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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과학에 대하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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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과학

 

생명 과학의 발전 현황과 응용

 

생명 과학이란 전통적인 의학뿐만 아니라 유전 공학, 미생물학 등 생명 현상을 과학적으로 다루는 여러 과학들을 말한다. 생명 과학이 오늘날 컴퓨터 공학을 비롯한 전자 공학과 더불어 최첨단 학문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생명의 본질이라고 여겨지는 유전자에 대해 획기적인 인식의 발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생물체의 형질 또는 그 표현 형태를 결정하고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물질이다.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1953년에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해명함으로써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들이 밝힌 사실은 DNA 내의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네 개의 화학 물질이 특별한 서열을 이루고 이 서열이 자손 대대로 이어지면서 서열 속에 숨겨진 암호가 해독되어 모든 생명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전자 공학을 중심으로 한 생명 과학은 여러 분야에 유용하게 응용되고 있다.

 

(1) 의학 분야

 

의학, 특히 의약품 관련 분야는 생명 과학의 발전이 가장 폭넓게 응용되고 있는 분야이다. 당뇨병 치료약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는 인슐린, 노인증의 특효약인 인간 성장 호르몬, 항암제로 널리 쓰이는 인터페론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 장기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해 인공 심장만이 아니라 인공 신장, 인공 폐, 인공 혈액, 인공 간장 등 새로운 인공 장기가 연구, 개발되어 임상에 응용되고 있다.

 

(2) 식량 및 농업 분야

 

유전 공학에 바탕을 둔 품종 개량을 통해 현재의 작물보다 훨씬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의 유전 연구소에서는 질소 벼를, 미국 농무성 시험장에서는 고단백 쌀을, 미국의 한 농업 연구소에서는 사막에서 물 없이 3주간 자라는 옥수수를 개발했다. 아직은 실용적 가치가 떨어지지만 조만간 유전 공학을 응용한 새로운 식품들이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은 확실하다.

 

(3) 에너지 및 환경 분야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생명 과학을 응용할 수 있다. 세포의 열 발생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려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고, 근육 세포를 배양하여 수축 이완 운동을 제어하려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또 유해한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배양함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에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생명 과학의 발전에 대한 상이한 시각들

 

생명 과학의 발전은 과연 인류의 앞날에 도움을 줄 것인가? 이에 대해서도 엇갈린 시각들이 존재한다.

 

(1) 긍정적 시각

 

생명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리라는 생각이다.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 과학의 발전은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해 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생명 과학은 기존의 화석 연료, 혹은 핵연료를 바탕으로 한 기계 중심의 과학과는 달리 생물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환경 오염이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도 생명 과학의 발전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 부정적 시각

 

생명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오히려 불행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견해다. 도덕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생명과 죽음이라는 신비한 현상의 본질까지 밝힘으로써 이후 빚어질 사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정자 은행이나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후 기술이 더욱 발전해 복제 인간이 등장한다면 그를 인간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실험실에서 생산한 생산품으로 보아야 하는가? 인공 장기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두뇌를 제외한 모든 장기를 교체한 사람이 영원히 살게 된다면 그로부터 파생할 사회적 결과 또한 심각할 것이다.

 

(3) 바람직한 시각

 

일반적으로 그러하듯이 두 시각은 생명 과학의 발전이 낳고 있는 현상 중 한 측면만을 부각하여 파악하고 있다. 긍정적 시각은 생명 과학이 보여 주고 있는 성과에 주목한 나머지 이로 인해 파생할 다양한 사회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부정적 시각은 이 측면을 잘 지적하고 있지만 생명 과학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유용성을 부정함으로써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하려 한다.

 

문제는 여기서도 주체에게 돌아온다. 생명 과학의 발전이 긍정적 결과를 낳을 것인가, 그 반대가 될 것인가는 그 기술의 주인인 인간만이 결정할 수 있다. 생명 과학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고 그것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는 인간 지혜의 성숙함이 필요하다.

 

삶과 죽음의 본질

 

근래 의학계와 법조계, 종교계 등에서는 심심찮게 심장사와 뇌사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심장사는 무엇이고 뇌사는 또 무엇인가?

 

그 동안 인간의 죽음은 '반사 작용의 상실, 동공의 확대, 심장 박동의 정지, 호흡의 정지'라고 의학적으로 규정해 왔다. 이를 심장사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견해에 반대해서 '의식의 상실, 뇌파의 평탄화, 반사 작용의 상실, 골격근의 긴장 상실과 동공의 확대, 자발 호흡의 정지, 급격한 혈압 강하'를 죽음의 징표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의학계에서 강력히 대두하고 있다. 이를 뇌사라 한다. 이러한 논란이 일게 된 데는 몇 가지 계기가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계기는 인공 심장의 등장이다. 인공 심장의 등장으로 심장의 활동이 과연 생명 현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심장은 얼마든지 바꾸어 달 수 있지만 뇌는 바꿀 수 없다. 생명의 진정한 주체는 뇌라는 인식이 확립된 것이다.

 

둘째, 심장 이식 수술의 발전도 한몫을 했다. 타인의 장기를 이식 받는 수술은 이제 보편화되었다. 그런데 이식되는 심장은 '싱싱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심장이 완전히 멎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시간이 흐르면 이식 수술의 효과는 반감하고 만다. 여기서도 뇌사 인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셋째, 뇌사 상태의 사람을 연명시키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도 작용했다. 비록 심장을 강제적으로 활동시키더라도 뇌가 기능을 정지하면 사실상 소생의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므로 막대한 돈을 들여가면서 심장이 멎을 때까지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그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곳은 종교계였다. 종교적 입장에서 볼 때, 심장이 뛰고 있는 인간을 죽은 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것은 오직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인데 살아있는 인간을 죽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학계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사실상 죽은 사람을 억지로 연명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더 큰 죄악이라는 반박이 의학계의 주장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뇌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구미 각국에서는 점차 뇌사를 인정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뇌사와 심장사를 둘러싼 논쟁은 생명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다시 의문을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이 살아 있다는 말인가? 죽는다는 것은 또 무엇이 죽는다는 말인가?

 

생명 과학의 발전에 대응하는 새로운 윤리관의 확립

 

이제 생명 과학의 발전은 전통적 윤리관의 기초를 허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성과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생명 과학의 발전에 상응하는 인간 지혜의 발전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1) 과학 기술의 응용 방법에 대한 대중의 참여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 오늘날 과학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그 당사자인 대중들이 참여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학문의 자율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생명 과학 연구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이상 어떤 형태로든 연구 과정에 대중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2) 연구 성과의 평등한 활용

 

생명 과학 기술의 응용은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육체적 생명의 연장과 연결된다. 사회적 불평등이 여기까지 연장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장기 이식이 보편적이 된 지금 이런 문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 적어도 죽음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식이 사람들을 그나마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싼 장기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불평등이 죽음에까지 연장되고 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세 명 있는데 기증된 장기는 하나밖에 없다고 가정해 보자. 누구에게 이 장기를 줄 것인가? 순번이 빠른 사람에게? 더 위급한 사람에게? 나이가 많은 사람 또는 적은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에게? 아니면 사회적 기여도가 큰 사람에게?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큰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 적절한 입법 조치

 

유전자 조작이나 인공 장기의 활용, 뇌사 인정 문제 등 생명 과학의 발전은 기존의 전통적 법 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런 문제에 대한 법 체계가 사실상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은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대중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충분한 검토를 거친다는 전제하에 빠른 시일 안에 이에 대한 입법 조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4) 생명 존중의 윤리관 확립

 

이런 모든 대책들의 기본 전제는 생명 존중의 윤리관 확립이다. 생명을 인간의 기술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하여 사적인 이익을 위해 활용한다면 장래에 어떠한 사태가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극단적인 경우 노동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복제 인간을 대량 생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끔찍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생명 존중의 윤리관이 확립되어야만 한다. 생명은 그 신비가 벗겨진다고 해서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고할 때에만 생명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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