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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modernism)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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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modernism)

1. 모더니즘(modernism)의 개념

모더니즘은 현대주의 또는 근대주의로 번역될 수 있는 용어로서 일반적으로는 기성 도덕과 전통적 권위를 반대하고 자유와 평등, 도시의 시민 생활과 기계 문명을 구가하는 사상, 예술적 사조를 의미한다. 문예 사조로서 모더니즘은 대개 두 개의 뜻을 가지는데. 넓은 의미로는 상징주의 이후에 나타난 전위 예술, 즉 인상주의, 미래파, 야수파, 미래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주지주의, 이미지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좁은 의미로는 주지주의인 특성을 띠는 영국과 미국의 이미지즘과 모더니즘을 가리킨다.

2. 모더니즘의 시대적 조건

(1) 사회적 배경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구 사회는 자신들이 이룩한 문명에 대해 회의에 빠지고, 사람들은 안정감을 잃는다.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게 전개됨으로써 국내와 국외적으로 큰 변란을 겪는다. 1차 세계 대전이나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은 서구가 직면한 위기를 단적으로 나타낸 징후들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2차 산업 혁명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전화, 라디오, 항공기와 같은 새로운 기계와 그것의 출현에 따라 달라지기 시작한 사회 현상들로 말미암아 어떤 식으로든지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었다.

(2) 사상적 배경

모더니즘의 의미를 무엇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사상적 배경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대륙의 아방가르드 주의나 영미의 주지주의나 다같이 일종의 지성주의, 신비적 허무주의, 불연속적 세계관, 개인주의 사조 등에 의해서 일정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대륙의 초현실주의의 경우 프로이트에 의해 개척된 정신 분석 이론에 의하여 인간의 내적 실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초월적 실재를 추구하던 상징주의와도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에 비해 영미의 모더니즘은 T. E. 흄의 불연속적 세계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불연속적 세계관이란, 종래의 유기적인 세계관을 거부하고 이 세계를 불연속적, 기하학적 실재로 파악하는 관점을 말한다. 따라서, 이들은 문학에서도 휴머니즘적인 입장을 버리고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지성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 모더니즘의 문학 이론

모더니즘은 그것이 전위 예술을 가리키느냐 주지주의적 경향을 가리키느냐에 따라 다른 문학 이론을 갖는다.

(1) 아방가르드 이론

서구 대륙의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발생한 아방가르드 주의는 현실의 삶에서 유리된 심미주의(審美主義)적 예술에 대해 반발하였다. 예술은 삶과 밀접하게 결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예술과 삶을 결합시키려는 예술 운동이 일어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운동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초현실주의자와 독일의 표현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 초현실주의자들은 프로이트의 발견에 힘입어 무의식의 중요성, 성(性) 문제에 대한 명쾌한 접근 가능성, 꿈과 욕망의 힘을 인식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정신세계에 완전한 자유를 부여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서 삶을 총체적으로 혁신하고자 하여 정치적 혁명 운동에 가담하기도 하였다. 표현주의자들은 내면의 깊은 영혼에서 새로운 기점을 얻기 위해 비교적 내면적인 것을 추구한 파와 예리한 정신으로 현실의 개조를 지향하는 파가 있었다. 내면적으로 충일한 삶을 지향하여 시에서는 장엄하고 황홀한 것을 추구하였으며, 드라마에서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강조하였다.

(2) 주지주의 이론

영미의 주지주의는 낭만주의의 유기적 세계관에 대한 반대로 볼 수 있다.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매우 한정되고 고정된 존재라는 인식하에 전통과 조직에 의존하는 것이 문학가의 적절한 태도라는 관점이었다. 이에 따라 감정의 분출보다 지성의 작용에 의해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시인은 과거의 문학사에 대해 역사 의식을 가지고 시작(詩作)에 임해야 한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이것은 엘리엇의 '전통과 개인의 재능'에서 전형적으로 표출된 이론으로서, 낭만주의의 개성론에 대해서는 시인이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전통과 권위에 의지해야 한다는 몰개성론을 주장하였고, 시인의 인상을 낳은 원래의 사물에 등가물(等價物)이 되는 시적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는 객관적 상관물 이론을 창작 방법론으로 새롭게 주장한다.

4. 모더니즘의 전개

(1) 아방가르드 운동

20세기에 들어서 전위 예술을 선도한 것은 피카소에 의해 주도된 입체파 운동이었다. 사물을 원래의 형태와 닮게 그리지 않고 입방체로 표현하면서 예술은 재현이 아니라 표현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 운동에 자극받아 문학에서도 전위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 최초의 형태는 이탈리아의 마리네티가 주도한 미래주의로 세계의 본질이 운동과 생명력에 있다는 관점에서 기존의 고전주의적 규범을 버리고 현대적 경험을 시에 도입하려고 하였다. 자동차나 기관총 소리, 기계의 소음을 시의 재료로 하여 폭력, 모험 등의 원시적 감정을 되살리려고 하였다. 현대의 역동적인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예술의 완결된 구조를 버리고 통사법의 해체, 단어들의 변형, 인쇄 활자의 혼용, 자유어의 창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1차 세계 대전 중 스위스에서 탄생한 다다이즘은 기존 예술의 모든 규범과 이념들을 버리고 '광란시'를 시도했으며, 작품의 유기적 구성이나 주제 의식, 이미지 창조 작업을 거부했다. 초현실주의는 1924년 앙드레브르통이 '초현실주의 선언'을 통해 운동의 강령을 발표하고 출발한 사조로서 삶의 조건을 개혁하려는 지향과 상상력의 자유를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문학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아방가르드 운동 가운데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초현실주의는 억압된 욕망과 꿈, 무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자동 기술법 등을 창안하기도 하였으며, 브르통, 엘뤼아르, 루이 아라공 같은 작가들의 활동에 의해 현대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표현주의는 문학보다도 미술에서 더 많은 성과를 이룩한 사조로서 자연주의적인 묘사나 인상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도시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는 개인적인 비전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즉, 사물을 감각에 지각되는 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정신이 확장되어 형성된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 표현주의는 시와 희곡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는데 트라클, 고트프리트 벤, 게오르그 하임 같은 운동의 주역들 외에도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분류되는 뷔흐너, 카프카와 같은 작가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2) 주지주의 문학

영미의 주지주의 문학을 선도한 흄은 자신의 불연속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문학의 창작에서

지성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물의 개성적인 측면을 인지하고 표현하려고 할 때 시인이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여 '솔직한 말의 사용은 항상 개성적인 것을 잃어버리게 하므로' 그 뜻이 없어지지 않고 명확히 독자의 관심을 끌도록 말하기 위해서 새로운 은유와 새로운 성질 형용사, 명사 등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흄은 사물에 대한 인상의 신선함을 전달하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 시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다.

흄은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에즈라 파운드는 이미지즘 운동을 펼친다. 지성에 의해 파악된 사물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기에 적합한 시각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미지즘은 엘리엇에 이르러 모더니즘론으로 발전한다.

엘리엇은 흄과 파운드의 이론을 계승하면서 나름대로 이론을 체계화하였다. 시인은 자기의 개성을 표현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보다 더 우월한 무엇에 종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모든 예술의 기능은 인생에 존재하는 질서를 깨닫게 하는 것인데 시인조차 복잡한 사회의 현상에 매몰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 현실의 총체적 구조를 발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인의 내면성의 표현만으로는 진실을 확보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인은 과거의 문학에 대한 역사 의식을 가지고 그 질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익숙한 정서이건 경험하지 않은 정서이건 그것을 적절히 이용해서 보편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데 자신의 정신이 원숙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엘리엇은 이러한 이론적 입장에서 현대 문명을 비판한 '황무지'를 썼던 것이다. 이후 모더니즘은 오든, 스티븐, 스펜더, 루이스 등의 시인에게서 새로운 영미시의 전통을 형성하게 된다.

한편 소설 쪽에서는 엘리엇의 '황무지'와 같은 연대에 발표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비롯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와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등이 모더니즘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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