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비둘기 - 이광수

by 송화은율
반응형

비둘기 - 이광수

 

오오 봄 아침에 구슬프게 우는 비둘기

죽은 그 애가 퍽으나도 설게 듣던 비둘기

그 애가 가는 날 아침에도 꼭 저렇게 울더니.

 

그 애, 그 착한 딸이 죽은 지도 벌써 일년

<나도 죽어서 비둘기가 되고 싶어

산으로 돌아 다니며 울고 싶어> 하더니.

 

(조광, 1936.5)


< 감상의 길잡이 1 >

민족주의에 입각한 계몽적 문학관으로 일관했던 춘원의 문학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이 작품은 비둘기를 소재로 하여 죽은 딸아이에 대한 슬픈 기억을 그린 2수의 연시조로 300편이 넘는 그의 많은 시가 중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느 봄날 아침, 작가는 비둘기가 되고 싶다던 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저 새가 혹시 아이의 혼령이 현신(現身)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진한 육친의 정을 느끼고 있다. 병실 창가로 날아들던 비둘기를 바라보며 그 비둘기처럼 건강한 삶을 갈망하던 딸아이의 모습과, 일년 전 아이의 임종을 지켜보던 가슴 저린 아픔들이 아침에 듣게 된 비둘기 울음 소리와 더해져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봄의 생동감과 아이의 죽음을 대조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슬픈 마음을 강조하는 한편, 두 수의 마지막을 ‘-더니로 끝맺음으로써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괴로움과 그리움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2 >

소박한 말씨 속에 잃은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정이 담긴 작품이다. 어느 봄날 아침에 우는 비둘기 소리를 듣고는 딸을 생각하고, 비둘기가 되고 싶다던 말을 떠올리는 연상의 과정이 잔잔한 슬픔 속에 나타나고 있다. `나두 죽어서 비둘기가 되고 싶어 / 산으로 돌아 다니며 울고 싶어'라는 말에서 병상에 부자유스럽게 누워 있으면서 새와 같이 자유로운 삶을 바라는 어린 딸의 모습이 어리고, 그것은 다시 밖에서 울고 있는 비둘기 소리와 겹쳐지면서 생생한 기억을 일으킨다. 두 수의 마지막 부분이 모두 `-더니'로 끝맺어져 있는 점도 그 뒤에 무엇인가 할 말이 남아 있으면서도 말이 막히는 심경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긴다. [해설: 김흥규]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