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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탈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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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탈춤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미상(조선 후기로 추정)

형식 : 가면극, 민속극, 구비 희곡 탈춤(대본), 전통극

성격 : 평민적, 해학적, 풍자적, 탈중세적, 근대지향적

문체 : 대화체, 구어체

전승지역 : 황해도 봉산

배경 : 시간적 배경으로는 조선 후기로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이고, 사회적 배경으로는 봉건질서가 해체될 무렵으로 신분 질서 와해기이며, 공간적 배경으로는 황해도 봉산 지방임.

공연 주체 : 상인들과 이속 또는 중인 계급

표현 : 서민적인 비속어와 양반투의 한자어나 한시구를 동시에 구사하여 언어의 양면성, 대담성, 솔직성 등이 나타나 있고, 말의 성찬으로 인한 자유분방한 열거와 대구, 인용, 반어, 언어 유희, 익살, 과장 등이 풍부해 고도의 풍자성이 있음.

내용 : 대사 부분과 춤추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사 부분은 양반이 말뚝이에 의해 혹은 자신 스스로에 의해 풍자당하는 내용이다. 춤추는 부분은 재담의 내용이 바뀔 때마다 행하는 전환의 의미와 풍자를 하고 난 후에 벌어지는 신명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구성 : 7개의 독립된 과장(마당)이 옴니버스식으로 배열된 봉산탈춤의 구성은, 우리 민속극이 다 그러하듯, 현대 연극처럼 첫 과장과 끝 과장이 연속체로 된 드라마가 아니고, 주제별로 몇 개의 드라마가 소위 옴니버스 스타일로 한 테두리 속에 들어 있는 특이한 형태다. 봉산탈춤은 목중, 노장, 양반, 그리고 미얄의 독립된 네 개의 놀이에 사당춤, 사자춤, 원숭이 놀이가 곁들여 7개의 과장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등장 인물들은 희화되어 있고 서민의 삶과 양반에 대한 풍자가 나타나 있다.

순서

내용

제1과장

사상좌춤(四上佐舞) - 상좌 넷이 사방신(四方神)에게 배례하는, 놀이를 시작하는 의식무(儀式舞)장면

제2과장

팔목중춤(八目僧舞)

제1경 : 목중춤 - 여덟 명의 목중이 등장하여 차례로 각자 자신들의 승려 생활을 파계하는 모습을 연출한 후, 퇴장한다.

제2경 : 법고놀이[버꾸놀이]- 목중들이 등장하여 미리 탈판 중앙에 준비해 놓았던 법고를 가지고 목중들이 익살과 재담으로 법고놀이를 한다

제3과장

사당춤(寺堂舞)- 사당과 거사들이 놀량사거리를 합창하며 북, 장고들을 치면서 질탕히 놀다가 전원 퇴장한다.

제4과장

노장춤(老長僧舞)

제1경 : 노장춤 - 소무의 미색(美色)에 반한 노장이 파계를 한다

제2경 : 신장수춤 - 노장이 소무를 위해서 신장사를 속이고 신을 빼앗는다.

제3경 : 취발이춤 - 취발이가 노장에게서 소무를 빼앗고,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낳는다.

제5과장

사자춤(獅子舞)- 노장을 파계시킨 목중들이 석가여래가 보낸 사자 앞에서 회개한다.

제6과장

양반춤(兩班舞) - 양반의 마부인 말뚝이가 양반을 야유하고 공격한다.

제7과장

미얄춤 - 미얄할멈과 미얄영감이 등장하여 서민 생활의 애환을 보여 주며, 미얄영감의 첩인 돌머리집과 싸움을 벌이던 미얄할미가 죽는다.

주제 : 봉건적인 가족 제도 내에서의 여성에 대한 남성의 횡포 비판, 신분적 특권 계급인 양반에 대한 조롱과 풍자

특징 : 희극적 과장과 서민적 표현의 활용과 극중 현실과 외부 현실 간의 개방 구조로 관객이나 악공이 공연의 제3자가 아니라 극 중 현실에 참여한다. 관객의 경향에 따라 즉흥성과 현장성에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탈춤의 세계는 이들의 세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춤은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예술이다. 공동체적 유대감을 가지고 신명나는 놀이판을 형성하는 동시에 비판적인 현실 인식을 유발하는 공연 효과를 가진다.

의의 : 짙은 해학과 풍자를 통하여 근대적 시민 의식을 표현하고, 대표적인 민속극으로 중요 무형 문화재 17호로 지정됨

출전 : 이두현 채록본

내용 연구

제5과장

사자춤 : 사자탈을 쓰고 추는 춤. 사자춤, 사자무.

노승 : 늙은 중

취발 : 방탕한 처사(노승에 대립되는 인물). 파계승

처사 : 거사와 같음

먹중 : 검은 빛의 장삼을 입은 중. 목승(目僧), 묵승(墨僧)

거사 : 불교에서 출가하지 아니한 속인으로서 불교의 법명을 가진 사람.

소무 : 하위에 있는 무당

짐생 : 짐승.

고얀 놈 : 고약한 놈. 즉, 얼굴, 성질 등이 흉하거나 괴팍한 사람을 일컬음.

전단 : 사람 이름. 연의 소왕이 제나라를 침입했을 때에 화우의 계책으로 이를 물리침.

생매 : 산 채로 땅 속에 묻음

서천 서역국 : 부처가 태어난 인도의 옛 호칭

당삼장 : 당나라의 고승

문수 보살 : 석가의 왼편에 앉아 있어, 지혜를 맡았다는 보살. 대개 사자를 탄 모습임.

적하 인간(謫下人間) : 인간 세상에 귀양 옴.

생불 : 덕행이 매우 높은 중

실이목지호 :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함

궁심지지소락 : 마음과 뜻을 다하여 이리저리 쓰는 즐거움

엄시하 : 아버지만 생존한 경우

시님 : 스님.

질탕이(侄宕一) : 놀음놀이 같은 것이 지나쳐서 늘어지게.

유량한 : 악기 소리가 거침없이 맑음.

풍악 : 우리 나라 옛 음악.

가왕 : 가짜 왕.

산해진미 : 온갖 맛있는 음식

음탕 : 주색에 빠져 방탕함

파계 : 계율을 깨뜨림

장기 : 가장 능한 재주

심지(心志) : 마음과 뜻.

제6과장

벙거지 : 주로 병졸이나 하인이 쓰던 모자. 털로 검고 두껍게 만듦. 여기서는 하인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됨.

샌님(生員) : 생원님의 준말. 생원이란 상민이 양반을 높여 이르는 말.

서방님 : 여기서는 관직이 없는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창옷 : 소창옷의 준말. 웃옷의 하나로 두루마기와 같으나, 무(웃옷의 좌우 겨드랑이 아래에 대한 딴 폭)가 없음.

해자 : 등솔기의 아랫 부분을 길게 째고 소매를 없앰. 전복(戰服)의 하나.

복건 : 검은 헝겊으로 위는 둥글고 삐죽하게 만들고, 뒤에는 넓고 긴 자락을 늘어지게 대고, 양옆에 끈이 있어 뒤로 돌려 매게 되어 있음. 사내아이들의 명절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머리에 썼음.

옥당 : 홍문관의 별칭. 또는 홍문관의 관원

개잘량 : 털이 붙어 있는 개가죽 방석. 곧 양반을 개가죽에 비유.

개다리 소반 : 개의 뒷다리처럼 구부러진 다리를 가진 상, 양반의 팔자 걸음을 풍자한 표현.

벙거지를 쓰고 채찍을 들었다 : 말뚝이의 행색을 나타내었다. 벙거지는 말뚝이가 하인 신분임을, 채찍은 말뚝이의 당당한 위세(양반에 대한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나타낸 것이다. 봉산 탈춤의 말뚝이는 여느 탈춤이 그러하듯이 양반을 모시고 다니는 종이다. 그런데 말뚝이는 겉으로는 양반에 복종하는 듯하나 사실은 양반의 무능함과 이중적 인격 그리고 비현실적 세계관을 조롱하고 모욕을 주며 농락한다. 이는 춘향전의 '방자'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유형의 인물을 '방자형 인물'이라고 하는데 판소리보다는 탈춤에서 그 성격이 더 강렬하다.

샌님과 서방님은 언청이며 ~ 방정맞게 군다 : 지체 높은 양반이지만 샌님과 서방님은 언청이, 막내 도령은 입비뚤이로 신체적 결함이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도령은 대사 한 마디 없이 방정맞게 행동함으로써 인물됨이가 조금 모자람을 드러낸다.

굿거리 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 양반 말뚝이의 갈등 해소

쉬이 :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반주나 춤을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함.

곰방대 : 짧은 담뱃대

연죽전 : 담배를 파는 가게

양칠간죽 : 빨강, 노랑의 빛깔로 알록달록하게 칠한 담뱃대

자문죽 : 아롱진 무늬가 있는 중국산 대나무로 만든 담뱃대.

양칠간죽·자문죽 : 긴 담뱃대, 곰방대의 상대적 물건

희자죽 : 곁에 희자가 씌어 있는 담뱃대로 '희자죽'의 오류임

오동수복 : 오동수복의 오류. 검붉은 빛의 구리에다 '수, 복'즐 박은 담뱃대.

육모깍지 희자죽 오동수복 연변죽 : 담배부리의 여러 종류들

거이 : 낚시 지렁를 미끼로 한 낚시. 혹은 게를 낚는 낚시.

훤화(喧譁) : 시끄럽게 지껄이며 떠듦

오음 육률 : 옛날 중국 음악의 다섯 가지 소리(궁·상·각·치·우)와 여섯 가지 율조

흘뚜기 : '호드기'의 사투리

젓대 : 가로 대고 부는 피리.

건건드러지게 : 멋있게 가늘고 아름답고 부드럽게

일조식 : 일찍 아침밥을 먹고

노새 원님 : 생원을 빗댐

법덕 : 프랑스, 독일

남드리 : 남쪽 평야, 평야의 고어(古語)는 '드르'

비뚝한 : 비슷한

구경하시는 양반들 ~ 걸어놓고 잡수시오 : 양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양반들을 조롱하고 관객들을 극의 내용에 끼어들게 함으로써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을 제거한다.

여보, 악공들 말씀 들으시오 : 극중 인물인 말뚝이가 극중 인물이 아닌 악공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는 극중 장소와 공연 장소의 일치를 의미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유동적임을 뜻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원리는 관객이나 악공의 극중 현실에의 개입으로 이어진다.

노새 원님을 끌어다가 ~ 내가 타고 :'노새원님'은 음의 유사성을 이용해서 양반을 조롱한 것으로 빠르게 읽으면 노 생원님(샌님0이 되어 결국 말뚝이가 탄 것은 노새가 아니라 양반이 된다.

동은 여울이요 ~ 남드리 북향산 : 황해도 봉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대표적인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 안 가본 데가 없다는 뜻

방방곡곡 면면촌촌이,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무 결결이 : 온 나라, 모든 고을, 바위나 모래 틈마다, 참나무 결마다, 곧 구석구석을 다 뒤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표현은 우리말의 묘미를 한껏 살려 말의 성찬(盛饌)을 펼침으로써 탈춤 대사의 내용을 풍부하게 한다.

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 땅바닥에 금을 그어 집터를 요량하는 동작으로 봄.

문을 하늘로 낸 새처 : 지붕이 없는

새처 : 웃어른의 숙소를 높여 이르는 말

울장 : 울타리에 박은 긴 말뚝,

깃 : 외양간, 마구간 등에 깔아주는 짚이나 풀.

자좌오향 : 자방(북쪽)을 등지고 오방(남쪽)을 향함. 즉 정남향을 향해 지은 집.

오련각 : 오량각. 대들보를 다섯 줄로 놓아 넓이가 두 간통 되게 지은 집.

호박 주초 : 호박(보석의 일종)으로 만든 주초(기둥 밑에 괴는 주춧돌), '주초'의 원말.

산호기둥 : 산호로 만든 기둥.

비취 연목 : 비취로 만든 서까래

금파 도리 : 도리 금빛 물결 무늬의 도리(기둥과 기둥 위에 건너 얹어 그 위에 서까래를 놓는 나무)

천판자 : 위를 널판지로 막음.

화문석 : 꽃을 수놓은 돗자리.

칫다 ; 냅다(세차게 빨리)

부벽서 : 벽에 붙이는 글.

담박녕정 : 욕심이 없어 마음이 깨끗하고 고요함.

백인당중유태화 : 많이 참는 집에 너그러움과 온화함이 있다.

가위 : 말하자면

문방 제구 : 종이, 붓, 먹, 벼루, 족자 따위의 글과 글씨에 관한 모든 기구

볼작시면 : 본다면

옹장봉장 : '용장봉장'의 오기. 용이나 봉황의 무늬를 새긴 옷장.

궤(櫃) : '궤짝'의 준말. 궤짝은 나무로 만든 네모진 그릇

두지 : '뒤주'의 사투리. 뒤주는 곡식을 담아두는 세간.

함롱 : 상자나 농

반다지 : '반닫이'로 써야 함. 앞의 위쪽 절반이 문짝으로 되어 있는 궤.

용장봉장, 궤, 두지, 함롱, 반다지 : 문방 제구라 해 놓고 열거한 것은 가구들이니 문맥이 어색함.

삼털 같은 칼담배 : 거칠게 썬 담배

동푸루 : 푸는, 발음상 '똥물'에 가깝게 들리므로 이는 필시 양반에 대한 조롱 차원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이마만큼 터를 잡고 ~ 새처를 잡아 놨습니다 : 참나무 울타리가 쳐 있고 바닥에는 짚이 깔려 있으며 대문이 하늘로 나 있는 새처는 마구간(외양간)을 뜻한다. 결국 양반들의 새처로 형편 없는 마구간을 정해 놓았다는 것으로 양반들을 희롱한 것이다.

자좌오향에 터를 잡고 : 북쪽을 등에 지고 정남쪽을 향하도록 집터를 잡았다는 뜻으로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명당 자리임을 가리킨다.

새처방으로 들어간 양을 한다 : 봉산 탈춤이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이 마당에서 공연되었음을 암시하는 구절이다. 탈춤을 비롯한 우리 민속극은 어느 정도의 마당만 있으면 공연이 가능했으며, 이 때문에 공연 장소가 곧 극중 장소가 될 수 있었다.

십리허에 : 십리쯤에. '허(許)'는쯤, 정도의 뜻

운자 : 한시의 각 구의 끝을 맞춘 글자.

영시조 : 시조 곡조 형식의 하나.

벽자(僻字) : 흔히 쓰이지 않는 괴벽한 글자.

뒤축 : 신이나 버선 따위의 발뒤꿈치가 닿는 부분.

거멀못 : 나무 그릇 따위의 벌어지거나 금간 데에 거멀장(두 물건 사이나 모퉁이를 연결할 때나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 할 때 대는 쇳조각)처럼 걸쳐 박는 못.

파자 : 한자의 자획을 나누거나 합하여 맞히는 수수께끼, 한자를 잘 아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언어적 유희이다. 오늘날의 일종의 넌센스퀴즈에 해당함. 예문으로 人良事(인량사) ->食事(식사), 月月山山 -> 붕출(朋出), 丁口竹天(정구죽천) -> 可笑(가소)

운고(韻考)옥편(玉篇) : 한자의 운자(韻字)를 분류하여 풀어 놓은 사전.

여보게, 동생, ~ 못하리라.…, 하하 : 새처에 가만히 있기도 갑갑하지만, 무엇보다도 양반으로서 시조 한 수를 불러 유식함을 과시하고 말뚝이에게 당한 수모로부터 벗어난 양반의 권위를 되찾자는 속셈이다.

울록줄룩 작대산하니 ~ 거 형님, 잘 지었습니다 : 양반 행세를 하자니 운자에 맞추어 한시를 지어야 하겠지만 워낙 무식하여 운자에 급급한 언문 풍월(한글로 지은 것이면서도 한시처럼 글자수를 제한하고 운자까지 맞춘 것)을 지어놓고는 잘 지었다며 형제가 웃는다.

주둥이는 하얗고 ~ 무슨 자냐? : 양반들이 요란스럽게 거들먹거리며 하는 파자놀이가 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하는 수수께끼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나랏돈 : 국고금

노랑돈 : 누른 빛깔을 띤 엽전.

잘라 먹은 : 도막을 쳐서 먹다. 갚을 것을 갚지 않다. 중간에 횡령하다. 여기서는 갚지 않거나 횡령하다는 뜻으로 사용.

상통 :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

무량대각 :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셈. '대각'은 군중(軍中)에서 호령할 때나 아악(雅樂) 등을 연주할 때에 쓰는 악기로 소리가 크다.

전령 : 명령을 전함. 여기서는 명령을 알리는 증서. 즉 오늘날의 체포 영장 같은 것을 말함. 다시 말해서 양반의 위세를 상징함.

피신 : 몸을 피해 다님.

양치 : '양치질'의 준말.

밑구녕 : '밑구멍'의 사투리. 곧 항문(肛門)

노나 : 노느다의 준말. 나누어.

돈냥 : 셀 수 없을 만큼의 얼마 되지 않는 돈. 전량

구술 : 말로 이야기함. 구연(口演)

채록 : 채집하여 기록함.

나랏돈 노랑돈 ~ 놈을 잡아들여라 : 취발이의 죄목과 형상을 일러주면서 잡아들이라는 명령이다. 여기서 취발이의 구체적인 성격을 알아내는 것은 다소 무리이다. 다만 경제적인 여건을 갖춘 신흥 중간층인 상인 신분이라는 것은 말뚝이의 마지막 대사 중 '돈이나 몇백 냥내라고 하야'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나랏돈을 칠 푼 횡령하였다 함은 조선 후기의 상인과 이속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러 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놈이 심(힘)이 ~ 잡아 올 수 없습니다. : 취발이가 만만찮은 존재이나 양반의 힘이 나름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양반 과장 전체로는 서서히 신분 질서의 와해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이를 보더니 ~ 양반의 앞에 온다 : 양반의 권위와 힘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기에 그 힘 세고 날랜 취발이도 양반의 전령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잡혀 오고 만다.

취발이 엉덩이를 ~ 내밀게 하여 : 말뚝이가 다시금 양반을 희롱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그의 재담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여기서는 구체적인 행동(몸짓)을 통하여 양반을 희롱하고 있다.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 갖다 박어라 : 취발이의 냄새나는 엉덩이를 다른 쪽으로 돌리게(치우게)하라. 지나치게 비속어를 많이 사용하여 양반이 취발이를 아주 무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 그리 알고 계시오 : 조선 후기에 자본주의적인 사고 방식과 현실주의적 가치관이 서서히 싹 트고 있음을 보여 준다. 원칙대로 취발이를 정치하려면 양반의 의도는 물거품이 되고 도리어 부정부패를 묵인, 동조하는 처지가 된다.

 

제7과장

미얄춤 과장의 갈등 구조

미얄춤 과장에서는 난리통에 헤어진 미얄 할멈과 영감이 서로 찾아다니다가 재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얄과 영감은 첫 번째로 난리라는 사회적 환경 때문에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두 번째 갈등은 미얄과 영감이 만난 후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영감이 결국 미얄을 때려서 죽게 하는 데서 나타난다. 여기서 미얄은 남성의 횡포에 맞서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에서 가부장적 권위 의식에 맞선 갈등 의식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한편, 미얄과 덜머리집 사이의 대결은 제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미얄할멈'은 늙은 여자이므로, '늙음, 겨울, 불임'을 의미하고 영감의 젊은 첩인 '들머리집'은 '젊음, 여름, 임신(생산)'을 상징한다. 두 사람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미얄 할멈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후자인 들머리집의 승리를 의미하며, 이는 곧 이 내용이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을 띤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물 - 사회

미얄 영감이 난리통에 서로 헤어짐

인물 - 인물

미얄과 영감의 갈등과 미얄의 죽음

가부장적 남성의 횡포 풍자

미얄과 덜머리집의 갈등과 미얄의 죽음

늙음, 겨울, 불임'과 젊음, 여름, 임신(생산)을 상징하는 두 존재의 대립에서 '젊음, 여름, 임신(생산)'의 승리 - 풍요 기원의 제사 의식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음.

봉산(鳳山) 탈춤

작품개관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단원은 앞 단원에서 학습한 희곡의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극 양식인 탈춤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고, 서양 연극과의 다른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작품은 ‘봉산탈춤’중 제 7과장 미얄춤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희화화된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봉건 사회에서 여성에 가해졌던 억압을 보여 줌으로써 가부장적 제도에 대한 적나라한 풍자가 잘 드러나 있다. 이 과장에서 악공은 극중 인물이 아니면서도 혼자 등장한 인물의 대화 상대 역을 하기도 하면서 악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탈춤이 서양 연극과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지도의 핵심

이 단원에서는 교사가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다든지, 어휘를 풀이하는 수준의 수업을 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탈춤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미얄춤 과장에 나타난 장면을 통해, 탈춤은 공연 장소와 극중 장소가 구분되지 않으며 악공이 극중 현실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서양 연극과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탈춤의 대사도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데 중점을 두어 지도한다.

(3) 작품연구

‘봉산탈춤’(중요 무형 문화재 제 17호)은 해서(海西 : 황해도 일대) 탈춤에 속하며 산대도감(山臺都監) 계통의 극이다. 예부터 해서의 각 지방에는 5일장이 서는 거의 모든 장터에서 1년에 한 번씩은 탈춤놀이가 벌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봉산은 남북을 잇는 유리한 지역적 조건 때문에 나라의 각종 사신(使臣)을 영접하는 행사가 잦았고, 또 지방의 농산물이 모여드는 중심지였기에 더욱 이런 놀이가 성행하였다. 약 200여 년 전 봉산에서 이속(吏屬) 노릇을 하던 안초목(초목의 와전)이 전남에 있는 어느 섬에 유배되었다가 돌아온 후 나무탈을 종이탈로 바꾸는 등 많은 개혁을 이루어 놓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19세기 말기부터 해서 탈춤의 대표적 놀이로까지 발전하였다.

연희(演戱) 시기는 5월 단옷날 밤에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까지로 원래는 4월 초파일에 놀았었다. 단오 때 이에도 원님의 생일이나 원님이 부임하는 날, 사신의 영접 탈춤 대회가 있을 때도 연희되었다. 연희 장소는 봉산의 구읍(舊邑)인 경수대였으나 1915년경 군청 등 행정 기관이 사리원으로 옮겨지자 이 놀이판도 사리원 경암산 아래로 옮겨졌다. 당시 놀이에 사용되는 비용은 지방의 유지나 상인들이 부담하였다.

보통 가면극처럼 춤이 주가 되고 몸짓과 동작·재담·노래 등이 따르는데, 춤은 팔목중의 외사위·곱사위·양사위·민사위·무동춤과 취발이의 깨끼춤, 말뚝이의 두어춤, 미얄의 궁둥이춤·까치걸음 등 다양하다. 음악은 피리·대금·해금·장구·북으로 구성된 삼현육각(三絃六角)이 염불곡·타령곡·굿거리곡 등을 연주한다.

‘봉산 탈춤’은 사상좌춤, 팔목중춤, 사당춤, 노장춤, 사자춤, 양반춤, 미얄춤의 전 7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교과서에 수록된 제 7장과 미얄춤은 남성의 봉건적 횡포에 대한 비판과 풍자 그리고 서민의 간고(艱苦)한 삶의 현실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라도 제주 망막골의 미얄과 영감은 난리통에 헤어져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봉산 탈춤 놀이판에서 만난다. 둘은 만나자마자 애를 낳는 흉내를 내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싸움만 한다. 영감은 그동안 땜장이로 팔도를 다니며 연명했다 하고, 미얄은 아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 아들은 나무를 하러 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영감이 서로 헤어지자고 한다. 이때 용산 삼개 덜머리집의 등장으로 싸움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 미얄이 죽고 만다. 그러자 영감은 온갖 약을 다 써보지만 효험이 없다. 남강 노인이 등장, 미얄을 극락 세계로 보내기 위해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대표적인 민속 가면극인 ?봉산 탈춤?의 제7과장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가부장 제도에 대한 적나라한 풍자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탈춤의 특성에 대해 이해해 보자.

미얄춤 전체 줄거리

전라도 제주 망막골의 미얄과 영감은 난리통에 헤어져 전국을 유랑하며 서로 찾았지만 만나지 못하다가 봉산 탈춤 놀이판에서 만난다. 둘은 만나자마자 애를 낳는 흉내를 내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싸움만 한다. 그리고 서로 지내온 사연을 얘기하는데 영감은 땜장이로 팔도를 다니면서 연명했고, 미얄은 아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 아들은 나무하러 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영감이 헤어지자고 한다. 이 때 영감의 첩 덜머리집의 등장으로 싸움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 미얄은 죽고 만다. 미얄이 죽자 영감은 후회를 하고, 남강 노인이 등장하여 미얄을 극락 세계로 보내기 위해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제7과장 미얄춤

미얄 (한 손에 부채를 들고 한 손에 방울을 들었으며[미얄의 직업이 무당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굿거리 장단[무당이 굿을 할 때 치는 장단. 느린 4박자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악공 앞에 와서 울고 있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악공[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고 연희자의 행위와 대사를 유도하고, 연희자와 관객 사이에서 분위기를 조성한다.] 웬 할맘입나?

미얄 웬 할맘이라니, 떵꿍[장구 소리를 흉내낸 의성어]하기에 굿만 여기고 한 거리[춤이나 굿의 한 장면] 놀고 가려고 들어온 할맘일세.[이 과장은 악공과 관객들이 굿놀이를 하고 있는데 그 공간에 미얄이 구경하러 들어왔다는 설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미루어 이 극은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다는 의미]

악공 그러면 한 거리 놀고 갑세.

미얄 놀든지 말든지 허름한 영감을 잃고 영감을 찾아다니는 할맘이니 영감을 찾고야 놀갔습네.

악공 할맘 본 고향은 어데와?

미얄 본 고향은 전라도 제주 망막골일세.

악공 그러면 영감은 어찌 잃었습나?

미얄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서로 도망을 하였더니, 그 후로 아즉까지 종적을 알 수 없습네.[잦은 전란으로 민중들이 피폐한 삶을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악공 그러면 영감의 모색[모습]을 댑세.

미얄 우리 영감의 모색은 마모색일세.

악공 그러면 말새끼란 말인가?

미얄 아니, 소모색일세.

악공 그러면 소새끼란 말인가?

미얄 아니, 마모색도 아니고 소모색도 아니올세. 영감의 모색을 알아서 무엇해. 아무리 바로 댄들 여기서[극적 상황과 연행 현장의 일치를 보여 줌] 무슨 소용 있습나.

악공 모색을 자세히 대면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지.

미얄 (소리조로) 우리 영감의 모색을 대. 난간 이마[정수리가 판판하고 툭 불거져 나온 이마.] 주게턱[주걱턱] 웅케눈[‘움펑눈’ 또는 ‘우묵눈’인 듯함. 우묵하게 생긴 눈.]에 개발코[개의 발 모양으로 너부죽하고 뭉툭하게 생긴 코], 상통[‘얼굴’의 속어.]은 (갓바른) 과녁(판) 같고, 수염은 다 모즈러진[모지라진. 물건의 끝이 점점 닳아서 없어진] 귀얄[풀칠이나 옻칠 따위를 할 때 쓰는 기구. 돼지털이나 말총을 넓적하게 묶어 만듦] 같고 상투는 다 갈아 먹은 망좆[맷돌중쇠. 맷돌의 위짝과 아래짝이 맞물리도록 아래짝의 한가운데 박는 쇠] 같고 키는 석 자 네 치 되는 영감이올세.[미얄의 모습을 희극적으로 과장하여 묘사함 / 탈춤에서는 인물의 형상이나 사건 또는 배우들의 동작이 과장되고 익살스럽게 나타난다. 대개 이러한 요소들을 표현할 때는 주로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언어와 동작을 사용하는데, 언어 유희, 과장법, 비유의 방법이 동원된다. 미얄춤 과장에서도 미얄의 생김새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주걱턱, 상통 등의 어휘를 동원하여 미얄의 외양을 희화화하여 표현함으로써 해학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악공 아 옳지, 바루 등 너머 망[맷돌] 쪼러 갔습네.

미얄 에잇, 그놈의 영감. 고리쟁이가 죽어도 버들가지를 물고 죽는다더니[속담을 활용하여 어디를 가더라도 자기의 본업을 떨쳐 버리지는 못한다는 말.], 상게[아직도] 망을 쪼으러 다니나?[영감의 직업이 망을 쪼는 일, 즉 맷돌을 만들고 고치는 일임을 알려 줌]

악공 영감을 한번 불러 봅소.

미얄 여기 없는 영감을 불러 본들 무엇합나?

악공 아, 그래도 한번 불러 봐.

미얄 영가암!

악공 거 너무 짧아 못 쓰겠습네.

미얄 여엉가암!

악공 너무 길어 못 쓰겠습네.

미얄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공 아, 전라도 제주 망막골에 산다니, 쉬(세)나위청[무악(巫樂)의 하나인 시나위 곡조]으로 불러 봅소.[악공이 관객의 즐거움을 위하여 노래를 부를 것을 요구하는 대목으로 정보나 교훈의 전달보다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던 탈춤의 특성이 드러남]

미얄 (시나위청으로) 절절 절시구 저절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절 절시구, 우리 영감 어데 갔나, 기산 영수[중국 전설상의 산과 강의 이름. 소부(巢父)와 허유(許由)가 은거한 곳] 별건곤[별천지]에, 소부?허유를 따라갔나, 채석강 명월야[채석강의 달밤. ‘채석강’은 이태백이 달을 건지려 했다는 강]에 이적선[당 나라의 시선(詩仙)인 이태백을 가리킴. ‘적선’은 하늘에서 귀양 내려온 신선이라는 뜻.] 따라갔나, 적벽강 추야월[소동파의 시 ?적벽부?에서 달밤에 뱃놀이하던 장면과 연관시켜 말한 구절.]에 소동파 따라 갔나. 우리 영감을 찾으려고 일원산(一元山)서 하로 자고, 이강경(二江景)서 이틀 자고, 삼부여(三夫餘)에서 사흘 자고, 사법성(四法聖)서 나흘 자고[미얄이 남편을 찾으려고 실제로 함경도 원산에서부터 충청도의 강경과 부여를 거쳐 전라도 영광 법성포까지 다 흝어보았다는 뜻보다는 단지 운을 맞추어 말하는 즐거움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언어유희], 삼국(三國)적 유현덕(劉玄德)이 제갈공명(諸葛孔明) 찾으랴고 삼고 초려(三顧草廬)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 공명의 초려(초가집)를 세 번이나 찾아가 마침내 그를 군사(軍師)로 삼은 일]하던 정성, 만고 성군(萬古聖君) 주문왕(周文王)[기원전 12세기 경, 주나라를 창건한 왕. 무왕(武王)의 아버지.]이 태공망(太公望)[이름은 강상(姜尙). 강태공으로도 불림. 위수 가에서 문왕을 만나 그 스승이 되었고, 무왕을 도와 천하를 통일했음]을 찾으려고 위수양(渭水陽)[위수의 북쪽] 가던 정성, 초한(楚漢) 적 항적(項籍)[초나라 항우의 본명]이가 범아부(范亞夫)[항우의 신하. 본명은 범증. 항우를 도와 초나라를 일으켰으나, 항우의 의심을 받게 되자 물러남.]를 찾으려고 나(기)고산(祁高山)[본래 ‘기고산’인데 광대들의 구비전승 과정에서 ‘나고산’으로 잘못 전해짐.)[삼국적 유현덕이 ~ 나(기)고산 가던 정성 : 미얄이 영감을 찾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는 것으로 이러한 인용은 서민들에게는 어려우나 가면극의 발달상에서 보면 이러한 언어가 쓰임은 곧 상인이나 말단관리인 이속 계층이 참여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가던 정성, 이 정성 저 정성 다 부려서 강산 천리(江山千里) 다 다녀도 우리 영감을 못 찾갔네. 우리 영감을 만나 보면 귀도 대고 코도 대고 눈도 대고 입도 대고 업어도 보고 안아도 보련마는, 우리 영감 어데를 가고 날 찾을 줄을 왜 모르는가. 아이고, 아이고! (굿거리 춤을 추며 퇴장.)

영감 (이상한 관을 쓰고 회색빛 나는 장삼[중의 웃옷. 검은 베로 길이가 길고, 품과 소매를 넓게 만듦]을 입고 한 손에 부채, 한 손엔 지팡이를 들고 있다.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쉬이이[탈춤에서 악공들의 연주를 그치게 하고,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한 소리], 정처 없이 왔더니 풍악 소리 낭자하니 참 좋긴 좋구나. 풍악 소리 듣고 보니 우리 할맘 생각이 간절하구나. 우리 할맘이 본시 무당이라 풍악 소리 반겨 듣고 혹 이리로 지나갔는지 몰라. 어디 한번 물어 볼까? 여보시오.

악공 거 뉘시오?

영감 그런 것이 아니오라 허름한 할맘을 잃고 찾아다니는데 혹시 이리로 갔는지 못 보았소?

악공 할맘은 어찌 잃었습나?

영감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동서 사방으로 도망을 하였는데, 그 후로 통 소식이 없습네.

악공 본 고향은 어디메와?[영감과 악공의 대화는 앞의 미얄과 악공의 대화와 유사한 구조를 보이며 반복된다. 이는 구비전승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이며 또한 극적 흥미를 유발하여 연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영감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올세.

악공 그러면 할맘의 모색을 댑세.

영감 우리 할맘의 모색은 하도 흉해서 댈 수가 없습네.

악공 그래도 한 번 대 봅세.

영감 여기서 모색을 댄들 무엇하겠습나?

악공 세상 일이란 그런 것이 아니야. 모색을 대면 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

영감 그럼 바로 대지. 난간 이마에 주게턱, 웅케눈에 개발코(빈대코)[납작코], 머리칼은 다 모즈러진 빗자루 같고, 상통은 깨진(먹푸른) 바가지 같고, 한 손엔 부채 들고 또 한 손엔 방울 들고 키는 석 자 세 치 되는 할맘이올세.

악공 옳지, 그 할맘이로군. 바로 등 너머 굿하러 갔습네.

영감 에에, 고놈의 할맘 항상 굿하러만 다녀.

악공 할맘을 한번 불러 봅소.

영감 여기 없는 할맘을 불러 무엇합나?

악공 그런 것이 아니야. 한번 불러 봅세.

영감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하라는 대로 해 보지. 할맘!

악공 너무 짧아 못 쓰겠습네!

영감 할마암!

악공 그것은 길어 못 쓰겠습네.

영감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공 전라도 제주 망막골 산다니 시나위청으로 불러 봅소.

영감 (시나위청으로) 절절 절시구 절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자절시구, 우리 할맘 어디를 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라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갔나. 우리 할맘 찾으려고 일월산, 이강경, 삼부여, 사법성, 강산 천리 다 다녀도 우리 할맘 못 찾갔네. 우리 할맘 보고 지고. 칠년 대한[칠 년 동안이나 내리 계속되는 큰 가뭄] 가문 날에 빗발같이 보고 지고. 구년 홍수 대홍수에 햇발같이 보고 지고. 우리 할맘 만나 보면 눈도 대고 귀도 대고 연적 같은 젖을 쥐고 신짝 같은 혀를 물고 건드러지게 놀겠구만. 어느 델 가고 날 찾을 줄 모르는가? (굿거리 곡으로 한쪽으로 가면 미얄이 다음과 같이 부르며 등장한다.)[일구월심(日久月深) :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간다는 뜻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더함을 이르는 말.]

미얄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절절 절시구 거 누가 날 찾나? 상산 사호(商山四皓)[중국 진시황 때에 난리를 피하여 상산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는 네 사람. 모두 눈썹과 수염이 하얗게 세어서 사호(四皓)라 부름] 네 노인이 바둑 두자고 날 찾나? 춤 잘 추는 학두루미 춤을 추자고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 숙제(伯夷叔齊) 채미[고사리를 캐는 일.] 하자고 날 찾나?

영감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며 다음과 같이 부르며 미얄 쪽으로 가다)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할맘 찾을 이 누가 있나. 할맘 할맘 내야 내야.

미얄 이게 누구야? 우리 영감이 아닌가? 아모리 보아도 우리 영감이 분명하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자신이 지극한 정성으로 영감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하늘이 감동하여 영감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는 뜻] 이제야 우리 영감을 찾았구나. (노랫조로) 반갑도다. 좋을시구! (춤을 추면서 영감에게 매달린다.)

영감 여보게 할멈. 우리가 오래간만에 천우 신조로 이렇게 반갑게 만났으니 얼싸 안고 춤이나 추어 봅세. (노랫조로) 반갑고나. 얼러 보세. <후략>

<이두현 채록본(採錄本)>

학습 활동

친해지기

1. 영감과 미얄의 직업과 신분을 조사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작품의 줄거리를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활동이다. 학생들이 기억하고 있는 줄거리를 자연스럽게 발표하게 하고, 줄거리를 발표하는 중간에 더 이상 발표하지 못할 경우 교사는 단서를 제공하는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

풀이 : 미얄의 직업은 무당이고, 영감의 직업은 맷돌 수선장이, 땜장이이다.

2. 영감과 미얄이 헤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작품의 핵심 내용을 파악해 보는 활동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하게 해 보고 영감과 미얄이 헤어지게 된 이유를 찾아보게 한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낄 경우에는 구체적인 단서를 제공해 주어 그 이유를 알아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풀이 :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서로 도망을 하였더니 그 후로 아즉까지 종적을 알 수 없슴네.”라는 미얄의 대사로 볼 때, 영감과 미얄이 난리통에 헤어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꼼꼼히 읽기

1. 미얄과 영감이 각각 악공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동일한 표현이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 이를 찾아보고 그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표현이나 행위를 동일한 구조로 반복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한 활동이다. 먼저 학생들에게 어떤 부분에서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가를 발표하게 하고, 반복적인 표현의 이유를 자연스럽게 추리해 보도록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봉산탈춤’의 다른 과장에도 이러한 표현이 있는가를 알아보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이해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풀이 : 동일한 표현

악공과 미얄의 대화

악공과 영감의 대화

악공 할멈 본 고향은 어데와?

미얄 본 고향은 전라도 제주 망막골일세.

악공 그러면 영감은어찌 잃엇습나?

미얄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서로 도망하였더니 그 후로 아즉까지 종적을 알 수 없습네

악공 그러면 영감의 모색을 댑세.

악공 할멈은 어찌 잃었습나?

영감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습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동서 사방으로 도망을 하였는데, 그후로 통 소식이 없습네.

악공 본 고향은 어디메와?

영감 전라도 제주 망막골일세.

악공 그러면 할맘의 모색을 댑세.

악공 영감을 한번 불러 봅소.

미얄 여기 없는 영감을 불러본들 무엇합나?

악공 아, 그래도 한번 불러 봐.

미얄 영가암!

악공 거 너무 짧아 못 쓰겠습네.

미얄 여엉가암!

악공 너무 길어 못 쓰겠습네.

미얄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공 아, 전라도 망막골에 산다니. 쉬(세)나워청으로 불러 봅소

악공 할맘을 한번 불러 봅소.

영감 여기 없는 할맘을 불러 무엇합나?

악공 그런 것이 아니야. 한번 불러 봅세.

영감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하라는 대로 해보지. 할맘!

악공 너무 짧아 못 쓰겠습네!

영감 할마암!

악공 그것은 길어 못 쓰겠습네.

영감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공 아, 전라도 망막골에 산다니. 쉬(세)나워청으로 불러 봅소

이유 :

① 동일한 구조의 반복적인 표현으로 구비 전승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② 극적 흥미를 유발하여 연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2. 탈춤에 사용되는 언어가 양면성을 지니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탈춤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탈춤에 사용된 언어의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활동이다. 언어의 양면성이란 비속어와 한자어가 같이 사용되고 있어 평민의 언어와 양반의 언어가 같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비속어와 한자어가 각각 어떤 장면에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게 하고, 그 장면을 통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발표하게 한다. 또한 당시 민속극의 사회사적 의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여 언어 사용이 양면성을 갖는 이유를 추리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풀이 : 탈춤의 향유 계층이 평민뿐만 아니라 중인, 양반이기 때문이고, 비속어 등의 서민적 언어의 사용은 당시의 생활상을 반영하며, 양반을 능가하는 한자어의 사용은 양반 계급의 무식함과 허위를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탐구

탈춤의 특성

- 탈춤의 각 과정들은 사건이 연속되어 있지 않고 독자적인 성격을 지니면서도 대립적인 통일에 의해 전체 탈춤을 이룬다.

- 무대 장치가 없으므로 시간과 장소의 자유로운 선택과 변화가 가능하며, 여러 사건을 한 무대에 동시에 보여 줄 수도 있다.

- 관중이나 악공들은 방관자적인 제 3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극중에 개입한다. 그러므로 현실적 비판이 가능해진다.

- 대사가 있는 인물과 없는 인물의 대립,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의 대사까지 하는 특이한 방식이 사용되기도 하고, 고상한 대사를 비속한 대사로 급격히 뒤집어엎기도 한다.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탈춤의 극적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탈춤의 연희적 성격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서양 연극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찾아 탈춤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3. 이 작품에서 탈춤의 특정한 무대 장치가 없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탈춤의 공연 장소와 극중 장소를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탈놀이가 벌어지는 실제의 공간이 공연 장소이고, 작품 속의 상상적 공간이 극중 장소인 것을 실제 장면을 예로 들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근대 사실주의 연극(또는 서양 연극)에서는 이 두 가지가 엄격하게 구별되지만, 가면극에서는 필요에 따라 일치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풀이 : 교과서 수록 부분의 미얄의 대사 중 “웬 할맘이라니, 떵꿍하기에 굿만 여기고 한 거리 놀고 가려고 들어온 할맘일세.”를 보면 미얄은 등장인물이지만 마치 이 놀음판을 구경 온 것처럼 하여 관객과 등장인물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탈춤의 구성상 관객도 한편으로는 등장인물 중의 한 사람이 되어 함께 즐기도록 유도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4. 이 작품에 나타난 ‘악공(樂工)’의 역할과 판소리에서의 ‘고수(鼓手)’의 역할을 비교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악공과 고수의 역할을 통해 탈춤과 판소리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학생들에게 탈춤과 판소리 공연을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여 보여주고, 악공과 고수의 역할을 파악하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풀이 : 판소리에서 고수는 광대의 흥을 돋우는 반주자일 뿐 작품 내용에 개입하는 상대역은 아니다. 그러나 탈춤에서 악공은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사건을 진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래는 극이 연희되는 동안 필요한 효과음을 내기 위한 장치인 북이나 다른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혼자 등장한 인물의 대화 상대역을 하기도 한다. 이때 악공은 관중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시야 넓히기

‘미얄춤’에서 ‘미얄’과 ‘덜머리집’을 늙음과 젊음의 대립으로 볼 때, 농업을 중시했던 전통 사회에서 사건의 진행을 미얄의 패배(또는 덜머리집의 승리)로 마무리한 것에는 어떤 의식(意識)이 반영되었겠는지 토의해 보자.

지도방법 : 이 활동은 미얄춤 과장의 제의적 성격을 이해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활동이다. 농업 사회의 특징을 알아보고, 농업 사회에서 젊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보도록 한다.

풀이 : 미얄과 영감은 그 동네에 잡귀가 못 들어오게 막아 주는 구실을 한다고 영감이 스스로 말한다. 이것은 이 두 인물이 일종의 신적 존재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 두 인물은 만나자마자 아이를 낳으려 하나 실패하고 영감이 젊은 첩인 덜머리집을 선택하자 부부 싸움에서 미얄은 패배하여 죽고 만다. 가부장제 사회내에서의 남성의 횡포와 처첩의 갈등을 따지기 전에 이것을 제의적으로 해석하면 미얄과 덜머리집의 대립은, 곧 늙음과 젊음의 대립일 수 있다. 미얄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니깐 이 갈등은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에서 기원(起源)했다고 볼 수 있다. 미얄과 덜머리집은 계절의 상징으로 보면 죽음을 뜻하는 겨울과 생명의 성장을 뜻하는 여름일 수도 잇다. 그러니깐 미얄의 패배와 그 미얄을 극락으로 천도하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표현하기

다음을 참고로 하여, 옆에 앉은 친구의 얼굴을 글이나 그림으로 과장되게 묘사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대상의 특징을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는 가를 묻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대상에 대한 특징과 느낌을 말하면서 자유롭게 묘사해 보도록 한다. 한 가지 방법을 모범으로 제시하지 말고, 학생들이 각자의 생각대로 개성 있는 글이나 그림을 만들어 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머리는 앞을 깎아 뒤만 땋아 느리워서 당사실로 댕기를 들이고 마래기라는 모자를 눌러쓰며, 일 년 삼백육십 일에 양치질 한 번 아니하여 이빨은 황금빛이요 손톱은 다섯 치라. - 홍순학의 ‘연행가’

참고자료

미얄춤 과장의 연극적 특징

‘미얄춤 과장’ 중에서 서두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영감과 헤어져서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던 미얄 할미가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을 보고 ‘떵궁하기에 굿(인 줄)만 여기고 한 거리 놀고 가려고’ 들어와서 남편인 영감을 찾고, 영감도 ‘풍악 소리’에 미얄 할미가 생각나서 할미를 찾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만한 연극적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추려 볼 수 있다.

(1) 공공 장소와 극중 장소가 엄격하게 나뉘지 않고 융통성 있게 활용됨 : 탈놀이가 벌어지는 실제의 공간이 공연 장소요, 작품 속의 상상적 공간이 극중 장소이다. 근대 사실주의 연극에서는 이 두 가지가 엄격하게 구별되지만, 가면극에서는 필요에 따라 일치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한다. 교과서 수록 부분에서는 악공과 할미 사이의 대사로만 내용이 진행되는데, 이것은 곧 공연 장소와 극중 장소가 일치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뒤에 할미와 영감이 만나서 다툼이 벌어지는 대목에 가면 공연 장소와 극중 장소는 분리되어, 사건은 상상적 연극 공간 안에서 진행된다.

(2) 악공(및 관중)의 극중 현실 개입 : 극중 장소와 공연 장소가 동일시될 때 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가면극에서는 음악 반주를 하는 악사(樂士)와 관중이 연극의 진행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어 있다. 교과서 수록 부분에서는 악공이 그 일을 맡고 있는데, 악공과의 대화가 있어야 작중의 내용이 전개되니 악공의 역할은 단순한 간섭이 아니라 연극 진행에 곡 필요한 요소이다. 가면극은 이처럼 악공과 관중의 작중 현실 참여의 의해 좀 더 친근하게 신명나는 놀이판을 만든다. 광대의 흥을 돋구는 반주자일 뿐 작품 내용에 개입하는 상대역은 아닌 판소리의 고수와는 달리, 악공은 극중 인물이 아니면서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극의 진행에 계기를 제공하는 등 극에 개입하는 연극적인 상대역일 수 있다.

(3) 희극적 과장과 서민적 표현의 활용 : 가면극은 인물의 형상과 대사 및 동작 표현이 뚜렷하고 희극적 과장을 많이 사용한다. 또한 언어와 동작에 있어서도 서민적 활력과 소박함이 풍부한데, 이 대목에도 그러한 특질들이 나타나 있다.

탈춤의 성격

(1) 신명

탈춤은 탈판 자체가 액을 떼고 복을 빌기 위한 한바탕 놀이판이기 때문에 신명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그 신명은 탈꾼만의 신명이나 구경꾼만의 신명도 아닌, 판에 있는 모든 이들의 집단적 신명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신명을 사회화해서 피워 내고 묵은 응어리를 풀고 삶의 활기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춤이나 노래가 신명(흥)을 돋구기 위한 것이고 대사도 운율을 타는 운문적 성격을 갖는다. 또 탈꾼들이 ‘얼쑤’, ‘좋다’,‘잘한다’하는 추임새를 넣어 준다든가 탈꾼과 구경꾼과의 즉흥적인 질문, 대답은 모두 신명을 끌어내는 것이고 점차 고조되는 신명이 탈판의 마지막에 집단적으로 터져 나옴으로써 집단적 신명을 이루는 것이다.

(2) 집단성

탈판에서의 집단성은 서로가 공동체임을 확인하고 지향하기 위한 것이다. 원형의 무대는 탈꾼과 구경꾼뿐만 아니라 구경꾼과 구경꾼까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주며 공동의 관심사를 판에 끌어들여 함께 해결하고자 하고, 구경꾼이 단지 구경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뒤풀이에서 어우러져 대동을 이루는 것은 탈춤이 공동체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3) 전형성

탈춤은 시대의 전형성을 갖는다. 각 등장인물들은 그 사회성을 대변하고 있는데, 등장인물의 탈을 보더라도 거기에 담긴 사연들을 대강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탈이 만들어짐에 이어서 한 인물에 대한 인상은 그 사회적 위치와 상황을 대변하고 민중의 시대적 희망을 포함하면서 형성되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춤이나 노래가 등장인물의 전형성을 확실히 나타내고 잇다. 전통 탈춤에서 볼 수 있는 노장, 소무(혹은 작은 어미), 양반들, 말뚝이, 할멈 등이 그렇고 창작 탈춤에 등장하는 여공이나 여대생, 사장님, 국회의원, 쪽발이, 떨거지들, 경찰 등이 시대적 인물로서의 전형성을 때고 있는 것이다.

(4) 종합성

탈춤에는 어떤 공연 방식에도 볼 수 없는 종합성을 갖는다. 즉 노래, 춤, 재담, 촌극, 탁, 풍물 등의 모든 양식들이 탈춤에 담겨져 각각의 극적 효과를 가지면서 어울리고 잇는 것이다. 이는 모든 예술 양식이 총체적으로 어울리고 가락과 박을 타며 판 전체로 출렁거리는 탈판 특유의 총체적 예술 양식을 의미한다. 이를 일컬어 ‘신명적 예술 양식’이라 해도 좋은데 이 신명성은 새로운 민중 예술적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 출처 : (탈 - 민족예술 연구회)

더 읽을거리

 

이두현, ‘한국의 가면극’, 일지사, 1979.

조동일, ‘탈춤의 역사와 원리’, 홍성사, 1979.

박진태, ‘탈놀이의 기원과 구조’, 새문사, 1991.

심우성, ‘한국의 민속극’, 창작과 비평사, 1975.

참고

?봉산 탈춤?의 구성

?봉산 탈춤?은 크게 7과장으로 나누어진다.

제1과장 4상좌춤 : 사방 신(神)에 대한 배례로서 귀신을 물리치는 의식무(儀式舞)이다.

제2과장 8목중춤 : 제1경 목중춤과 제2경 법고놀이로 이루어져 있다. 목중춤은 여덟 목중이 주로 사설과 춤으로 각각 자기 소개를 하며, 법고놀이는 목중 1?2가 법고를 가지고 재담을 한다.

제3과장 사당춤 : 7명의 거사들이 치장한 사당을 업고 등장하고 홀아비 거사가 사당을 희롱하다 쫓겨난다.

제4과장 노장춤 : 제1경 노장춤과 제2경 신장수춤, 제3경 취발이춤으로 나누어진다. 노장춤은 생불(生佛)이라 칭송을 받던 노장이 소무에게 유혹되어 파계하는 대목이며, 신장수춤은 노장이 소무의 신을 외상으로 사자, 신장수가 신발값을 받으려고 원숭이를 보냈다가 장작전으로 오라는 노장의 편지에 장작찜을 당할까 봐 급히 퇴장하는 대목이다. 취발이춤은 취발이가 노장을 물리치고 소무와 사랑을 나눈 뒤 아이를 얻고서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며 신세 타령을 하는 내용이다.

제5과장 사자춤 : 부처가 보낸 사자가 내려와 벌하려고 하다가 목중들이 회개하였다는 말을 듣고 용서하고 함께 춤을 춘다.

제6과장 양반춤 : 말뚝이와 양반 3형제의 재담으로 이루어진다. 새처를 정하는 놀이, 시조짓기와 파자(破字)놀이, 나랏돈 잘라먹은 취발이를 잡아오는 과정들을 통하여 말뚝이는 독설과 풍자로써 양반들을 신랄하게 욕보인다.

제7과장 미얄춤 : 난리중에 헤어졌던 영감과 미얄 할미가 서로 만났는데, 영감이 데려온 첩 덜머리집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고 미얄은 영감한테 맞아 죽는다. 남강 노인이 등장하여 무당을 불러 진오귀굿을 해 준다. 이 마지막 굿은 탈춤의 기원이 굿에 있음을 보여 준다.

한거리 : 하나의 거리. '거리'는 무당굿의 한 장면

미얄 : (시나위청으로)[기악(器樂)의 하나. 장단은 산조(散調)와 같으나 향피리·대금·해금·장구 등 여러 악기로 편성하여 연주하는 합주 음악]절절 절시구 저절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절 절시구[노랫조 어구 사용], 우리 영감 어데 갔나, 기산영수[기산은 중국 고대 전설상의 은사인 소부와 허유가 은거하던 곳으로, 요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그것을 들은 허유가 귀가 더러워졌다 하여 영천수에 귀를 씻었다 하며, 소부는 허유가 귀를 씻은 물이 더럽다 하여 자기 소에게도 그 물을 먹이지 않았다함] 별건곤에 소부·허유를 따라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라갔나[채석강은 이백이 달을 건지려고 했었다는 강이고, 이적선(李謫仙)은 하지장이 이백(李白)을 귀양온 신선이란 뜻으로 부른 이름이다.],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갔나[소동파(蘇東坡)의 시 '적벽부(赤壁賦)' 중 뱃놀이 하던 달밤의 장면과 연관시킨 구절이다.], 우리 영감을 찾으려고 일원산(一元山)서 하로 자고, 이강경(二江景)서 이틀 자고, 삼부여(三扶餘)서 사흘 자고, 사법성(四法聖)서 나흘 자고[우리 영감을 찾으려고 ~ 삽법성서 나흘 자고 : 미얄 할미가 남편을 찾으려고 함경도 원산에서부터 충청도의 강경과 부여를 거쳐 전라도 영광 법성포까지 다 훑어 보았다는 말로 '강산천리 다 다녀도'와 호응되는 말이다.] , 삼국(三國)적 유현덕(劉玄德)이 제갈공명(諸葛孔明)찾으랴고 삼고초려(三顧草廬)하던 정성, 만고성군(萬古聖君) 주문왕(周文王)[기원전 12세기 경 주나라를 창건한 왕. 무왕의 아버지. 성인 군주의 전형으로 불림]이 태공망(太公望)[성명은 강상. 강태공으로 불림. 위수 가에서 문왕을 만나 그 스승이 되었고, 무왕을 도와 천하를 통일했음]을 찾으려고 위수양(渭水陽)가던 정성, 초한(楚漢)적 항적(項籍)[초의 항우]이가 범아부(范亞夫)[항우의 모신으로 항우의 의심을 받자 물러남]를 찾으려고 나(기)고산(祁高山)[본래 '기고산'인데 광대들의 구비 전승 과정에 '나고산'으로 와전된 것임] 가던 정성[삼국적 유현덕이 ~ 나(기)고산 가던 정성 : 미얄이 영감을 찾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는 것으로 이러한 인용은 서민들에게는 어려우나 가면극의 발달상에서 보면 이러한 언어가 쓰임은 곧 상인이나 말단관리인 이속 계층이 참여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이 정성 저 정성[고사를 활용하여 영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림] 다 부려서 강산천리 다 다녀도 우리 영감을 못 찾갔네. 우리 영감을 만나 보면 귀도 대고 코도 대고 눈도 대고 입도 대고 업어도 보고 안아도 보련마는, 우리 영감 어데를 가고 날 찾을 줄을 왜 모르는가. 아이고 아이고! (굿거리 춤을 추며 퇴장.) [미얄의 노래는 '보고지고 타령'인데, 춘향가 중 이도령이 관아에서 춘향의 집에 가기 위하여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대목에서 춘향이를 그리워 하며 부르는 가요로 해학적으로 드러나 있다.]

 

영감 : (이상한 관을 쓰고 회색빛 나는 장삼을 입고 한 손에 부채, 한 손엔 지팡이를 들고 있다[이상한 관을 쓰고 ~ 지팡이를 들고 있다.: 여기에서의 이상한 복장은 이 굿의 성격상 희극적인 복장이며, 영감이 난리로 인하여 이곳 저곳으로 떠돌며 구차한 생활을 하였음을 보여주는 옷차림이다.]. 굿거리 장단[무당이 굿을 할 때에 치는 장단으로 느린 4박자]에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쉬이이, 정처 없이 왔더니 풍악 소리 낭자하니 참 좋긴 좋구나. 풍악 소리 듣고 보니 우리 할맘 생각이 간절하구나. 우리 할맘이 본시 무당이라[미얄 할멈의 직업이 무당이었음이 나타난다.] 풍악 소리 반겨 듣고 혹 이리로 지나갔는지 몰라. 어디 한번 물어볼까? 여보시오.

악공 : 거 뉘시오?

영감 : 그런 것이 아니오라 허름한 할맘을 잃고 찾아다니는데 혹시 이리로 갔는지 못 보았소?

악공 : 할맘은 어찌 잃었습나?

영감 :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동서 사방으로 도망을 하였는데[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 먹을 곳 잘 곳이 없어 떠돌아다니며 지냄. 또는 그런 사람.], 그 후로 통 소식이 없습네.[미얄의 신세와 같음으로 영감과 미얄이 부부임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악공 : 본 고향은 어디메와?

영감 :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올세.[미얄춤 과장에서는 미얄과 영감이 악공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극중 인물이 악공과 대화를 자유롭게 나누는 것은 고전 극의 무대와 극중 현실이 개방되어 있음을 나타내 준다. 이는 봉산 탈춤 제 6과장 양반춤에서 말뚝이가 악공과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얄춤 과장에서 극중 인물과 악공의 대화는 미얄과 영감을 찾는 내용으로 반복되면서 이들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극적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악공 : 그러면 할맘의 모색[모습]을 댑세.

영감 : 우리 할맘의 모색은 하도 흉해서 댈 수가 없습네.

악공 : 그래도 한번 대 봅세.

영감 : 여기서 모색을 댄들 무엇하겠습나?

악공 : 세상일이란 그런 것이 아니야, 모색을 대면 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

영감 : 그럼 바로 대지. 난간 이마에 주게턱, 웅게눈에 개발코(빈대코), 머리칼은 다 모즈러진 빗자루 같고 상통은 깨진 (먹푸른) 바가지 같고, 한 손엔 부채 들고 또 한 손엔 방울 들고 키는 석 자 세 치 되는 할맘이올세. [미얄의 모습을 희극적으로 과장하여 묘사함 / 탈춤에서는 인물의 형상이나 사건 또는 배우들의 동작이 과장되고 익살스럽게 나타난다. 대개 이러한 요소들을 표현할 때는 주로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언어와 동작을 사용하는데, 언어 유희, 과장법, 비유의 방법이 동원된다. 미얄춤 과장에서도 미얄의 생김새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주걱턱, 상통 등의 어휘를 동원하여 미얄의 외양을 희화화하여 표현함으로써 해학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중략>

영감 : (시나위청으로)절절 절시구 저저리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우리 할맘 어디를 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을 따라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갔나, 우리 할맘 찾으려고 일원산(一元山)·이강경(二江景)·삼부여(三扶餘)·사법성(四法聖), 강산천리를 다 다녀도 우리 할맘 보고지고,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믐날에 빗발같이 보고지고, 구년홍수(九年洪水) 대홍수에 햇발같이 보고지고[대구적 표현을 통해 심리를 드러내고 있음], 우리 할맘 만나보면 눈도 대고 코도 대고 입도 대고, 연적 같은 젖을 쥐고 신짝 같은 혀를 물고 건드러지게 놀겠구만[미얄할멈을 찾으면 기쁨을 실컷 누리겠다는 다짐이 드러남 / 운우지락], 어델 가고 날 찾을 줄 모르는가? (굿거리 곡으로 춤을 추면서 한쪽으로 가면 미얄이 다음과 같이 부르며 등장한다.)

 

미얄 :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절절 절시구 거 누가 날 찾나? 날 찾을 사람 없건마는 누가 날 찾나? 이태백(李太白)이 술을 먹자구 날 찾나? 상산사호(常山四皓)[중국 진시황 때에 난리를 피하여 산시성 상산에 들어가서 숨은 네 사람] 네 노인이 바둑 두자고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숙제(伯夷叔濟)[중국 은나라 때의 성인들로 중국 주나라 무왕이 군사를 일으켜 은나라를 멸망시키자 주나라 녹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 죽음] 채미(採薇)[산나물을 캠]하자고 날 찾나?

 

영감 :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며 다음과 같이 부르며 미얄 쪽으로 간다.)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할맘 찾을 이 누가 있나, 할맘 할맘 내야 내야.

 

미얄 : 이게 누구야 우리 영감이 아닌가. 아모리 보아도 우리 영감이 분명하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이제야 우리 영감을 찾았구나. (노랫조로) 반갑도다 좋을시구! (춤을 추면서 영감에게 매달린다.)

영감 : 여보게 할맘, 우리가 오래간만에 천우신조[하늘과 신령의 도움]로 이렇게 반갑게 만났으니 얼싸안고 춤이나 추어봄세. (노랫조로) 반갑고나 얼러보세.(서로 어른다. 미얄은 영감에게 매달려 노골적으로 음란한 행동을 한다. 영감이 땅에 넘어지면 미얄은 영감의 머리위로 기어나간다.)

굿거리 장단 : 무당이 굿을 할 때에 치는 장단으로 느린 4박자

한거리 : 하나의 거리. '거리'는 무당굿의 한 장면

모색 : 모습.

나위청 : 무악의 하나인 시나위 곡조

한 손에 부채를 들고 한 손에 방울을 들었으며 : 미얄의 복장에 대한 묘사로 그가 무당임을 드러낸다. 그러기에 장고치는 소리에 굿인 줄만 여기고 한거리 놀고 가려고 탈춤판에 들어온다.

떵꿍 하기에 굿만-들어온 할맘일세 : '떵꿍'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굿거리로 노는 줄만 여기고, 한거리 놀고 가려고 찾아온 할멈일세. 탈춤의 구성상 관객도 한편으로는 등장 인물 중의 한 사람이 되어 함께 즐기도록 유도해 내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난간이마 주게턱 웅케눈 개발코, ~ 되는 영감이올세 : 영감의 모습을 형용한 말로, 좁은 이마에 작은 귀, 주걱턱에 작은 눈, 납작한 코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작은 키를 빗대어 나타냈다. 남편의 생김새에 대한 희극적 과장으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희화화하고 있다.

고리쟁이가 죽어도 버들가지를 물고 죽는다더니 : 어디가더라도 자기의 본업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말함. '제 버릇은 결코 버리지 못한다'는 뜻의 말이다.

기산 영수 : 기산은 중국 고대 전설상의 은사인 소부와 허유가 은거하던 곳으로, 요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 하자 그것을 들은 허유가 귀가 더러워졌다 하여 영천수에 귀를 씻었다 하며, 소부는 허유가 귀를 씻은 물이 더럽다 하여 자기 소에게도 그 물을 먹이지 않았다함.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라갔나 : 채석강은 이백이 달을 건지려고 했었다는 강이고, 이적선(李謫仙)은 하지장이 이백(李白)을 귀양온 신선이란 뜻으로 부른 이름이다.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갔나 : 소동파(蘇東坡)의 시 '적벽부(赤壁賦)' 중 뱃놀이 하던 달밤의 장면과 연관시킨 구절이다.

주문왕 : 기원전 12세기 경 주나라를 창건한 왕. 무왕의 아버지. 성인 군주의 전형으로 불림.

태공망 : 성명은 강상. 강태공으로 불림. 위수 가에서 문왕을 만나 그 스승이 되었고, 무왕을 도와 천하를 통일했음.

항적 : 초의 항우

범아부 : 항우의 모신으로 항우의 의심을 받자 물러남.

나(기)고산 : 본래 '기고산'인데 광대들의 구비 전승 과정에 '나고산'으로 와전된 것임.

우리 영감을 찾으려고 ~ 삽법성서 나흘 자고 : 미얄 할미가 남편을 찾으려고 함경도 원산에서부터 충청도의 강경과 부여를 거쳐 전라도 영광 법성포까지 다 훑어 보았다는 말로 '강산천리 다 다녀도'와 호응되는 말이다.

삼국적 유현덕이 ~ 나(기)고산 가던 정성 : 미얄이 영감을 찾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는 것으로 이러한 인용은 서민들에게는 어려우나 가면극의 발달상에서 보면 이러한 언어가 쓰임은 곧 상인이나 말단관리인 이속 계층이 참여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미얄의 노래는 '보고지고 타령'인데, 춘향가 중 이도령이 관아에서 춘향의 집에 가기 위하여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대목에서 춘향이를 그리워 하며 부르는 가요로 해학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상한 관을 쓰고 ~ 지팡이를 들고 있다.: 여기에서의 이상한 복장은 이 굿의 성격상 희극적인 복장이며, 영감이 난리로 인하여 이곳 저곳으로 떠돌며 구차한 생활을 하였음을 보여주는 옷차림이다.

우리 할맘이 본시 무당이라 ~ 여보시오 : 여기에서 미얄 할멈의 직업이 무당이었음이 나타난다.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 그 후로 통 소식이 없음네 : 미얄의 신세와 같음으로 영감과 미얄이 부부임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이해와 감상

'사자춤 과장'은 양주 별산대 등에는 없는 특수한 과장이다. 가면은 특히 요철이 심하며, 춤은 께끼춤이 그 기본을 이룬다. 대사는 어느 가면극보다 한시 구절의 인용과 풍자 등이 많다. 이 사자춤은 제2,3과장의 팔목승춤, 사당춤과 함께 양주 별산대 놀이와 다른 점이다. 사자춤은 하나의 막간을 두는 것으로 파계승(破戒僧) 주제 다음으로 양반춤 과장으로 넘어가지 위한 준비 단계인 것 같으며, 이것은 제2과장 목승춤 다음이나 맨 끝에 오는 수도 있었다 한다. 이것은 중년에 생긴 것이고, '북청 사자 놀음'과 동해안을 타고 '통영 오광대(統營五廣大)'로 흘러간 사자춤의 분포와 영향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자는 파계승을 벌하기 위한 부처님의 사자(使者)로 보내졌다 하나, 뒤에 붙인 설명일 뿐이다. 목중과 사자 사이의 장황한 문답놀이와 전편에 흐르는 춤과 장단 등은 서민의 오락적 분위기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미얄춤' 과장은 봉산 탈춤의 마지막 과장이며 앞의 6개의 과장과는 별개의 것으로 일종의 여흥 놀이이다. 난리통에 헤어진 미얄과 영감이 놀이판에서 서로 만나는 데서 시작되는데, 미얄은 무당이고 영감은 망조 든 사람으로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유랑하는 서민의 모습을 대변한다. 다른 과장과는 달리 풍자나 징계 등의 주역 인물은 등장하지 않고 허름한 영감과 할미가 등장하여 서민의 생활과 의식을 보여준다. 이 과장에서는 미얄에게 가해지는 영감의 횡포를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미얄 할미의 가련한 운명을 애처롭게 만든다. 따라서 이 과장은 다른 과장의 풍자와 해학적인 희극성보다는 남성의 횡포에 대한 여성의 비극성을 보여주어 예외적인 극의 구성을 이룬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민속극의 특징

전승 방법 : 구전과 세습

극의 형식 : 가면극, 마당극, 인형극

주제적 특징 : 발랄한 서민 정신, 비판 정신

미적 특성 : 해학미, 골계미, 풍자미

연희 방법 : 춤, 대사, 음악

향유 계층 : 상민 및 중인,양반

말뚝이의 재담

말뚝이는 상민이면서도 어휘 사용, 한문 실력, 배경 지식 등에서 양반을 능가한다. 이러한 특성은 잔소리 광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데 양반 계급의 무식과 허위를 상대적으로 부각시켜 준다.

봉산탈춤의 표현

양반을 조롱하는 재담과 언어 유희가 돋보인다.

비속어와 한자어가 동시에 사용되어 언어 사용의 양면성을 보인다.

반어, 익살, 해학, 풍자가 이루어진다.

재담마다 핵심적인 소재와 모두 어울려 추는 춤, 그리고 음악의 배합으로 긴장과 갈등의 해소를나타낸다

근대적인 서민 의식을 바탕으로 반어 및 익살, 과장 등을 사용하여 고도의 풍자성을 이루어 내고 있다.

서민적인 체취가 풍기는 언어를 대담하게 구사하여 당시의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탈춤과 판소리의 비교

 

탈춤

판소리

차이점

극적인 요소가 중심을 이룸

춤, 동작이 중심이 됨

희곡 문학에 가까움

말과 동작으로 보여줌

대사 중심으로 표현됨

극적인 요소가 제한됨

소리(창)가 중심임

서사 문학에 가까움

사건을 이야기로 꾸밈

서술, 묘사, 대화로 표현됨

유사점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

한문투의 말이 들어있고, 한문구를 많이 인용함

익살스럽고 노골적인 욕설, 속어 비어 등이 들어 있음

양반에 대한 풍자와 평민의 해학성이 두드러짐

한국 민속의 사회사적 의의

민속극을 양반과 상민의 대립 구조로만 이해하는 것은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고통받는 서민적 정서를 지니고 양반을 조롱하며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결국은 한데 어우러져 즐거움을 누리는 마당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이다. 이러한 향유 방식은 탈이라는 극적 장치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민속극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 드러난다. 탈을 쓰고 나면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남녀 노소 신분상의 차이가 무의미해지고, 놀이마당은 그만큼 신명이 난다. 또, 탈을 쓴다고 하는 것만으로 민중의 참여 의식과 예술적 감흥을 야기시키기에 족하며, 이 가면극을 보는 동안에는 현실 생활의 고뇌와 번민에서 해방되어 위안과 즐거움을 가지며, 지배계층, 즉 양반의 무지와 그들을 농락하는 피지배 계층 자신을 생각하며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미얄춤의 갈등 구조와 성격

미얄 과장에서의 갈등은 두 가지로 첫째는 등장인물과 사회적 환경과의 갈등이다. 미얄과 영감은 사회적 조건인 난리통에 헤어져 온갖 고난을 겪으나 무당 일과 땜장이 일 등으로 그것을 극복해 나간다. 두 번째는 미얄과 영감의 갈등이다. 영감은 아들의 죽음을 빌미로 미얄을 구박하고 횡포를 부리며 헤어지자고 한다. 영감의 이러한 행동을 가부장제적 사회 내에서의 남성의 횡포로 미얄춤 과장에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횡포를 비판받아야 할 것으로 부각시켜 놓았다.

미얄 과장의 제의적 성격

미얄과 영감은 그 동네에 잡귀가 못 들어오게 막아주는 일종의 신적 존재이다. 또한 이 두 인물은 헤어졌다가 만나자마자 아이를 낳으려 하나 실패하고 영감은 젊은 첩인 덜머리집을 선택하고 미얄은 부부 싸움에서 패배하여 죽고 만다. 이것을 제의적으로 해석하면 미얄과 덜머리집의 대립은, 곧 늙음과 젊음의 대립이며 미얄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이 이의 근거이다. 이러한 갈등은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봉산탈춤의 연극적 특징

공연 장소와 극중 장소가 엄격하게 나뉘지 않고 융통성 있게 활용된다는 점과 탈놀이가 벌어지는 실제의 공간이 공연 장소요, 작품 속의 상상적 공간이 극중 장소다. 근대 사실주의에서는 필요에 따라 일치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한다. 지금 제시된 대사에는 악공과 할미 사이의 대사로만 내용이 진행되는데, 이것은 공연 장소와 극중 장소가 일치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 뒤에 할미와 영감이 만나서 다툼이 벌어지는 대목에 가면 공연 장소와 극중 장소는 분리되어, 사건은 상상적 연극 공간 안에서 진행된다.

악공( 및 관중)의 극중 현실 개입

극중 장소와 공연 장소가 동일시 될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가면극에서는 음악 반주를 하는 악사와 청중이 연극의 진행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어 있다. 악공의역할은 단순한 간섭이 아니라 연극 진행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희극적 과장과 서민적 표현의 활용

가면극은 인물의 형상과 대사 및 동작 표현이 뚜렷하고 희극적 과장을 많이 사용한다. 또한 언어와 동작에 있어서도 서민적 활력과 소박함이 풍부한데, 이 대목에도 그러한 특질들이 나타나 있다.

봉산탈춤의 주제 의식

봉산 탈춤은 벽사의식무(壁邪儀式舞)인 사상좌 춤으로 시작해서 할미의 원혼을 해원시키는 지노귀굿으로 끝나는 제의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파계승을 풍자하여 불교의 관념적 초월주의를 비판하고, 양반과 노비 사이의 신분적 갈등을 드러내며, 여성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가부장적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주제 의식으로 조선 후기의 사회상과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비판 정신은 단순한 갈등과 대립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대상 사이의 화합을 추구한다는 정신도 있다.

 

 

(자료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봉산탈춤

개관

황해도 봉산(鳳山) 지방에 전승되어 오던 가면극.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 해서(海西:황해도 일대) 탈춤에 속하며 산대도감(山臺都監) 계통의 극이다. 예부터 해서의 각 지방에는 5일장이 서는 거의 모든 장터에서 1년에 한번씩은 탈춤놀이가 벌어졌는데 그중에서도 봉산은 남북을 잇는 유리한 지역적 조건 때문에 나라의 각종 사신(使臣)을 영접하는 행사가 잦았고 또 지방의 농산물이 모여드는 중심지였기에 더욱 이런 놀이가 성행하였다. 약 200여 년 전 봉산에서 이속(吏屬) 노릇을 하던 안초목(安草木:初目의 訛傳)이 전남에 있는 어느 섬에 유배되었다가 돌아온 후 나무탈을 종이탈로 바꾸는 등 많은 개혁을 이루어 놓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19세기 말기부터 해서탈춤의 대표적 놀이로까지 발전하였다. 연희(演戱)시기는 5월 단옷날 밤에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까지로 원래는 4월 초파일에 놀았었다. 단오 때 외에도 원님의 생일이나 원님이 부임하는 날, 사신의 영접, 탈춤대회가 있을 때도 연희되었다. 연희장소는 봉산의 구읍(舊邑)인 경수대(競秀臺)였으나 1915년경 군청 등 행정기관이 사리원(沙里院)으로 옮겨지자 이 놀이판도 사리원 경암산(景岩山) 아래로 옮겨졌다. 당시 놀이에 사용되는 비용은 지방의 유지나 상인들이 부담하였다.

연출형식

보통 가면극처럼 춤이 주가 되고 몸짓과 동작·재담·노래 등이 따르는데, 춤은 팔목중의 외사위·곱사위·양사위·민사위·무동춤과 취발이의 깨끼춤, 말뚝이의 두어춤, 미얄의 궁둥이춤·까치걸음 등 다양하다. 음악은 피리·대금·해금·장구·북으로 구성된 삼현육각(三絃六角)이 염불곡·타령곡·굿거리곡 등을 연주한다. 사용되는 가면은 상좌(上佐) 4개, 목중[墨僧:目僧] 8개, 거사(居士) 6개, 사당(社堂) 1개, 소무(小巫) 1개, 노장(老長) 1개, 신장수[鞋商] 1개, 원숭이 1개, 취발이[醉發] l개, 맏양반(兩班) 1개, 둘째 양반 1개, 셋째양반 1개, 말뚝이 1개, 영감 1개, 미얄 1개, 덜머리집 1개로 대부분의 탈이 요철(凹凸)이 심한 비사실형(非寫實型)이다. 특히 목중탈은 귀면형(鬼面型)으로 나용(儺用)탈을 방불케 한다. 의상은 한때 무당의 옷올 빌려 입었다고 하며 그래서 대부분의 의상이 화려하다. 대사는 운문식(韻文式) 억양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느 가면극보다 한문 시구(詩句)와 말장난·야유 등이 심하다.

내용

전체가 7마당 5거리로 짜여진 이 탈춤은 본격적인 탈놀이에 들어가기 전 ‘길놀이’로부터 시작된다. 악사의 주악을 선두로 사자·말뚝이·취발이·포도부장·소무·양반·상좌·노장·남강노인의 순으로 열을 지어 읍내를 일주하는데, 원숭이가 앞뒤로 뛰어다니며 장난한다. 길놀이가 끝나면 봉산탈춤의 중흥자(中興者)인 안초목을 위령(慰靈)하는 고사를 지낸다. 해가 지면 무동(舞童)춤·줄타기·땅재주 등의 곡예와 풍물놀이로 흥을 돋구다가 밤늦게 탈춤놀이가 시작된다.

제1 사상좌(四上佐)춤마당은 4명의 상좌가 나와 4방신(四方神)에게 배례하는 의식춤을 춘다.

 

제2 팔목중춤마당의 첫째거리는 목중춤으로, 8명의 목중이 차례로 나와 자신들의 승려생활을 파계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둘째거리는 버꾸놀이로 목중들이 버꾸를 들고 나와 ‘버꾸놀이하자’를 “벗고 놀이하자”로 말하면서 서로 희롱한다.

제3 사당춤마당에서는 사당과 거사들이 함께 어울려 가면을 위로 젖혀 쓰고 놀량·앞산타령·뒷산타령·경발림 등의 노래를 주고받는다.

 

제4 노장춤마당의 첫째거리는 많이 알려진 노장춤으로 노장이 소무의 유혹에 빠져 타락하는 장면을 격조높게 풍자하였다. 둘째거리는 신장수가 등장하여 노장에게 신을 파는데, 강도로 변한 노장에게 신만 빼앗기는 장면이다. 셋째거리는 힘이 센 취발이가 노장으로부터 소무를 빼앗아 살림을 차리는 장면으로 소무는 취발이의 아이를 낳고 취발이는 아이에게 글을 가르친다.

 

제5 사자춤마당에서는 석가여래의 명을 받고 왔다는 사자가 노승을 꾀어 파계시킨 목중들을 혼내주는 장면이다.

제6 양반춤마당에서는 머슴인 말뚝이가 양반 3형제를 혹심하게 놀려주나 양반들은 자신들이 망신당하는 것도 모른다.

제7 미얄마당에서는 난리로 헤어졌던 영감의 첩인 덜머리집이 등장하여 미얄과 싸운다. 이어 영감은 미얄을 마구 때려 죽이자 무당이 나와서 미얄의 혼백을 위로하는 굿을 하면서 탈춤 전마당이 끝난다.

 

현재 전하는 어느 가면극보다도 오락성과 예술성이 강한 봉산탈춤은 6·25전쟁 이후 월남한 연희자들에 의하여 전승되고 있으며,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보유자로 양소운(梁蘇云 : 사당·미얄·무당역), 윤옥(尹玉 : 상좌·덜머리집·목중역), 김선봉(金先峰 : 상좌·목중 역), 김기수(金琪洙 : 노장역), 김애선(金愛善 : 소무·상좌·목중역) 등이 있다. (자료 출처 : 동아대백과 사전)

봉산탈춤(鳳山── )

황해도 봉산군 동선면 길양리에서 전승되다가 1915년경 사리원으로 옮겨 전승되던 탈춤.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 그 근원은 산대도감 계통극의 해서(海西)탈춤에 두고 있는데, 해서지방에서는 5일장이 서는 거의 모든 장터에서 탈꾼들을 초빙하여 1년에 한 번씩 탈춤을 추며 놀았다고 한다.

 

봉산은 농산물과 수공업 생산물의 교역지이며 또 소도시로서 탈춤공연의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탈춤공연이 성행하였다.

약 200여년 전 봉산의 이속 ( 吏屬 ) 안초목(安草木 : 初目의 와전?)이 나무탈을 종이탈로 바꾸는 등 많은 개혁을 한 뒤로 이속들이 주로 이 놀이를 담당하게 되었고, 〈 봉산탈춤 〉 이 해서지방의 대표적인 탈춤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 양주별산대놀이 〉 에는 없고 〈 봉산탈춤 〉 에는 들어 있는 사자춤과장도 약 100여년 전에 새로이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주로 5월 단옷날 놀았지만, 원님의 생일 · 부임날 같은 관아의 경사, 중국사신 영접 등의 행사에 특별히 연희되었다고 한다.

이 탈춤은 원래 봉산 구읍 경수대에서 연희되었으나, 1915년경 군청 등 행정기관이 사리원으로 옮기게 되고 경의선 철도가 개통되자 이 놀이도 사리원으로 옮겨져 경암산 아래에서 놀게 되었다.

이 탈춤은 다른 지방의 탈놀이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면서 개량하였고 명수들의 배역과 뛰어난 연기로 주위에 명성을 떨쳤다. 이 결과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 강령탈춤 〉 과 함께 황해도 탈놀이의 최고봉을 이루었으며 1967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고증자는 첫목중 · 노장역의 김진옥 ( 金辰玉 )과 놀량창 · 사자 마부역의 민천식 ( 閔千植 ) 등이다.

이 놀이는 5월 단오에 벽사( 陽 邪)와 기년(祈年)의 행사로서, 또 하지의 축제로서 행하여지는데, 놀이준비는 군민에게서 비용을 거두어들이고 의상을 무당에게 징발하여 단오절에 앞서 약 1개월간 읍내에서 떨어진 절에 가서 합숙하며 연습을 한다.

사리원으로 옮겨오기 전에 봉산탈춤을 놀았던 봉산 구읍의 경수대는 나지막한 축대를 쌓아 그 위에서 놀았으나, 사리원에서는 경암루 앞 광장에 28개의 구획을 가진 반원형의 다락을 매고, 그 안마당에 멍석을 깔아 탈판을 마련하였다.

이 28개 다락 중 탈판 오른편 제3의 구획이 탈막 〔 改服廳 〕 으로 쓰였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경암루 뒤를 탈막으로 썼으며, 이 반원형 2층 관람석 다락의 사용권은 공연비용을 내는 상인들에게 맡겨졌다. 탈판은 낮에는 단오놀이의 씨름과 여자들의 그네뛰기에 사용되었고, 밤에는 장작불을 피워놓고 밤새도록 탈놀이를 하였다.

〔내 용〕

놀이내용은 길놀이 · 고사 · 무동춤으로 이루어진 전편과 탈놀이로 이루어진 후편으로 구별된다. 길놀이는 탈놀이에 출연하는 일부가 악공의 주악을 선두로 사자 · 말뚝이 · 취발이 · 포도부장 · 소무 · 양반 · 영감 · 상좌 · 노장 · 남강노인의 순서로 열을 지어 읍내를 일주한다. 이 때 원숭이는 앞뒤로 뛰어다니며 장난한다.

일주하는 도중 광장에 이르면 행렬자는 모두 어울려서 한참 춤을 추고, 다시 열을 지어 지정된 놀이터로 가서 본격적인 탈춤을 시작한다. 원숭이와 사자는 놀이판이 좁아지면 관객을 정리하여 이를 넓히는 일도 한다. 근래에는 길놀이가 없었고, 나무판에 광고문을 적어 사방에 붙였을 뿐이라고 한다.

탈놀이는 크게 7과장(科場 : 마당)으로 나누어진다. 제1과장 ‘ 4상좌춤 ’ 은 사방 신(神)에 대한 배례로서 벽사의 의식무(儀式舞)이다. 제2과장은 ‘ 8목중춤 ’ 으로, 제1경 ‘ 목중춤 ’ 과 제2경 ‘ 법고놀이 ’ 로 이루어져 있다. ‘ 목중춤 ’ 은 여덟 목중이 주로 사설과 춤으로 각각 자기 소개를 하며, ‘ 법고놀이 ’ 는 목중 1 · 2가 법고를 가지고 재담을 한다. 근래에는 법고놀이가 없어졌다.

제3과장은 ‘ 사당춤 ’ 으로, 7명의 거사들이 화려하게 치장한 사당을 업고 등장하고 홀아비거사가 사당을 희롱하다 쫓겨나며, 7명의 거사들은 놀량가를 합창하며 질탕하게 논다.

제4과장은 ‘ 노장춤 ’ 으로, 제1경 ‘ 노장춤 ’ 과 제2경 ‘ 신장수춤 ’ , 제3경 ‘ 취발이춤 ’ 으로 나누어진다. ‘ 노장춤 ’ 은 생불(生佛)이라는 칭송을 받던 노장이 소무에게 유혹되어 파계하는 대목으로, 파계승에 대한 풍자를 보여준다.

‘ 신장수춤 ’ 은 노장이 소무의 신을 외상으로 사자, 신발값을 받으려고 신장수가 원숭이를 보냈다가 장작전으로 오라는 노장의 편지에 장작찜을 당할까봐 급히 퇴장한다. 현실적인 인물이 된 노장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 취발이춤 ’ 은 취발이가 노장과 대결하여 노장을 물리치고 소무와 사랑을 나눈 뒤 아이를 얻고서 자문자답으로 아이를 어르고 글을 가르치고 신세타령을 하는 내용이다. 노장과 취발이의 대결은 늙음과 젊음, 겨울과 여름의 대결로서 해석할 수도 있으며, 취발이가 소무에게 하는 모의적인 성행위와 출산은 풍요제의적( 淵 饒祭儀的) 성격을 띠고 있다.

제5과장은 ‘ 사자춤 ’ 으로 파계승들을 벌하기 위하여 부처님이 보낸 사자가 내려와 목중을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목중들이 회개하겠다는 말을 듣고 용서하고 함께 춤을 춘다. 제6과장은 ‘ 양반춤 ’ 으로서 주로 말뚝이와 양반 3형제와의 재담으로 이루어진다.

새처를 정하는 놀이, 시조짓기와 파자(破字)놀이, 나랏돈 잘라먹은 취발이를 잡아오는 과정들을 통해 말뚝이는 독설과 풍자로써 양반들을 신랄하게 욕보인다.

제7과장은 ‘ 미얄춤 ’ 으로 난리중에 헤어졌던 영감과 미얄할미가 서로 만났는데, 영감이 데려온 첩 덜머리집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고 미얄은 영감한테 맞아죽는다. 남강노인이 등장하여 무당을 불러 지노귀굿을 해준다.

서민생활의 곤궁상과 일부다처제로 인한 남성의 여성에 대한 횡포를 보여주며, 마지막의 굿은 탈춤의 기원이 굿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연희는 모두 마친다. 배역들은 가면을 소각하는 소제(燒祭)를 치르면서 기풍(祈 淵 )과 동내의 무사를 축원한다.

〔가면의 재료와 예능보유자〕

〈 봉산탈춤 〉 에 사용되는 가면은 상좌 4개, 목중 8개, 거사 6개(목중탈을 겸용), 사당(소무탈 겸용) · 노장 · 신장수 · 원숭이 · 취발이 · 맏양반(샌님) · 둘째양반(서방님) · 셋째양반(종가집 도련님) · 말뚝이 · 영감 · 미얄 · 덜머리집 · 남강노인 · 무당(소무탈 겸용) · 사자 등 모두 34역으로서 겸용 가면이 있기 때문에 26개가 사용된다. 가면의 재료는 종이이다. 악기는 피리 · 젓대 · 북 · 장구 · 해금이며, 가락은 염불 · 타령 · 굿거리장단이다. 춤사위는 깨끼춤이 기본을 이룬다.

역대 예능보유자는 민천식(놀량창 · 사자마부) · 김진옥(첫목중 · 노장) · 이근성(李根成 : 목중 · 취발이 · 사자) · 김용익(金龍益 : 목중 · 사자마부) · 오명옥(吳明玉 : 피리 · 해금 악사) · 최경명(崔景明 : 말뚝이 · 취발이) · 김선봉(金先峰 : 상좌 · 목중) 등이 있으며, 1998년 현재 예능보유자로는 양소운(梁蘇云 : 사당 · 미얄 · 무당) · 윤옥(尹玉 : 상좌 · 목중 · 소무) · 김기수(金璂洙 : 노장 · 목중) · 김애선(金愛仙 : 소무 · 상좌 · 목중) 등이 지정되어 있다. 채록본으로는 송석하채록본(宋錫夏採錄本, 1946) · 임석재채록본(任晳宰採錄本, 1957) · 이두현채록본(李杜鉉採錄本, 1966) · 최상수채록본(崔常壽採錄本, 1967) 등이 있다. → 탈놀이

≪ 참고문헌 ≫ 海西假面劇의 硏究(崔常壽, 대성문화사, 1967), 韓國假面劇(李杜鉉, 문화재관리국, 1969), 鳳山假面劇脚本(宋錫夏, 文章 2 ∼ 6, 1946), 鳳山탈춤臺詞(任晳宰, 국어국문학 18, 1957), 韓國民俗誌-鳳山탈춤-(李杜鉉, 震檀學報 29 · 30, 1966), 註釋本韓國假面劇選(李杜鉉, 敎文社, 1997).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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