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베스트 셀러 작가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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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러(best-seller) 작가들

 

① 1950년대 이전

· 이광수 <무정>

· 한용운 <님의 침묵>

· 심훈 <상록수>

· 박계주 <순애보(殉愛譜)>

· 이광수 <춘원춘란지절(春園春蘭之節)>

· 김구 <백범일지(白凡逸志)>

· 최현배 <우리말본>

· 한글학회 <큰사전>

· 정비석 <자유부인>

· 조흔파 <얄개전>

· 을유문화사간 <한국동란>

· 김래성 <청춘극장>

 

② 1960년대

· 이어령 <흙속에 저 바람속에>

· 김용제 <김삿갓 방랑기>

· 이윤복 <저 하늘에도 슬픔이>

· 유주현 <조선총독부>

· 유치환(이영도 편)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 헤르만 헤세 <데미안>

· 전혜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최희숙 <슬픔은 강물처럼>

 

③ 1970년대

· 최인호 <별들의 고향>

· 한수산 <부초(浮草)>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이문열 <사람의 아들>

· 미카엘 엔데 <모모>

· 생떽쥐베리 <어린 왕자>

· 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 이동철 <꼬방동네 사람들>

· 조선작 <영자의 전성시대>

· 김성동 <만다라>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존재)이냐>

 

④ 1980년대

· 김홍신 <인간시장>

·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 박경리 <토지>

· 황석영 <장길산>

· 조정래 <태백산맥>

· 서정윤 <홀로서기>

· 이해인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도종환 <접시꽃 당신>

· 김정빈 <단(丹)>

· 정비석 <소설 손자병법>

·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크리슈나무르티 <자기로부터의 혁명>

· 이시형 <배짱으로 삽시다>

 

⑤ 1990년대

 

[ 종 합 ]

· 미소 한 잔 눈물 두 스푼(허수경․세기)

· 하얀배(윤후명외․문학사상사)

· 밤새 훌쩍 크는 아이들(김영희․시공사)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홍세화․창작과 비평사)

·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이정하․푸른숲)

·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김정일․푸른숲)

· 고등어(공지영․웅진출판)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버트 제임스 월러․시공사)

· 컴퓨터 길라잡이(임채성외․정보문화사)

· 전원주택 나도 주인이 될 수 있다(이광훈․살림)

 

[ 인 문 ]

· 작은 인간(마빈 해리스․민음사)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유홍준․창작과 비평사)

· 역사는 끝났는가(송두율․당대)

· 법과 문학사이(안경환․까치)

· 욕망의 진화(데이비드 부스․백년도서)

· 이야기 한국사(교양국사연구회․청아출판사)

·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을유문화사)

· 조선왕조 오백년 야사(윤태영외․청아출판사)

· 식인과 제왕(마빈 해리스․한길사)

· 절로 가는 마음2(신영훈․책만드는 집)

 

 

󰏐 비등단 작가 베스트 셀러

 

어렸을 때,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힘든 『자유공론』이나 『새농민』등의 잡지에 실렸던 『안나카레리나』나 『에덴의 동쪽』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의 다른편에서 나를 더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것은 지금처럼 「옐로 페이퍼」를 쉽게 접할 수 없던 시절 그와 거의 맞먹는 호기심으로 읽은 수많은 무협지와 애정소설들이다. 그 유명한 김래성(金來成)의 소설 『청춘극장』과 『벌레 먹은 장미』를 읽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대부분 뻔한 결말과 지극히 단순한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그 읽을거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노리는 행복과 사랑과 화해의 실체가 가짜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나를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마력을 발휘했다.

 

대체로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보여주는 특징중 하나는 인간의 보편적 약점이나 호기심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는 점이다. 처음 몇장만 읽으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단박 알 수 있는 단순한 내용과 구조, 감정에의 직선적 호소, 근본적으로 존재론적 불안을 안고 있는 대중의 마음을 교양 욕구와 지적 호기심으로 보상하려는 것 등이 그렇다.

 

해방후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명멸해 갔다. 이 베스트셀러의 작가들 중에는 문단 등단절차를 밟은 이른바 「제도권 문인」보다 「비제도권 문인」들이 많다. 때문에 평단에서도 논의의 대상에서 대개 배제된다.

 

김래성의 『청춘극장』과 『벌레 먹은 장미』는 6․25를 겪으면서 읽을거리가 거의 없던 시절 청․장년층, 심지어 중․고생층까지 광범하게 파고든 소설이다. 50년대 풍속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정비석(鄭飛石)의 『자유부인』이 지식층을 파고들며 「공식적으로」 화제와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면 『청춘극장』과 『벌레 먹은 장미』는 입에서 입을 통해 암암리에 읽혔다. 그러면서 성에 눈뜨게 해 연애학 지침서 구실까지 해냈다.

 

60년대 들어서면 박계형(朴啓馨)의 장편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꼽을 수 있다. 64년 21세의 꽃다운 나이에 朴씨를 동양라디오 현상문예 당선자로 만든 이 작품은 66년 출간돼 독서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소설이 당시 많은 독자를 끌어들인 이유는 교양체험 이상의 사회적 일탈의 정서에 대한 폭넓은 교감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사회적 일탈의 이야기에 대한 집착은 거의 성적 집착과 맞먹는다. 대중적 베스트셀러들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든다.

 

때문에 베스트셀러의 등장에는 「우연의 필연」이라 할 반시대적․반문화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 시대가 바로 70년대다. 경제개발 최우선 정책과 유신으로 넘어가는 독재는 『별들의 고향』이나 『영자의 전성시대』에 나오는 경아나 영자 같은 수많은 술집여자를 만들어냈다. 억눌린 말과 답답한 마음을 후련하게 풀 수 없을 때 술집에서 실컷 취하고 그 여자들과 어울리던 것과 같이 독자들은 그러한 소설속으로 빠져들었다.

 

70년대 들어 대중문학․상업문학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또 한국적 자본주의 발전의 영향이 컸다. 서서히 붕괴돼가는 농촌과 상대적으로 급증한 도시빈민의 유입은 그 시대 소설가들이 당면한 고통스럽고 절실한 문제였지만, 그런 소설들은 읽히지 않고 대중과 영합하는 상업적 소설만 읽혔다.솔직히 필자는 70년대 이른바 제도권 문인들의 베스트셀러와 비제도권 문인들의 그것들을 주제적 측면에서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단지 제도권 문인들의 문장과 구성이 좀더 세련됐을 뿐이다. 70년대에는 비등단 문인들이 베스트셀러 작가군에 거의 낄 수 없었다. 본격작가들이 대중 지향적 작품으로 독서시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5․18로 열린 80년대에는 대중의 정서를 바꿔놓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으나 감정에 직선적으로 호소하는 제도권 작품들이 여전히 베스트셀러 행진을 했다. 독자들이 김홍신(金洪信)의 『인간시장』을 통해 폭력과 군사문화에 억압된 감정을 대리로 푸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본격문인들의 대중문학 지향성이 일단 진정되고 또 진보적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이 쇠퇴하기 시작한 80년대후반 들어 비제도권 문학이 베스트셀러로 속속 진입하게 된다.

 

이해인(李海仁)수녀의 맑고 잔잔한 감성시집『민들레의 영토』가 베스트셀러로 나서더니 이내 무명시인들의 낙서같은 시집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또 김정빈씨의 『단』을 시작으로 이은성(李恩成)씨의 『소설 동의보감』, 이재운(李載雲) 씨의 『소설 토정비결』, 황인경씨의 『소설 목민심서』등 「이상한 역사교양적 읽을거리」가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1백만부 단위로 팔리며 기세를 펴기 시작하며 90년대 비제도권의 본격상업문학시대를 맞게 된다.

 

이러한 추세를 타고 90년 대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4백만권 이상 나간 김진명(金辰明)씨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 작품으로 무명의 金씨는 막대한 인세와 함께 슈퍼셀러 작가로서의 유명세를 타고 국회의원후보로까지 진출했었다.

 

문학이 걷잡을 수 없이 상업성으로 휘말려들고 있는 이 때 이제 더이상 제도권․비제도권 등 문단의 양분은 효력을 잃은 것 같다. 소위 본격문학․순수문학을 하는 문인들은 이제 독서시장 밖으로 밀려나 비제도권 문인들이 문학의 이름으로 독자를 석권하는 상황을 넋놓고 바라보는 형국이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이제 등단문인․비등단문인의 구분을 떠나 무엇이 문학이냐, 아니냐 하는 고전적 명제를 놓고 전면적 싸움을 벌여야 한다. 문학의 이름으로 더이상 독자, 나아가 사회와 인간성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 스테디 셀러 작가들

 

대를 이어 읽힐만한 문학이 있는 것은 후세에 물려줄 법전이 있는 것보다 더한 민족의 영광이다. 우리 문학은 시대의 한계를 넘어 계속 읽히는 작품들을 풍성히 산출한 공적이 있다.

 

시장의 변덕을 견디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은 문학인들의 확고한 성취와 아울러 튼튼한 독서 공중의 형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스테디 셀러로 꼽히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문학 생산과 소비의 성숙한 모습을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

 

스테디 셀러의 기준은 매우 유동적이다. 출판하고 1년이 지난 후에도 연간 1천부가량 팔리는 책이라 하는가 하면, 매년 부수는 일정치 않으나 쇄나 판을 거듭하는 책이라 하기도 한다. 그것은 결국 꾸준히 팔리는 책이라는 막연한 한정 이상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면 부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독자의 수요가 지속적인 작품들을 스테디 셀러로 상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광복전 문학작품 중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는 것에는 우선 김소월․한용운․정지용․윤동주의 시편이 있다. 김소월의 시는『진달래』(1925)․『소월시초』(1939)로 묶여져 나온 이후 국민시인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시집은 판본이 많아 현재 유통되고 있는 것만도 수십종에 이른다. 한용운의『님의 침묵』도 1926년 출간된 이후 수종의 판본으로 읽히고 있다.『정지용시집』(1935)․『백록담』(1941)에 실린 정지용의 시는 88년 월북․납북작가 해금조치 이후 여러 형태로 재간돼 독자를 늘려가고 있다. 스테디 셀러 시집의 대명사와 같은 윤동주 시집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로 처음 간행됐다. 해방전 소설 중에서는 이광수의 『무정』(1918), 염상섭의『삼대』(1931), 이기영의 『고향』(1937), 채만식의 『태평천하』(1940)등이 스테디셀러에 속한다. 이 작품들은 문학애호가들의 수요보다 문학교육에 따른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해방전 단편소설 중에서는 이상과 김유정의 작품이 많은 판본으로 유통되고 있다. 해방전부터 활동한 문인중에선 김동리와 황순원이 한동안 스테디 셀러를 낳았으나 근래엔 독자가 급격히 줄었다. 반면 서정주는 김소월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가장 많은 애독자가 있는 시인이다. 1983년 초판이 나온『미당 서정주 시전집』 만 해도 연간 2천~3천부를 찍고 있다. 해방후 스테디 셀러는 60년대 작품들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우선 최인훈의 『광장』. 1961년 초판이 나온 이 작품은 연이은 비평적 관심과 찬사 속에서 많은 독자를 얻어왔으며 수차례 수정을 거치는 이색적인 기록도 남겼다. 1976년 『최인훈전집』의 제1권으로 간행된 판본이 현재 1백1쇄 29만부를 기록했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1962)은 대하소설 『토지』의 명성에 가려있긴 해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장편이다.『서울 1964년 겨울』(1966)로 처음 묶여져 나온 김승옥의 단편들도 빼놓을 수 없다.

 

70년대부터는 창작과비평사․민음사․문학과지성사 등이 본격적인 스테디 셀러 시대를 열었다.

특히 대중 출판의 혜택을 보지 못하던 시집이 계속 팔리는 책자로 자리잡은 것은 이들 출판사의 기획과 관리 덕택이다. 70년대 스테디 셀러 시집으로는 김수영 신화의 발단을 연 『거대한 뿌리』(1974)와 민중적 서정시의 중시조격인 신경림의 『농무』(1975)가 대표적이다.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의 서두를 장식한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정현종의 『나는 별아저씨』(1978)도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소설중에서는 황석영의 『객지』( 1974),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1976),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1979)이 매년 부수를 경신하고 있다. 박경리의 『토지』(1973), 황석영의 『장길산』(1976)도 70년대에 선보였다. 발행일 : 96년7월15일

80년대 스테디 셀러군에선 새로운 문학세대의 등장이 눈에 띈다.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1980),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1981),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 곽재구의 『사평역에서』(198 3),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1984),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1987),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1989)이 출간 이후 줄곧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1982)는 판권이 바뀌기까지 애송시집으로 남아 있었고, 이해인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1983)는 지금도 판매가 꾸준하다.

 

80년대의 두드러진 스테디 셀러 작가는 이문열이다.『젊은 날의 초상』(1981),『황제를 위하여』(1982),『변경』(1989)이 새로운 독자군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1989)은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경이적인 인기작. 윤흥길의 『장마』(1980), 이청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1),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1982), 강석경의『숲속의 방』(1986),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1987),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1987)도 수요가 끊기지 않는 책들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스테디 셀러가 모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하긴 어렵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우리 문학이 시대와 문화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쌓아온 창조적 업적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책자들은 그 저자들의 재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독자들의 양식에 의해서도 살아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서공중의 심미적 향상이 수량적 확대 못지 않은 중요한 과제임을 스테디 셀러의 현황은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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