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삼한습유(三韓拾遺)

by 송화은율
반응형

삼한습유(三韓拾遺)

1814년(순조 14) 김소행(金紹行)이 지은 고전소설. 2권 2책. 한문필사본. 표제는 ‘ 삼한습유 ’ 로 되어 있으나, 속제목은 ‘ 의열녀전(義烈女傳) ’ · ‘ 향랑전(香娘傳) ’ 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조선 숙종조에 경상북도 선산지방에서 발생한 향랑이라는 여성의 원사사건(寃死事件)을 소설화한 것이다.

신라의 한 양가에 태어난 향랑(香娘)은 천상의 패향옥녀(佩香玉女)의 화신이다. 향랑은 장성하여 재주 있고 가난한 효렴 ( 孝廉 )에게 시집가려 하나,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못난 남편에게 시집가 모진 구박을 받고 쫓겨난다.

친정으로 돌아와 부모를 잃고 다시 외숙모의 권유로 마지못해 재혼을 약속하나 그녀는 혼인날 ‘ 산유화 ( 山有花 ) ’ 1곡을 지어 동녀들에게 전승하게 하고는 연못에 투신자살하고 만다.

한편, 향랑의 죽은 영혼은 처음 사랑하던 효렴을 찾아가 전세의 인연을 말하고 현세에서 다시 부부가 되기를 맹세한다. 향랑은 그뒤 천상의 후토부인(后土夫人)을 찾아가 상제에게 청하여 인간에 재가(再嫁)시켜 주기를 간청한다.

이에 향랑의 환생 재가에 대한 천상회의가 열리자, 상제는 여러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공자의 요청에 따라 환생 재가를 허락한다. 그 뒤 향랑은 효렴의 이웃집 여인의 태를 빌려 환생하여 첫사랑의 뜻을 이루게 된다. 뜻밖에 마군(魔軍)이 혼사를 방해하지만 천병(天兵)이 마군을 격퇴시킨다.

김유신 ( 金庾信 )이 다시 향랑의 혼사를 맡아 준비하고 있을 무렵, 또다시 고구려와 백제가 신라를 침범하지만 이를 격퇴시킨다. 마침내 후토부인과 김유신에 의해 향랑과 효렴이 소원하던 첫사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뒤 백제와 고구려가 재침해왔으나 그때마다 향랑이 신비한 계교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드디어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다. 만년에 향랑과 효렴 부부는 가야산 ( 伽倻山 )에 들어가 해로하다가 하늘로 올라간다.

이 작품의 소재가 된 〈 향랑설화 〉 는 ≪ 동국문헌비고 ≫ · ≪ 영남악부 嶺南樂府 ≫ · ≪ 일선읍지 一善邑誌 ≫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서울대학교 도서관 가람문고의 ≪ 일선의열도 一善義烈圖 ≫ 가 가장 자세하다.

전기적 작품으로는 조구상(趙龜祥)의 〈 향랑전 香娘傳 〉 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광정(李光庭)의 〈 임열부향랑전 林烈婦 嚥 娘傳 〉 , 이안중(李安中)의 〈 향랑전 香娘傳 〉 , 이옥(李鈺)의 〈 상랑전 尙娘傳 〉 으로 내려오며 다소의 변화를 보인다.

〈 향랑설화 〉 는 향랑이 연못에 투신 자살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작자는 향랑을 사후의 환생을 통해 효렴과 결합시키고, 시간적으로도 삼국시대로 끌어올려 역사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웅장한 스케일의 장편물로 엮어놓고 있다.

주제면에서 보면 향랑과 효렴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환생과 천상생활을 통해 재결합함으로써 사랑의 위대한 권능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구성면에서 보면, 천병과 마군의 대전, 백제 · 고구려군의 신라 침략전쟁을 통해, 향랑이 혼사 문제를 뒤로 하고 삼국통일의 성업에 크게 기여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사상적으로도 향랑이 상제의 명에 의해 환생하게 되었다는 것을 효렴에게 알리는 장면에서 불교적 윤회사상이 나타나고 있다. 향랑의 환생 재가에 대한 천상회의에서는 재가가 음(淫)이 아니고 예(禮)에 합당하다는 공자의 판정이 받아들여진 것을 보면 유가사상도 따르고 있다.

환생 재가를 돕는 후토부인 · 옥황상제 등 수많은 선계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보면 도선사상(道仙思想)이 지배하고 있어, 유불선(儒佛仙) 삼교사상을 혼융시켜 결구해 놓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도선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말미에 순조대의 홍석주 ( 洪奭周 ) · 홍현주 ( 洪顯周 ) · 김매순(金邁淳) 등이 서(序) 또는 발문에서 기문(奇文)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이러한 강렬한 애정적 구성과 후반의 군담적 구성의 일치, 향랑의 환생 재가를 통한 애국정신의 고취 및 유불선사상의 혼융이 종합되어 내려진 평가라 할 수 있다.

특히, 실사(實事)와 허구, 역사와 비역사의 교직(交織)을 통해 삼국시대의 인물, 중국의 인물, 불교 · 선계의 수다한 가상인물들이 배치되어 대화를 엮어나가고 있는 치밀하고 기발한 작가의 구성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가람문고와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 참고문헌 ≫ 增補朝鮮小說史(金台俊, 學藝社, 1939), 三韓拾遺(筆寫本古典小說全集 1, 亞細亞文化社, 1980), 香娘傳(三韓拾遺)의 硏究(金起東, 국어국문학 25, 1962), 三韓拾遺硏究(조혜란, 이화여자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4).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