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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형 인물이란 무엇인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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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자형 인물

 

우리가 밝혀 보고자 하는 방자형(房子型)인물은 이러한 명명(命名)이나 신분의 차원에서 추출되는 인물형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춘향전에서 상전인 이도령을 희화(戱畵)하고 배비장전에서 상전인 배비장을 풍자하고 있는 방자의 행동이나 기능을 더욱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방자의 행동 속에는 현실을 비판하는 의식이 투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방자형 인물은 작품 전체의 구조 내지는 성격이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이 예상된다. 방자라는 인물은 다른 등장 인물과의 관계에서도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물로 주목된다. 방자라는 인물은 신분적으로는 상전에 예속되지만, 작품 내에서 상전으로 관계를 맺는 인물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행동과 언사를 나타내 보임으로써 상하의 주종관계(主從關係)를 무너뜨리고 주동적 인물로 상승한다. 우리가 화용도(華容道)’에 나타나는 정욱(悜昱)을 주목하는 까닭도 이러한 관점에서이다.

 

이러한 유형의 인물이 지니는 일반성과 보편적인 편재(遍在)는 세계 문학사적인 안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나, 지나친 논거의 확대는 문제의 초점을 흐리게 할 수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다만, 국내적인 영향 관계를 고려할 때, 방자형 인물이 가면극에 등장하는 말뚝이와 유사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왜냐 하면, 방자형 인물이 판소리계 소설에서 수행하는 역할 기능과 거의 같은 기능을 말뚝이가 가면극을 통하여 수행하고 있는 것은, 문화적 기반을 같이 하는 판소리와 가면극의 상관 관계를 염두에 둘 때, 우연한 일치 현상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성급한 가설을 세워본다면, 방자형 인물은 판소리와 가면극의 양식, 즉 구경꾼 앞에서 구연되고 공연되는 정시(呈示)과정에서 성장하고 변모되고 재창조된 인물 유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하여 방자형 인물을 간단하게 개념화해 보이면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첫째, 방자형 인물은 판소리계 소설에서 주인공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나, 작품 구조상 중대한 개입을 하는 주동적 인물이다. 둘째, 형식적으로는 주인공에게 예속되어 있으나 기능상으로는 주인공을 희화하고 풍자하며, 주인공의 성격을 변용시키고 결정해 주는 인물이다.

 

셋째, 판소리계 소설에 있어서의 희극미를 창출하는 주동적 인물로서, 가면극의 말뚝이와 기능상 동일한 인물이다.

 

 권두환서종문, ‘방자형 인물고 한국 고전 문학회 편, 󰡔한국 소설 문학의 탐구󰡕 일조각,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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