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문학과 죽음 / 절명 시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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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죽음 / 절명 시인

 

1. 신동집  <목숨>

2. 김남조 시 <목숨>

3. 천상병 시 <귀천>

4. 이형기 후기시 시의식

어젯밤 나는 바다를 죽였다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의 그 살기 찬 오르가즘

--- <바다> 중에서

 

5. 고은 시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6. 도종환 시 <접시꽃 당신>

7. 이용악 시 <달 있는 제사>

8. 김현승 시 <눈물>

9. 정지용 시 <유리창1>

10. 김광균 시 <은수저>

11. 고전 <절명시>

13 안수길 소설 <3인간형>

14. 오상원 소설 <유예(猶豫)> 결말부

* 흰 눈위를 걷는 포로 아군 소대장

 

15. < 강은교>

 

저승의 구조

진오기굿을 통해 본 세계의 구성은 분명히 셋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 이승과, 저승, 그 중간에 갓 죽은 망령이 거처하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곧장 저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억울하게 죽은 영산(靈山) 원령(怨靈)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산사람 주변을 돌고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재액을 가져 온다. 그렇기에 사람이 죽으면 진오기굿을 해서 망령을 저승으로 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초혼굿 <새남>에서 부른다는 죽음의 말 속엔 이런 구절이 있다.

 

문밖을 내다보니 밥 세 그릇 신 세 켤레

돈 석 냥을 젯상에 바쳐놓고

초성 좋은 구랑이 초혼 불러 외는 소리

나 죽을시 분명하다.

망재씨 하릴없이 세상을 이별하고

탄식하고 돌아서며

혼백 혼신이 방안을 살펴보니

신체 육신 방안에 뉘어 두고

자손들이 늘어 앉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하며

양천탄식 슬피 운다.

 

이러한 세 세계의 구조는 불교의 관념과 동일하다. 불교에서 생유(生有)라 해서 이승이 있고, 흔히 시왕(十王)이 지배한다는 명부(冥府) 곧 중음계(中陰界)가 있다. 염라대왕을 포함한 일곱 왕 앞에서 매 칠일마다 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며, 백 일과 일 년과 삼 년 되던 때에 다시 세 지부왕(地府王)에게 심판을 받게 되는 세계인 것이다. 그리고는 이 시왕의 심판에 따라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 해서 육도윤회(六道輪廻)의 세계에서 살기 마련이다. 이것이 제3의 세계이다.

 

이러한 운명에 떨어지기 전에 중음계에 있는 동안 칠칠재를 비롯, 각종 재를 올려 심판자들의 자비를 빌기도 하고, 목련경(目連經)에서 보듯 이미 지옥에 떨어진 망령을 천상까지 이끌어 올리기도 한다.

 

일부 문학지 작고 시인 6명 시와 죽음관계 조명

 

 박정만 시인(, 42)

나는 사라진다 /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88 102일 서울올림픽 폐막식이 화려하게 진행될 때 변기를 타고 42세로 외롭게 죽어간 박정만 시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시다. 죽기전 25일간 시인은 두문불출, 소주만 마셔대며 사경(死境), 접신(接神)의 경지에서 시를 썼다. 속된 세상살이와 도저히 협상할 수 없는 시인의 순수를 죽음으로 지켜낸 우리시대 대표적 절명시. 시인은, 시는 항상 죽음을 함께 사는 것일까.

 

최근 나온작가세계여름호에서 문학평론가 황현산씨는두 죽음을 위해에서 자살과 병마로 각각 생을 마감한 이연주진이정 시인을,현대시7월호는 지난 519일 교통사고로 타계한 정의홍 시인의 시세계를 그의 대표시와 시인 홍신선씨의 평론을 통해 쓰면서 시와 죽음의 함수관계를 살피고 있다.

 

 이연주 시인(, 40)

이마에 재 뿌리고 / 쑥향과 빈 촛대 들고 / 들판으로 갔다.//

나는 밀기울 껍데기로 / 홑껍데기로 / 주여, / 용서하소서. //

어두움 실핏줄이 터져 / 못 이길 두려움에 / 혼절할 듯 / 외마디 소리를 질렀 . / 주여, 용납하소서. //

바람이 죽은 날들을 닦았다. / 나는 혼신을 다해 / 촛대 위로 올랐다. //

불을 그어다오. ( <종신>  )

 

92 40세의 독신녀로 자신의 몸을 불살라 이승을 하직한 이연주 시인의 마지막 시 종신(終身)이다. 쑥향촛대불등을 준비하고 자신의 죽음을 집행하며 얻어낸 시다.무엇이 이 시인을 죽음으로 몰았는지 구차한 삶의 내용은 중요 하지 않다. 다만혼신을 다해 / 촛대 위로 올라 불을 긋는 살신(殺身)의 행위만 있을 뿐이다. 그 행위야말로 가장 순정한 의미의 시 쓰기다.

 

 진이정 시인(, 34)

아아 무량겁 후에 단지 한줄기 미소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그대와 나의 시간,난 찰나를 저축해 영겁을 모은 적이 없건만 이 어이된 일입니까. 93 34세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진이정 시인의 지금 이 시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의 일부다. 무량겁찰나영겁등 시간의 단위가 시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병마로 죽음을 앞둔 자의 당연한 심경이다. 그러나 찰나를 저축해 영겁을 모은 적이라며 찰나와 영겁을 같은 시간대 위로 올리며 죽음을 구원으로 승화시킨다. 이 때의 시 쓰기는 곧 구원이 된다.

 

 정의홍 시인

하루살이가 되어 하루만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내가 숨쉴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뿐입니다. 지금은 나의 인생도 나의 자유도 나의 권리도 저당잡히고 있습니다. 아무리 고개를 쳐들고자 해도 누군가 내 머리를 짓밟고 있습니다. 정의홍 시인이 타계하기 직전 펴낸 시집하루만 허락받은 시인에 실린 표제시 일부분이다. 제도와 권력에 짓밟힌 인간의 자유를 환기시키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교통사고사를 구체적으로 예감하고 있다.고개를 쳐들고자 해도 누군가 내 머리를 짓밟고 있다며 트럭에 짓밟힌 생명을.

 

 고정희 시인

91년 지리산 등반도중 급류에 휘말려 비명에 간 고정희 시인도 자신의 죽음을 유고시를 통해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내가 가야할 저만치 길에 / 죽음의 그림자가 어린다 / 크고 넓은 세상에 /

객사인지 횡사인지 모를 한 독신자의 시신이 / 기나긴 사연의 흰 시트에 덮이 (독신자)라고.

 

 기형도 시인(, 29)

89년 유고시집으로 입속의 검은 잎을 남기고 29세에 급사한 기형도 시인도 자신의 죽음을 일찍이 시로써 내비치고 있었다.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

구름이여, 지우다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라며 20대 초반 한창 꽃필 나이에 황혼에 물든 구름을 통해 죽음을 응시하고 있다. 살아 있음과 살아 있지 않음 사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시인은 존재한다. 그 경계에서 터져나온 시들을 절명구(絶命句)라고도 한다.

가서 돌아오지 않는 / 흰 물거품, 느낌표 하나 //

썰물, / 밀물, / 깎아 세운 / 맥박 하나 / 심줄 하나 //

온 전신 / 다 타들어간 절정의 꽃 / 찰나와 영원.

 

 정운엽 시인

정운엽 시인도 삽교천 방조제에서란 절명구를 남기고 91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언어의 꽃인 시, 시의 절정인 절명구는 이승과 저승, 찰나와 영원이라는 시공을 뚫고 나가며 전율적 감동을 준다. 온 전신 다 태우며 길어올린 언어이기에 귀신도 감읍(感泣)케 한다는 것이 절명구다.

 

너무 쉽게 써 단 1명의 독자도 울리지 못하는 시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문단이 이제 시인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절명구들을 살피며 자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황현산씨는시인들은 어느 시절에도 그 독창적 작업의 외로운 극한에, 죽음이 섞인 고독 속에 있었고, 앞으로도 내내 그럴 것이라며 시의 위엄 회복을 위해 시인의 자세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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