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생명 과학과 윤리의 관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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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과학과 윤리

 

오늘날 우리는 일찍이 과거에는 누리지 못했던 물질적 풍요 속에 편리한 의식주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노사 분규로 이어지는 혼란이 극에 달해 있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뭐가 뭔지 모르는 가운데 하루가 가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 혼란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질 만능주의의 팽배와 우리 민족의 얼을 통해서 면면히 이어 내려온 전통적 가치관의 전도가 오늘날과 같은 세태를 몰고 온 것은 아닐까?

 

현대 사회를 특징 짓고 있는 고도의 물질 문명은 과학과 기술의 소산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줄기차게 전개되고 있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인류 복지 향상에 더욱 공헌을 하게 될 것은 자명하므로, 과학의 발달만이 인류의 장래에 서광을 비춰 주리라는 과학 만능 풍조에 젖어들고 있다. 그리하여 비정한 국제 경쟁 사회에서 국가의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의 진흥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인식에 입각해서 각국이 앞을 다투어 효과적인 과학 기술 진흥 정책의 수립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 과학이 물질 과학과 다른 점은 물질 과학이 생명이 깃들어 있지 않은 물질의 물성을 다루는 데 반해서, 생명 과학은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존재인 생명을 다루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이 생명의 본질을 규명하지 못하므로 갖게 되는 생명의 신비성에서 비롯되는 생명의 존엄성은 인간이 계승하여 온 전통적인 가치관이나 윤리관의 근간이 되어 왔다. 더욱이 인간과 인간의 생명은 여타의 동식물이나 그들의 생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존귀한 존재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생명 과학은 이와 같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진화론으로 도전장을 낸 이래 최근에는 분지 생물학으로 두 번째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다윈의 이론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진화론은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을 무참히 격하시켜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동물과 공동의 조상을 갖는 평범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이 신의 창조물이라는 종교적 개념과 정면으로 대립함으로써 사회, 사상, 윤리, 종교 및 철학적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분자 생물학의 발달은 더욱 어려운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 분자 생물학은 과거의 생명체를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신비롭고 경건한 존재로 인식하였던 생명관에 일대 변혁을 초래한 것이다. 금세기에 들어서 발달한 물리학과 화학의 지식을 생명체의 연구에 직접 활용하여 생명체의 물질적 분석과 구성 물질의 상태 변화의 연구를 통해서 생명 현상이 무생물계를 지배하는 물리 화학적 원리와 동일한 바탕 위에서 영위되는 면이 있음을 알게 되어 생명 현상을 기계론적 입장에서 보기에 이르렀다.

 

특히 금세기 최후의 발견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유전 물질과 그 구조에 대한 연구는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는 데 가장 크게 공헌을 하였고, 이를 통해서 생명의 창조마저 운운하는 학자들이 생겨날 정도로 급격한 생명관의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이와 같이 분자 생물학이라고 하는 순수 과학의 발달은 여러 가지 응용 면과 연계되어 인류 복지 증진에, 즉각적으로 또는 가까운 장래에 공헌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학 지상주의에 대해서 회의론을 제시하며 인류의 장래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우리들에게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도입하게 하였으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우리들의 생활 양식과 가치관 또는 윤리 내지 도덕관에 커다란 변혁을 초래하여 현대 인류 사회에 극심한 정신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 과학은 인간의 생명관 또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을 위협하고 있으므로 현대 정신 문화가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고조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전통 가치관이나 윤리관도 과학의 발달에 맞게 점진적으로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양자간의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가운데 가치관의 유지와 과학의 발달을 양립시켜 나가는 슬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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