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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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야

가을 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운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 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 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 물 속에 비쳐옴을


 창작 동기 ; 아우의 죽음

 

<감상> 기본 구조가 누이야 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인데, 1연에서는 5, 2연에서는 2, 3연에서는 1개의 목적어를 연결하였다. 다음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고백이다.

 

“1966년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동생이 난데없이 고향 언덕 밑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아침 이슬에 찔레꽃 같은 알약의 정제들이 소복히 피어 있었다. 죽은 시체를 덮고 있는 동생의 눈썹이 유독히 까맸다. 이 눈썹이 시에는 두어 낱이지만 실은 아주 짙은 선험적인 이미지다. 서정주의 우리님의 고운 눈썹이 아니라 내게는 아주 불길한 환상이자 한으로 남는 눈썹이다.”

 

1: 누이(아우)와 함께 했던 추억들(과거)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들

 눈썹 ; 죽은 누이의 모습. 누이의 한()

 깨끗한 눈물 속으로 삭이고

 수많은 밤의 추억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누이와 함께 나눈 삶의 고뇌의 말들.

 더러는 튀는 물고기같이 생생하게 기억 속에 살 아오던 것을.

 산다화 ; 동백꽃

 

2: 누이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현재)

 기러기 ; 누이의 눈썹

 기러기 ; 누이(의 눈썹  누이의 한)를 연상하 게 하는 소재.

 부리고 가는 것을 ; 떨어뜨리고 가는 것을

 한 잔은 누이의 무덤의 잔디에 뿌려 주고

 

3: 누이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

 못물 속에 비치는 기러기의 모습에서 누이의  을 봄.

 


그는 자살한 동생을 누이로 대치시키고 있는데 이 눈썹은 인간이 이승에서 못다 풀고 간 한의 덩어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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