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 타고르(Tagore, Rabindranath)
by 송화은율바닷가에서 / 타고르(Tagore, Rabindranath)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서 어린이들이 모입니다.
무궁한 하늘은 머리 위에서 고요히 멈추었고 쉴 줄 모르는 물은 사납게 날 뜁니다.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서 어린이들이 모여 외치고 춤을 춥니다.
어린이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조개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꾸며 웃음 지으며 나뭇잎 배를 넓은 바다에 띄웁니다. 어린이들은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이를 합니다.
어린이들은 헤엄칠 줄을 모릅니다. 그물을 던지는 법도 모릅니다. 진주잡이는 진주를 찾고자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장사꾼은 물건을 팔러 항해를 떠납니다. 많은 어린이들은 돌을 주워 모아 가지고는 또다시 흩어버립니다. 그들은 숨어 있는 보화도 찾을 줄 모르고 그물을 던지는 법도 모릅니다.
바다는 외치며 물결치고 바닷가의 웃음은 어렴풋이 빛납니다. 죽음을 거래하는 물결은 어린이들이 알지 못할 노래를 부릅니다. 마치 아기의 요람을 흔들고 있는 어머니와도 같습니다 바다는 어린이와 더불어 놉니다. 바닷가의 웃음이 어렴풋이 빛납니다.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 어린이들이 모입니다. 폭풍은 길없는 하늘에서 헤매어 돌고, 배들은 자취 없는 물속에서 깨어집니다. 죽음은 날뛰며 서성대고 어린이들은 놀고 있습니다.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 어린이들의 거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유영 옮김)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 그림같이 고요한데,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데기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 바다로 보내는 아이,
모두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모릅니다.
헤엄칠 줄도, 고기잡이할 줄도,
진주를 캐는 이는 진주 캐러 물로 들고
상인들은 돛 벌려 오가는데,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집니다.
그들은 남모르는 보물도 바라잖고,
그물 던져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바다는 깔깔거리고 소스라쳐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사람과 배 송두리째 삼키는 파도도
아가 달래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들려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재미나게 놉니다.
기슭은 희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길 없는 하늘에 바람이 일고
흔적 없는 물 위에 배는 엎어져
죽음이 배 위에 있고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텁니다 (양주동 옮김)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한없는 하늘이 머리 위에 멈춰 있고 쉼 없는 물결은 사납습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소리치며 춤추며 모입니다.
그들은 모래로 집 짓고 빈 조개 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가랑잎으로 그들은 배를 만들고 웃음 웃으며 이 배를 넓은 바다로 띄워 보냅니다. 아이들은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이를 합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을 모르고 그물 던질 줄도 모릅니다. 진주잡이는 진주 찾아 뛰어들고 장사꾼은 배를 타고 항해하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다시 흩뜨립니다. 그들은 숨은 보물을 찾지도 않고 그물 던질 줄도 알지 못합니다.
바다는 웃음소리를 내며 밀려오고 해안의 미소는 하얀 빛을 냅니다. 죽음을 흥정하는 물결은 아가의 요람을 흔들 때의 어머니처럼 아이들에게 뜻없는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놀고 해안의 미소는 하얀 빛을 냅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폭풍은 길 없는 하늘에서 울부짖고 배들은 자취 없는 물살에서 파선하고 죽음은 널려 있고 그리고 아이들은 놀이합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김병익 옮김)
On the seashore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The infinite sky is motionless overhead and the restless water is boisterous.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with shouts and dances.
They build their houses with sand, and play with empty shells.
With withered leaves they weave their boats and smilinglyfloat them on the vast deep.
Children have their play on the seashore of worlds.
They know not how to swim, they know not how to cast nets.
Pearlfishers dive for pearls, merchants sail in their ships, while children gather pebbles and scatter them again.
They seek not for hidden treasures, they know not how to cast nets.
The sea surge up with laughter, and pale gleams the smile of the seabeach.
Deathdealing waves sing meaningless ballads to the children, even like a mother while rocking her baby´s cradle.
The sea plays with children, and pale gleams the smile of the seabeach.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Tempest roams in the pathless sky, ships are wrecked in the trackless waters, death is aboard and children play.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in the great meeting of children.
요점 정리
작자 : 타고르(Tagore, Rabindranath)
갈래 : 서정시, 번역시는 자유시, 서정시
운율 : 번역시는 내재율
성격 : 동양적, 예지적, 관조적, 생명의 근원을 추구한 신비주의적 시
심상 : 비유적, 상징적 심상을 사용함
어조 : 예지를 갖춘 차분한 목소리
특징 :
1. 산문시적인 문체
2. 비유적- 상징적 심상 사용
주제 : 자연과 인간의 합일과 조화, 동심과 자연과의 친화, 자연과 인간의 영적 합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른 물외한인(物外閒人)
제재 : 바다와 아이들
구성 : 수미 상관 구조
[기]1연 바닷가에 모여 즐겁게 노는 아이들
[승]2연 어른들과 달리 사욕(私慾) 없이 순수한 아이들
[전]3연 바다의 이중적 성격.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 주는 바다
[결]4연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 바다와 자연의 영적 합일
표현상의 특징 : 무게 있는 주제를 평이한 시어를 통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함.
의의 :
1.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합일이라는 동양적 예지와 세계관을 서양 세계에 소개하여 충격을 줌.
2. 제 3 세계 문학의 깊이와 우수성을 입증하여 세계 문학의 인식 변화에 기여함.
내용 연구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 그림같이 고요한데,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 바닷가에 모여 노는 아이들(자연과 인간의 이상적 조화)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데기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 바다로 보내는 아이,
모두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 바닷가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그들은 모릅니다.
헤엄칠 줄도, 고기잡이할 줄도,
진주를 캐는 이는 진주 캐러 물로 들고
상인들은 돛 벌려 오가는데,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집니다. - 순진 무구한 아이
그들은 남모르는 보물도 바라잖고,
그물 던져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 욕심 없는 아이들
바다는 깔깔거리고 소스라쳐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 주는 바다
사람과 배 송두리째 삼키는 파도도
아가 달래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들려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재미나게 놉니다.
기슭은 희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 대자연(바다) 속에서 함께 노는 아이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길 없는 하늘에 바람이 일고
흔적 없는 물 위에 배는 엎어져
죽음이 배 위에 있고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텁니다 - 죽음마저도 의식하지 않는 순진 무구한 아이들과 바다와의 조화(자연과 인간의 合一) (양주동 옮김)
무한한 세계 : 시공(時空)을 초월한 영원한 자연의 세계. '바닷가'를 가리켜서 표현한 말
무궁한 하늘은 머리 위에서 고요히 멈추었고 쉴 줄 모르는 물은 사납게 날 뜁니다. : 靜과 動이 조화된 자연을 의미함.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서 어린이들이 모입니다. :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인 조화 상태의 표현. 어린이들만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순수하게 반응하여 이에 뛰어든다. 무한하며 영원함을 의미하는 바다는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와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어린이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 나뭇잎 배를 넓은 바다에 띄웁니다. :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동심의 세계가 지닐 수 있는 꿈을 모래성, 조개껍질, 나뭇잎 배, 넓은 바다로 상징화하면서 아이들의 순수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모두 자연물로 자연과의 친화성을 의미
그들은 숨어 있는 - 모릅니다 : 이익을 얻고자 대자연을 이용하지 않고,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우주의 신비 속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표현함.
보화(寶貨) : 보배로운 물건. 보물(寶物), 여기서는 자연을 이용하는 행위를 말함.
요람(搖籃) : 어린 아이를 태우고 흔들어 놀게 하거나 재우는 채롱
진주잡이는 진주를 찾고자 물 속으로 - 물건을 팔러 항해를 떠납니다. : 바다는 마치 요람을 흔들며 아이를 잠재우는 어머니처럼 어린이들을 포근히 감싸 줍니다. 아이들의 순진 무구함과 대비되는 어른들의 세속적인 이익 추구 행위를 표현
마치 아기의 요람을 흔들고 있는 어머니와도 같습니다. : 대자연은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인간을 포근하게 감싸 준다는 동양적 예지가 드러나 있다. 자연을 어머니로 보는 것은 모든 사물에 신의 형상이 깃들여져 있다는 범신론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폭풍은 길 없는 하늘에서 헤매고 돌고, - 어린이들은 놀고 있습니다. : 바다에는 폭풍도 불고, 높은 파도로 배가 부서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이욕(利慾)에 빠진 어른들에게만 해당할 뿐 순진 무구한 어린이들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아무 위협도 되지 못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이 바닷가에서 뛰어놀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삶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폭풍은 길없는 - 깨어집니다 : 대자연의 무한한 힘과, 그 앞에서 인간의 지식 및 이익 추구 행위가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구절.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 어린이들의 거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 인간의 순수한 영혼이 대자연의 중심 생명과 조화를 이루며 합일되고 있는 충만한 상태를 표현(유영 번역)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 조화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라는 시간과 공간의 배경부터가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모래성 쌓는 아이, - 보내는 아이 :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으며 즐겁게 노는, 순진 무구하기 이른 데 없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진주를 캐는 이는 - 돛 벌려 오가는데, : 순진 무구한 아이들과는 반대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른들의 생활을 말한 것이다. 진주를 캐고, 장사를 하는 것은 이익을 탐내는 인간의 행위들이다.
그들은 모릅니다 : 물아일체가 되어 순수하게 노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표현한 것이다. 남 모르는 보물을 바라는 것은 욕심을 부리는 일이고, 고기잡이는 인간이 욕구 충족을 위하여 대자연의 조화를 파괴하는 일이다. 바로 이어지는 시의 내용과 대조를 보인다.
사람과 배 - 들려 줍니다 : 아이들이 순진 무구하기 때문에 무서운 파도도 엄마처럼 아이들을 위해 예쁜 노래를 들려 준다는 것이다. 대자연은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인간이 순수하게 대하면 인간을 포근히 감싸 준다는 동양적 예지가 드러나 있다.
길 없는 - 아이들은 놉니다 : 아이들의 순진 무구함을 표현한 것이다. 심한 바람과 파도가 일고, 배를 난파시켜 사람들을 죽게 하는 무서운 바다지만 천진 난만한 아이들은 전혀 그런 것을 개의치 않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그 바다를 놀이터 삼아 즐겁게 논다. 바로 이러한 자연과의 합일과 조화야말로 인간이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시적 자아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양주동 번역)
이해와 감상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과 자연, 우주, 신과의 조화를 명상적인 시로써 표현하여 동서양 문단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던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작품이다. 이 시는 어린이들이 품고 있는 미지의 꿈만큼이나 무한한 세계의 바닷가에서 꾸밈없이 천진스러운 몸짓으로 자유롭게 외치고 춤추며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바다는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는 곳이기도 하고, 죽음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욕(利慾)을 추구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주워 모은 돌조차 흩어버릴 정도로 욕심 없는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악한 바다도 잠시나마 그들과 더불어 놀기도 하며, 어렴풋한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동양적 예지와 여유가 산문에 가까운 유장한 호흡을 통하여 은은하게 스며 나오는 이 작품은, 인간은 오로지 대자연과의 친화와 합일 속에서 동심의 세계에서와 같이 순수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신비롭고 영원한 세계의 표상이며, '아이들'은 그 '바닷가'와 조화롭게 살아야할 이상적 인간성의 상징이다.
신비롭고 영원한 대자연이야말로 인간의 영원한 꿈의 요람이요 이상의 세계라는 뜻이 내포된 이 작품을 통하여, 시적 자아는 생에 대한 진장한 의미를 잔잔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
심화 자료
타고르(Tagore, Rabindranath)
캘커타 출생. 벵골어로는 타쿠르(旱h嚆kur)라 한다. 벵골 명문의 대성(大聖)이라 불리는 아버지 데벤드라나트의 15명의 아들 중 열넷째 아들로, 형들도 문학적 천분이 있었고, 타고르가(家)는 벵골 문예부흥의 중심이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11세경부터 시를 썼고, 16세 때 처녀시집 《들꽃》을 내어 벵골의 P.B.셸리라 불렸다. 인도 고유의 종교와 문학적 교양을 닦고, 1877년 영국에 유학하여 법률을 공부하며 유럽 사상과 친숙하게 되었다. 귀국 후 벵골어로 작품을 발표하는 동시에 스스로 작품의 대부분을 영역하였고, 산문 ·희곡 ·평론 등에도 문재를 발휘하여 인도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초기 작품은 유미적(唯美的)이었으나, 1891년 아버지의 명령으로 농촌의 소유지를 관리하면서 가난한 농민생활과 접촉하게 되어 농촌개혁에 뜻을 둠과 동시에, 작풍에 현실미를 더하게 되었다. 아내와 딸의 죽음을 겪고 종교적으로 되었으며, 1909년에 출판한 시집 《기탄잘리 》로 1913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아 세계에 알려졌다.
그뒤 세계 각국을 순방하면서 동서문화의 융합에 힘썼고, 캘커타 근교에 샨티니케탄(평화학당)을 창설하여 교육에 헌신하였으며 벵골분할 반대투쟁 때에는 벵골 스와라지 운동의 이념적 지도자가 되는 등 독립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그가 세운 학당은 1921년에 국제적인 비스바바라티대학으로 발전하였고, 오늘날에는 국립대학이 되었다.
시집에 《신월(新月) The Crecent Moon》 《원정(園丁) The Gardener》(1913) 등, 희곡에 《우체국 The Post Office》(1914) 《암실의 왕 The King of the Dark Chamber》(1914), 소설에 《고라 Gor嚆》(1910) 《카블에서 온 과실장수》, 평론에 《인간의 종교》 《내셔널리즘 Nationalism》(1917) 등이 있다. 벵골 지방의 옛 민요를 바탕으로 많은 곡을 만들었는데, 그가 작시 ·작곡한 《자나 가나 마나 Jana Gana Mana》는 인도의 국가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M.K.간디와 함께 국부(國父)로 존경을 받고 있다.
한편, 타고르는 한국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시, 《동방의 등불》 《패자(敗者)의 노래》를 남겼다. 그 중 《패자의 노래》는 최남선(崔南善)의 요청에 의하여 쓴 것이고, 다음에 전문을 든 《동방의 등불》은 1929년 타고르가 일본에 들렀을 때, 《동아일보》 기자가 한국 방문을 요청하자 이에 응하지 못함을 미안하게 여겨 그 대신 《동아일보》에 기고한 작품이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주요한 옮김. 1929.4.2.《동아일보》).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초생달에 나타난 타고르의 시세계
'초생달'은 1913년에 간행되었는데, 이 시집의 특색은 타고르 자신이 무구한 상태인 어린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쓴 것을 묶은 것이다. '초생달'이 어린이의 입장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타고르의 삶이 그만큼 순수하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타고르처럼 계속 낮아지며 비워내며 산 삶이 마지막 돌아갈 곳이라는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고르의 어린이에 대한 애정은 그의 일생을 통해 변함이 없었는데, 그는 어린이를 성숙하지 않은 어른으로 보지 않고 순수하고 완성된 상태에 살고 있는 한 존재로 보았던 것이다. 그가 어린이들을 노래한 시들 중에 순수하고 완성된 상태가 어떤 것인지 잘 나타내 주는 시가 바로 '바닷가에서'라고 할 수 있다.
타고르의 시에 대하여
타고르의 시의 경향을 대강 분류해 보면 우선 종교 및 철학적인 시가 있다. 애인을 그리워하는 소녀의 순정으로 신을 사모하는 감동적인 종교시가 있다. <중략>
다음 영국의 식민지 정책 압제하에 신음하는 조국 인도의 비참한 상황과 형극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줄기차게 앞날의 영광을 노래하는 민족적 또는 사회적 저항시가 있다. 갖은 압박과 고난과 실의 속에서 뚜렷이 조국의 앞날을 예언하면서 동포에게 용기와 의식을 높이고 세계 열강의 횡포에 단호한 심판의 예언과 경고를 보낸다. 이에 겸하여 사회에 대한 저항 의식을 형상화하고 또 인류의 정의감을 호소하는 절규가 시사되어 있다. 이러한 민족 사회시라고 일컬을 만한 것으로서는 '시들' , '꽃다발 ' , '백조는 날고' 등을 꼽을 수 있다.
셋째는, 서정적인 사랑의 시다. 인도 고유의 풍속과 향토미에서 우러나는 애정을 편력하면서 인간의 영혼에 깃들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정서를 발굴한다. 그리고 이를 근대화의 과정에 있는 시대 조명에 비추어 감각적이요 또 순수한 표현으로 극적이고도 서정적인 맛을 보태고 심오한 정신적 깊이까지 더하도록 한다. 이런 경향의 작품들로서는 '정원사' , '애인의 선물' . '샤말리에서' , '망명자 및 기타' 등이 있다.
넷째는, 어린이 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인류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속세와 현실에 오염되지 않은 인간 원형 시대의 어린이 세계를 어른의 입장에서 혹은 어린이 자신의 입장에서 노래한 것이다. 참으로 독자로 하여금 천사의 세계에 놀게 하고 저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로 사람을 다시 돌아가게 하는 법열(法悅)이 경지를 방불케 하는 예술의 세계다. 여기에 또 룻소의 자유와 자연의 사상이 은연중에 스며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인류의 씨로서 또 그 핵으로서 또 미래의 인류의 주인으로서의 어린이 세계를 참으로 고귀하고 또 아리땁게 그린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향에는 '저녁 노래' , '어린이' , '초승달' 등을 들을 들 수 있다. (출처 : 류영, <타고르의 문학> (연세대학교 출판부, 1983)
타고르의 시(詩) GARDENISTO를 읽고 - 한용운
벗이여, 나의 벗이여. 애인의 무덤 위에 피어 있는 꽃처럼 나를 울리는 벗이여.
작은 새의 자취도 없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이여.
그대는 옛 무덤을 깨치고 하늘까지 사무치는 백골(白骨)의 향기입니다.
그대는 화환을 만들려고 떨어진 꽃을 줍다가 다른 가지에 걸려서 주운 꽃을
헤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입니다.
벗이여, 깨어진 사랑에 우는 벗이여.
눈물의 능히 떨어진 꽃을 옛 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 꽃나무 밑의 티끌에 뿌리셔요.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의 무덤을 황금의 노래로 그물치지 마셔요. 무덤 위에 피 묻은 깃대를 세우셔요.
그러나, 죽은 대지가 시인의 노래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을 봄바람은 말합니다.
벗이여,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을 때에 어떻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님을 떠나 홀로 그 노래를 듣는 까닭입니다.
- 만해는 타고르의 영향을 받은 데 그치지 않는다. 한용운의 시는 타골의 시보다 훨씬 격렬하고 적극적이고 변혁적이다. 이처럼 이 시에서 만해는 타고르를 찬양하면서도 보다는 그의 시를 혹심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의 1련에서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을 불러 '죽은 꽃을 헤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로 공감과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 연부터는 '눈물이 능히 떨어진 꽃을 옛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 없'음을 힐책하고 '눈물을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 꽃나무밑의 티끌에 뿌리셔요',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는 없'다, '무덤을 황금의 노래로 그물치지' 말고 '피묻은 旗대를 세우'라고 타고르의 시를 신랄하게 비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평은 한마디로 타고르의 시세계에 사회나 역사가 없고 투쟁이 없다는 힐책으로 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변혁의 의지가 없고 너무나도 안온한 속에 영적 세계에 안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평은 아울러 한용운의 시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설명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한용운은 선시들도 적지 않게 썼고 그의 시작들에 불교적인 유연한 세계와 종교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한용운의 시를 타고르의 시와 비교하여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종교 시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만해의 시세계에 대한 일면을 전체로 보는 오류로 된다고 생각한다. 만해는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한 바른 정통의식의 소유자였으며 그의 민족주의 이념이나 근대화사상은 가장 명백하고 당당한 논리 위에 입각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회와 역사, 정통의식이 그의 작품에 반영되어 있음을 우리는 올바르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한용운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내 나라, 내 조국의 뜨거운 숨결로 생의 한걸음, 한걸음을 걸은 사람이다.
(출처 : http://www.tongil21.com/html/body/book/21centurymorning/c16.htm)
인도문학<Indian literature>(印度文學)
인도의 여러 민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문학. 4,0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인도의 문학은 그 언어의 다양함이나 문학의 배경을 이루는 종교·사상의 복잡성 등 다른 나라의 문학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언어상으로는 인도의 문학을 인도-유럽어계(語系)와 드라비다어계로 크게 나누며, 전자는 그것을 다시 연대적으로 고대(베다 문학)·중고(고전 산스크리트 문학) 및 근세의 각종 방언문학(方言文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드라비다어 계통의 문학도 몇 가지 방언문학으로 나눌 수 있지만, 그 고전작품은 전하지 않는다. 종교면에서 살펴볼 때, 최고(最古)의 베다문학은 브라만교(Brahmanism:婆羅門敎)를 배경으로 하고, 중고기(中古期)의 산스크리트 문학은 주로 힌두교의 문학이지만, 이와 병행하여 각종 프라크리트어를 사용한 불교와 자이나교의 문학도 있다. 근세문학 역시 그 주류는 힌두교를 배경으로 하나, 이슬람교 문학의 비중을 소홀히 다룰 수 없으며, 현대 문학에서는 그리스도교적인 서구문학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고대(베다) 문학
BC 2000년경 중앙 아시아로부터 이란을 거쳐 인도 북서부로 이주해온 아리아인들은 인더스강(江) 상류지방에 정주하게 되면서 아리아 문화의 기초를 뿌리박았다. 인도의 가장 오랜 문헌인 《리그 베다》는 그들이 대자연의 현상을 신격화하고 그것을 찬미한 서정적인 시가(詩歌)를 주로 하여 집대성한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하여 찬가집(讚歌集)인 《사마 베다》, 제사(祭詞)를 모은 《야주르 베다》, 재앙을 쫓고 복을 비는 주사(呪詞)를 모은 《아타르바 베다》를 합쳐 4베다라 일컫는다. 여기에 이어서 4베다 본집(本集)을 해설, 제식(祭式) 때 그것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서술한 ‘브라마나’와 철학적 문헌인 《아라냐카》 《우파니샤드》가 만들어지고, 베다 시대 말기(BC 500년경)에는 제식에 필요한 보조적인 지식으로서 6종의 ‘베당가’에 관한 수트라 문학이 탄생하였다. 약 l,000년에 걸쳐 전개된 방대한 베다 문학은 바라문교의 종교문학이지만, 특히 《리그 베다》의 소박하고 웅대한 서정적 찬가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높다.
서사시 시대
고대문학과 중고문학 사이에는 인도의 국민적 2대 서사시(敍事詩)인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로 대표되는 서사시 시대가 있다. 이 2대 역사시(歷史詩)는 태고로부터 전승되던 옛 사건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신화·전설들을 읊은 것인데, 기원전 수세기경까지는 이미 정돈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마하바라타》가 지금과 같은 시형(詩形)을 갖춘 것은 4세기 무렵이며 《라마야나》는 2세기경에 이미 현전(現傳)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전자는 바라타족(族)의 대전쟁을 주제로 하고, 후자는 영웅 라마왕(王)의 무용담을 발미키가 엮은 것으로 이들 2대 역사시는 후대의 사상·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고전 산스크리트 문학
BC 4세기경 문법학자 파니니가 나타나 산스크리트라는 문장어(文章語)의 기초를 확립시켰다. 이 언어는 속어를 기초로 하는 프라크리트의 여러 회화어(會話語)와 함께 중고 문학의 용어로 널리 사용되면서 ‘카비야’라고 일컬어지는 여러 문예작품을 탄생시켰다. 중고 문학에서 최초의 작가로는 불교 시인인 아슈바고샤(2세기)를 들 수 있다. 극작가 바사(3세기경), 슈드라카(4세기경)가 나타난 뒤, 산스크리트 문학은 ‘인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칼리다사(4∼5세기)의 등장으로 융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칼리다사는 걸작 희곡 《샤쿤탈라》 외에도 서정시·서사시·희곡 등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 인도의 고금을 통하여 첫손으로 꼽히는 작가의 자리를 누리게 되었다. 칼리다사 이후 약 800년간은 고전문학의 최성기로서, 각 장르에 걸쳐 수많은 작가들이 배출되었다.
서정시에서는 바르트리하리(7세기)·아마루(8세기)·빌하나(11세기)를 비롯하여 자야데바(12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인이 출현하였고, 서사시에서는 바라비(6세기)·바티(7세기)·마가(8세기) 등의 기교파 시인, 희곡에서는 하르샤(戒日王:606∼47)가 《프리 야다르시카》 등 3편의 작품을 남긴 이외에도 칼리다사에 버금가는 바바부티(7∼8세기) 등이 배출되었다. 또한 전기소설(傳奇小說)에서는 7세기경 단딘, 수반두, 바나 등 세 거장(巨匠)이 나타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다. 설화문학(說話文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발달하였으나, 세계문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판차탄트라》, 지금은 실전(失傳)된 대설화집 《브리하트카타》의 개작본(改作本) 《카타사리트사가라》를 비롯, 크고 작은 설화집들이 완성되었다. 산스크리트 문학은 이상과 같은 순수 문예 작품 이외에도 철학·문전(文典:문법)·수사학(修辭學)·시론(詩論)·연극론(演劇論)을 위시하여 법제(法制)·치세(治世)·미술·음악·수학·천문·의학·성애(性愛) 등 학술 기타 갖가지 방면에 걸친 방대한 작품을 낳게 했다.
불교와 자이나교의 문학
원시 불교의 경전(經典)인 《삼장(三藏):Tipitaka》은 프라크리트의 고형(古形) 팔리어(語)로 쓰여졌으나 불전(佛典) 중에는 설화집 《자타카[本生經]》와 같이 문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 적잖이 포함되었다. 불교문학은 뒤에 산스크리트도 사용하게 되면서 아슈바고샤[馬鳴] 이후 많은 불교 시인들을 속출시켰다. 자이나교 또한 여러 가지 프라크리트 방언을 사용하여 독자적인 종교문학을 성립시켰다.
근세 이후의 문학
13세기경부터 산스크리트 문학을 대신하여 각 지역 방언에 의한 문학이 발생하면서, 그것은 페르시아 문학의 이입(移入)과 어울려 다채로운 근세 문학의 시대를 열게 된다. 여러 방언 문학 가운데에서도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북부 인도의 힌디 문학, 이슬람교도에 의한 우르두 문학, 벵골어에 의한 벵골 문학 등이다. 힌디 문학은 인도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북부 인도의 중앙부에서 전개된 문학으로, 최대의 종교 시인 툴시다스(1532∼1623)의 《람 차리트 마나스》는 ‘북인도의 성서’로 불릴 만큼 널리 애송되었다. 또한, 프렘찬드(1880∼1936)는 주옥 같은 단편소설 작품을 중심으로 현대 힌디 문학의 새로운 장(章)을 열게 한 작가이다. 벵골 문학은 15세기경부터 융성하기 시작하여 일찍부터 산문작품을 발달시켜 오더니, 마침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타고르(1861∼1941)를 배출하였다. 그는 근대 벵골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동서 문화 융합에 큰 발자취를 남겼으며, 한국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 3·1운동이 실패하자 이를 격려하는 《패자(敗者)의 노래》(1919)에 이어 《아시아의 등불》(24)이라는 시를 동아일보(東亞日報)에 기고하기도 하였다. 한편, 남부 인도의 드라비다어에 의한 문학은 4세기 무렵부터 점차 발달하여 그 중의 한 어족인 타밀어 문학이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독자적인 작품을 남겼으나, 나중에는 산스크리트 문학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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