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명행록(三綱明行錄)
by 송화은율삼강명행록(三綱明行錄)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32권 32책. 국문필사본. 유교적인 삼강(三綱)을 주제로 한 윤리소설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나라 때 정현(鄭賢)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원나라가 송나라를 쳐서 중원을 차지하자 선조들이 원나라에 벼슬하지 않고 숨어 살다가, 명나라가 들어서자 비로소 정현은 과거에 급제하고 한림학사가 된다. 아들 정흡이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대소가 되고, 정한림은 이부상서가 된다.
흥무 23년 태조황제가 죽고 태손이 즉위하니, 황숙 연왕이 왕위찬탈을 도모하여 황성을 친다. 신하 중에는 잡혀가기 전에 순절한 충신도 많았고, 잡혀와 연왕의 역모를 꾸짖고 죽는 자도 많았다. 궁궐을 탈출한 충신들은 황제를 모시고 전전하다가 운남(雲南)으로 들어가 안둔하고, 하늘이 돕는 때를 기다려 중흥을 도모하려고 한다.
한편, 사부인은 남편이 황제를 모시고 궁중에서 불에 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집에서 나와 실의 끝에 강물에 투신자살하려다가 여승에게 구출되어 관음사에 들어가 지낸다. 한왕이 관음사에 갔다가 사부인의 미모를 보고 희롱하려고 하는지라 사부인은 여승 현원의 도움을 받아 사중을 탈출하여 남편과 아들을 찾기 위하여 온갖 고난을 겪는다.
이때 정상서는 황제를 모시고 천태산으로 들어가 무사히 지내는데, 아들 정한림이 찾아와 부자가 감격적으로 상봉한다. 정한림은 어머니를 찾아나서서 드디어 어머니를 만난다. 정한림은 어머니를 모시고 운남으로 가다가 풍파를 만나 해동 조선국에 표류한다.
그는 조선의 산천과 문물을 구경하고 중원으로 돌아오다가, 보타산에 있는 부처님의 극락세계를 구경하고, 삼신산(三神山)에 올라가 신선의 세계도 구경한다. 천상의 세계를 구경하고 내려온 정한림은 어머니를 모시고 운남으로 가니, 정상서는 비로소 부부가 상봉하게 된다. 정상서 부부는 천태산의 지상선(地上仙)이 되어 황제를 모시고 여생을 보낸다.
이 작품은 32권이나 되는 방대한 대하소설이다. 끝부분이 몇 장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결미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왕위를 찬탈했던 영락황제가 붕하였다고 한 것으로 보아 중흥의 필요성이 없어졌을 것이니, 작자는 왕위를 찬탈당한 건문황제로 하여금 천태산에서 여생을 평안히 마치도록 끝을 맺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고전 작가 중 김만중 ( 金萬重 )이 숙종의 폐비사건을 소재로 하여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한 〈 사씨남정기 謝氏南征記 〉 를 지었듯이, 이 작품은 작자가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을 소재로 하여 지은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고전소설에서 왕위찬탈을 다룬 작품이 극히 드물고, 주인공 정상서의 아들 정한림이 아버지를 찾아가다가 풍파를 만나 조선국에 도착하여 평안도 정주에 있는 백상루에 올라가서, 거기에 걸어놓은 김종서의 글씨를 보고 조선국의 궁중비극을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은 사사(賜死)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비극을 겪지 않고 황제를 궁중에서 탈출, 피난시켜 천시가 오지 않아 중흥은 이룩하지 못하지만, 황제로 하여금 여생을 평안히 마치도록 하여, 단종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도록 하는 데 창작의도를 두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주제는, 첫째 황숙의 모역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황제를 구출하고, 천시가 오지 않아 중흥은 이룩하지 못하지만, 황제로 하여금 여생을 평안히 살게 하는 충신들의 충심(忠心)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남편을 찾기 위하여 천신만고하는 아내의 정심(貞心)에 두었고, 셋째 부모를 찾기 위하여 온갖 고난을 극복하는 아들의 효심 ( 孝心 )에 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표제를 ‘ 삼강명행록 ( 三綱明行錄 ) ’ 이라고 하였다.
이 작품은 이러한 유교적 내용만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꿈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불타의 세계와 신선의 세계를 두루 구경한다는 내용이 있어 주목된다. 우리 고전소설에서 이 작품같이 불타의 세계와 신선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표현해놓은 작품은 없다.
끝에 가서 남녀 주인공들이 불타의 세계로 가지 않고, 천태산에서 지상선이 되어 여생을 안락하게 보낸다는 것은, 불타의 세계보다도 신선의 세계가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우리 고전소설들은 조선왕조의 궁정사건을 대부분 소재로 하였으나, 단종의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은 찾아볼 수 없어 이 작품의 독창성이 돋보인다. ≪ 참고문헌 ≫ 三綱明行錄(金起東 編, 韓國古典小說叢書 7 ∼ 13, 亞細亞文化社, 1980).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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