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삽사리 / 정지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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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사리 / 정지용

 

 

그날 밤 그대의 밤을 지키던 삽사리 괴임직도 하이 짙은 울 가시사립 굳이 닫히었거니 덧문이요 미닫이오 안의 또 촉불 고요히 돌아 환히 새우었거니 눈이 치로 쌓인 고삿길 인기척도 아니하였거니 무엇에 후젓하던 맘 못 놓이길래 그리 짖었더라니 얼음 아래 잔돌 사이 뚫노라 죄죄대던 개울물 소리 기어들세라 큰 봉을 돌아 둥그레 둥긋이 넘쳐오던 이윽달도 선뜻 나려설세라 이저리 서대던 것이러냐 삽사리 그리 굴음직도 하이 내사 그댈 새레 그대 것엔들 닿을 법도 하리 삽사리 짖다 이내 허울한 나릇 도사리고 그대 벗으신 고운 신이마 위하며 자더니라.   


 

 요점 정리

 지은이 : 정지용

 성격 : 서정적

 구성 :

 주제 : 임을 사랑하는 마음

 

 

 내용 연구

그날 밤 그대['삽사리와 화자가 연모하는 대상']의 밤을 지키던 삽사리 괴임직도[삽사리의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말] 하이 짙은 울 가시사립 굳이[굳게] 닫히었거니 덧문이요 미닫이오 안의 또 촉불[촛불] 고요히 돌아 환히 새우었거니 눈이 치[키로, 한 길이나 되게 많이]로 쌓인 고삿길[촌락의 좁은 골목길. 고샅길] 인기척도 아니하였거니 무엇에 후젓하던[호젓하다. 무서운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고 쓸쓸하다.] 맘 못 놓이길래 그리 짖었더라니[문이 굳게 닫혀 있고 인기척도 없이 '그대'가 안전한데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짖어대는 삽사리의 모습, '그대'를 위한 지극한 정성이 드러남] 얼음 아래 잔돌 사이 뚫노라 죄죄대던 개울물 소리 기어들세라 큰 봉을 돌아 둥그레 둥긋이 넘쳐오던 이윽달[만월이 가까운 달]도 선뜻 나려설세라[시각적 이미지] 이저리 서대던[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서성대던] 것이러냐[삽사리가 밤새워 짖은 이유에 대한 화자의 추리에 해당한다. 개울물 소리가 집으로 스며들까 하늘의 달이 선뜻 들어갈까, 이것 때문에 '그대'가 잠을 못 이룰까 싶어 삽사리가 짖었다는 것이다.] 삽사리 그리 굴음직[그러하게 행동하거나 대하다]도 하이 내사 그댈 새레 그대 것엔들 닿을 법도 하리[나는 '그대'는커녕 '그대의 것'('그대의 벗으신 고은 신' 같은 것)에 닿을 법이 없다는 뜻이다. '그대'에 대한 삽사리의 지극한 정성을 탄복하는 표현으로, 이를 통해 화자도 '그대'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삽사리 짖다 이내 허울한[비어 있는 듯 허전하던, 여기에서는 삽사리의 턱 수염이 드믄드믄 한 모양을 나타냄] 나릇 도사리고[두 다리를 꼬부려서 서로 어긋매껴 앉다] 그대 벗으신 고운 신이마[신이다고 간주하며] 위하며 자더니라.[그대의 신발에 얼굴을 대고 잠든 삽사리]

 

 

 이해와 감상

 그대를 향한 사랑과 헌신의 마음을 삽사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고요한 겨울밤, 사립도 닫혔고, 모든 문이 닫힌 채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깊은 밤에 짖어 대며 그대가 벗어 놓은 신발에 머리를 대고 잠든 삽사리의 모습은 그대를 향한 화자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 물소리와 그윽한 달빛이라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적막한 겨울 산골의 밤 풍경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예스러운 어휘를 통해 고전적 우아미를 풍기고 있는 이 작품은 '그대'를 향한 삽사리의 지극한 마음과 정성을 통해 화자 자신도 '그대'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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