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 요점정리 / 이광수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이광수(李光洙: 1892-1950?)
평북 정주 출생. 호는 춘원(春園). 일본 와세다 대학 철학과 수학 중 동경 2·8 독립 선언을 주도. <조선 청년 독립단 선언서> 기초. 상해 <독립신문> 편집 주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수양 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됨. <조선 문인 협회> 회장 역임. 1909년 <백금학보(白金學報)에 <애(愛)>를 발표한 이후 1917년 장편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여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신문학 초창기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이광수는 최남선과 함께 언문일치의 신문학 운동을 전개하여 한국 근대 문학의 여명을 이룩한 공헌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기 한국 문단의 성립을 주도했다는 혁혁한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말기에 변절하여 친일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을 지닌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대중적인 성향을 띄면서도 계몽주의적·이상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지나친 계몽 사상으로 인해 설교적인 요소가 많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린 희생>, <무정>,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개척자> <무명> <마의태자>, <단종애사>, <흙>, <유정>, <사랑> 등 다수가 있다.
요점정리
갈래 : 중편소설.
배경 : 일제 식민지 치하 서울의 어느 감방.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인물 : 나 - 사상범으로 보이는 인물. 감방 내의 싸움이나 소란에 개입하지
않으며, 객관적인 관 찰자로 되어 있다.
윤 - 문서 위조 사기단에게 도장을 파 준 죄로 기소된 인물.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노인 죄수 민과 갈등 관계에 있다.
민 - 방화범. 나이가 많고 과묵한 인물. 하루 종일 똥질을 하면서도
양반이라고 자랑함.
정 - 설사병 환자. 구변이 좋다. 간병부·간수들에게 아첨을 곧잘
하며 이중 인격자임.
강 - 지방 신문의 기자. 양식 있는 체하나 남녀 추행 사건을 빌미로
금품을 갈취한 파렴 치범이다.
주제 : 식민지 현실 상황 하의 민족 자각과 자주성 회복 촉구.
이해와 감상
<무명>은 1939년 창간된 <문장>지 1호에 발표된 중편소설이다. 신문 연재 장편소설을 많이 써 온 이광수의 작품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이 작품은 예외적이다. 그뿐 아니라 종래의 그의 소설이 지닌, 지나친 계몽성을 벗어나 근대 사실주의적 태도를 보이면서 객관적인 시점을 통해 '병감'을 에워싼 닫힌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그리고 '무명(無明)'이라는 제명(題名)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은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민족의 암담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그려냄으로써 민족의 자아 각성과 자주성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줄거리
소설 <무명>은 일종의 상황소설이다. 미결수인 '나'가 건강이 악화되어 병감(病監)으로 옮긴 뒤 겪은 체험담이 중심 내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감내하기 힘든 감방 안의 비인간적 상황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등장 인물인 '나'를 비롯하여 윤, 민, 정, 강 그리고 간병부로 차출된 피의자들은 그 나름의 처절한 고통을 안고 있으나, 그것 자체가 개별적인 의미나 사건의 중요성을 갖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은 감방 전체의 폭력적인 상황 제시를 위해 설정된 것이다.
이 작품은 '감방'이라는 구체적 공간의 비정성과 닫힌 상황 속의 비인간적인 정황이 주류를 이룬다. 즉, 이 소설의 상황은 '밀폐된 공간'이라는 극한 상황이다. 식사와 배설을 한 곳에서 해야 하고 잠도 이곳에서 잘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병감'에 하루 종일 설사를 하는 환자 피의자와 종일 기침을 해대는 환자들이 함께 수용되어 있다. 윤, 민, 장, 강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감방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병까지 얻었으며 성격적 결함을 지닌 인물들로 부각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 끊임없이 싸운다. 서로 헐뜯고 공격하지만 그 싸움의 내용은 공허하고 대상조차 분명치 않다. 그러나 작가는 인물들 상호간의 갈등과 싸움을 그려내면서도 그 싸움의 결과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이들은 결국 죽어가거나 병든 채 사라져 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암시하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죄수들의 갈등은 '나'의 시선에 의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화자인 '나'는 끝내 성격과 신분, 죄목이 밝혀지지 않은 채 숨어 있는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단지 사상범으로 추측될 뿐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병감'이라는 닫힌 상황은, 우리의 식민지적 현실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닫힌 상황 속에서 밥이나 먹고 싸움질하는 환자 죄수들은 일제에 의해 수동적인 생존을 간신히 영위해 가는 우리 민족의 비참한 초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