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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北靑) 물장수- 김동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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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장수

- 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동아일보, 1924.10.24)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물장수로 아들을 대학까지 보낸다는 북청 물장수의 근면함에 도시 사람들은 청신한 아침을 맞이한다. 미처 잠에서 깨어나기 전의 혼곤함 속에서 솨아퍼부어지는 물소리를 듣고, 하루의 일과를 준비하는 도시인의 마음은 북청 물장수가 새벽에 길어왔을 물처럼 맑고 정결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 새벽의 신선한 감각과 물장수를 기다리는 도시인의 심정을 가볍게 그려낸 작품이다.

성격 : 향토적, 감각적

어조 : 북청 물장수의 근면함을 칭송하고 그를 기다리는 서정적 어조

심상 : 청각적, 묘사적 심상

표현 : 새벽의 신선한 분위기를 물에 젖은 꿈이라는 표현을 통해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각 연의 마지막 행을 명사형으로 종결지음으로써 깊은 울림을 남겨 준다.

구성 : 새벽마다 잠을 깨우는 부지런한 북청 물장수(1)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2)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3)

제재 : 북청 물장수의 근면성

주제 : 북청 물장수의 인간적 매력과 생활에의 애착

 

 

<연구 문제>

1. 이 시의 주조를 이루는 이미지의 종류를 두 어절로 쓰라.

청각적 이미지

 

2. 이 시의 화자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임을 알게 해 주는 시행을 찾아 쓰라.

물에 젖은 꿈이

 

3. 북청 물장수에 대한 깊은 감동과 애정이 표현된 시구를 찾아 쓰라.그 말을 통가슴을 디디면서

 

 

<감상의 길잡이>(1)

오늘날처럼 각 가정에 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물장수들이 새벽마다 물을 공급해 주었다. 그들은 주부들이 일어나 부엌일을 시작하기 전에 물을 가져다 주어야 했으므로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전원에서의 하루가 횃대에서 목청 좋게 울어젖히는 계명성(鷄鳴聲)에서 시작되듯이, 도시의 새벽은 부지런한 북청 물장수들의 삐걱거리는 지게 소리와 물 붓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것이다.

 

물장수는 아직도 곤한 잠에 빠져 있는 도시인들의 꿈길을 밟고 온다. 날마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찾아와 말없이 물만 붓고 떠나가는 북청 물장수의 행동에 익숙해진 도시인(혹은 화자)은 물장수가 독 안에 붓는 물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난다. 그때의 화자의 정신은 마치 머리에 찬 물을 뒤집어 쓴 듯한 것처럼 맑고 시원하다. 제 할 일을 마친 물장수는 갓 깨어난 화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말없이 떠나간다. 단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인의 아침 풍경이 매우 간결하면서도 적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북청 물장수의 근면하고 과묵한 행동에 화자는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된다. 현실과 꿈이 채 구분되지 않는 혼돈 속에서 물장수를 부르지만,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음 집에 물을 날라다 주기 위하여 삐걱삐걱 소리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서로의 인간적 만남이 없으면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물장수의 행동과 그에게서 인간적 친밀감을 느끼는 화자의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 내고 있다. 화자에게 북청 물장수는 단순히 생활에 긴요한 물을 공급해 주는 장사치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청신한 새벽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존재인 것이다. 맑고 활기찬 아침을 마련해 주는 물장수를 기다려 만나 보고 싶어하는 화자의 마음이 깔끔하게 제시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감상의 길잡이>(2)

이 시는 일상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북청 물장수를 소재로 하여 고향에 대한 향수를, 물장수를 하여 자식을 상급 학교까지 보냈다고 하는 그들의 근면성과 건강성을 통해 표현한 20년대의 수작(秀作)이다.

 

이른 새벽, 물지게를 지고 찾아오는 물장수는 머리맡에 찬물을 퍼부어나에게 건강한 하루를 열어 준다. 물 붓는 소리에 어렴풋이 깨어난 내가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어느새 사라진 대신, 고달픈 생활고(生活苦)로 상징된 삐걱삐걱하는 물지게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물장수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인과 물장수가 작품 속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원숙한 표현 기교를 보여 주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 물장수가 새벽마다 고요히시인의 꿈길을 밟고옴으로써 두 사람은 조우(遭遇)하게 되고, 그 순간 시인의 꿈은 시원한 물에 젖어 건강한 하루룰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도 근면하고 성실하여 애처롭게까지 느껴지는 북청 물장수, 그의 근면함이 도시의 새벽을 밝게 만들어 주고 우리의 아침을 풍요롭게 해 준다. 이러한 물장수와 맺어진 아침의 신선한 인간적 정()이 시인으로 하여금 날마다 아침마다물장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최하 계층인 물장수의 고달프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미화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채 작품 속에 생생하게 용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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