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주전(鼠大州傳)
by 송화은율서대주전(鼠大州傳)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권 1책. 한문 필사본. 이 작품은 문선규본(文璇奎本)과 ≪ 문장 文章 ≫ (제2권 제4호)에 수록된 것이 있는데, 이 두 작품은 동일계 이본이다. 쥐들의 소송사건을 소재로 한 의인소설은 이 작품 외에도 국문본인 〈 서동지전 鼠同知傳 〉 , 한문본인 〈 서옥기 鼠獄記 〉 가 있는데, 이들은 소재만 비슷할 뿐, 주제나 구성이 판이하여 각기 다른 작가가 쓴 별개의 작품들이다.
중국 농서 소토산 바위 속에 큰 굴이 있어 수많은 종류의 쥐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 큰 쥐를 서대주(鼠大州)라 하였다. 하루는 서대주가 쥐들을 모아놓고, 흉년으로 인해 창고가 비었으니 앞으로 살아갈 묘책을 묻는다. 작은 쥐 한 마리가 나서서 남악산 타남주( 潑 南州)의 무리들이 월동용으로 밤 50석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훔쳐 오자고 말한다. 이에 서대주는 장사 50명을 골라 보낸다.
이때 타남주 일행은 산에서 밤 50석을 모아 가지고 돌아와 향연을 베풀어 즐기다가 모두 술에 취하여 쓰러져 잔다. 이 틈을 타서 쥐들은 밤 50석을 비롯한 온갖 보물을 탈취해 간다. 입고 자던 옷까지 빼앗긴 타남주의 무리들은 이것이 소토산의 강도 서대주 무리들의 소행임을 확인하고 관가에 고소한다.
타남주의 고소장을 받은 원님은 즉시 형리를 보내어 서대주를 잡아오게 한다. 형리가 서대주를 포박하여 끌고 나오려 하자, 서대주는 그를 성대하게 대접하고 뇌물까지 준다. 이로 인해 서대주는 자기 마음대로 의관을 정제하여 화려한 차림을 하고는, 나귀를 타고 유유히 형리를 따라 관가로 간다.
원님이 서대주를 국문하려 했으나 이미 날이 저물어 서대주를 옥에 가둔다. 밤에 서대주는 옥리에게 많은 돈을 주어 큰 칼을 풀고 편히 쉰다. 다음날, 원님이 서대주를 국문하는데, 서대주는 태연히 앉아서 교묘하게 말을 꾸며서 조리있게 대답하고 타남주의 고발은 날조라고 말한다. 이에 속아 넘어간 원님은 서대주를 술로 대접하여 돌려보내고, 오히려 타남주를 무고죄로 잡아들여 유배보낸다.
그 뒤 서대주는 여러 여자를 취해 자손이 번성하여 도처에 살았으나, 도둑질로 생활하니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죽여 버렸고, 타남주는 선량하고 곧으며 벌을 받았으나 원망하지 않았으며, 나무 열매를 먹고 화곡(禾穀)을 해치지 않으니 사람들이 보면 귀여워하였다.
이 작품은 쥐들의 소송사건을 통해 인간사회, 특히 조선시대 양반들의 위선적인 생활태도와 당시 재판관의 무능을 풍자, 폭로하고 있다. 죄인과의 뇌물수수 등의 묘사는 당시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풍자하려는 작자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은 서대주 · 타남주 · 원님이다. 서대주는 조선 말엽 몰락한 양반을 비유한 것으로서, 그의 탈취행위는 양반이 벼슬을 하지 못하여 생활의 방도를 타개하지 못하고 놀고 먹다가 궁해지면, 양반이라는 권세만 믿고 평민들을 억압하여 재산을 강탈하는 것을 상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타남주는 선량하고 정직하여 죄가 없어도 억울하게 벌을 받는 평민들을 대변한다. 원님은 무능하여 잘잘못을 판단하지 못하고 오판을 내리는 당시의 무능한 재판관을 풍자, 폭로하는 역으로 등장한다.
이와 같이, 서류들의 소송사건을 소설화한 것은 중국의 〈 서국설화 鼠國說話 〉 와 일본의 소설 〈 가쿠레사토 隱札里 〉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 서대주전 〉 을 비롯한 서(鼠)의 의인류 소설들은 동양일대에 널리 유포되어 있던 서류의 소송설화가 소설화된 것으로 보인다.
≪ 참고문헌 ≫ 朝鮮小說史(金台俊, 學藝社, 1939), 鼠大州傳(文璇奎譯, 通文館, 1961), 韓國古典小說硏究(金起東, 敎學社, 1981), 韓國古小說硏究(金光淳 外, 二友出版社, 1983), 韓國擬人文學의 史的 系譜와 性格 上 · 下(金光淳, 語文學 16 · 17, 1966 · 1977), 鼠의 擬人類小說의 相互關係(金光淳, 常山李在秀博士還歷紀念論文集, 197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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