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봉산(鳳山) 탈춤 본문

by 송화은율
반응형

봉산(鳳山) 탈춤

제 1과장 : 사상좌춤(四上佐舞)

상좌 넷이 사방신(四方神)에게 배례하는, 놀이를 시작하는 의식무(儀式舞) 장면이다. 흰 장삼에 붉은 가시를 메고 고깔을 쓴 상좌를 목(먹)중이 하나씩 업고 달음질하여 등장, 타령곡에 맞추어 장내를 한 바퀴 돌고 새면(樂士度) 앞에 내려 놓는다. 같은 방법으로 둘째, 셋째, 넷쩨 상좌를 등장시키고 퇴장한다. 상좌들 일렬로 서서 잽이(樂士)들이 연주하는 느린 영산회상(靈山會相)곡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도도리 곡을 바뀌면 두 사람씩 동서로 갈리어 서서 대무(大舞)한다. 다시 타령곡이 나오면 목중 하나가 등장하여 쓰러진다. 상좌들은 계속 춤추면서 퇴장한다.

제 2과장 : 팔목중춤(八目僧舞)

제 1경 : 목중춤

첫째 목중이 한삼이 달린 붉은 원동에 남색 소매를 단 더거리를 입고 큰 방울을 무릎에 달고 버드나무 생가지를 허리 뒤쪽에 달고 버드나무 생가지를 허리 뒤쪽에 꽂은 채 달음질하여 등장하다 쓰러진다. 얼굴을 두 소매로 가리고 누운 채로 춤을 추다가 겨우 일어나 괴이한 붉은 가면을 관중에게 보이고 춤을 춘다. 둘째 목중이 등장하여 첫째 목중의 얼굴을 탁 치면 첫째 목중은 퇴장, 둘째 목중이 타령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노래를 부르면 셋째 목중이 달음질로 등장, 역시 둘째 목중의 얼굴을 탁 치면, 둘째 목중이 퇴장, 같은 방법으로 목중들이 차례로 등장했다가 각자 자신들의 승려 생활의 파계하는 모습을 연출한 후, 퇴장한다. 여덟째 목중까지 등장하면 일곱 목중이 다시 등장하여 어울려 춤을 춘다.

제 2경 : 법고놀이[버꾸놀이]

목중들이 등장하여 미리 탈판 중앙에 준비해 놓았던 법고를 가지고 목중들이 익살과 재담으로 법고놀이를 한다. 팔목들이 장고, 꽹과리 등을 들고, 법고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출 때, 사당(寺堂)도 한 구석에 나와 춤을 춘다.

제3과장 : 사당춤[寺黨舞]

시래기짐을 지고 홀아비거사가 등장하여 어색하게 춤을 추고 있으면 거사 6인이 화려하게 치장한 사당(떼를 지어 떠들고 다니면서 노래와 춤을 파는 여자) 1명을 가마에 태우고 등장한다. 홀아비거사는 사당을 보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거사들이 이것을 보고 소리치면 홀아비거사(사당을 등에 업고 다니는 등 갖가지 잔일과 뒷바라지를 하는 사당패의 남자) 7인이 등장하여 사당과 거사들은 가면을 위로 제쳐 쓰고 놀량사거리를 합창하며 북, 장고 등을 치면서 질탕히 놀다가 전원 퇴장한다.

제 4과장 : 노장춤[老長(僧)舞]

제 1경 : 노장춤

목중들이 노장의 육환장(六環杖)을 메고 노장을 끌고 타령곡에 맞추어 탈판으로 들어온다. 노장이 슬며시 사라진 척하면 노장을 찾으러 다니면서 노장에게 갖가지 모욕을 준다. 목중들이 노장을 찾아 놓고 주위를 빙빙 돌면서 춤을 추다가 전원 퇴장하여 소무를 남여에 태워 등장시켜 놓고 다시 퇴장한다. 소무의 미색(美色)에 반한 노장은 자기의 염주를 벗어 주며 소무를 유혹한다. 드디어 소무가 유혹에 넘어간다. 노장이 파계하게 된 것을 뜻하는 장면이다.

제 2경 : 신장수춤

노장과 소무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을 때 신장사가 등장, 노장이 자기의 신과 소무이 신을 사려한다. 이 때 신장수의 짐 속에서 원숭이가 신장수와 똑같은 행동을 한다. 신장수가 원숭이를 수금원으로 채용하고 노장에게 신값을 받아 오라고 이르면 소무에게 가서 음란한 짓을 한다. 신장수가 야단을 치면 다시 노장에게 가서 신값을 요구하고 노장이 대신 준 편지를 신장수에게 전한다. 편지 내용에 놀란 신장수는 원숭이와 함께 퇴장하고 노장은 다시 소무와 춤을 춘다.

제 3경 : 취발이춤

때 힘이 센 취발이가 등장하여 소무와 놀아나는 노장을 보고 서로 싸우다가 노장을 사정없이 때려 쫓아낸다. 취발이는 소무를 돈으로 유혹하여 함께 춤을 추고, 관계를 맺은 후 아들(인형으로 대신)을 얻고, 소무가 배 앓는 양을 하다가 아이(인형)을 낳고 퇴장한다. 취발이가 즐거워하며 아이 이름을 '마당'이라 짓고 아이 목소리를 내면서 아이에게 천자문과 언문을 가르친다.

제 5 과장 사자춤(獅子舞)

목중들 : 짐생 났소!(목중 여덟이 일제히 쫓겨서 등장하면 뒤에 사자가 뒤따라 쫓아온다. 목중들을 잡아먹으려는 기세다. 목중들 장내를 한 바퀴 돌아서 반대편으로 퇴장하고, 그 중 한 사람만 남아서 마부 노릇을 한다. 마부는 채찍을 들었다.)

마 부 : 쉬이.(사자는 중앙에서 적당히 자리잡고 앉는다. 머리에 큰 방울을 달았기 때문에 소리가 난다. 앉아서 좌우로 머리를 돌리며 몸을 긁고 이를 잡기도 한다.) 짐승이라니, 이 짐승이 무슨 짐승이냐? 노루, 사슴도 아니고 범도 아니로구나. 그러면 어디 한 번 물어 보자. 네가 무슨 짐승이냐? 우리 조상 적부터 못 보던 짐승이로구나. 노루냐?

사 자 :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 그럼, 노루도 아니고 사슴이냐?

사 자 :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 아, 사슴도 아니야. 그럼, 범이 네 할애비냐?

사 자 :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 이놈, 아무리 미물의 짐승이라 할지라도 만물의 영장 사람을 몰라 보고 함부로 달려들어 해코지 할라는 너 같은 고얀 놈이 어데 있느냐? 그러면 도대체 네가 무슨 짐승이냐? 옳다, 이제야 알갔다. 예로부터 성현(聖賢)이 나면 기린이 나고 군자(君子)가 나면 봉이 난다더니, 우리 시님이 나셨으니 네가 기린이냐?

사 자 :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 아니야. 기린도 아니고 봉도 아니면 도대체 정말 네가 무슨 짐승이냐? (생각하다가) 옳다. 이제야 알갔다. 젯(劑)나라 때 전단이가 소에다 횃을 달아 가지고 수만의 적군을 물리쳤다더니, 우리가 이렇게 굉장히 떠들고 노니까 전장터로 알고 뛰어든 소냐?

사 자 :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 소도 아니야. 소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도대체 네가 무슨 짐승이냐? 아아, 이제야 알갔다. 당나라 때에 오계국(烏鷄國)이 가물어 수많은 백성이 떠들어 댈제 용왕이 너에게 신통한 조화로써 단비를 내려 주게 하여 오계국 왕의 은총을 입어 궁중에 들어가 궁중 후원 유리정(瑠璃井)에 국왕을 생매(生埋)하고 삼 년 동안이나 국왕으로 변장하여 부귀 영화를 누리다가 서천 불경을 구하려고 봉림사에 유숙하면서 문수보살을 태워 가지고 댕기며 온갖 조화를 다 부리던 네가 바로 사자로구나. 오, 알갔다.

사 자 : (머리를 상하로 움직여 긍정한다.)

마 부 : 그러면 풍악 소리 반겨 듣고 우리와 같이 놀려고 내려왔느냐? 네 할애비, 네 어미를 잡아먹으려고 내려왔느냐? 또는, 네가 무슨 일로 적하 인간(謫下人間) 하였느냐? 우리 시님 수행(修行)하여 온 세상이 지칭(指稱)키로 생불(生佛)이라 이르나니, 석가여래 부처님이 우리 시님 모시라고 명령듣고 여기 왔느냐?

사 자 :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 그러면 <중략> 우리가 이렇게 질탕히 노는 마당, 유량(劉 )한 풍악 소리 천상에서 반겨 듣고 우리와 같이 한바탕 놀아 보려고 왔느냐?

사 자 :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 야 이놈 사자야, 나의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라. 네나 나나 일찍이 선경(仙景)은 다 헤쳐 버리고 네가 내려온 심지를 좀 알아보자. 그러면 우리 목중들이 선경에서 도를 닦는 스승을 꾀어 파계(破戒)시킨 줄로 알고 석가여래의 영을 받아 우리들을 벌을 주려고 내려왔느냐? 그러면 우리 목중들을 다 잡아 먹을랴느냐?

사 자 : (긍정하는 마부에게 달려들어 물려고 한다.)

마 부 : (놀라서) 아이쿠, 이거 큰일났구나.

 

(후략)

- 목중 여덟이 사자에게 쫓겨 등장하고 사자는 목중을 잡아 먹으려 한다. 목중들 다시 쫓겨 퇴장하고, 그 중 한 사람만 남아 마부 역할을 한다. 마부는, 사자가 석가여 래의 명을 받아 목중들이 노장을 파계시킨 것을 벌을 주려고 내려 왔음을 알게 된다. 마부가 사자를 달래, 진심으로 회개하여 깨끗한 마음으로 도를 닦아 훌륭한 중이 되어 부처님의 제자가 될 것을 약속하고 용서를 받는다. 한참 동안 화해의 춤을 함께 춘다.

제 6 과장(第六科場) 양반춤

말뚝이 : (벙거지를 쓰고 채찍을 들었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양반 3형제를 인도하여 등장)

양반 3형제 : [말뚝이 뒤를 따라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점잔을 피우나, 어색하게 춤을 추며 등장. 양반 3형제 중에서 맏이는 샌님[生員], 둘째는 서방님[書房], 끝은 도련님[道令]이다. 샌님과 서방님은 흰 창옷에 관을 썼다. 도련님은 남색 쾌자에 복건(幅巾)을 썼다. 샌님과 서방님은 언청이며(샌님은 언청이 두 줄, 서방님은 한 줄이다.) 부채와 장죽(長竹)을 가지고 있고, 도련님은 입이 삐뚤어졌고, 부채만 가졌다. 도련님은 일절 대사는 없으며, 형들과 동작을 같이하면서 형들의 면상을 부채로 때리며 방정맞게 군다.]

말뚝이 : (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 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알지 마시오. 걔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양반들 : 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 : 아,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3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 (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 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도령은 때때로 형들의 면상을 치며 논다. 끝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

말뚝이 : 쉬이. (반주 그친다.) 여보, 구경하시는 양반들, 말씀 좀 들어 보시오. 짤다란 곰방대로 잡숫지 말고 저 연죽전(煙竹廛)으로 가서 돈이 없으면 내게 기별이래도 해서 양칠 간죽(洋漆竿竹), 자문죽(紫紋竹)을 한 발 가웃씩 되는 것을 사다가 육무깍지, 희자죽(喜子竹), 오동 수복(梧桐壽福) 연변죽을 사다가 이리저리 맞추어 가지고 저 재령(載寧) 나무리 거이 낚시 걸 듯 죽 걸어 놓고 잡수시오.

양반들 : 머야아!

말뚝이 : 아,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양반 나오시는데 담배와 훤화(喧 )를 금하라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 (합창) 훤화를 금하였다네. (굿거리 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말뚝이 : 쉬이. (춤과 반주 그친다.) 여보, 악공들 말씀 들으시오. 오음 육률(五音六律) 다 버리고 저 버드나무 홀뚜기 뽑아다 불고 바가지 장단 좀 쳐 주오.

양반들 : 야아, 이놈 뭐야!

말뚝이 : 아,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용두 해금(奚琴), 북, 장고, 피리, 젓대 한 가락도 뽑지 말고 건 건드리지게 치라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 (합창) 건 건드러지게 치라네. (굿거리 장단으로 춤을 춘다.)

생 원 : 쉬이. (춤과 장단 그친다.) 말뚝아.

말뚝이 : 예에.

생 원 : 이놈, 너도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느냐?

말뚝이 : 예에, 양반을 찾으려고 찬밥 국 말어 일조식(日早食)하고, 마구간에 들어가 노새 원님을 끌어다가 등에 솔질을 솰솰 하여 말뚝이님 내가 타고 서양(西洋) 영미(英美), 법덕(法德), 동양 3국 무른 메주 밟듯 하고, 동은 여울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여울 서구월 남드리 북향산 방방곡곡(坊坊曲曲) 면면촌촌(面面村村)이,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무 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샌님 비뚝한 놈도 없고 보니 낙향 사부(落鄕士夫)라, 서울 본댁(本宅)을 찾아가니 샌님도 안 계시고, 종가(宗家)집 도련님도 안 계시고, 마나님 혼자 계시기로 벙거지 쓴 채 이 채찍 한 채 감발한 채 두 무릎을 꿇고, 하고 하고 재독으로 됐습니다.

생 원 : 이놈 뭐야!

말뚝이 : 하하, 이 양반 어찌 듣소. 문안을 드리고 하니까 마나님이 술상을 차리는 데 벽장문(壁欌門) 열고 목이 길다 황새병(甁) 목이 짧다 자라병이며, 홍곡주 이강주 내어 놓자 앵무잔(鸚鵡盞)을 마나님이 친히 들어 잔 가득히 술을 부어 한 잔 두 잔 일이삼배(一二三杯)를 마신 후에 안주를 내어 놓는데, 대양푼에 갈비찜 소양푼에 제육( 肉), 초, 고추, 저린 김치, 문어, 전복, 다버리고 작년 팔월에 샌님 댁에서 등산 갔다 남아 온 조기 대갱이 하나 줍디다.

생 원 : 이놈 뭐야!

말뚝이 :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등산 갔다 남아 온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하면서 조기 대갱이 하나 줍디다 그리 하였소.

양반들 : (합창) 조기 대갱이라네. (굿거리 장단으로 일제히 춤)

생 원 : 쉬이. (가락과 춤 멈춘다.) 이놈 말뚝아.

말뚝이 : 예에. 아, 이 허리 꺾어 절반인지 개다리 소반인지 꾸레미전에 백반인지, 말뚝아 꼴뚝아 밭 가운데 최뚝아, 오뉴월에 밀뚝아, 잔대뚝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호도엿 장수 오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소?

생 원 : 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나왔으면 새처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이리 돌아다니느냐?

말뚝이 : (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예에, 이마만큼 터를 잡고 참나무 울장을 드문드문 꽂고, 깃을 푸근푸근히 두고, 문을 하늘로 낸 새처를 잡아놨습니다.

생 원 : 이놈 뭐야!

말뚝이 :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자좌오향(子坐午向)에 터를 잡고 난간 팔자(八字)로 오련각(五聯閣)과 입 구(口)자로 집을 짓되, 호박 주초(琥珀柱礎)에 산호(珊瑚) 기둥에 비취 연목(翡翠椽木)에 금파(金波) 도리를 걸고 입 구자로 풀어 짓고, 쳐다보니 천판자(天板子)요, 내려다보니 장판방(壯版房)이라. 화문석(花紋席) 칫다 펴고 부벽서(付壁書)를 바라보니 동편에 붙은 것이 담박영정(澹泊寧靜) 네 글자가 분명하고, 서편을 바라보니 백인당중 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가 완연히 붙어 있고, 남편을 바라보니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북편을 바라보니 효자 충신(孝子忠臣)이 분명하니, 이는 가위 양반의 새처방이 될 만하고, 문방 제구(文房諸具) 볼작시면 옹장 봉장, 궤, 두지, 자기 함롱(函籠), 반다지, 샛별 같은 놋요강, 놋대야 받쳐 요기 놓고, 양칠 간죽 자문죽을 이리저리 맞춰 놓고, 삼털 같은 칼담배를 저 평양 동푸루 선창에 돼지 똥물에다 축축 축여 놨습니다.

생 원 : 이놈 뭐야!

말뚝이 :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쇠털 같은 담배를 꿀물에다 축여 놨다 그리 하였소.

양반들 : (합창) 꿀물에다 축여 놨다네. (굿거리 장단에 맞춰 일제히 춤춘다. 한참 추다가 춤과 음악이 끝나고 새처방으로 들어간 양을 한다.)

양반들 : (새처 안에 앉는다.)

(중략)

생 원 : 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여보게, 동생. 우리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데 가만히 있자니 갑갑도 하네. 우리 시조(時調) 한 수씩 불러 보세.

서 방 : 형님,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양반들 : (시조를 읊는다.) "……반 남아 늙었으니 다시 젊지는 못하리라……." 하하. (하고 웃는다. 양반 시조 다음에 말뚝이가 자청하여 소리를 한다.)

말뚝이 :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에……."

생 원 : 다음은 글이나 한 수씩 지어 보세.

서 방 : 그럼, 형님이 먼저 지어 보시오.

생 원 : 그러면 동생이 운자(韻字)를 내게.

서 방 : 예, 제가 한 번 드리겠습니다. '산'자, '영'잡니다.

생 원 : 아, 그것 어렵다. 여보게, 동생. 되고 안 되고 내가 부를 터이니 들어보게. (영시조( 時調)로) "울룩줄록 작대산(作大山)하니, 황천풍산(黃川 山)에 동선령(洞仙嶺)이라."

서 방 : 하하. (형제, 같이 웃는다.) 거 형님, 잘 지었습니다.

생 원 : 동생, 한 구 지어 보세.

서 방 : 그럼 형님이 운자를 하나 내십시오.

생 원 : '총'자, '못'잘세.

서 방 : 아, 그 운자 벽자(僻字)로군. (한참 낑낑거리다가) 형님, 한 마디 들어 보십시오. (영시조로) "짚세기 앞총은 헝겊총하니, 나막신 뒤축에 거멀못이라."

말뚝이 : 샌님, 저도 한 수 지을 터이니 운자로 하나 불러 주시오.

생 원 : 재구 삼 년(齋狗三年)에 능풍월(能風月)이라더니, 네가 양반 집에서 몇해를 있더니 기특한 말을 하는구나. 우리는 두 자씩 불러 지었건마는, 너는 단자(單子)로 불러 줄터이니 한 자씩이나 달고 지어 보아라. 운자는 '강'자다.

말뚝이 : (공) 썩정 바자 구녕엔 개대강이요 텃밭 바자 구녕엔 닭대강이라.

생 원 : 아, 그놈 문장(文章)이로구나. 운자(韻字)를 내자마자 지어 내는구나. 자알 지었다. 그러면 이번엔 파자(破字)나 하여 보자. 주둥이는 하얗고 몸뚱이는 알락달락한 자가 무슨 자냐?

서 방 : (한참 생각하다가) 네에, 거 운고 옥편(韻考玉篇)에도 없는 자인데, 그것 참 어렵습니다. 그 피마자( 麻子)라고 하는 자가 아닙니까?

생 원 : 아, 거 동생 참 용할세.

서 방 : 형님, 내가 그럼 한 자 부르라우?

생 원 : 부르게.

서 방 : 논두렁에 살피 짚고 섰는 자가 무습 잡니까?

생 원 : (한참 생각하다가) 아, 그것 참 어려운 잘세. 그것은 논 임자가 아닌가?

서 방 : 하하, 그것 형님 잘 맞췄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취바리 살짝 들어와 한편 구석에 서 있다.)

생 원 : 이놈, 말뚝아.

말뚝이 : 예에.

생 원 : 나랏돈 노랑돈 칠 푼 잘라먹은 놈, 상통이 무르익은 대초[大棗]빛 같고, 울룩줄룩 배미 잔등 같은 놈을 잡아들여라.

말뚝이 : 그놈의 심(힘)이 무량 대각(無量大角)이요, 날램이 비호(飛虎) 같은데, 샌님의 전령(傳令)이나 있으면 잡아 올는지 거저는 잡아 올 수 없습니다.

생 원 : 오오, 그리하여라. 옛다, 여기 전령 가지고 가거라. (종이에 무엇을 써서 준다.)

말뚝이 : (종이를 받아 들고 취바리한테로 가서) 당신 잡히었소.

취바리 : 어데, 전령 보자.

말뚝이 : (종이를 취바리에게 보인다.)

취바리 : (종이를 보더니 말뚝이에게 끌려 양반의 앞에 온다.)

말뚝이 : (취바리 엉덩이를 양반 코앞에 내밀게 하며) 그놈 잡아 들였소.

생 원 : 아, 이놈 말뚝아. 이게 무슨 냄새냐?

말뚝이 : 예, 이놈이 피신(避身)을 하여 다니기 때문에, 양치를 못 하여서 그렇게 냄새가 나는 모양이외다.

생 원 :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뽑아서 밑구녕에다 갖다 박아라. <중략>

말뚝이 : 샌님, 말씀 들으시오. 시대(時代)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죽이면 뭣 하오? 돈이나 몇백 냥 내라고 하야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하면,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소? 그러니 샌님은 못 본 체하고 가만히 계시면 내 다 잘 처리하고 갈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시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일제히 어울려서 한바탕 춤추다가 전원 퇴장한다.)

제 7 과장 미얄춤

미얄 : (한 손에 부채 들고 한 손에 방울을 들었으며,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악공 앞에 와서 울고 있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악공 : 웬 할맘입나?

미얄 : 웬 할맘이라니 떵꿍하기에 굿만 여기고 한거리 놀고 가려고 들어온 할맘일세.

악공 : 그러면 한거리 놀고 갑세.

미얄 : 놀든지 말든지 허름한 영감을 잃고 영감을 찾아다니는 할맘이니 영감을 찾고야 놀갔습네.

악공 : 할맘 본 고향은 어데와!

미얄 : 본 고향은 전라도 제주 망막골일세.

악공 : 그러면 영감은 어찌 잃었습나?

미얄 :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서로 도망을 하였더니 그 후로 아즉까지 종적을 알 수 없습네.

악공 : 그러면 영감의 모색을 댑세.

미얄 : 우리 영감의 모색은 마모색일세.

악공 : 그러면 말새끼란 말인가?

미얄 : 아니, 소모색일세.

악공 : 그러면 소새끼란 말인가?

미얄 : 아니, 마모색도 아니고 소모색도 아니올세. 영감의 모색을 알아서 무엇해. 아모리 바로 댄들 요기서 무슨 소용입습나.

악공 : 모색을 자세히 대면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지.

미얄 : (소리조로) 우리 영감의 모색을 대. 난간이마 주게턱 웅케(우먹)눈에 개발코, 상통은 (갓바른) 과녁(판) 같고 수염은 다 모즈러진 귀얄 같고 상투는 다 갈아먹은 망좆 같고 키는 석 자 네 치 되는 영감이올세.

악공 : 아 옳지, 바루 등 너머 망쪼러 갔습네.

미얄 : 에잇, 그놈의 영감, 고리쟁이가 죽어도 버들개지를 물고 죽는다더니 상게 망을 쪼으러 다니나.

악공 : 영감을 한번 불러 봅소.

미얄 : 여기 없는 영감을 불러 본들 무엇합나.

악공 : 아 그래도 한번 불러 봐.

미얄 : 영가암.

악공 : 거 너무 짧아 못쓰것습네.

미얄 : 여엉가암!

악공 : 너무 길어 못쓰겠습네.

미얄 :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공 : 아, 전라도 제주 망막골에 산다니 쉬(세)나위청으로 불러 봅소.

미얄 : (시나위청으로) 절절 절시구 저절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절절시구, 우리 영감 어데 갔나, 기산영수 별건곤에 소부·허유를 따라갔나, 채색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라 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 갔나, 우리 영감을 찾으려고 일원산(一元山)서 하로 자고, 이강경(二江景)서 이틀 자고, 삼부여(三扶餘)서 사흘 자고, 사법성(四法聖)서 나흘 자고, 삼국(三國)적 유현덕(劉玄德)이 제갈공명(諸葛孔明) 찾으랴고 삼고초려(三顧草廬)하던 정성, 만고성군(萬古聖君) 주문왕(周文王)이 태공망(太公望)을 찾으려고 위수양(渭水陽) 가던 정성, 초한(楚漢)적 항적(項籍)이가 범아부(范亞夫)를 찾으려고 나 (기)고산(祁高山)가던 정성, 이 정성 저 정성 다 부려서 강산 천리 다 다녀도 우리 영감을 못 찾갔네. 우리 영감을 만나 보면 귀도 대고 코도 대고 눈도 대고 입도 대고 업어도 보고 안아도 보련마는, 우리 영감 어데를 가고 날 찾을 줄을 왜 모르는가. 아이고 아이고! (굿거리 춤을 추며 퇴장.)

영감 : (이상한 관을 쓰고 회색빛 나는 장삼을 입고 한 손에 부채, 한 손엔 지팡이를 들고 있다.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쉬이이, 정처 없이 왔더니 풍악 소리 낭자하니 참 좋긴 좋구나. 풍악 소리 듣고 보니 우리 할맘 생각이 간절하구나. 우리 할맘이 본시 무당이라 풍악 소리 반겨 듣고 혹 이리로 지나 갔는지 몰라. 어디 한번 물어 볼까? 여보시오.

악공 : 거 뉘시오?

영감 : 그런 것이 아니오라 허름한 할맘을 잃고 찾아다니는데 혹시 이리로 갔는지 못 보았소?

악공 : 할맘은 어찌 잃었습나?

영감 :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동서 사방으로 도망을 하였는데, 그 후로 통 소식이 없습네.

악공 : 본 고향은 어디메와?

영감 :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올세.

악공 : 그러면 할맘의 모색을 댑세.

영감 : 우리 할맘의 모색은 하도 흉해서 댈 수가 없습네.

악공 : 그래도 한번 대 봅세.

영감 : 여기서 모색을 댄들 무엇하겠습나?

악공 : 세상 일이란 그런 것이 아니야, 모색을 대면 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

영감 : 그럼 바로 대지. 난간 이마에 주게턱, 웅케눈에 개발코(빈대코), 머리칼은 다 모즈러진 빗자루 같고, 상통은 깨진 (먹푸른) 바가지 같고, 한 손엔 부채 들고 또 한 손엔 방울 들고 키는 석 자 세 치 되는 할맘이올세.

악공 : 올치 그 할맘이로군. 바로 등 너머 굿하러 갔습네.

영감 : 에에, 고놈의 할맘 항상 굿하러만 다녀.

악공 : 할맘을 한번 불러 봅소.

영감 : 여기 없는 할맘을 불러 무엇합나?

악공 : 그런 것이 아니야. 한번 불러 봅세.

영감 :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하라는 대로 해 보지. 할맘!

악공 : 너무 짧아 못쓰겠습네!

영감 : 할마암.

악 공 : 그것은 길어 못 쓰겠읍네.

영 감 :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 공 : 전라도 제주 망막골에 산다니 시나위청으로 한 번 불러봅소.

영 감 : (시나위청으로) 절절 절시구 저저리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우리 할맘 어디를 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라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 갔나. 우리 할맘 찾으려고 일원산(一元山), 이강경(二江景), 삼부여(三夫餘), 사법성(四法聖), 강산 천 리 다 다녀도 우리 할맘 못 찾갔네. 우리 할맘 보고 지고. 칠년 대한 가문 날에 빗발같이 보고 지고. 구년 홍수 대홍수에 햇발같이 보고 지고. 우리 할맘 만나보면 눈도 대고 귀도 대고 연적 같은 젖을 쥐고 신짝같은 혀를 물고 건드러지게 놀겠구만. 어느델 가고 날 찾을 줄 모르는가? (굿거리 곡으로 한쪽으로 가면 미얄이 다음과 같이 부르며 등장한다.)

미 얄 :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절절 절시구 거 누가 날찾나?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이 바둑 두자고 날 찾나? 춤 잘 추는 학두루미 춤을 추자고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숙제(伯夷叔齊) 채미 하자고 날 찾나?

영 감 :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며 다음과 같이 부르며 미얄 쪽으로 가다.)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할맘 찾을 이 누가 있나. 할맘 할맘 내야 내야.

미 얄 : 이게 누구야? 우리 영감이 아닌가? 아모리 보아도 우리 영감이 분명하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이제야 우리 영감을 찾았구나. (노랫조로) 반갑도다. 좋을시구! (춤을 추면서 영감에게 매달린다.)

영 감 : 여보게 할멈. 우리가 오래간만에 천우신조로 이렇게 반갑게 만났으니 얼싸 안고 춤이나 추어봅세. (노랫조로) 반갑고나. 얼러보세.

(후략)

(이처럼 오랜 고생 끝에 영감과 미얄은 만나 기뻐하나, 사소한 일로 싸움이 시작되어 영

감은 미얄의 있는 잘못 없는 잘못을 다 들어내서 핍박하다가 마침내 미얄을 죽게 한다.

미얄이 죽자 영감은 후회하고, 남강 노인이 등장해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 미얄할멈이 춤을 추며 등장하여 악공 앞에 와서 울고 있다. 악공은 미얄할멈으로부터 난리로 헤어진 영감을 찾는다는 말을 듣는다. 이 때 할멈을 찾아 헤매는 영감이 등장하여 서로 만나 반기게 된다. 두 사람이 지난 일을 이야기하다가 영감이 아들이 죽은 것을 알자 헤어지자고 말하고 미얄에게 첩인 덜머리집을 소개하게 되자 서로 싸우게 된다. 결국살림을 갈라 헤어지기로 하는데 덜머리집과 미얄의 싸움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 미얄이 쓰러져 죽는다. 남강노인(南江老人)이 등장하여 무당을 불러 미얄의 넋을 위로하는 굿을 하면서 탈춤의 전 과정이 끝난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