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9- 김광림
by 송화은율산․9- 김광림
한여름에 들린
가야산(伽倻山)
독경(讀經)소리
오늘은
철늦은 서설(瑞雪)이 내려
비로소 벙그는
매화(梅花) 봉오리
눈맞는 해인사(海印寺)
열 두 암자(庵子)를
<후략>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논리적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운 몇 개의 경험이 빚어내는 자유 연상을 추적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이미지들이 이루어 내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일일 것이다.
눈 속에서 벙그는 ‘매화 봉오리’가 득도한 듯한 노승의 눈매에 도는 ‘미소’와 동일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성격 : 관조적, 정적, 주지적
▶ 심상 : 시각적 심상
▶ 어조 : 차분하고 진지한 어조
▶ 시상 전개 : ① 시간의 흐름(과거에서 현재로), ② 시선의 이동(‘매화’에서 ‘노송’으로)
▶ 구성 : ① 가야산의 독경 소리와 벙그는 매화(1연)
② 눈 맞는 열 두 암자와 노승의 미소(법열)(2연)
▶ 제재 : 산(해인사)
▶ 주제 : 서설(瑞雪) 속의 선미(禪味) 어린 산사(山寺)의 풍경과 분위기
(한겨울 산속의 적막한 풍경과 분위기)
<연구 문제>
1. ‘산’의 선미(禪味) 어린 정적을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구절을 찾아 명사로 끝맺는 말로 고쳐 쓰라.
면벽한 노승의 눈매에 도는 미소
2. 이 시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시어를 찾아 쓰라.
서설(瑞雪)
3. ㉠의 의미를 ‘비로소 벙그는 매화 봉오리’와 관련지어 20자 내외로 쓰라.
오랜 정진 끝에 얻은 깨달음의 기쁨.(오랜 수도 끝에 오묘한 진리를 깨달은 기쁨)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의 화자는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논리적인 관계가 희박해 보이는 몇 개의 경험들을 제시하고, 그것들의 연상을 통해 빚어내는 묘한 분위기를 응시한다.
화자는 어느 해 여름엔가 가야산 해인사에 들러 승려들의 독경 소리를 인상 깊게 들은 적이 있고, 오늘 다시 찾은 이 절에는 눈 속에서 매화꽃이 벙글고 있다. 이 시간의 경과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면벽 수도하는 ‘노승’의 정진(精進)을 의미한다. 이 오랜 정진 끝에 득도(得道)한 노승의 눈매에 감도는 ‘미소’처럼 서설(瑞雪) 속에서는 ‘비로소 매화 봉오리’가 벙글고 있다.
‘매화 봉오리’와 노승의 눈매에 감도는 ‘미소’가 묘하게 병치되어 동일화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 이 시 감상의 관건(關鍵)이라고 하겠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서설(瑞雪) 속의 선미(禪味) 어린 산사(山寺)의 풍경과 분위기를 자유 연상에 따라 전개시킨 작품이다. 눈 내린 겨울 산의 암자와, 그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물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로 결합시킨 까닭에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이들 이미지들이 이루어 내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시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화자가 경험한 몇 개의 독립된 경험, 즉 ‘가야산 독경 소리’ ― ‘철 늦게 내리는 눈’ ― ‘매화 봉오리’ ― ‘눈 내리는 해인사 열 두 암자’ ― ‘벽을 향해 수도하는 노승의 미소’를 제시함으로써 그것들의 결합으로 연상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 준다.
화자는 어느 해 여름, ‘가야산 해인사’에서 승려들의 ‘독경 소리’를 인상 깊게 들은 적이 있고, 오늘 다시 찾은 그 곳엔 ‘철 늦은 서설’ 속에 피어난 ‘매화 봉오리’가 피어 있다. 여름에서 겨울로 바뀐 시간의 경과는 바로 ‘면벽한 노승’의 정진을 의미한다. 이 오랜 정진 끝에 이룩한 득도(得道)의 순간, ‘노승의 눈매’에 법열(法悅)의 ‘미소’가 돌 때, 눈 속에서는 ‘매화 봉오리’가 벙글고 있다. 눈 속에 피어난 ‘매화 봉오리’와 노승의 눈매에 어린 ‘미소’가 병치되어 동일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작품은 논리적으로 관계가 희박하여 보이는 몇 개의 경험을 연결하여 이루어졌다. 그것을 나누어 보면, `한여름에 듣던 가야산의 독경 소리 / 철 늦게 내리는 눈 / 매화 봉오리 / 눈 내리는 해인사 열 두 암자 / 벽을 향해 앉아 수도하는 노승의 미소'와 같이 된다. 이 여러 사물과 풍경들 사이에는 간단히 그 관계를 서술하는 구절들이 있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를 연결해 주는 분명한 인과 관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을 이해한다는 일과 인과 관계의 설명이라는 뜻으로만 생각하는 경우 이 작품은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을 읽는 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접근 방법보다 하나 하나의 사물, 이미지를 음미하면서 그것들이 연상적 관계 속에서 저절로 어울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렇게 볼 때 작품 전체에는 어떤 분위기의 통일성 같은 것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작품을 다시 더듬어 보자.
현재의 작중 상황은 겨울, 해인사의 암자가 있는 어느 산 속이다. 철 늦게 푸근한 눈이 내리고, 그 속에서 매화 봉오리가 막 피어나려 하고 있다. 여기서 작중 인물은 갑자기 언젠가 들었던 가야산에서의 독경 소리를 연상한다. 그러나 지금은 눈 내린 한겨울, 암자에서 오래도록 벽을 향하여 마주앉아 수도하던 노승의 눈매에 미소가 어린다. 어떤 그윽한 진리를 깨친 때문일까? 밖에는 눈이 희게 내려 있고, 그 서늘한 빛깔 사이에서 매화 봉오리가 보인다.
이것뿐이다. 이 이상의 설명은 작품 속에 없고, 시인 자신이 처음부터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시인은 이런 몇 개의 인상으로 이루어진 분위기와 서늘한 감각을 독자 스스로가 느껴 보기를 바라고 있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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