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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본풀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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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본풀이

옛날 옛적 남선고을 남선비와 여산고을 여산 부인이 살고 있을 때, 집안은 가난하고 아들은 낳는다는 것이 일곱 형제가 태어나옵디다. 하루는 여산 부인이 말을 하되,

 

"우리가 이렇게 해서는 자식들도 많이 살 수가 없으니 무곡장사나 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 어서 그것은 그렇게 해라."

남선비는 전배독선(全船獨船을) 잡아 놓고 처가속과 어린 자식을 이별하여 남선고을 떠나 바람 부는 대로 , 물결이 일어나는 대로, 물결이 일어나는 대로 가는 것이 오동나라 오동고을로 들어갔습니다.

 

오동나라 오동고을 노일제데귀일의 딸이 남선고을 남선비가 전배독선을 잡아타고 무곡장사 왔다는 소식을 듣고 , 하루는 오동나라 선창가에 가고 보니 남선비가 전배독선을 타고 왔으니 없는 아양을 사뭇 떨면서,

"남선비야, 남선비야, 이리 와서 우리 심심소일로 바둑 장기나 두면서 놀이나 하여 봅시다. "

"어서 그것은 그렇게 합시다."

 

남선비가 바둑 장기를 벌여 놓고 이리 두고 저리 두고 놀다 보니, 전배독선을 다 팔아 먹고 노일제데귀일의 딸과 나무돌쩌귀 거적문 수수깡 외기둥의 아주 작은 초막에 앉아 겨죽 단지 옆에 차고,

"이 개 저 개 주어 저 개."

쫓으면서 끄덕끄덕 졸고 있습디다.

그때에 여산부인은 연삼년을 기다려도 남선비님의 소식이 없으니 아들 일곱 형제를 불러 말을 하되,

"너희 아버지가 무곡장사를 갔는데, 여태 안 오는 것을 보니 필시 곡절이 있는 듯 이상하다. 깊은 산 속으로 올라가 곧은 나무를 베어다가 전배독선을 만들어 주면 너희 아버지를 찾아오마."

 

일곱 형제는 어머니가 말하는 대로 깊은 산 속으로 올라가서 곧은 나무를 베어다가 전배독선을 만들어 놓으니, 여산 부인도 일곱 형제를 이별하고 남선고을을 하직하여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이는 대로 가는 것이 오동나라 오동고을로 배를 댈 수 있습디다.

오동나라 오동고을로 들어가니 기장 밭에 새를 쫓는 아이들이,

" 이 새 저 새 너무 약은 체 말아라. 남선비 약은 깐에도 노일제데귀일의 딸 호탕에 들어서 전배독선을 다 팔아먹고 겨죽 단지를 옆에 차 앉아 '이 개 저 개 주어 저 개'하며 쫓고 있더라 하고 말했습니다."

"설운 아기야, 남선비는 어디 살고 있느냐? 남선비 있는 데를 가르쳐 주어라."

 

" 요 고개를 넘어서 가십시오. 저 고개를 넘어서 가십시오. 이 고개를 넘고 저 고개를 넘어서 가다 보면 거적문에 나무돌쩌귀에 달린 비조리초막에 살고 있습니다."

 

여산부인은 기장밭에서 새를 쫓는 아이에게 영초댕기를 달아줘 두고, 이 고개 넘어 저 고개 넘어 가다 보니, 남선비가 사는 집이 가까워졌다. 여산부인이 들어가면서 말을 하되,

"길을 넘어가는 사람이 날이 다 저물어서 하룻밤 머물고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남선비가 말을 하되,

" 아이고, 설운 부인님아, 우리 집에는 집안도 좁고 손님이 머물 수 없습니다."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람이 외출하러 나가면서 집을 지고 다닙니까?" 부엌이라도 빌려주십시오."

남선비가 허락하니, 여산부인은 부엌을 들어서서 솥을 열어 보니, 겨죽은 바싹 눌어 있으므로 솥을 한번 두 번 세 번을 닦아놓고 나주영산 은옥미를 놓아서 저녁밥을 지어서 남선비에게 가져가니 남선비가 첫술을 들면서 눈물을 다르륵히 흐립디다.

"설운 부인님아, 이게 어떤 일입니까? 나도 옛날에는 이런 밥을 먹었습니다. 나도 본래는 남선고을 남선비가 됩니다. 무곡장사를 왔다가 노일제데귀일이 딸 호림에 빠져 전배독선을 다 팔아먹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여산 부인이 말을 하되,

 

"설운 남선비님아, 날 모르겠습니까? 내가 여산부인이 됩니다."

남선비가 여산부인의 팔목을 부여잡고 만단정화를 이르고 있는데, 노일제데귀일의 딸은 어디 가서 남에게 품팔이를 하여 치맛자락에 겨 한 되라도 빌어다가 죽을 쑤어 배불리 먹여 놓으니 길 넘어가는 여자를 데려다 놓고 만단정화만 이르고 있구나."

욕을 하면서 들어오니, 남선비가 말을 하되,

"설운 부인님아, 그렇게 욕을 말고 어서 들어와 보아라. 어서 들어오면 모든 말이 저절로 나을 것이다. "

노일제데귀일의 딸이 방으로 들어가니 남선비가 말을 하되,

 

"여산고을 큰 부인이 나를 찾아왔구나."

그 말 들은 노일제데귀일의 딸,

"아이고, 설운 형님아, 오뉴월 한 더위에 우리를 찾아오려 한 것이 얼마나 고생을 하셨습니까? 오십시오. 우리 시원하게 목욕이나 하고 와서 저녁밥이나 지어 먹고 노는 것이 어떻습니까?"

 

진실이라고 안 여산부인은,

"어서 그것은 그렇게 하자."

주천강 연못에 목욕하러 같이 가니 노일제데귀일의 딸이,

"설운 형님아, 옷을 벗으십시오. 등이나 밀어드리겠습니다."

여산부인은 웃옷을 벗어 굽으니, 물 한 줌을 쥐어 놓아 미는 척하다가 앞으로 힘껏 떠밀어 버리니, 여산부인의 감태같은 머리는 여기저기 흩어지면서 주천강 연못에 수중영장이 되옵디다.

 

노일제데귀일의 딸은 여산부인이 입은 의복을 벗겨 입고, 남선비에게 들어가서,

"설운 낭군님아, 노일제데귀일의 딸 행실이 괘씸하길래 주천강 연못에 가 죽여두고 왔습니다."

남선비가,

"하하, 그 년 잘 죽었다. 내 원수를 갚았구나. 가자,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자."

남선비 아들 일곱 형제가 아버님 어머님 온다고 선창가에 마중 나와 부모님 오시는데 무엇으로 다리를 놓을까. 큰아들은 망건 벗어 다리를 놓고, 둘째 아들은 두루마기를 벗어 다리를 놓고, 셋째 아들은 적삼을 벗어 다리를 놓고, 넷째 아들은 잠방이를 벗어 다리를 놓고, 다섯째 아들은 행전은 벗어 다리를 놓고, 여섯째 아들은 버선을 벗어 다리를 놓고, 똑똑하고 역력한 녹디생인은 칼 다리를 놓았습니다.

설운 형님들이 말을 하되,

"어떤 일로 부모님이 오시는데 칼 선 다리를 놓느냐?"

"선운 형님아, 아버님은 우리 아버님이지마는 어머님은 우리 어머님이 아닌 듯합니다."

"어떻게 하여 알아지겠느냐?"

"어머님이 우리 어머님이 아닌지 맞는지 알려면 배에서 내려 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알 도리가 있을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부모님이 선창가에 내려 부모 자식간에 그동안 고생한 만단정화를 나누고,

"어서 아버님 어머님아, 집으로 가십시오."

집을 찾아가는 것이 노일제데귀일의 딸은 이쪽으로 가닥 저쪽으로 가다가 이 골목으로도 들어서고 저 골목으로도 들어서려 하니, 일곱 형제는

"우리 어머님이 아니로구나."

합디다.

그날부터 일곱 형제는,

"우리 어머님은 어느 고을에 가 계신고?"

어머님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낼 댸, 하루는 일곱 형제가 세거리 길에 나가서 어머님 생각을 하면서 슬프게 울고 있는데, 노일제데귀일의 딸이 삽시간에 배 아픈 꾀병을 일으키어 방 네 구석을 뱅뱅 돌면서,

"아야 배여, 아야 배여."

죽을 사경이 되어 갔다. 남선고을 남선비가 혼겁을 집어먹고,

"어쩌면 좋으랴."

노일제데귀일의 딸이 말을 하되,

 

"설운 남인님아, 나를 살리려거든 이리 저리 하여 가다 보면 대로 노상에 멱서리를 쓰고 앉아 점을 치고 있을 테니 점이나 한번 쳐다 주십시오."

남선비가 먼 문 밖에 나가니 노일제데구일의 딸은 담을 넘어 소로로 지름길을 잡아서 대로 노상에 달려가 멱서리를 쓰고 앉았더니, 남선비가 가서 말을 하되,

"점이나 한번 쳐다 주십시오."

"어떤 점이 됩니까?"

"우리 부인님이 삽시간에 몸에 병이 들어 사경에 당했으니, 어느 신에게 잘못을 산 것인지 점이나 쳐 봐 주십시오."

손가락을 꼬부렸다 폈다 하다가,

 

"남선비님아, 아들 일곱 형제가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일곱 형제 간을 내어 먹어야 몸에 병이 낫겠습니다."

남선비가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노일제데귀일의 딸은 지름길을 잡아서 미리 달려와서는,

"아야 배여, 아야 배여"

더구나 사경에 당하였구나. 남선비가 방안에 들어가니,

 

"점을 치니 뭣이라 하였습니까?"

"일곱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몸의 병이 낫겠다고 하더라."

"아니고, 남인님아, 이게 무슨 말입니까? 이리고 저리로 하여 가다 보십시오. 이번은 종이를 바른 바구니를 둘러쓰고 앉아서 점을 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거기 가서 점을 쳐 보십시오. 아야 배여, 아야 배여."

남선비가 먼 올래로 나가니 노일제데귀일의 딸은 소롯길을 잡아서 먼저 가서는 종이를 바른 바구니를 둘러쓰고 앉아 있더니, 남선비가 달려가서,

"점이나 한번 쳐 주십시오."

"어떤 점이 됩니까?"

"우리 부인님이 삽시간에 몸에 병을 일으켜서 죽을 사경에 당하여 왔습니다."

손가락을 꼬부렸다 폈다 하다가,

"아들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병이 낫겠습니다."

남선비가 집으로 돌아올 떄, 귀일의 딸은 소롯길로 먼저 돌아와 더군다나,

 

"아야 배여, 아야 배여 , 설운 내 병을 무엇이라고 합디까?"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좋겠다고 하더라."

"설운 남군님아, 그러거든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주면, 내가 살아나서 한 배에 셋씩 세 번만 낳으면 형제가 더 불어서 아홉 형제가 될 거 아닙니까?"

남선비가 은장도를 실금실금 갈고 있더니, 뒷집의 청태산 마구할머니가 불을 담으러 왔다가,

"남선비야, 어떤 일로 칼을 갈고 있느냐?"

"우리 집의 부인님이 삽시간에 몸에 병을 일으켜 죽을 사경에 당해서 한두 군데 가 점을 치니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낫겠다고 하여 간을 내려고 칼을 갈고 있습니다."

 

그 말 들은 청태산 할머니는 혼겁이 나서 먼 올래로 나서서 네거릿길을 바라보니 남선비 아들 일곱 형제가 있으니,

"설운 아기들아, 너희 집에 가 보니 너희 아버지는 너희들 일곱 형제의 간을 내려고 칼을 갈고 있더라."

말을 마치니, 일곱 형제가 더군다나 대성통곡하며 우는데, 똑똑한 녹디생인이 말을 하되,

"설운 형님들아, 그리 울지 말고 여기 서 있으면 아버님이 가는 칼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제가 빼앗아 오겠습니다."

형님들을 네거릿길에 세워 두고, 녹디생인이 들어가 아버님께 말씀을 드리되 ,

 

"아버님아, 아버님아, 어떤 일로 칼을 갑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너희 어머님이 몸에 병이 들어서 사경에 당하므로 어디 가서 점을 치니 너희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좋겠다고 해서 간을 내려고 칼을 갈고 있노라."

"아버님아,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아버님아, 아버님 손으로 우리 일곱 형제의 간을 내면 우리 육체를 흙 한 삼태기씩이라도 끼얹으려고 하여도 일곱 삼태기가 아닙니까? 그 칼을 나에게 주면 설운 형님들을 굴미굴산 깊은 숲속에 데리고 가서 여섯 형님들의 간을 내어와서 어머님께 먹여봐서 효력이 있으면 나 하나는 아버님 손으로 간을 내십시오."

"어서 그것은 그리 하라."

 

칼을 내어 주니, 설운 형님들을 데려서 깊은 굴산 올라 가다가 시장기가 몰려와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졸다 보니, 저승가던 어머님이 꿈에 나타나.

"설운 아기들아, 어서 바삐 눈을 떠서 바라 보아라. 산중으로 노루 한 마리가 내려오고 있으니, 그 노루를 잡아서 죽일 판으로 위협을 주고 있으면 알 도리가 있을 것이다."

 

일곱 형제가 눈을 더서 바라보니, 아닌게 아니라 노루 한 마리가 내려오고 있으니 어미는 씨를 전할 것으로 놓아두고 새끼 여섯은 간을 내어 가십시오."

"거짓말 아니냐?"

노루 꼬리를 끊고 백지 한 조각을 내어 놓아 노루 꽁무니에 붙였더니, 그때에 낸 법으로 노루 몸뚱이가 아롱다롱하는 법이고, 노루 꼬리가 짧은 법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멧돼지 일곱 마리가 내려고 있으니 어미는 씨받이로 놓아두 새끼 여섯 마리의 간을 내어 오장삼에 단단하게 싸서 네거릿길에 이르러,

"설운 형님들이랑 동서남북 중앙으로 벌려 서십시오. 내가 큰소리를 지르거든 동서쪽에서 달려드십시오."

형님들을 사오방으로 다 벌려 세워 두고, 녹디생인이 간 여섯을 가지고 들어가서,

 

"어머님아, 이것을 잡숴 보십시오."

"설운 아기야, 중병이 든 데는 약 먹는 것을 안 본다. 너는 나가 있거라."

녹디생인은 바깥으로 나올 때, 상손가락에 침을 발라서 창에 구멍을 뚫어 두고 바깥으로 나와서 거동을 보니, 간 여섯을 먹는 척하면서 앉은 자리 밑으로 슬쩍 슬쩍 감추고, 피는 입술에 바르는 척 마는 척 해 가니, 녹디생인이 들어가서 말을 하되,

"어머님아, 약을 다 자셨습니까?"

"그래, 다 먹었다."

"어머님 몸의 병이 어떠합니까?"

"조금 나아보인다마는 하나만 더 먹었으면 아주 활짝 좋아질 듯하다."

"어머님, 그럼 마지막으로 어머님 머리의 이나 잡아드리겠습니다."

"중병이 든 때는 이를 안 잡는다."

"그러면 방안이나 치워드리겠습니다."

"중병 든 때는 방을 안 치운다."

 

그때, 녹디생인이 화를 발딱 내면서 노일제데귀일의 딸의 쉰 다섯 자 머리를 좌우로 뱅뱅 감아서 한편으로 잡아 엎질러 두고, 한쪽 손에 간 세 개씩 여섯개를 쥐어서 지붕 위 상마루 높은 곳에 올라가서,

"이 동네 어른들아, 저 동네 어른들아, 의붓어머니 의붓자식 있는 사람들아, 나를 보고 반성하십시오."

"설운 형님들아, 동서쪽으로 달려드십시오."

동서로 와라치라 달려드니, 남선비는 도망갈 길을 잃어 먼 올래로 내닫다가 정낭에 목이 걸려 죽고, 노일제데귀일의 딸은 벽을 긁어 뜯어서 벽에 구멍을 뚫어 변소에 들어가 쉰 다섯 자 머리를 변소 발판에서 목을 메어 죽고, 일곱 형제는 달려들어 죽은 위에 다시 복수하고자 두 다리를 뜯어 드딜팡을 만들고, 머리는 끊어서 돼지 먹이통을 만들고, 머리털은 끊어 던져 버리니 저 바다의 폐가 되고, 입은 끊어 던져 버리니 솔치가 되고, 손톱 발톱은 끊어 던져 버리니 쇠굼벗 돌굼벗이 되고, 배꼽은 끊어 던져 버리니 굼벵이가 되고, 하문은 끊어 던져 버리니 대전복 소전복이 되고, 육신은 독독 빻아서 바람에 날려 버리니 각다귀 모기 몸으로 환생시켜 보내두고, 일곱형제는 서천꽃밭에 올라가 황세곤간을 달래어 도환생꽃을 타다가 오동나라 주천강 연못에 가서,

"명천 같은 하늘님아, 주천강 연못이나 마르게 하여 주십시오. 어머님 신체나 찾으리나."

주천강 연못이 삽시에 잦아지니, 어머님 죽은 뼈는 고스란히 있으므로 뼈는 순서대로 모아 놓고 도환생꽃을 놓고 금부채로 때리니 감태 같은 머리를 긁으면서,

"아이고, 봄잠이라 늦게 잤구나."

어머님이 인간 세상에 살아났구나.

"어머님이 누웠던 자리인들 내버리랴."

흙을 차례차례 모아 놓고 여섯 형제는 돌아가면서 손주먹으로 한번씩 찍으니 여섯 구멍이 터지고, 녹대생인이 화를 발칵 내면서 발 뒤꿈치로 한번을 찍으니 가운데 구멍이 터집니다. 그때에 낸 법으로 시루 구멍은 일곱 개가 되었습니다.

어머님을 살려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님은 춘하추동 사시절을 물에만 살려고 하니 몸인들 안 시립니까?

어머님은 하루 종일 삼세번 더운 불을 쪼이면서 조왕할머니로 앉아서 얻어먹도록 하십시오."

어머니는 조왕할머니로 들어서게 하고,

"아버님은 정낭에 걸려 죽었으니 올래 주목 정쌀지신으로 들어서고, 큰형님은 동방청대장군으로 들어서고, 둘째 형님은 서방백대장군으로 들어서고, 셋째 형님은 남방적대장군으로 들어서고, 넷째 형님은 북의 흑대장군으로 들어서고, 다섯째 형님은 중앙황대장군으로 들어서고, 여섯째 형님은 뒷문전으로 들어서십시오."

 

녹디생인은 일문전으로 들어섭디다. 그때에 낸 법으로 삼명절 기일제사 때 문전제를 지내고 나면 옷제반은 지붕 위에 올리고, 알제반은 어머니인 조왕할머니에게 올립니다. 노일제데귀일이 딸은 변소에 가서 죽었으니, 측도부인 변소신으로 마련하고, 그때 낸 법으로 변소와 부엌이 마주 서면 좋지 못하는 법이어서 부엌의 물건은 변소에 못 가져가고 변소의 것은 부엌에 못 가져가는 법입니다.

 

헤어나가도 문전 헤어 들어와도 문전, 일문전 본풀이가 되옵니다.

 

 

요점 정리

형식 : 무가

성격 : 서사 무가

주제 : 권선징악(勸善懲惡)과 환생(還生)

내용 연구

솟아나옵데다 : 태어나옵디다

를날은 : 하룻날은

영 허영은 : 이렇게 해서는

하지고 : 많아지고

절 이는 냥 : 물결 일어나는 양

잡아아전 : 잡아서

오랐젠 : 왔다는

와시난 : 왔으니까

엇인 언강 : 없는 아양

뭇 내멍 : 사뭇 내면서

뛰멍 : 두면서

노념놀이 : 놀음놀이

허여보게 : 해보자. '옵서 ~

게'의 청유형 구문형

영 뛰곡 : 이리 두고

저영 : 저리

광 : 딸과

남돌처귀 : 나무돌쩌귀

대축낭 : 수수깡

비조리초막 : 아주 작은 초막

주어 저개 : 개를 쫓는 소리

리멍 : 쫓으며

숙숙 : 앉아서. 머리를 끄덕끄덕 하면서 조는 모양

졸암십데다 : 졸고 있습디다. 졸고 있었습니다.

지드려도 : 기다려도

느네 : 너희

굴미굴산 : 매우 깊은 산의 뜻으로 씀.

무어주민 : 지어주면

는 대로 : 말하는 대로

(이하 생략)

이해와 감상

남선비가 식구는 많고 흉년은 들어 오동국으로 쌀을 사러 갔는데 삼 년을 돌아오지 아니하니 그 부인이 남편을 찾아 오동국으로 간다. 그리하여 남편은 만났으나 노일저대귀의 딸을 첩을 삼아 살며 눈이 어두워 세상을 분별치 못하고 지내는 것을 안다. 그러나 노일저대귀는 남선비의 본부인이 온 것을 알고 샘터에 밀어 넣어 죽이고 본부인의 옷을 입고 남선비의 본집으로 간다.

한편, 남선비의 아들 칠형제는 어머니가 자기의 친어머니가 아닌 것을 알고 이상히 생각한다. 노일저대귀는 아들 칠형제를 죽이려고 거짓으로 병들 체하고 남편 보고 점을 쳐 보라고 하여 아들 칠형제의 간을 먹어야 자기 병이 낫는다는 것으로 알게 한다. 남선비가 아들들을 죽이려고 칼을 가니 막내 아들이 꾀를 내어 자기가 형님들의 간을 꺼내 오겠다 하고 산돼지 여섯 마리를 잡아 그 간 여섯 개를 내어다 주니 노일저대귀는 먹는 척하고 자리 밑에 넣어 버린다. 이것을 안 아들이 자신들의 어머니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노일저대귀를 죽이고 남선비도 겁이 나서 도망가다 역시 죽는다.

일곱 형제는 오동국에 들어가 자기 모친의 시신을 찾고 울고 있으려니 곽새가 날아와서 말하기를 쇠고기 포육을 열두 개를 떠 가지고 자기 등에 타고 있으면 서천 꽃밭에 가서 환생(還生)꽃을 구하여 올 수 있다고 하였다. 작은 동생이 포육을 떠 가지고 곽새 등을 타고 서천 꽃밭에 가서 환생꽃을 구해다가 죽은 모친을 살린다.

이 이야기는 재생설화(再生說話)의 일종으로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를 환생꽃을 구해다가 살리는 이야기이다. 이런 재생의 이야기는 서사무가(敍事巫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이 무속 신앙이 중심이 되어 서민들의 예술적 요구에 부응하여 내용상으로도 풍부해지고 표현면에서도 다듬어져서 일반 서민들이 가까이 하기에 쉽게 되어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서사 무가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삶의 애환과 함께 전승되어 오고 있는 동안 우리 민족의 삶의 애환과 함께 전승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심화 자료

문전본풀이

제주도의 무당굿에서 구연되는 문신(門神)의 신화, 또는 그 신화를 노래하고 문신에게 기원하는 제차(祭次). 제주도의 굿은 크게 집안에서 하는 굿과 당(堂)에서 하는 굿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집안에서 하는 굿에는 반드시 이 문전본풀이가 들어간다.

집안에서 하는 굿은 그 집안의 여러 곳을 차지하고 있는 신을 대접하고 기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위의 여러 신들에게 대한 필요한 제차를 끝내고, 굿의 끝 무렵, 집안의 여러 곳을 차지한 신을 대접하고 기원하는 각도비념제차에서 맨 먼저 이 문전본풀이를 행한다.

문전본풀이제차는 다른 본풀이제차와 마찬가지로 문신의 내력담인 신화, 곧 문전본풀이를 노래하고 이어서 기원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전본풀이란 본래 문신인 문전(門前)의 내력담 신화를 뜻하는데, 그 제차가 문신신화의 창(唱)이 중심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제차 이름도 문전본풀이라고 한 것이다.

문신신화인 문전본풀이는 문신·조왕·측간신·주목지신·오방토신 등 주택의 각처를 차지하여 지켜 주는 신들의 형성 유래담이다. 따라서, 문전본풀이는 문신의 내력담 뿐만 아니라 조왕·측간신·주목지신·오방토신 등 여러 신의 내력담이기도 하다. 이들 신 중에서 문신이 제일 상위의 신이기 때문에 그 명칭이 문전본풀이라 붙여진 것이다. 그 본풀이 이야기의 갈등은 계모담(繼母譚)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 남선고을의 남선비와 여산고을의 여산부인이 부부가 되어 살았다. 집안은 가난하여 살림이 궁한데, 아들이 일곱이나 태어났다. 여산부인은 살아갈 궁리를 하다가 남편에게 무곡(貿穀)장사를 하도록 권유하였다. 남선비는 부인의 말대로 배 한 척을 마련하여 남선고을을 떠났다.

 

배는 오동나라에 닿았는데, 오동나라 오동고을에는 간악하기로 소문난 노일제대귀일의 딸이 있었다. 귀일의 딸은 남선비의 소식을 듣고 선창가로 달려와 남선비를 유혹하였다.

그 홀림에 빠진 남선비는 귀일의 딸과 둘이서 장기판을 벌여 놓고 내기를 시작하였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남선비는 타고 간 배도 팔고, 쌀을 살 돈도 모조리 빼앗겼다.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신세가 된 그는 귀일의 딸을 첩으로 삼아 끼니를 얻어먹었다.

새살림이 시작되었는데, 집이라고는 나무 돌쩌귀에 거적문을 단, 수수깡 외기둥의 움막이 전부였다. 이 집에서 남선비가 하는 일이란 첩이 끓여준 겨죽 단지를 옆에 끼고 앉아 개를 쫓다가 꾸벅꾸벅 조는 것이었다. 이런 생활을 이어가니 몇 해 안 가서 눈까지 어두워져 버렸다.

한편, 여산부인은 남편이 돈을 벌어 돌아오기를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자, 아들들을 불러 배를 한 척 지어 주면 아버지를 찾아오겠다고 하였다. 아들들이 배를 지어 내놓으니, 여산부인은 남편을 찾아 오동나라로 떠났다.

배가 오동나라에 닿자, 여산부인은 오동나라의 이곳 저곳을 찾아 헤매다가 기장 밭에서 새 쫓는 아이의 도움으로 남편을 찾았다. 남편은 과연 나무 돌쩌귀에 거적문을 단 움막에 앉아 겨죽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부인이 하루 저녁 재워 달라고 사정하며 움막으로 들어갔으나, 눈이 어두운 남선비는 부인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하루 저녁 묵을 허락을 받고 움막에 들어간 여산부인은 겨죽이 눌어붙은 솥을 씻고 쌀밥을 지었다. 말끔히 상을 차려 남선비에게 들여가니, 남선비는 첫 술을 뜨고는 자신도 여산부인과 살 때는 이런 쌀밥도 먹어 보았다고 탄식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여산부인이 신원을 밝히자 남선비는 부인의 손목을 잡고 만단정회를 나누었다.

이윽고 귀일의 딸이 들어와서 야단을 치다가 본처가 찾아온 것을 알고는 어리광을 부려가며 큰부인 대접을 하였다. 날이 더우니 목욕이나 하고 와서 놀자며 여산부인을 꾄 귀일의 딸은 목욕을 하러 가서 등을 밀어 주는 척하다가 여산부인을 물 속으로 밀어 넣어 죽였다. 그리고는 큰부인인 체하여 남선비에게 돌아와서는, “노일제대귀일의 딸의 행실이 괘씸하여 죽였다.”고 하였다.

이 말을 곧이들은 남편은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남선비와 귀일의 딸은 남선고을로 향하였다. 마중 나온 일곱 형제가 보니, 어머니가 아무래도 본어머니 같지가 않았다. 앞장서서 집으로 가는 어머니가 길을 몰라 이리저리 헤매고, 집으로 들어가서도 살림이 전과 같지 않았다. 아들들의 의심은 날로 깊어갔다.

아들들의 의심을 눈치 챈 귀일의 딸은 일곱 형제를 죽일 계략을 꾸몄다. 배가 아파 죽어 가는 시늉을 하면서, 당황해하는 남편에게 점을 치라고 하였다. 점을 치러 남편이 나가니, 귀일의 딸은 지름길로 달려가 기다리다가 점쟁이인 척하면서, 일곱 형제의 간을 내어 먹어야 낫는다고 하였다.

 

부인을 사랑하는 남편은 “아들이야 다시 낳으면 된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칼을 갈았다. 이것을 알아차린 똑똑한 막내 아들이 아버지 대신 형들의 간을 내어 오겠다 하고는 칼을 가지고 형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갔다.

도중에 지쳐 잠을 자는데, 어머니의 영혼이 꿈에 나타나 노루의 간을 내어가라고 가르쳐 주었다.

잠을 깨니 과연 새끼 노루 일곱 마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여섯 마리를 잡아 간을 내고 계모에게 가져갔다. 계모는 먹는 체하며 간을 자리 밑으로 숨겼다. 문틈으로 엿보던 막내 아들이 들어가 자리를 걷어치우자, 형들도 왈칵 집으로 달려들었다.

흉계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노일제대귀일의 딸은 측간으로 도망가 목을 매고 죽어 측간신 측도부인(厠道婦人)이 되었고, 남선비는 달아나다 정낭(집의 출입구에 대문 대신 걸쳐 놓는 굵은 막대기)에 목이 걸려 죽어, 주목지신(柱木之神)이 되었다. 일곱 형제는 서천꽃밭에 가서 환생꽃을 얻어다가 물에 빠져 죽은 어머니를 살려 조왕신으로 앉혔다.

그런 뒤, 일곱 형제는 각각 자기의 직분을 차지하여 신이 되었다. 첫째는 동방청대장군, 둘째는 서방백대장군, 셋째는 남방적대장군, 넷째는 북방흑대장군, 다섯째는 중앙황대장군, 여섯째는 뒷문전(뒷문의 신), 영리한 막내는 일문전(앞쪽 문신)이 각각 되었다. ≪참고문헌≫ 濟州島巫俗資料事典(玄容駿, 新丘文化社, 1980).(출처 :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

각도비념

제주도 무당굿 중, 집안의 여러 장소를 지키는 신들에게 기원하는 제차((祭次):거리). 각도란 집안의 여러 장소를 지켜주는 각 신위라는 말이고, 비념이란 기원이라는 말이다. 당굿을 제외하면 모든 굿이 거의 집안에서 행해지며, 집안에서 하는 굿에서는 그 집안의 여러 신을 대접해야 하므로 각도비념은 필수적인 제차이다.

집안의 여러 장소를 지켜주는 신들은 제주도 무속신의 위계 중에서 하위에 속하므로, 상위의 신들에 대한 개별의례가 다 끝나고 굿이 끝날 무렵에 시행된다. 제주도의 무속신에서 집안의 여러 장소를 지켜주는 신에는 문을 지켜주는 문전신, ‘고팡〔庫房〕’에서 곡식을 지켜주는 안칠성과 집뒤 빈터에서 집안의 부(富)를 이루게 하는 밧칠성, 부엌의 조왕신이 있다.

집 주위를 오방에서 지켜주는 오방토신, 집에 드나드는 출입로의 입구를 지켜주는 주목정살지신, 낟가리를 지켜주는 눌굽지신 등이 있다. 그들 신의 위계를 보면, 문전신이 가장 높고 다음이 칠성신이며, 조왕신·오방토신·주목정살지신·눌굽지신 순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그 비념의 순서도 이 위계순위로 시행된다.

문전신·조왕신·주목정살지신은 하나의 가족관계의 신이라는 문전본풀이가 있다. 문전신에 대한 비념은 이 본풀이를 노래하고 기원한다. 문전상이라는 작은 제상을 미리 차려놓아 차례가 되면 그 상을 문 앞쪽에 내놓고 심방〔神房 : 무당〕이 그 앞에 앉아 장구를 치면서 〈문전본풀이〉를 노래하고 소원을 빈다. 시간이 길고 형식이 짜여져 그 의례의 명칭도 문전본풀이라 하여 독립시켜 시행하고 있지만, 실은 각도비념의 일종이다.

칠성신에 대한 비념은 칠성본풀이라 하는데, 안칠성·밧칠성 등 신의 유래를 설명한 신화이다. 따라서 칠성신에 대한 비념도 그 본풀이를 노래하고 소원을 빈다. 문전본풀이 때와 마찬가지로 칠성제상을 제장에 내어놓고 그 앞에 심방이 앉아 장구를 치며 본풀이를 노래하고 빈다. 그 기원내용은 풍년이 들게 하여 많은 곡식을 거두게 해주고 집안에 재물이 많이 들어오게 하여 천하거부가 되게 해주십사하는 것이 주된 것이다.

또, 본풀이에 의하면 그 칠성신은 본래 뱀신〔蛇神〕이기 때문에 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여 집안이나 울타리 안에 나다녀 눈에 띄지 말아주십사고 비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조왕신에 대한 비념은 간단하여 문전신이나 칠성신에게처럼 본풀이를 하는 일이 없다. 부엌에 간단한 제상을 차려놓고 심방이 솥을 향해 앉아서 요령을 흔들면서 빈다.

그 순서는 굿을 하는 날짜와 장소, 굿을 하게 된 연유를 설명하고, 주로 화재·구설(口舌)·집안의 불안 등을 막아주도록 축원한다. 오방토신·주목정살지신·눌굽지신에 대한 비념은 더욱 간단하다. 제상을 차리지도 않고, 다만 물그릇에 메와 채소 등 제물을 조금씩 말아서 심방이 손에 들고 각 신에게 돌아다니며 간단한 축원을 한다. 그러면서 물그릇에 말아놓은 제물을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던진다.

≪참고문헌≫ 濟州島巫俗資料事典(玄容駿, 新丘文化社, 1980), 家庭信仰(玄容駿, 濟州道文化財 및 遺蹟綜合調査報告書, 1973).(출처 :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

재생<regeneration>(再生)

죽음은 생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을 위한 전제조건이며 출발이라는 관념. 종교가 추구하는 핵심적인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재생 관념은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중요한 모티프이기도 하다. 다양한 지역의 여러 신화와 제의 및 종교체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아주 오랜 시기부터 우주의 순환 작용에 대한 관찰을 통해 자연현상들이 끊임없이 소멸과 소생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고 이를 자기 삶의 원리로 받아들였다.

식물의 죽음과 소생, 달의 차고 기욺, 홍수의 범람 후에 나타나는 생명의 탄생, 사계절의 순환 등의 자연현상들은 보이지 않는 우주의 힘과 진리를 인간에게 현현(現顯)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우주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 역시 죽으면 완전히 사라지는 일회적인 성격이 아니라 재생한다는 관념이 자연적으로 싹트게 되었다. 이러한 재생 관념은 사후의 불멸을 희구하는 인간의 바램을 충족시켜 주었고 모든 종교의 핵심적 가르침이 되었다. 종교적인 의례와 신화는 인간이 재생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우주론적 힘에 합류해야 함을 강조한다. 특정한 시기에 행해지는 종교적인 의례와 신화의 낭송은 인간이 이러한 차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멸하고 다시 살아나는 우주의 위대한 드라마를 실연(實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세례식은 종교학적으로 볼 때 물[水]의 재생력이라는 우주적인 힘을 세례자가 의례를 통해 획득함으로써 거듭남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물의 신[水神], 달의 신[月神], 식물신[植物神] 등은 이러한 재생의 우주론적 드라마를 주재하는 신들로 여겨졌기 때문에 종교사적으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은 오랫동안 이들 신들에게 풍요와 재생을 기원하였다. 재생 관념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경험하는 위기의 순간에서도 나타난다. 인간은 살아나가면서 빈곤이나 질병 등의 위기에 처할 때가 있고, 출생·결혼·죽음 등과 같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위상을 바꾸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때를 처하여 인간은 자신의 위기를 새로운 탄생으로 전환시키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른바 ‘통과의례(通過儀禮:rite of passage)’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행위는 이러한 장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통과의례에 속하는 결혼식은 한 공동체의 성원이 과거의 위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서는 유아기(幼兒期)의 죽음과 함께 성인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실연된다. 이러한 통과의례는 우주론적 재생을 기본원리로 삼고 성립하는 것이다.(자료 출처 : 동아대백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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