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생(生)의 감각(感覺)-김광섭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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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감각(感覺) -김광섭

 

여명(黎明)에서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르른 빛은 장마에

황야(荒野)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 갔다. 

 

<후략>


<핵심 정리>

 

1. 시작(詩作) 배경

이 시는 1965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1주일간 사경을 헤매다 무의식 혼돈세계에서 다시 소생한 체험을 구상화한 작품이다.

이산(怡山)은 죽음에의 체험을 통하여 인생관이 바뀌게 되었고, 이것은 그의 시작(詩作) 태도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생의 감각󰡕이 바로 그와 같은 변화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 이 작품에는 투병 생활에서 겪은 생명의 빛과 죽음의 그림자가 여러 사물을 빌어서 구상화되어 있다.

2. 성격 : 감각적, 상징적

3. 특징 : 의식의 세계와 죽음의 그림자가 여러 사물을 통하여 구상화됨

4. 시상의 전개

재생의 첫새벽에 본 인생론(1)

내가 존재함으로써 세계가 비로소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깨달음(2)

절망의 체험(3)

극적인 소생의 과정에 대한 회상(4)

4. 소재 : 생의 감각 (또는, 투병생활)

3. 주제 : 생명의 신비로운 부활(재생)

 

<시어의 상징 의미>

*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 육체적 고통까지 겹친 캄캄한 절망 의식

* 깨진 하늘 - 절망

* - 의지.

* 푸른 빛 - 희망

* 흐린 강물 - 저승으로 흐르는 길

* 채송화 - 발랄한 생명체

 

 

<연구 문제>

1. 이 시에는 A: ‘깨진 하늘/장마/흐린 강물’, B: ‘무너짐/깨짐과 같은 시어들이 등장한다. AB의 시어들이 각각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 병고의 체험

B : 절망의 체험(삶의 비애에 대한 반성과 깨달음)

 

2. 소생과 부활의 생명 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시어는 무엇인가?

채송화

 

3. 에 담긴 의미를 30자 내외로 써 보라.

내가 존재함으로써만 세상이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깨달음

 

4. 을 두 어절의 산문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써 보라.

일깨워 주었다.

 

 

< 감상의 길잡이 1 >

여기서 생의 감각이란, 생에 대한 자각인 부활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시에는 인생론적인 면과 소생 과정의 극적인 면이 동시에 수용되고 있다. 시인은 부활의 시간적 출발점을 여명(黎明)으로 잡고 있다. 여명은 밤으로부터 아침으로 연결되는 과도기적 시간으로, 밤의 절망에서 아침의 희망에로의 전이를 상징한다.

 

1연에서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라는 청각과 시각의 표현을 통해 생명의 부활을 감각적으로 환기해 주고 있다.

 

2연에서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라고 하여 내가 존재함으로써 세계가 비로소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공동체적인 데서 서로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만, 그 궁극적 의미는 개체로서의 생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깨달음인 것이다.

 

3연의 깨진 하늘/ 장마/ 흐린 강물로 표상되는 병고(病苦)의 체험과 무너짐/ 깨짐으로 인식되는 절망의 체험은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함께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4연에서는 다시 절망의 끝에서 일어서려는 극복 의지와 함께 살아 있음에 대한 강렬한 생명 의식이 드러난다.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는나의 모습은 이 땅에 홀로 내던져진 존재로서 살다가 홀로 죽어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단독자로서의 인간 실존에 대한 확인인 것이다. 다만, ‘살아 있음의 시간이란,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는것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서 살아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순간의 연속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시는 고통과 절망으로 이어진 투병 체험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생명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 감상의 길잡이 2 >

김광섭의 문단 활동은 크게 해방 전후로 나눌 수 있는데, 해방 전의 문단 활동은 해외문학파로서의 활동, 연극평을 중심으로 한 평론 활동, 시작(詩作) 활동 등으로, 또 해방 후의 문단 활동은 해방문단에서의 좌익과 대항한 민족주의 문학 운동, 625 이후의 문단 활동, 투병기의 창작 활동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시는 1965년 시인이 고혈압으로 쓰러져 1주일 동안 무의식의 혼미 상태에 있다가 가까스로 깨어났던 자신의 체험을 구상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생의 감각은 바로 생의 자각’, 곧 생명의 부활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 시에는 인생론적인 면과 소생 과정의 극적인 면이 동시에 수용되어 있다. 화자는 부활의 시간적 출발점을 여명으로 잡고 있다. 여명은 밤으로부터 아침으로 연결되는 과도기적 시간으로, 밤이라는 절망에서 아침이라는 희망으로의 전이를 상징한다.

 

내용상 2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시간적으로 역순(逆順)의 짜임으로 되어 있다. 2연에서는 죽음을 눈앞에 둔 절망적 상황과 극복의 순간을, 1연에서는 병마로부터 벗어난 후에 느끼는 새로운 삶의 인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내용상 1(1,2)은 재생한 삶의 첫 새벽에서 바라보는 화자의 인생론으로, 청각과 시각을 통해 생명의 부활을 감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새벽 종소리, 닭의 홰치는 소리, 개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화자는 비로소 자신이 죽음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소생한 생명의 경이로움에서 새벽별을 바라보며 그는 마침내 자신이 산 자() 가운데 있음을 확인한다.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에서 공동체적인 삶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내가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세계가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화자의 깨달음을 엿볼 수 있다.

 

내용상 2(3,4)은 죽음에서 극적으로 소생한 과정의 회상으로, 삶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갖기 전까지 화자가 겪은 고통과 시련의 극복 순간이 형상화되어 있다. 화자가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육체적 고통과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와 같은 정신적 혼란을 겪으며, 소멸하는 생을 뜻하는 무너지는 둑에 서 있었던 중, 그 곳에 무더기로 피어난’ ‘채송화가 자포자기 상태이던 그의 생명에 새로운 삶의 의지를 깨우쳐 준 것이다. 60세라는 생의 원숙함에서 비롯된 개인적 체험이 모든 이의 보편적 정서로 확대됨으로써, 우리는 생명의 부활을 담담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깊은 자아 성찰 의식에서 진한 감동을 받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이 시는 고통과 절망으로 이어진 투병 체험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생명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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