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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 일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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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 일연

 

역사는 역사상에 있었던 사실을 다룬다. 그러나 하나의 사실이라 할지라도,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접어 두고, 심지어 이해 관계에 따라 사건이 왜곡되거나 외면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학자 콜링우드는 '역사는 가위와 풀로 오려 붙이는 것'이라는 평을 내렸다.

신라, 고구려, 백제 시대를 다룬 대표적인 역사책으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가 있다. 그런데 이 두 책은 같은 시기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것을 어떻게 오려붙였느냐'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삼국사기>는 비교적 유교적 합리주의와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관점에서 사료를 골라 편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해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는 유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삼국사기>에서 빠진 우리나라의 신화나 설화를 실어 민족의 자존적 역사의식을 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삼국유사>는 모두 5권 9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왕력(王曆-중국의 연대와 대조한 삼국 및 가락국의 약력을 기록한 것)
      기이(紀異-이상한 것을 기록한다는 뜻. 신화와 설화 이야기)
      흥법(興法-법을 일으킨다는 뜻. 고승들의 이야기)
      탑상(塔像-사찰, 탑, 불상 등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
      의해(義海-부처가 가르친 뜻을 풀이한 글)
      신주(神呪-신통한 주술에 관련된 스님들의 이야기)
      감통(感通-부처에게 감응하여 통한 이야기)
      피은(避隱-세속을 피하여 숨은 사람의 이야기)
      효선(孝善-효를 행한 사람들의 이야기)

<삼국유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이편'이다, 여기에서 '이상한 것'이란 단군신화나 삼국의 시조 이야기 등을 가리킨다. 일연이 이상한 것을 자신의 역사책에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연이 그 이상한 일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즉 합리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연의 말을 직접 빌면, '제왕이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하늘의 명령을 얻고...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게 마련이다' 신화를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논란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삼국유사>는 중국이 우리나라의 종주국이라는 그 당시 견해를 뒤집으면서 우리 민족의 정통성과 주체 의식을 담아내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씌어진 책이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각 편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삼국유사>에는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불교의 전래와 발전 과정, 불교 유적에 얽힌 설화, 여러 스님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우리나라 불교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이렇게 불교 이야기가 많은 것은 일연이 승려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몽고의 침략과 압력에 시달리던 그 당시 민중들에게 종교에 대한 믿음과 소원 성취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삼국유사>는 이런 민족적, 불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가치도 크다. <도솔까>, <제망매가>, <혜성가>, <원왕생가> 등 모두 14수의 신라 향가가 실려 있어, 우리나라 고대문학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료인 것이다.

<삼국유사> 전편에는 지배 계층은 물론 평민들의 삶도 상세히 전해지고 있다. 특히 <연오랑 세오녀>, <만파식적> 등의 설화를 통해 그 당시 언어 생활은 물론 우리 민족의 관습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래서 <삼국유사>가 고대의 역사, 지리, 문학, 언어, 민속, 사상, 종교, 미술, 고고학 등을 담고 있는 문학 유산의 보고로 불리는 것은 그리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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