면 돌배나무로 알려질 판이다. 그래도 그것이 구십 도가 넘게 쪄 내리는 팔월의 태양을 가리워, 누더기 같으나마 밑둥치에는 제법 넓은 그늘을 지웠다. 그걸 다행으로 깔아 준 낡은 삿자리 위에는 발가벗은 어린애가 파리똥 앉은 얼굴에 땟물을 쪼르르 흘리며 울어댄다. 언제부터 울었는지 벌써 맥진해서 울음 소리조차 잘 아니 나왔다.

해설 : 김정한의 사하촌이다. 극심한 가뭄이라는 자연 현상과 이에 시달리는 인간과의 갈등이 나타나 있다.

(5) 인간과 운명과의 갈등 : 한 개인이 인간의 조건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

그의 발 앞에는, 물과 함께 갈리어 길도 세 갈래로 나 있었으나, 화갯골 쪽엔 처음부터 등을 지고 있었고, 동남으로 난 길은 하동, 서남으로 난 길이 구례, 작년 이맘때도 지나 그녀가 울음섞인 하직을 남기고 채장수 영감과 함께 넘어간 산모퉁이 고갯길은 퍼붓는 햇볕 속에 지금도 환히 장터 위를 굽이 돌아 구례 쪽을 향했으나, 성기는 한참 뒤 몸을 돌렸다.. 그리하여 그이 발은 구레 쪽을 등지고 하동 쪽을 향해 천천히 옮겨졌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서, 멀리 버드나무 사이에서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고 서 있을 그의 어머니의 주막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 무렵이 되어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다.

해설 : 김동리의 역마이다. 이 소설은 역마살이라는 운명관에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운명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운명에 순종함으로써 인간의 고뇌를 극복하고 구원된다.

(6) 기타 갈등 구조

1.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물질,폭력,전쟁)사이의 대립

2.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대립

3. 낡은 것과 새 것 사이의 갈등(구세대와 신세대, 보수와 진보의 대립)

4. 전통적·토속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 사이에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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