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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 / 해설 / 현진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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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무영탑에 대하여

 

(1) 이 작품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

무영탑이 신문에 연재된 1936년은 이 광수의 단종애사’, ‘이 순신’, 김 동인의 운현궁의 봄’, 홍명희의 임꺽정등 많은 역사소설이 신문에 연재되어 크게 독자를 얻고 있을 때였다. 이 무렵 역사소설이 붐을 이룬 것은 30년대 일제의 군국주의 체제가 극렬해지면서 문학이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하기 어렵게 되자, 과거로 도피해서 역사 속에서 현실을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무영탑임꺽정에는 못 미치지만 지배층이 아닌 하층민이 주인공이 되었고, 신분을 초월한 사랑,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 등이 있어 이 광수, 김 동인의 역사소설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설화(전설)를 소설화

@ 전설은 증거물이 있는 얘기지만 언제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 전설도 살펴보면 영지에선 석가탑은 물론 다보탑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석가탑이 있는 불국사에서 내려다보면 만약 건물들로 하여 막힘이 없다면 볼 수 있는 위치인 걸로 보아 이 전설이 전혀 얼토당토않은 얘기인 것 같지는 않다.

 

(3) 줄거리

불국사의 무영탑(석가탑) 전설을 바탕으로 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야기의 골격을 이루는 것은 석가탑을 쌓는 백제 석공 아사달과 신라 귀족의 딸 구슬아기와의 사랑 이야기다.

 

신라 경덕왕 시절,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기 위해 서라벌로 뽑혀 온 백제 장인(匠人) 아사달에게 신라 귀족 유종의 딸 구슬아기(珠曼)는 마음을 빼앗긴다. 부여에 두고 온 아내 아사녀 때문에 괴로워하던 아사달은 마침내 구슬아기의 열정을 받아들이지만, 이들에게는 험난한 장애가 가로막는다. 구슬아기를 짝사랑하던 당학파(唐學派) 금지의 아들 금성의 훼방이 바로 그것이었다. 더구나 구슬아기의 아버지는 금성을 피하기 위해 경신과 혼약을 서두른다. 그러는 중에도 아사달은 부여에 두고 온 아내 아사녀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구슬아기와의 연모의 갈등 속에서 석가탑의 완성에 예술적 정력을 기울인다.

 

한편 3년이나 남편을 기다리던 아사녀는 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달려드는 팽개 일당의 겁탈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무수한 고통을 겪으며 서라벌로 달려온다. 그러나 아사녀는 남편 얼굴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탑이 완성된 것도 모르고 중과 뚜쟁이의 행패에 시달리던 중 우연히 구슬아기의 아사달에 대한 사랑을 엿듣게 된 후 영지에 빠져 자살한다.

그 소식을 들은 아사달은 영지에 와 아사녀의 환영을 보고 바위를 조각하기 시작하는데 금성으로부터 죽음을 무릅쓰고 아사달을 찾아 영지로 온 구슬아기가 나타나자 아사달은 한동안 동요하지만 아사녀와 구슬아기의 두 환영이 한데 어우러지자 망치와 정을 들어 돌을 쪼아 부처상을 조각한 뒤 영지에 빠져 죽는다.

 

그 뒤 구슬아기는 거짓말이 탄로나 아버지의 노여움으로 불 속에 들어갈 위기에 빠지지만 아사달에 대한 구슬아기의 사랑을 이해하는 정혼자 경신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꿈 속에서도 계속 아사달을 찾으며 이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 속에서는 구슬아기도 아사녀늘 질투하지 않고, 아사녀도 구슬아기를 질투하지 않는다.

 

(4) 작품 분석

 

민족주체의식

설화에서는 아사달을 백제인 또는 당나라 사람 두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 진건은 그의 <불국사

기행>이란 글에서 당나라 사람이라고 분명히 기록해 놓고 있다.

 

구슬아기의 아버지 금성의 아버지의 대립

(화랑정신의 수호자) (당나라 유학파)

 

사랑

이 소설 주제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주제는 사랑이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 아사달을 향한 구슬아기의 사랑, 구슬아기를 향한 경신의 사랑이 세 개의 축을 이루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들의 사랑에는 하나같이 장벽이 존재한다.

먼저 아사달과 아사녀에게 존재하는 장벽은 경주와 부여라는 공간의 장벽, 탑의 완성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의 장벽이다. 이 장벽을 뛰어 넘어 두 사람은 사랑을 지키지만 죽음이라는 장벽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과 예술적 열정과 종교가 하나로 어우러져 이뤄낸 보살상의 창조에 의해 무너뜨릴 수 있었다.

 

다음으로 아사달과 구슬아기의 사랑에도 장벽이 있다. 이미 아사달에게는 아사녀라는 아내가 있다는 것, 귀족의 딸로 미천한 석공을 사랑한다는 것 등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뜨거운 가슴을 지닌 구슬아기는 그 장벽을 뛰어넘어 연인이 아닌 제자로라도 아사달을 따라가겠노라며 자신의 사랑을 이루고자 했다.

 

끝으로 구슬아기에 대한 경신의 사랑에도 장벽이 있다.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온전히 빼앗긴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심정은 어떨까. 힘으로는 충분히 빼앗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경신은 구슬아기의 몸은 얻겠지만 마음은 얻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결국은 짝사랑으로 그치고 말지만 그러기에 사랑의 숭고함은 더욱 빛나는 게 아닐까.

장벽을 사이에 두고 안타까운 사랑과 함께 사랑의 아름다움을 일그러뜨리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팽개나 콩콩, 금성이 바로 탐욕의 화신(化身)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기심에 있다. 이들 탐욕적인 인간들은 사랑과 의리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괴롭히며, 또 역설적으로는 그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한다.

 

불심(佛心)의 승화

얽히던 사랑이 아사달의 불상 완성으로 불심으로 승화됨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암시

일반적으로 역사소설의 주인공은 귀족적 인물이거나 영웅을 설정하는데 무영탑은 평민인 석공(

)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아사달과 아사녀의 비극이 비천한 신분에서 오는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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