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미로(迷路) / 요점정리 / 정인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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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정인택(鄭人澤: 1909- ? )

서울 출생. 1930년 <매일신보>에 <나그네 두 사람>을 발표하여 등단. <매일신보>, <문장>지 기자 역임. 월북 작가. 초기 작품들은 이상(李箱)과 가까웠던 관계로 심리주의적 경향을 지녔으나, 그 후 그는 무기력한 지식인과 소시민의 삶의 세계를 그렸으며 친일적인 경향을 띤 작품을 쓰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우울증>, <시계>, <향수>, <촉루>, <청포도>, <착한 사람들>, <연련기(戀戀記)>, <여수(旅愁)>, <단장(短章>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정인택의 <준동>, <감정의 정리>, <업고> 등과 함께 심리주의적 경향을 지닌, 그의 대표적인 단편 중의 하나이다.

"― [어느 연대(年代)의 기록] 꿈은 나를 체포하려 한다. 현실은 나를 추방하려 한다."라는 <미로>의 서두는 이상(李箱)의 작품 한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이는 작품 <미로>가 이상(李箱)과 같은 류의 심리학적 작품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작가의 표현대로 이 작품은 '나'와 일본 여인 유미에와의 관계를 심리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이상(李箱)의 <날개>의 '나'와 같은 심리적 공간에 머무르면서 아내의 등에 얹혀사는 무력한 지식인의 과잉된 내면 세계를 내보이고 있다.

이 소설의 문체적 특징으로는 심리주의적 소설이 흔히 그렇듯이 과잉된 의식이 문장에 넘쳐흐르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러한 특징은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잘 나타난다.

<< ……기둥에 의지해서나마 겨우 기동하게 된 나를 바라보고 유미에는 마치 죽었던 사람이 소생한 듯이 희안하다고 손뼉을 치고 두 손을 잡아 이끌어 일으킨 후, 걸음마 ― 그리고 혼자서 손을 꼽아 보고 "두 달, 석 달, 넉 달, 어쩌면 꼭 넉 달 동안이야. 어지럽지 않우? 저것 봐, 넘어져요. 글쎄 넘어진다니깐…." 하며 유미에는 신기하다고 눈물까지 흘리며 혼자서 활개를 편 것 같건만 나는 어쩐지 조금도 마음이 가볍지 않고, 전과 같이 혼자서 눕고만 싶은 것을 그러나 유미에는 알아 주지 못하고, 자기가 앞서서 옷을 갈아입은 후, 앞 뒤 창문을 활짝활짝 열어 젖히며 억지로 내 등뒤로 돌아와서, 땀 배인 자리옷을 잡아 벗기고, "내 부축해 줄 테니 어서 이러나요. 어서, 응…."

그러다가 문득 유미에는 뼈만 남은 앙상한 내 가슴과 팔과 등을 바라보고, 새삼스러운 충동을 느낀 듯이, 원래도 말랐지만 어떻게 요렇게 살이 빠졌수? 아이, 참 무시무시해…. 가늘게 상을 찡그리며 유미에는 걷어 놓은 자리 위에 걸터앉은 내 무릎 사이에 엎드리어, 한 손으로 벌거벗은 내 등을 어루만지며, 잠시 동안 카구라자카로 놀러 나가자던 것도 잊은 듯이, 앓는 사람의 아내의 특이한 촉감으로 나를 애무하고, 자기를 달래고 하는 유미에의 얼굴을 받들어 쳐들며, "자, 그럼 나가 보지…." 그러면서 가만히 얼굴을 마주 대고 우리들은 소리없이 웃어 보았다.……>>

이러한 줄거리의 일부를 담고 있는 문장에도 드러나듯이, 정인택의 <미로>는 지식인의 무기력과 피로한 일상 세계, 허무 의식 등에 사로잡힌 자의식을 담고 있다. 이는 생활력이 결여된 당대 지식인의 과잉된 자의식의 세계를 통해, 현실 속에서 좌절을 거듭하는 삶의 굴절된 내면의 세계를 깊이 있게 파헤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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