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소공녀 / 버넷

by 송화은율
반응형

소공녀 / 버넷

 

민친 교장이 교실로 들어와, 낯선 여자 아이를 소개하였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공부할 새 친구예요. 인도에서 온 세 라 크루 양입니다."
세라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세라의 아버지는 영국군 대위로 인도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라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영국에 있는 학교에 입학시킨 것입니다.
세라의 아버지는 학교에 돈을 많이 냈습니다.
"세라는 우리 학교의 보배야."
민친 교장은, 세라에게 학교에서 가장 좋은 방을 쓰게 하였습니다.
"세라는 부잣집 딸인데도 잘난 체 안 해서 좋아."
세라가 상냥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하자, 주위에 늘 친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세라는 하녀들에게도 친절하였습니다.
하루는 세라가 공부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보니, 하녀인 베키가 의자에 기대어 자고 있었습니다. 청소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든 모양입니다.
"아이, 가엾어라. 얼마나 피곤했으면 청소를 하다 말고 잠이 들 었을까?"
세라는 베키가 깰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 뒤로, 세라와 베키는 친하게 지냈습니다.
세라의 열한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생일 잔치가 열렸습니다.
"야, 굉장히 크고 멋진 인형이야!"
세라 아버지가 보낸 인형을 보고 모두들 감탄하였습니다.

그 때, 응접실에서는 세라 아버지의 변호사가 민친 교장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세라 양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친구가 하는 광산에 전 재산을 털어 넣었는데 실패하여 친구가 도망가자, 그 충격으로 그만……."
"생일 잔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세라를 불러 와!"
얼마 후, 이미 얘기를 전해 들은 세라가 검은 옷을 입고 들어왔습니다.
"세라, 이제 너는 돈도 없고 돌봐 줄 사람도 없는 거지나 다름 없어.
만일 네가 이 학교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일한다면, 이 곳에 있게 해 주겠다.
그러나 난 언제든지 널 쫓아 보낼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세라는 하루 아침에 하녀가 되었습니다.
다락방으로 쫓겨나고, 친구들과도 멀어졌습니다.
베키만 변함 없이 세라를 따르고 좋아하였습니다.
"세라, 어서 시장에 다녀오너라."
"세라, 이 물건을 전하고 오너라. 꾸물거리지 말고 곧 돌아와야 해!"
세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심부름을 하였습니다.

학교의 옆집에 한 신사가 이사를 왔습니다.
그 신사는 얼굴이 병자 같았으며, 우울해 보였습니다.
"인도에서 살았다는데, 무척 부자래요. 그런데 건강이 안 좋은가 봐요."
사람들 사이에 이런 소문이 돌았습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인도인 하인이 신사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세라는 그 이웃이 괜히 좋았습니다.
어느 날, 인도인 하인이 원숭이를 안고 다락방 창에 나타났습니다.
세라와 인도인 하인이 눈이 마주치자, 둘 다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인도인 하인이 안고 있던 원숭이가 세라의 방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저 원숭이를 어떻게 잡죠?"
세라가 인도말로 묻자, 그 하인은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습니다.
둘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신사는 캐리스포드 씨로, 친구의 딸을 찾고 있었습니다.
캐리스포드 씨는 친구와 함께 인도에서 큰 사업을 벌였습니다.
사업이 어렵게 되자, 마침 열병에 걸려 있던 친구가 충격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의 딸은 반드시 찾아야 해."
캐리스포드 씨는 친구의 딸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어느 날, 세라는 심부름을 가다가, 비가 내려 진흙투성이가 된 길에서 돈을 주웠습니다.
"혹시 돈을 잃어버리지 않으셨어요?"
"아니, 안 잃어버렸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것 같으니, 네가 가지렴. 그래, 빵을 사겠니?"
세라는 빵을 샀습니다.
그러나 빵가게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불쌍한 거지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지치고 피곤한 몸으로 다락방에 들어선 순간, 세라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봐!"
난로에는 불이 타오르고, 식탁 위에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침대에는 따뜻한 이불이 덮여 있고, 책도 놓여 있었습니다.
언젠가 세라의 방에 들어와 본 인도인 하인의 말을 듣고, 캐리스포드 씨가 시킨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세라가 다락방에 올라와 보니, 원숭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아니, 원숭이가! 아, 너 옆집 아저씨네 원숭이로구나."
세라는 원숭이를 안고 옆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아저씨네 원숭이가 제 방에 들어왔어요. 다락방 창문으로 들어 왔나 봐요."
"고마워요, 아가씨. 그런데 주인님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으시답니다."

세라는 캐리스포드 씨가 있는 방으로 갔습니다.
"옆 학교 학생이냐?"
"아니어요. 처음엔 그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런 데 아버지가 믿던 친구분이 돈을 다 가져가셨대요. 그래서 전 돈 한푼 없는 외톨이가……."
"뭐라고? 네 아버지 이름이 뭐지?"
"랄프 크루예요. 크루 대위라고 하죠."
그 말에 캐리스포드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제야 너를 찾았구나! 내가 바로 네 아버지 친구였어.
일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결국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지."
세라는 자기의 방을 꾸며 주고, 매일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주도록 한 사람이 캐리스포드 씨란 것도 알았습니다.
세라는 캐리스포드 씨와 한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늘 상상만 하던 공주님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