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보한집(補閑集)에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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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한집(補閑集)에서

문(文)이라는 것은 정도(正道)를 밟아 나가는 문(門)이기에 법도에 맞지 않는 말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기운을 돋우고 말을 생동하게 해서 듣는 사람을 감동시키고자 혹 험괴(險怪)한 것도 말하게 된다. 하물며 시를 짓는 데 있어서랴. 시는 비(比), 흥(興)과 풍유(諷諭)를 근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기궤(奇詭)에 우탁(寓託)한 뒤에야 그 기운이 씩씩하고 그 뜻이 깊으며 그 말이 뚜렷하여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깨닫게 하고 깊고 미묘한 뜻을 드러내어 마침내는 올바른 데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남의 것을 표절(剽竊)하든가 모방하여 지나치게 떠벌리는 것은 선비는 진실로 하지 않는 것이다.

- 좋은 문장의 요건과 시의 본질

비록 시인들에게는 탁련 사격(琢鍊四格)이 있으나 그 중에서 취하는 것은 탁구(琢句)와 연의(鍊意) 뿐이다. 지금의 후진(後進)들은 성률(聲律)과 장구(章句)만 숭상하여 글자를 다듬을[琢字] 때는 반드시 새롭게 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 말이 생소(生疎)해지고, 대구(對句)를 다듬는[鍊對] 데는 반드시 유사한 말로써 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뜻이 졸렬(拙劣)해져서 웅걸(雄傑)하고 노성(老成)한 기풍(氣風)이 이로 말미암아 상실되는 것이다.- 형식적 시에 대한 비판

요점 정리

연대 : 고려 고종

작자 : 최자

형식 : 비평적 수필

성격 : 교훈적

구성 : 문(文)을 문(門)에 비유하면서, 좋은 시와 문장의 조건을 제시하는 구성

표현 : 설명적·비유적

제재 : 문(文)

주제 : 문학은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문은 정도를 밟아 나가는 문

줄거리 : 시의 외적인 형식만을 추구하게 되면 시가 지닌 본질을 상실하게 되고, 문(文)은 정도(正道)를 밟아 나가는 문(門)이고,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비판적 해설을 한 비평 문학이다. 문학은 진리로 나아가게 하는 문이며, 도리에 어긋나는 말은 무가치하다는 것으로 문학의 본질을 규정하고 있다.

내용 연구

정도(正道) : 올바른 길. 바른 도리

험괴(險怪) : 험하고 괴상함.

비(比) : '시경(詩經)' 문체의 하나로서 비슷한 것을 이끌어다가 견주어 표현하는 비유법.

흥(興) : '시경' 문체의 하나로 먼저 다른 것을 서술하고 거기서 연상하여 본론을 서술하는 은유법.

풍유(諷諭) : 원관념은 숨기고 보조 관념만 드러내어 그 숨은 뜻을 넌지시 나타내는 표현 방법.

기궤(奇詭) : 이상야릇함.

우탁(禹託) : 함께 할 것을 부탁함.

표절(剽竊) : 시나 글 따위를 지을 때, 남의 것을 따다 자기 것인양 씀.

성률(聲律) : 음악의 가락, 한자의 발음규칙.

장구(章句) : 가곡의 노랫말인 시조의 구절을 나타내는 말.

졸렬(拙劣) : 잔졸하고 용렬함.

웅걸(雄傑) : 영웅다운 호걸.

노성(老聲) : 글이나 솜씨 따위가 착실하고 세련됨.

시는 ∼ 근본으로 한다 : 이것은 '시경' 문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눈과도 관련된다. '비'라는 것은 비슷한 것을 견주어 표현하는 비유법이고, '흥'은 어떠한 것을 먼저 서술한 다음 거기에서 연상하여 본론을 서술하는 은유법이며, '풍유'는 풍자하여 비유하는 법을 뜻한다.

비록 시인들에게는 ∼ 뿐이다 : 시인들에게는 글을 다듬는 네 가지 방식이 있다. 탁구(琢句)·연의( 鍊意)·탁자(琢字)·연대(鍊對)가 그것인데, 구절을 다듬고 뜻을 표현하는 탁구와 연의가 주요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지금의 후진들(後進)은 ∼ 것이다 : 문학의 형식적인 것만을 중시하는 현재의 문학가들을 비판하는 어조를 담고 있다. 이로 보아서 이 길의 작자는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최자는 '보한집' 서문에서 문학의 본질을 규정한다. 문학은 진리로 나아가게 하는 문이며, 도리에 어긋나는 말은 가치를 지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원칙론에만 매달리지 않고 문학의 실상에도 주의를 기울이는데, 독자의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 수식을 하고 기발한 착상에 의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문학적 표현이 미묘한 뜻을 드러내어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데 본뜻이 있는 것이므로 단지 수식을 위한 수식, 남을 모방하여 꾸미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문(文)은 도(道)로 나아가는 문(門)이라고 파악한 최자의 인식은 현대 문학 이론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인식이다. 사물의 실재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정한 차례를 거쳐야 하는데 그것은 곧 학문에서 방법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에서도 사물의 진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똑같이 일정한 방법이 필요하며 모든 문학 작품도 그 방법을 획득할 때만이 진실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 집단적인 형태를 띨 때 문학의 장르(갈래)를 형성하게 된다. 최자는 이러한 인식을 '문이 도로 나가는 문'이라고 간명히 표현하고 있다.

심화 자료

작가들의 문학관

작가

비평적 태도

문학관

이인로

용사(用事) 탁련(琢鍊)

문학의 자주성

이규보

신의(新意) 주기(主氣)

문학의 자주성

최자

신의(新意) 주기(主氣)

관도론(貫道論)

이제현

언외의(言外意)

관도론(貫道論)

서거정

점화(點化) 도습(蹈襲)

재도론(載道論)

고려시대의 비평 문학

 

고려 시대부터 출발한 비평 문학은, 그 문학관의 측면에서 살필 때 관도론이라기보다는 대체로 재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재도란 '도를 싣는다'는 뜻으로, 곧 문학을 인간의 성정을 교화하는 계몽적 성격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 전기의 비평문학은 서거정의 '동문선'과 '동인시화', 성현의 '용재총화' 등에서 이어지며, 이들의 문학관도 재도론이라 할 수 있다.

문학 비평의 종류와 방법

 

문학 비평의 종류를 나누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문학 작품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데 작품을 무엇과 관련시키느냐에 따라 나누는 방법이다.

① 모방론적 비평 : 작품을 현실이나 인생의 재현으로 보는 관점에 기초한 것이다. 문학이 사물의 본질을 모방하기 때문에 실제의 사물보다는 더 우월하다고 본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시초이다.

② 효용론적 비평 : 작품이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에 주로 관심을 두는 방법이다.

③ 표현론적 비평 : 작품을 작자의 개성의 표현으로 보는 방법이다. 전기 비평은 기본적으로 이 관점에 근거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④ 객관론적 비평 : 작품을 외부의 요인들과 관련시키지 않고 그 자체로 독립된 사물로 고려하려고 하며 그 대표적인 예는 형식주의 비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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