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 / 안데르센
by 송화은율반응형
성냥팔이 소녀 / 안데르센 |
오늘은 섣달 그믐날,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몹시 추운 날이었습니다. 해가 지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성냥 좀 팔아주세요!” 한 어린 소녀가 길거리에서 성냥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에, 커서 헐렁거리는 신을 신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있었습니다. 눈은 계속해서 사정없이 퍼붓고, 차가운 바람은 더욱 매섭게 불어왔습니다. 성냥을 팔아 달라고 사정하는 소녀의 소리에, 사람들은 흘깃 쳐다볼 뿐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가엾은 소녀는, 배가 고파서 눈 위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소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애원했습니다. “부탁이에요. 성냥 한 묶음만 팔아주세요.”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도 소녀의 성냥을 팔아주지 않았습니다. “아저씨, 성냥 사세요.”소녀의 목소리는 점점 가냘퍼졌습니다. 얼어서 푸르죽죽해진 다리로 간신히 일어선 소녀는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습니다. 밤이 늦어 이제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소녀의 어머니는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집에는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성냥을 팔아 가지고 가지 않으면 소녀를 마구 때렸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덜커덩거리면서 마차 한 대가 재빠르게 달려왔습니다. “이랴, 이랴!” “앗!” 놀란 소녀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마차를 피했습니다. 그 바람에 떨어뜨린 성냥 바구니가 마차 바퀴에 깔려 찌그러져버렸습니다. 성냥 알맹이는 사방으로 흩어졌고, 신고 있던 신발도 없어졌습니다. 어디있나 하고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니, 길 저쪽에 나동그러져 있었습니다. “아, 저기 있다!” 이때, 한 개구쟁이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와, 신발을 주웠다!” 그 소년은 신발을 가지고 달아났습니다. “그건 내 신이야. 내게 돌려줘. 제발 부탁이야. ” 소녀가 애원했으나, 개구쟁이 소년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달아났습니다. 소녀는 하는 수없이 맨발로 차가운 눈길을 걸어갔습니다. 성냥은 주머니에 있던 한 묶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아빠가 꾸중을 하실텐데, 어쩌나!” 술주정뱅이 아버지한테 얼마나 혼이 날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소녀는 걱정이 되어 눈앞이캄캄했습니다. 가엾은 소녀의 머리위로 눈은 계속 펑펑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아이, 추워라! 웬 눈이 이렇게 많이 쏟아질까?” 소녀의 발은 꽁꽁 얼어 아무런 감각이 없었습니다. 소녀는 꽁꽁 언 작은 손에 ‘후욱’하고 입김을 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언 발을 질질 끌며 한참을 갔습니다. 가다 보니, 환한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집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섰습니다. 집안에서는 밝은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하하하…….”“호호호…….” 소녀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슬픈 듯이 중얼거렸습니다. “아, 나도 엄마가 살아 계셨으면…….” 소녀는 열린 커튼 사이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방 안에서는 활활 타는 난로를 둘러싸고, 온 가족이 즐겁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자, 더욱 배가 고팠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나도 저런 음식을 먹었는데…….” 소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저런 귀여운 장난감을 가져봤으면…….’ 소녀는 그 집 아이들이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엄마, 그리고 다정하셨던 할머니, 왜 저만 남겨놓고 하늘 나라로 가셨어요?” 소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 내리면서 이내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방 안에서는 식사가 끝나고 불이 꺼졌습니다. 갈 곳도 없고, 이젠 지칠대로 지친 소녀는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신문지를 주워서 깔고, 그 집계단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손이 무척 시린 소녀는 두 손을 모아 입김을 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입김을 불어도 꽁꽁 언 손은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아, 그래! 성냥불로 녹이면 되겠구나.’ 소녀는 가지고 있던 성냥을 켜서 몸을 녹일 생각을 했습니다. 손이 곱아서 간신히 성냥 한 개비를 뽑아서 불을 켰습니다. 성냥불이 소녀의 꽁꽁 언 작은 손을 약간 녹여 주었습니다. 이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성냥의 마지막 불꽃이 ‘확’하고 타오르더니, 불이 활활 타는 뜨거운 난로가 소녀의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어머나, 난로다!” 소녀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소녀는 얼른 꽁꽁 언 발을 녹이려고 난로에 발을 뻗었습니다. 그러자 난로가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성냥이 다 타버린 것이었습니다. “어머, 난로가 없어졌네!” 소녀는 성냥 한 개비를 더 뽑아 다시 불을 켰습니다. 불꽃이 환하게 일었습니다. 이번에는 불꽃 속에서 맛있는 음식이 잔뜩 차려진 식탁이 나타났습니다. “아, 이번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네! 이렇게 훌륭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은 처음이야.” 소녀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맛있는 거위 통구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보였습니다. “아, 맛있겠다!” 소녀는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몹시 배가 고팠던 소녀는 음식을 집어먹으려고 손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등에 나이프와 포크가 꽂힌 거위 통구이가 소녀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앗!” 소녀는 깜짝 놀라 몸을 피했습니다. 그 바람에 거위 통구이도,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소녀는 안타까워 한숨을 쉬었습니다. 소녀는 또 한 개비 성냥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불꽃이 확 타오르자, 주위가 마치 대낮처럼 밝아졌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나타났습니다. “아, 크리스마스 트리다! 할머니와 엄마가 만들어주신 트리보다 더 크고 훌륭하네!” 소녀는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 트리에 여러 가지 색깔의 초가 아름답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갖가지 모양의 예쁜 장식물들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 따스한 촛불이구나. 손을 좀 녹여야지.” 소녀는 꽁꽁 언 손을 촛불 쪽을 향하여 내밀었습니다. 소녀가 손을 댄 그 순간, 촛불들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한 줄로 늘어서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아름답기도 해라! 촛불이 하늘 나라로 올라가네.” 소녀는 넋을 잃고 촛불의 행렬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촛불은 계속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갔습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촛불은 마침내 밤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예쁜 별이 되었습니다. 소녀가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동안에, 어느새 눈이 그치고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별 가운데 하나가 긴 빛의 꼬리를 끌며 떨어져갔습니다. “앗, 별똥이다! 누군가 죽어서 하늘 나라로 가는가 보다.” 언젠가 할머니께서, 별이 하나 떨어지는 것은 누군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소녀는 새삼스럽게 상냥했던 할머니가 그리워졌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도 하늘 나라에 계시죠? 저도 할머니 계신 곳에 가고 싶어요.” 소녀는 다시 한 번 성냥 한 개비를 꺼내어 불을 켰습니다. ‘확’하고 불꽃이 일었습니다. 이번에는 불꽃 속에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할머니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할머니, 왜 저를 혼자 두고 가셨어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소녀는 와락 울음을 터뜨리며 할머니 품에 안겼습니다. “오, 그래! 나도 네가 무척 보고 싶었단다.” 할머니는 소녀를 꼭 껴안고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얘야,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 소녀는 따스한 할머니 품에 안겨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슬펐던 일, 괴로웠던 일을 모두 말했습니다. “오, 그랬었구나! 가엾기도 하지!”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할머니, 이제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저와 함께 있어요.” 소녀는 할머니 가슴에 매달려 애원했습니다. 그런데 성냥불이 점점 약해지자, 소녀를 껴안은 할머니 팔의 힘도 약해져갔습니다. 순간, 소녀는 성냥불이 꺼져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성냥불이 꺼지면 난로나 맛있는 음식처럼 할머니도 사라지고 말 거야.’ 소녀는 안타까웠습니다. ‘난 싫어. 할머니도 엄마도 안 계시니까 매일 배가 고파. 아버지한테 매만 맞고. 할머니를 놓쳐서는 안돼.’ 할머니의 팔에서 더욱 힘이 빠졌습니다. “할머니, 혼자 가시면 안 돼요!” 소녀는 소리치며 할머니 품에서 빠져나와 급히 나머지 성냥을 모두 한꺼번에 켰습니다. 그러자 성냥 다발에 불이 ‘확’하고 붙었습니다. 사방이 대낮처럼 밝아지고, 소녀를 껴안은 할머니의 팔의 힘이 다시 세어졌습니다. “내 귀여운 손녀야, 우리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구나.” 할머니의 얼굴에는 인자한 웃음이 떠올랐습니다. 소녀도 웃으며 할머니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몸이 하늘로 둥실 떠올라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 하늘 나라로 가는 거란다. ” 소녀와 할머니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향해 점점 높이 올라갔습니다. “하늘 나라에 가면 엄마도 만날 수 있나요?” “그렇고말고. 하늘 나라에서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 소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윽고 두 사람이 구름 위에 올라가자, 사방이 무지개 빛깔로 빛났습니다. “아, 아름답다! 여기가 하늘 나라예요, 할머니?” “그래, 다 왔다.” 거기에는 소녀가 매일 꿈에 본 그리운 어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소녀는 마침내 어머니의 품에 안겼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새해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갔습니다. 이때, 사람들이 어느 집 계단 앞에 쓰러져 있는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아니, 웬 아이가 눈 위에 쓰러져 있네.” “어서 의사를 불러와야겠다.” 급히 달려온 의사가 소녀를 진찰했습니다. 잠시 후 의사는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저었습니다. “참 안된 일이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가엾게도 이 아이는 이 성냥으로 몸을 녹이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아유 불쌍해라! 설날 아침인데 맨발로 얼어죽다니…….” “이 소녀는 어젯밤에 성냥을 팔던 아이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성냥을 팔아주는건데…….” “그래요. 우리가 너무 냉정했어요.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 아이가 죽은 거예요.” 사람들은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그러나 소녀의 얼굴에는 슬픔도 괴로움도 없었습니다. 하늘 나라에서 어머니를 만난 기쁨의 미소가 아직도 소녀의 얼굴에 감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틈에 끼여 슬피 울고 있던 한 소녀가 자기의 외투를 벗어 편안히 잠들어 있는 소녀를 덮어주었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왈칵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나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해줄 것을 하느님께 맹세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의 싸늘한 몸을 안고 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불쌍한 소녀가 하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십시오.” 마을 사람들은 하느님께 진심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소녀는 하늘 나라의 할머니와 어머니 곁에서, 마을 사람들의 착한 마음씨에 감사하며, 그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빌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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