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설중매(雪中梅)

by 송화은율
반응형

설중매(雪中梅)

 

 

 요점 정리

 

 연대 : 조선말기 융희 2년(1908)
 작자 : 구연학이 일본 개화기 작가 스에히로 뎃죠의 작품을 번안
 형식 : 신소설, 정치 소설, 번안 소설
 사상 : 개화 사상
 작자 : 구연학
 주제 : 신교육과 새로운 결혼관
 의의 : '설중매'를, 무대와 인물을 한국으로 바꾸어 설정하고 당시의 사회에 맞게 번안한 소설이다. 대표적인 사회 소설의 하나로서 개화기의 신소설 창작면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전편이 15회로 구분되어 있는 이 작품의 표지에는 ' 정치 소설'이라 명기되어 있다. 아마도 그것은 당시 독립 협회를 중심으로 한 정당 정치의 사상이 배경이 되어 사건을 이끌어 나갔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작자에 대한 이설로 천태산인의 '조선소설사'에는 이인직이 신국 '설중매'를 상연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회동서관판에는 저술자가 구연학, 교열자가 이해조로 되어 있어 이 작품의 번안자는 구연학이 확실한 것 같다.

 

 

 줄거리 : 개화기의 선구적 지식인인 이태순과 역시 신학문을 익힌 신여성인 매선은 당시의 격동하는 정치·사회를 무대로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정치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주위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마침내 가약을 맺는다. 주인공 장매선은 개화 사상에 젖은 부친을 잃고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부친이 신교육을 받은 심랑이란 청년을 배필로 정해 주었기 때문에 의숙의 권유를 물리치고 2 ~ 3년 동안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 때 심랑은 국사범으로 피신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선은 독립회관에서 열린 정치 연설을 들으러 갔다. 연사는 이태순이란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배필인 심랑과 그 용모가 닮았다. 그 후, 매선은 이태순에게 익명으로 돈을 보내어 그를 후원한다.

 

그러나 이태순은 경찰에 검거되었고 그 때문에 그가 자기의 배필인 심랑과 동일인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길이 없게 된다. 한편, 이태순은 출옥하여 북한사·문산·일산 등지로 떠돌아다니게 되었고 매선과도 가끔 만났으나 그가 심랑과 동일인이라는 것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매선의 의숙이 매선에게 중매중이던 남자의 유산을 자기 앞으로 돌려 놓고 정략 결혼을 시키려 했다. 일이 이렇게 다급하게 되자 매선은 어쩔 수 없어 이태순을 편지로 부르게 된다. 그래서 매선의 집으로 오게 된 이태순이 매선의 방 책상 위에 얹혀 있는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 오래 전에 정혼했던 사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태순이 곧 심랑의 가명이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결국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된다.

 

 

내용 연구

 

 

 

 이해와 감상

 

 구연학(具然學)의 번안소설 ( 飜案小說 ). 1908년 회동서관 ( 匯東書館 )에서 발행하였다. 원작은 1886년에 발표된 일본 작가 스에비로(末廣鐵腸)가 지은 것으로 일본 개화기의 정치소설이다.

 

원작 〈설중매〉는 상편 7회, 하편 8회의 모두 15회로 된 장회소설(章回小說)이며, 구연학이 번안한 〈설중매〉는 상하편의 구분 없이 15회로 나뉘어 있다.

 

또한 원작자는 〈설중매〉의 속편인 〈화간앵 花間鶯〉 3권을 써서 전후 5권으로 지어냈으나 구연학의 〈설중매〉는 속편이 없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새 시대의 선구적 지식인인 이태순은 당시의 격동하는 정치사회를 무대로 자유와 독립을 위한 정치운동을 벌인다. 한편 여주인공 장매선도 신학문을 익힌 신여성으로 주위의 온갖 불의와 권모에 굴하지 않고 개화운동을 벌이며, 어버이의 유언을 따라 마침내 이태순과 가약을 맺기에 이른다.

 

스에히로의 〈설중매〉와 구연학의 〈설중매〉를 비교하여보면, 줄거리는 흡사하나 한쪽이 번안이므로 무대와 등장인물이 달라졌다.

 

또 일본의 〈설중매〉는 일본의 미래상을 예상하여, 그 미래의 시점에서 1884년경의 일본 사회를 회고하여 그리는 방법으로 구상한 데 비하여, 우리 나라의 〈설중매〉는 갑오경장 후의 우리 나라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도 청년 정객의 대부분을 독립협회 ( 獨立協會 )의 회원으로 하고, 무대도 일본의 하코네(箱根) 온천 복주루(福住樓) 대신에 백운대 ( 白雲臺 ) 북한사(北漢寺)로 대치되고 있다.

 

번안작품이라고는 해도, 근대적 민주정치를 주장하는 인물들이 점진적 개혁을 내세우고 현실을 개혁하는 구체적 서사의 과정은 제시되지 못하였다.

 

이 작품은 그 내용 속에서 연희개량(演戱改良)에 대하여 논하고 있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곧, 잡설(판소리)·꼭두· 무동 ( 舞童 ) 등을 보기로 들어 역사의 선악과 시세의 가부를 재미있게 형용한 뒤에라야 외국 사람에게도 조소를 면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참고문헌≫ 新小說硏究-雪中梅-(全光鏞, 思想界, 1955), 韓國演劇史硏究(李杜鉉, 서울대학교출판부, 1966).

 

 

  심화 자료

 

 구연학(具然學/?~?)

 한말 개화기의 신소설 작가. 1908년(융희 2) 일본 개화기의 작가 스에히로[末廣鐵腸]의 원작 소설 《설중매(雪中梅)》를 무대와 인물을 한국으로 바꾸어 당시의 현실에 맞게 번안하여 개화기의 소설에 큰 영향을 끼쳤고, 약간의 정치논설(政治論說)도 발표하였다.

 

 

 번안소설(飜案小說)  

 외국어로 된 원작의 줄거리를 대체로 살리면서 자국(自國)의 언어와 전통적 유형으로 개작한 소설. 이 때 자국의 언어란 상정된 독자가 사용하는 쉬운 표현을 말하며, 전통적 유형이란 자국의 인명 · 지명 · 인정 · 풍속 등에 따르는 공통된 특질을 말한다.

 

번안은 일반적으로 번역 · 모방 · 표절 등의 문학 행위와 혼돈하기 쉬운 개념이다. 이들 모두가 의도적이라는 점은 같으나 원작을 이용하는 방법, 개작자의 창조성에 따라 각각 분별되는 개념이다.

 

번안은 두 언어 사이의 이행(移行)을 뜻하는 번역보다 자유롭게 개작되며 기술 습득의 의도적 방법인 모방보다 창조적이다. 더구나 남의 작품을 자작(自作)인 양 훔쳐오는 표절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한국 문학의 경우 중국 소설을 번안한 고전소설이나 서양 작가의 작품을 개작한 개화기 번안소설이 다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 태평광기 太平廣記 ≫ 에서 취재한 가전(假傳)의 번안이 보이고,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 삼언이박 三言二拍 ≫ 에서 취재한 번안도 나타났다. 그리고 〈 삼국지연의 三國志演義 〉 나 〈 수호지 水滸志 〉 등 수많은 중국 소설의 수용이 많은 개작을 낳았다.

 

이러한 번안소설이 또다시 유행한 것은 개화기 때이다. 원작은 중국 문학에서 주로 일본 문학과 서구 문학으로 바뀌었다. 이는 외국의 문물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대의 수용 과정에서 흔히 보이는 문학의 초기 현상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번안소설은 개작자가 대체로 원작에 집착하는 방식과 원전으로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방식의 두 가지 양상이 있다. 그것은 주로 줄거리 · 배경 · 주제 · 인물 · 인정 · 풍속 등의 면에서 원작과 비교하여 나타나는 양상이다. 따라서 개작 작품의 구성이나 문체는 각 시대의 자국 문학의 특징을 반영해주는 전형적인 예가 된다.

 

박이양(朴 蓬 陽)의 〈 명월정 明月亭 〉 을 예로 들어보면, 줄거리의 중요부분이나 인물의 역할과 성격은 원작인 〈 채소저인욕보구 蔡小姐忍辱報仇 〉 와 일치된다. 그러나 풍속과 수사, 주제나 문체에서는 자국 문학의 전통적 유형을 특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번안소설이 가장 왕성하였던 개화기의 작품들의 상황은 대체로 다음의 〔 표 〕 와 같다.

 

이러한 번안소설의 문학사적 의의에 대하여서는 지금까지 외국문학의 모방이나 전통의 단절이라는 각도에서의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견해는 김태준(金台俊)으로부터 임화 ( 林和 ) · 백철 ( 白鐵 ) · 조연현 ( 趙演鉉 ) · 전광용 ( 全光鏞 ) · 김윤식 ( 金允植 ) 등의 문학사에서 일관되어왔다. 최근에는 이재선(李在銑) · 서대석(徐大錫) · 이혜순(李惠淳) · 최숙인(崔淑仁) 등이 비교문학적 관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곧, 번안소설은 처음으로 소개되는 외국 문학의 번역이 주는 이질감을 해소하고 친숙함을 느끼게 하여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수용의 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수용 방식은 바로 자국 문학의 전통적 유형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번안 작품이 원전의 어떠한 점을 개작하였으며 또 그것이 전통성의 어떠한 맥락에 이어지는가, 또 그 방법과 이유는 무엇인가가 자국 문학의 특질을 설명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번안소설의 자국 문학의 맥락에서의 위치나 이와의 관계는 문학사의 형성에서 긴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번안소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개개 작품에 대한 비교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입증될 앞으로의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로는 〈 소지현나삼재합 蘇知縣羅衫再合 〉 계 번안소설을 다룬 서대석, 〈 행락도 行樂圖 〉 를 다룬 이혜순, 〈 명월정 〉 · 〈 두견성 〉 · 〈 해왕성 〉 을 다룬 최숙인, 〈 장한몽 〉 을 다룬 이재선의 ≪ 한국개화기소설연구 ≫ 가 있지만 더욱 많은 연구가 요청된다. 또한 고전시대의 번안소설에 대해서도 폭 넓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韓國開化期小說硏究(李在銑, 一潮閣, 1975), 韓國近代飜譯文學史硏究(金秉喆, 乙酉文化社, 1975), 韓中小說說話比較硏究(金鉉龍, 一志社, 1976), 韓國古典小說에 미친 明代短篇小說의 影響(신동일, 서울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85), 蘇知縣羅衫再合系번안소설연구(徐大錫, 東西文化硏究 5, 계명대학, 1973), 新小說 〈 明月亭 〉 의 飜案樣相(徐大錫, 國語國文學 72 · 73합병호, 1976).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