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생활글쓰기에 대하여

by 송화은율
반응형

생활 글쓰기로 자기 삶 세우기 

 

 

들어가며 : 생활글이 뭐지?

 

생활글이란 사는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그냥 솔직하게 쓴 글을 말한다. 보통 글을 쓴다고 하면 시나 소설을 연상하는데, 실제 우리가 살아가며 주로 쓰는 글은 생활글이 많다. 저녁 먹다 가족끼리 그날 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생활글이고, 친구에게 전화 걸어 수다떠는 것도 생활글이다. 수필과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수필이 주로 신변잡기에 집착하는 데 반해, 생활글은 더욱 삶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오래된 글쓰기 교육이 주로 아름다운 글에 관심이 많았다면, 최근 언어교육은 그보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입시로 중요해진 논술은 생각의 자기 관점논리적 사고에 초점을 둔다. 생활글은 자기 삶을 살피는 일에 힘쓴다. 생활글은 학생 삶과 가장 가까이 있는 글이다.

이 글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할 만한 생활글쓰기를 네 가지 소개한다.

 

수업 제목

수업 방법

나를 알리는 글쓰기

아리랑 곡선, 거울보기

친구 인터뷰하기

각기 다른 세 번 만남 갖기

부모 전기 쓰기

취재수첩

책읽기를 통한 자기 삶 쓰기

성장소설 학습장

 

1. 나를 알리는 글쓰기

 

자기가 이때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살아온 과정을 고스란히 글로 옮기는 글쓰기다. 그저 이리저리 치이면서 살아간다고 믿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학생에게 필요한 글쓰기다. 제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면, 사람은 한 인간으로 자기를 귀하게 여기게 된다.

 

수업 방법은 두 가지인데, ‘아리랑 곡선거울보기이다.

아리랑 곡선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 나이까지를 그래프로 그려놓고, 나이마다 기쁨이 많으면 그래프가 위로 가고 슬픔이 많으면 아래로 가게 그리는 것이다. 이것을 인생희비극 곡선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프를 다 그리면, 그 높낮이 굴곡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빼곡히 적게 한다.

 

거울 보기는 네모 칸을 네 개 그려놓고, 첫 번째에는 내가 본 내 모습을, 두 번째에는 친구가 본 내 모습을, 세 번째에는 부모가 본 모습을, 네 번째에는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이때 직접 형상을 그리면 안되고, 꼭 비유한 형상을 그려야 한다. 그림을 다 그리면, 무슨 뜻인지 해설을 옆에다 적도록 한다.

 

아리랑 곡선거울보기는 상담에서 쓰는 방법인데, 아리랑 곡선은 지난날 내 모습을 꼼꼼히 정리해주고, 거울보기는 현재 내 모습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준다. 처음 글쓸 때 무엇을 써야 할지 막연해지는 어려움을 막기 위한 방법들이다.

 

 

 

내가 본 내 모습

친구가 본 내 모습

 

 

 

 

부모가 본 내 모습

미래의 내 모습

 

<2> 친구 인터뷰하기

 

두 친구가 서로 상대와 만나 이야기하고 그 내용을 글로 적는 일이다. 자기 혼자만 생각하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는 세상에서, 학생들은 곁에 있는 동료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며 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얻게 된다.

 

이 활동은 과정이 중요한데, 잘못하면 겉도는 이야기만 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둘씩 짝짓게 한 다음, 학생들에게 세 번 만남을 가지라고 주문을 한다. 첫 번째 만남은 만나서 뭘 먹고, 두 번째 만남은 코스를 정해 길을 거닐어야 하고, 세 번째 만남은 자유롭게 하라고 한다.

 

함께 음식을 먹다 보면, 서로 마음이 풀어지는데, 이것은 혹시 서먹할지도 모르는 관계를 대비해서다. 그리고 함께 길을 걸으면 눈에 들어오는 사물에 대해 보통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같이 걸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정말 분위기가 썰렁하게 되기에, 보통은 말을 다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서로 말문을 트이게 해주면, 세 번째는 학생들이 알아서 움직이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글을 단답형 문답식으로 쓰지 않게 하는 일이다. 서술형으로 이야기하듯 글을 써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가 온전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글은 사람의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있는데, 만남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도 꼭 글로 써오게 해야 한다. 교사는 수업 때 학생들이 만날 약속을 제대로 잡았는지를 꼭 확인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인터뷰가 무엇인지 감을 못 잡기에, 예문을 준비해주면 좋다. 월간 󰡔󰡕에 실리는 인터뷰가 이때 사례로 들기에 딱 알맞다.

 

순서

어디서

언제

할 일

첫 번째 만남

 

 

무엇을 먹을까 :

 

두 번째 만남

 

 

어디부터 어디까지 걸을까 :

 

세 번째 만남

 

 

무엇을 할까 :

 

 

 

<3> 부모 전기 쓰기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을 택해서 그 삶을 글로 적는 일이다. 세대 차이로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이 많은데, 자식인 학생이 부모의 삶을 살펴서 기록하다 보면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

 

전기 쓰기를 제대로 쓰려면, 먼저 자료수집이 잘 되어야 한다. 먼저 부모와 가족의 사소한 내용을 적는 취재수첩을 만들어 이야기가 겉도는 것을 막는다. 그 다음 부모 가운데 어느 분을 할지 정하고,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연대기표로 만든다. 그리고 인터뷰를 해서 정리하게 한다. 여기까지 자료가 갖추어지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전기를 쓰게 한다. 이 글쓰기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데는, 취재 자료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달려 있기에, 교사는 글쓰기의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나중에 전기를 제출할 때는, 전기만 내지 말고 취재수첩과 연대기표와 인터뷰를 함께 내게 한다. 또 관련 사진이 있으면 붙여서 분위기를 내보라고 한다.

 

이 글쓰기는 실추된 가부장의 권위를 강화해서 가족을 회복하는 시도가 아니라, 가족구성원 사이에 이해를 높혀서 가족을 되살리고자 하는 일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실제 학생들에게 지도하면, 처음에는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학생들이 어색해하지만, 나중에는 거의 모든 학생이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부모님이 없는 학생은 조용히 알아보고 배려해주도록 한다.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쓰는 데 참고할 책으로는 󰡔아픔을 먹고 자라는 나무󰡕(푸른나무)가 볼 만하다.

 

 

순서

취재수첩

내용

분량

1

연보

연대별로 전기의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

A4

1

2

인터뷰

생생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그대로 문답식으로 정리

A4

2

3

가족구성표

가족 구성원에서 3명을 정리. 취미, 잘 먹는 음식, 성격, ,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현재 고민

A4

1

 

 

<4> 책읽기를 통한 자기 삶 쓰기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과 관련된 자기 경험을 쓰는 일이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 하면, 보통 학생들은 줄거리만 적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그대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자기 삶의 이야기를 적으라 하면 학생들은 덜 막연해한다. 자기가 겪은 일을 적는 것이기에 구체적이어서 이때 학생들이 쓰는 글은 꽤 수준이 괜찮다.

 

한 사람이 어른이 되기까지 성장기에 겪는 고민을 다룬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런 책들이 이 활동을 하는 데 알맞다. 몇 작품 예를 들어본다.

 

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 실천문학사

김진경, 󰡔이리󰡕, 실천문학사

양귀자, 󰡔희망󰡕, 살림 ① ☺

이순원, 󰡔19󰡕, 세계사 ① ☺

김영현, 󰡔풋사랑󰡕, 실천문학사

공지영, 󰡔봉순이 언니󰡕, 푸른숲 ① ☺

은희경, 󰡔새의 선물󰡕, 문학동네

김한수, 성장, 󰡔봄비 내리는 날󰡕, 창작과비평사 ① ☺

최시한,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문학과지성사

안도현, 󰡔연어󰡕, 문학동네 ① ☺

김별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답게 ② ☺

김향숙, 󰡔스무 살이 되기 전의 날들󰡕, 문학과지성사

- ①②③ : 숫자가 높을수록 어려움 - : 읽는 데 어려움이 없는 책

 

그냥 자기 이야기를 쓰라는 주문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다면, 틀을 지어서 할 수도 있다. 틀은 3단계다. 1단계는 책 자체를 정리하는 일인데, 책에서 인상에 남는 이야기를 적고 책 속 인물이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정리하면 된다. 2단계는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일인데, 책에서 나온 이야기와 관련되어 떠오른 자기 이야기를 하고, 그때 현실 속의 나는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적으면 된다. 3단계는 책과 읽는이를 연결짓는 일인데, 소설 속 인물이라면 그때 내 현실에 어떻게 했을지를 적고, 현실 속 나는 소설 속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상상해서 쓰면 된다.

 

나가며 :

 

교사가 학생 곁에서 다 챙겨주는 모습은 자상하지만 한계도 있다. 교사가 언제까지나 학생 옆에 있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교사는 학생이 지금은 서툴더라도 잘못하더라도 제 스스로 삶을 세워가도록 현실 적응력을 길러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서 이야기한 생활글쓰기는 학생이 제 삶과 제 주변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인생살이와 세상살이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이 글쓰기를 하고 나면 교사는 학생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표정이 없는 줄 알았던 아이도 자기 삶의 무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니 알게 된다고 하는 말은 맞지 않다. 그것은 너무 당연한 말이다. 알고 있었지만 느껴지지가 않아 어느 순간 잊고 있던 옛날의 소중한 기억을 되찾은 듯하다고나 할까. 군중을 이루는 한 구성원에서 자기만의 무늬를 가진 한 인간으로 아이들이 달라 보이는 순간은 놀라우면서 기쁘다.

 

- 권태는 삶이 생기를 얻을 때 잊혀진다 -

- 삶이 생기가 없을 때 소중한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된다 -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