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문학의 즐거움와 기능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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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주는 즐거움과 쓰임

 

(1)

문학에서는 대상을 통한 자기 인식이 중요한 발상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인생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동양적 문학의 발상법은 대상을 통해 너 자신을 알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대상과 함께, 남과 함께 놓여서 관계를 맺을 때 의미가 드러난다. 문학은 바로 이러한 관계 맺기의 제반 유형을 형상화한 것이다. 소설이라는 것, 희곡이라는 것, 아니면 시라는 것은 사람을 통해 사람을 알고 대상을 통해 나를 아는 이야기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는 활동이다.

한 개인의 경우를 놓고 보더라도 그 개인이 성장해 가면서 인지가 발달하게 되면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분별하거나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여 어느 한 쪽을 택하게 된다. 동화와 같은 공상의 세계에 빠져 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동경하거나 그것을 얻고자 억지를 부리는 단계에서 점점 그러한 것들이 무의미한 것임을 인식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을 추구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는 인류의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보편성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리가 문학을 나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보편성 때문이다. 문학이 다루는 현상이나 진실이 내가 관여하고 있는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 가능한 것이기에 연관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문학은 궁극적으로 나와의 관계를 문제삼기에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보편성은 문학의 또 다른 생명력이 된다.

문학의 상징성 또는 전형성은 이러한 보편성과 관련을 맺고 있다. 한 인물이 태어나서 고난을 이기고 성취에 이르는 영웅의 일생모티프가 갖는 의의는 그러한 일이 다른 사람의 경우에도 두루 가능하다는 데 있다. 문학이 지닌 이러한 두루 가능함의 요소는 문학의 보편성에 기여하게 된다. 그것이 한 시대 한 사회에만 국한하지 않고 두고두고 공감을 자아내게 되면 이를 일러 명작 혹은 고전이라 한다.

문학적 체험은 우리와 세계의 관계를 알게 해 준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저마다 세계 속에 가 맺는 관계를 실천하고 경험한다. 그리고 그것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문학이다. 따라서 문학 속에 드러나 있는 관계의 양상을 파악하고 그것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문학적 체험의 본질이다. 문학교육이 인간의 인간다운 성장을 도모하는 데 유용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가 바람직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 문학이다. (문학교육원론, 118-120쪽 참조)

 

(2)

예로부터 사람들은 문학이 즐거움을 주는 것이냐 아니면 교훈을 주는 것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 왔는데, 이것은 이러한 구분을 넘어선 차원에서 그 답변이 찾아질 것이다. 즐거움의 근원에 대하여 묻는 것은 불가피하게 그 효용에 대하여 따지는 것이고, 또 이것은 즐거움이 어떻게 하여 곧바로 효용에 관계되는가를 생각하는 일이다.

이러한 즐거움과 효용의 일치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두 개가 분리되어서만 존재하는 소외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의 일치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우리는 인간의 행동을 생각할 때, 주로 그것을 도구적 질서 속에서 생각한다. 이 질서 속에서 하나의 행동은 무엇을 위하여 이루어질 때만 의의를 얻는다. 이에 대하여 즐거움은 이러한 도구적 행동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되고 또 그러니 만큼 낭비적이고 파괴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사실상 우리의 즐거움은 그러한 것이 되기 쉽다. 그러나 이상적 상태에서 사람의 행동은 그것 자체로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며, 동시에 삶의 기능과 보람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다. 문학의 참 의미도 이러한 곳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다시 말하며, 문학이 삶의 깊은 충동에 관계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학의 재미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따져보는 것은 그것이 어떻게 삶의 깊은 움직임과 관계되는가를 살펴보는 일과 같은 일이 될 수 있다. (김우창, ‘문학의 즐거움과 쓰임’ 4-5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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