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루(北山樓)
by 송화은율북산루(北山樓)
북산루는 구천각(九天閣)이란 듸 가면 예사 퇴락한 누히라. 그 마루의 가서 마루 굼글보니 사닥다리를 노하시니 다리로 게를 나려가니, 성을 짝왼 모양으로 갈나 구천각과 북루의 브쳐 길게 싸 북루의 가는 길흘 삼고 빠혀 누를 지어시니 북루를 바라보고 가기 뉵십 여 보는 하더라.
-북산루의 위치와 모습
북루 문이 역시 낙민루 문 같으되 마이 더 크더라. 반공의 솟은 듯하고 구룸 속의 비최는 듯하더라. 성둘기를 구천각으로브터 빼 그어 누를 지어시니 의사가 공교하더라.
- 북루의 문
그 문 속으로 드러가니 휘휘한 굴속 같은 집인듸, 사닥다리를 노하시니 다리 우흐로 올 나가니 광한뎐 같은 큰 마루라. 구간 대청이 활낭(闊朗)하고 단청 분벽이 황홀한듸, 압흐로 내미러보니 안계(眼界) 훤츨하여 탄탄한 벌이니, 멀니 바라보이는듸 치마(馳馬)하는 터히기 기생들을 시긴다 하되 머러 못 시기다.
- 북산루 안의 모습과 전경
동남편을 보니 무덤이 누누하여 별 버듯 하야시니 감창(感愴)하야 눈물이 나 금억(禁抑)디 못하리러라. 서편으로 보니 낙민루 앞 성천강 물줄기 게가지 창일하고, 만세교 비슥이 뵈는 것이 더욱 신긔하야 황홀히 그림 속 같더라.
- 북산루에서의 조망
풍류를 일시의 주(奏)하니 대모관 풍류라. 소래 길고 화하야 가히 드럼즉하더라. 모든 기생을 쌍지어 대무(大舞)하야 종일 놀고 날이 어두오니 도라올새, 풍류를 교전(橋前)의 길게 잡히고 청사초롱 수 십 쌍을 고히 닙은 기생이 쌍쌍이 들고 서시며, 홰블을 관 하인이 수업시 들고 나니 가마 속 밝기는 낮 같으니, 밧겻 광경이 호말을 헬디라. 블은 사(紗)희 프른 사흘 니어 초롱을 하야시니 그림재 어롱디니 그런 장관이 업더라.
군문 대장이 비록 야행의 사초롱을 현들 엇디 이대도록 장하리오. 군악은 귀를 이아이고 초롱빛은 됴요하니 마암의 규듕쇼녀자를 아조 니치고, 허리의 다섯 인(印)이 달리고, 몸이 문무를 겸전한 장상으로 훈업(勳業)이 고대(高大)하야 어듸 군공을 일우고 승전곡을 주하며 태평 궁궐을 향하는 듯, 좌우 화광과 군악이 내 호긔(豪氣)를 돕는 듯, 몸이 뉵마겨듕(六馬車中)의 안자 대로의 달리는 듯 용약환희(勇躍歡喜)하야 오다가, 관문의 니르러 아내(衙內) 마루 아래 가마를 노코 장한 초롱이 군성(群星)이 양긔(陽氣)를 마자 떠러딘 듯 업스니, 심신이 황홀하여 몸이 절로 대청의 올라 머리를 만져보니 구룸 머리 꿔온 것이 고아잇고, 허리를 만디니 치마를 둘러시니 황연이 이 몸이 녀자믈 깨다라 방듕의 드러오니, 침선 방적하던 것이 좌우의 노혀시니, 박쟝하야 웃다. 북뤼 블봇고 다시 지으니 더옥 광걸하고 단청이 새롭더라.
채순상 제공이 서문루(西門樓)를 새로 지어 호왈 무검루(舞劒樓)라 하고, 경티와 누각이 긔하다 하니 한번 오르고져 하되 녀염총듕(閭閻叢中)이라 하기 못 갓더니, 신묘년 십월 망일의 월색이 여주하고 상뢰(霜露ㅣ) 긔강하야 목엽이 진탈하니, 경티 쇼쇄하고 풍경이 가려하니 월색을 타 누의 오르고져 원님긔 청하니 허락하시거늘, 독교를 타고 오르니 누각이 표묘하야 하늘가의 빗긴 듯하고, 팔작이 표연하야 가히 보암즉하 월색의 보니 희미한 누각이 반공의 소슨 듯 더욱 긔이하더라.
뉴듕의 드러가니 뉵간(六間)은 되고 새로 단청을 하야시니 모모 구석구석이 초롱대를 세우고 쌍쌍이 초를 혀시니 화광이 조요하냐 낮 같으니, 눈을 드러 살피매 단청을 새로 하야시니 채색 비단을 기동과 반자를 짠 듯하더라.
서편 창호를 여니 누하의 저자 버리던 집이 서울의 예 지물가(紙物家)가 같고, 곳곳이 가가집이 겨러 잇는듸 시뎡들의 소래 고요하고, 모든 집을 칠칠이 겨러 가며 지어시니 놉흔 누상의서 즐비한 녀염을 보니 천호 만가를 손으로 헬 듯 하더라. 성루(城樓)를 구비 도라 보니 밀밀제제(密密濟濟)하기 경듕낙성(京中洛城)으로 다름이 업더라.
이런 웅장하고 거룩하기 경성 남문루라도 이에 더하디 아니할디라. 심심이 용약하야 음식을 만히 하여다가 기생들을 슬컷 먹이고 즐기더니, 듕군이 장한 이 월색을 띄여 대완을 타고 누하문을 나가는듸, 풍뉴를 치고 만세교로 나가니 훤화가갈이 또한 신긔롭더라. 시뎡이 서로 손을 니어 잡담하여 무리지어 단니니 서울 같아여, 무뢰배의 기생의 집으로 단니며 호강을 하는 듯십으더라.
이 날 밤이 다하도록 놀고 오다.
- 흥겨운 귀로의 모습과 감회
<이병기(李秉岐) 교주본(校註本)>
요점 정리
연대 : 순조 31년(1831)
작자 : 의령 남씨
갈래 : 기행문, 기행 수필
문체 : 묘사체, 국문 산문체, 내간체
표현 : 자연의 풍경을 묘사함에 있어서 지적이며 섬세한 표현, 참신한 어휘 구사력, 자유분방한 의기가 돋보임.
주제 : 북산루의 모습과 경개 조망, 그리고 감회
출전 : <의유당 관북 유람일기>
내용 연구
퇴락한 : 무너지고 떨어진.
누히라 : 누각이라.
굼글 : 구멍을.
게를 : 거기를.
쫙왼 : 쪼갠.
브쳐 : 붙여.
빠혀 : 빼어나게.
마이 : 매우.
성둘기 : 성의 담.
의사 : 의장 만든 뜻.
공교하더라 : 솜씨가 재치있고 교묘하더라.
휘휘한 : 쓸쓸하고 적막한
구간 대청 : 아홉 간 마루
활낭 : 크고 멋스러움
분벽 : 단청을 한 벽
안계 : 눈에 보이는 시선
훤츨하여 : 넓고 시원스러워
벌이니 : 벌판이니.
치마 : 말을 길들임.
시긴다 : 시킨다.
머러 : 멀어
누누하여 : 여러 겹으로 펼쳐져
별 버듯 : 별이 펼쳐지듯
감창(感愴) : 슬픈 느낌
금억 : 억눌러 금함
창일 : 물이 크게 넘침
비슥이 : 비슷하게
대무하야 : 가무를 하여, '대무'는 춤의 일종
교전의 : 다리 앞에
밧겻 : 바깥
호말(毫末) : 털끝, 극히 작은 것
블은 : 붉은
사희 : 비단에
황연(晃然) : 환히 깨닫는 모양
채순상 : 생몰 연대는 1720-1799년으로 자는 백규, 호는 번암, 본관은 평강. 영의정 역임. 천주교에
한 온건책을 폄. 저서에 '번암집'이 있음.
신묘년 : 순조 31년 1831년
원님 : 작자 의유당의 남편인 함흥 판관 이희찬
팔작 : 추녀가 넷 있는 집의 부연 단 단추를 이름.
보암즉하 : 보암즉하여
모모 : 모퉁이마다
칠칠이 : 길게
듕군 : 군영의 대장
대완 : 중앙 아시아에 있던 옛 나라 이름. 여기서는 거기서 길러진 말을 이름.
훤화가갈 : 떠드는 모양
북산루는 구천각(九天閣)이란 듸 가면 예사 퇴락한 누히라 : 북산루의 위치와 특징을 말하고 있다. 구천각에 있는 낡은 누각임을 밝히고 있다.
그 마루의 가서 마루 굼글 보니 ~ 바라보고 가기 뉵십 여보는 하더라 : 북산루의 위치를 구천각의 마루에서부터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북산루와 구천각의 간격을 알 수 있다.
그 문 속으로 드러가니 ~ 광한면 같은 큰 마루라 : 북산루의 마루에 올라간 장면이다.
동남편을 보니 무덤이 - 황홀이 그림 속 같더라 : 북산루에서 바라본 동남편과 서편의 경치를 묘사한 부분이다. 풍광의 특징과 함께 작자의 느낌이 비유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풍류를 일시의 주(奏)하니 대모관 풍류라. ~ 밧겻 광경이 호말을 헬디라 : 날이 어두워지자, 악공들을 앞세우고 기생들이 초롱을 들고 하인들이 횃불을 들어 길을 밝히며 귀가하는 정경을 그려 놓은 대목이다.
블은 사희 ~ 장관이 업더라 : 붉은 천에 푸른 천을 이어 초롱을 만들어서 어둠 속을 밝게 비추니 초롱의 그림자가 어른거려서 그 광경이 장관이었다는 뜻이다. 색채와 명암이 빚어 내는 장관을 묘사하고 있다.
마암의 규듕소녀자를 아조 니치고 ~ 용약환희하야 오다가 : 귀가 행렬의 장관에 취하여 스스스로 아녀자의 신분을 잊어버리고, 마치 공을 이루고 대궐로 돌아오는 장상의 입장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음을 기록한 대목이다.
관문의 니르러 ~ 박쟝하야 웃다 : 행렬이 끝나고 방안에 들어와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실소하는 모습을 그려 놓은 부분이다.
이해와 감상
'북산루'는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의 두 번째에 실려 있는 글이다. 묘사의 적확(的確), 참신한 어휘의 구사, 순 우리말의 표현 등을 특색으로 한 글로서, 여류 수필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북산루에 올라가 내려다본 경관과 그 조망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돌아올 때의 횃불을 켜든 장관을 묘사한 앞 부분이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분망함과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글이다. 시각적 이미지와 직유법을 이용하여 경관의 생동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은 국문체의 수필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개념적인 한문체의 수필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발걸음을 옮기면서 눈앞에 펼쳐진 사물과 풍경을 마치 카메라의 앵글에 담아내듯, 차분하고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의 여유롭고 관조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기행문으로서의 여정, 견문, 감상도 여실히 나타나 있다.
심화 자료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
함흥 부근의 명승 고적을 탐승(探勝)한 기행문과 전기, 번역 등을 합한 문집, '낙민루(樂民樓)', '북산루(北山樓)', '동명일기(東溟日記)', '춘일 소홍(春日消興)', '영명사득월루 상량문(永明寺得月樓上樑文)' 등이 실려 있다. 그 중 '동명일기'가 가장 뛰어나다.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의 작자에 관한 이설
종래 이병기 박사에 의해 작자가 의유당 김씨라고 판명되었으나, 의유당은 연안 김씨가 아니라 의령 남씨라는 설을 제기하여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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