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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의 특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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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의 특징

 

박완서의 문학은 대중 지향적이다. 평범한 일상적인 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현실적 조건을 거부하지 않고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선,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중산층의 생활 양식에 대한 해석을 작가의 이데올로기적 지평과 연관하여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중산층을 소설적 무대로 설정하여 일상성의 의미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 내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 윤리적인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고, 가족 구조의 변화를 역사적인 사회 변동의 한 양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적 단위 집단으로서의 가족 구성의 원리와 그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현실 사회의 내면적인 변화와 그 문제성을 비판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문학은 여성 중심의 문학이다. 또한 625 전쟁과 분단 체험의 문학이다. 작가의 소설에서 중요한 역사적 배경은 전쟁과 분단의 체험도 민족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민족 분단과 전쟁은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면서,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의 사회 윤리적 규범을 붕괴시키고 있다. 가치관이 전도되고 심성조차도 변질된다. 인간적인 가치의 붕괴를 형상화하기 위해, 전쟁으로 인한 파괴가 그만큼 강조되는 것이다. 박완서는 분단이나 전쟁 자체를 문제삼고 있기보다는 그러한 상황적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박완서의 문학은 그 범위를 역사적 지평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당대적인 삶의 양상과 그 역사적 조건을 동시에 문제삼고 있는 박완서의 소설들은 대하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장편 소설 <미망>에서부터 연작 형식의 <엄마의 말뚝>까지 그 폭과 깊이가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된다. 개인적 의식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욕망의 실체를 그리는가 하면, 왜곡된 현대사를 살아 온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소설 <나목> 이해과 감상

1951년 겨울 서울이 막 수복된 후, 8군 지하의 초상화 가게에서 영어에 능통한 20대 영업부 직원인 이경과 불우하기 그지없는 간판쟁이화가인 옥희도를 통해 전쟁으로 황폐해진 삶의 현장과 그 속에서 몸부림치는 예술가의 내면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경은 자기 때문에 두 오빠가 죽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인물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이 옥희도의 집에서 본 그림이 고목이 아니라 나목임을 알게 된다. 이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이며 주제 의식이 가장 심도있게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이경은 그림을 통해, 황량하고 메마른 1950년대의 불모성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힘을 얻고, 그로 인해 황량한 겨울을 온몸으로 견디면서 내면의 꿈을 키우는 싱싱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

 

박완서의 소설 <나목>의 주제와 분위기는 박수근의 나목계열 그림들과 연관시킬 때 훨씬 깊이 있게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다. 박수근의 그림들은 꺼칠꺼칠하고 건조한 화폭을 특징으로 하는데, 그것은 한국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황량한 삶과 대응된다. 그의 나목들은 꽃과 이파리들이 다 떨어진 겨울 나무들이다. 그것은 우람하지도 풍요롭지도 않다. 그 나무들은 흐릿하게 불확실한 모습으로, 가난에 움츠러들며 방황하는 인간들의 길가에 서 있다.

 

 

http://monthly.chosun.com/html/200105/200105310072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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