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 전문2
by 송화은율 <제12편 성심편하 / 第十二篇 省心篇下>
一. 眞宗皇帝御製曰,
知危識險,終無羅網之門,擧善薦賢,自有安身之路,
施恩布德,乃世代之榮昌,懷妬報寃,與子孫之爲患,
損人利己,終無顯達雲仍,損衆成家,豈有長久富貴,
改名異體,皆因巧語而生,禍起傷身,皆是不仁之召
진종황제 어제(御製)에 이르기를, 위험을 깨닫고 알면 끝내 그물을 벌여 놓은
문이 없을 것이며,선한이와 어진이를 천거(薦擧)하면 자신을 편하게 하는 길을
스스로 갖게 될 것이로다. 은덕을 베풀면 이내 세대(世代)의 영화와 번창이 될
것이로되, 투기를 품거나 원통함을 갚으면 자손에게 근심거리를 주는 것이로다.
남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 이롭게 하면 마침내 현달할 자손이 없을 것이요,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집안을 이루면 어찌 장구한 부귀가 있으리오? 이름을
바꾸고 몸을 달리하는 것은 모두가 교묘한 말에 인하여 생긴 것이요, 화가
일어나 몸을 다치게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어질지 못함이 부르는 것이니라.
(字義) ○진종황제는 송(宋)나라 셋째 임금이다. ○御製(어제)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어서 복합명사가 될 때는 주로 御는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製는 지을 제. 만들 제. ○險은 험할 험 ○知危識險은 知識危險을
술목관계로 재결합시킨 말이다. 擧善薦賢, 施恩布德도 같은 원리이다.
(예)天長地久 = 天地長久. 물론 전자처럼 "술+목+술+목"의 어순이 후자보다는 더
한문다운 표현이라고 본다. ○布는 명사로는 베 포. (예)布衣. 술어로는 베풀
포. 펼 포. (예)公布, 配布. ○終은 부사로 마침내 종. ○羅는 명사로는 그물
라. 술어로는 벌일 라.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網은 그물 망. ○薦은 천거할
천. ○懷는 품을 회. ○寃은 원통할 원. ○與는 줄 여. ○"與子孫之爲患"구절을
직역하면 "자손의 근심됨을 주다"이다. 글자수를 맞추려다 보니 글이 어색해진
것 같다. ○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雲仍(운잉)은 구름처럼 멀고도 아득한
자손을 뜻하는 말로 한 단어로 쓰인다. 자세히 말하자면, 雲孫은 8대손이고,
仍孫은 7대손이지만 雲仍(운잉)이라고 하면 아주 먼 자손을 뜻하는 관용어이다.
○豈는 어찌 기. ○因은 인할 인. 因+명사(구,절): ~에서 인하다. ~에서
기인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召는 부를 소. ○"不仁之召"는
직역하면 "불인(不仁)의 부름"이지만 위 문장에서는 之를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조사 보다는 주격조사로 옮기는 것이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之가 주격조사로 볼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之는 관형격 조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우리말로 옮길 때 문장에 따라서는 주격 또는 목적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二. 神宗皇帝御製,
遠非道之財,戒過度之酒,居必擇隣,交必擇友,嫉妬勿起於心,讒言勿宣於口,
骨肉貧者莫疎,他人富者莫厚,克己以勤儉爲先,愛衆以謙和爲首,
常思已往之非,每念未來之咎,若依朕之斯言,治家國而可久
신종황제 어제에 이르기를, 도(道)가 아닌 재물을 멀리 하고, 도(度)를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거함에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사귐에는 반드시 벗을
가려야 할 것이다. 질투를 마음에 일으키지 말며, 참언(남을 근거없이 헐뜯는
말)을 입에 뱉지 말 것이다. 골육빈자(가난한 일가)를 소원하게 대하지 말고,
부유한 남을 후하게 대하지도 말 것이다. 극기는 근검으로서 우선으로 삼고,
남을 사랑하는 것은 겸손과 화합으로서 첫째로 삼아야 하느니라. 항상 이미
지나간 날의 그릇됨을 생각하고, 매번 앞날의 허물을 생각할지니라. 만약
짐(朕)의 이 말을 믿고 의지한다면 집안이나 나라를 다스림에 장구(長久)할 수
있느니라.
(字義) ○신종황제는 송(宋)의 여섯번째 임금이다. ○遠은 타동사로 "~을
멀리하다"의 뜻이다. ○擇은 가릴 택. (예)選擇. ○讒은 참소(讒訴)할 참.
(讒訴는 터무니 없는 사실로 남을 헐뜯어 웃사람에게 일러 바치는 일을 뜻한다)
○宣은 베풀 선. ○骨肉은 일가(一家)의 형제친척을 비유한 관용어로서 한
단어로 쓰인다. 骨肉은 곧 血肉과 뜻이 같은 단어이다. ○疎(소)는 "(촘촘하거나
정제되지 않고) 성기다. 거칠다"의 뜻도 있고, "(친함, 인정) ~을 소원하게
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以A爲B= A로서 B로 삼다. A를 B로 여기다. ○咎는
허물 구. ○依는 의지할 의. ○朕(짐)은 황제의 자칭(自稱)이다.
三. 高宗皇帝御製,
一星之火,能燒萬頃之薪,半句非言,誤損平生之德,
身被一縷,常思織女之勞,日食三,每念農夫之苦
苟貪妬損,終無十載安康,積善存仁,必有榮華後裔
福緣善慶,多因積行而生,入聖超凡,盡是眞實而得
고종황제의 어제에 이르기를, 하나의 별똥별만한 작은 불꽃이라도 능히
수백만 이랑의 땔나무를 태워버릴 수도 있고, 한마디가 채 안되는 반 구절의
짧은 그릇된 말이라도 평생의 덕을 잘못 손상시킬 수 있느니라.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입어도 항상 베짜는 여자의 수고를 생각하고, 하루 세끼의 밥을
먹어도 매번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진실로 남을 질투하고 손해 끼치기를
탐하면 마침내 십년 동안 편안과 건강함이 없을 것이고, 선행을 쌓고 어진
마음을 지니면 반드시 영화로운 후손이 있을 것이로다. 복된 인연과 좋은 경사는
바른 행실을 쌓는데서 기인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상함을 뛰어넘는 것은 모두 진실된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能+술어: ~하기에 충분하다. 능히 ~할 수 있다. ○燒는 사를 소. "~을
불사르다. ~을 태우다"의 뜻이다. ○頃은 백(百)이랑 경. ○薪은 섶 신 ("섭"은
땔나무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땔나무 신. ○誤는 잘못할 오. 여기서는 부사로
보는 것이 좋다. (예)誤譯, 誤判, 誤診. ○縷는 실(오라기) 루. ○織은 짤 직.
○勞는 수고로울 로. ○큰글자는 밥 손. 저녁밥 손. ○苟(구)는 가정문을
만든다. "진실로 ~하면.."의 뜻이다. 1)구차할 구. 2)진실로 구. ○載는 실을
재. 여기서는 "해(年) 재"의 뜻이다. (예)千載一遇.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 ~을두다"의 뜻이다. ○裔는 후손 예 (예)後裔. ○凡은
1)무릇 범. 2)모든 범 3)범상할 범 ○盡은 1)다할 진. 2)모두 진. 다 진.
여기서는 2)의 뜻이다. 盡是~: 모두 ~이다. 是는 "~이다(is)"의 뜻.
四. 王良曰,欲知其君,先視其臣,欲知其人,先視其友,欲知其父,先視其子,
君聖臣忠,父慈子孝
왕량이 말하였다. 그 임금을 알려면 먼저 그의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면 먼저 그의 친구를 볼 것이며, 그 아비를 알려면 먼저 그의 자식을 보라.
임금이 거룩하면 신하는 충성스러울 것이요, 아비가 자애로우면 아들은
효성스러운 법이니...
(字義) ○왕량은 명(明)나라 사람. ○세 개의 댓구문에서 첫번째 其(지시
형용사)는 영어의 the나 that에 해당하고, 두번째 其(소유격 대명사)는 his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문맥상 매끄러울 듯하다.
五. 家語云,水至淸則無魚,人至則無徒
가어에 이르기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느니라.
(字義) ○家語는 孔子家語라는 책이름을 가리킨다. 공자의 언행이 기록되어
있지만 위작(僞作)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至는 술어로는 이를 지.
한정어로는 (명사나 술어를 한정할 때는) "지극한, 지극히"의 뜻이다. (예)至論,
至誠, 至難, 至高至順. ○徒는 1)무리 도. 2)한갓 도.
六 許敬宗曰,春雨如膏,行人惡其泥,秋月揚輝,盜者憎其照鑑
허경종이 말하였다. 봄비는 기름과 같으나(농작물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는
뜻) 행인은 그 비의 진창길을 싫어하고, 가을달은 밝은 빛을 날리나 도둑은 그
달의 밝게 비침을 미워하느니라.
(字義) ○허경종은 당(唐)나라 사람. ○膏는 기름 고. ○惡은 미워할 오. ○其는
각각 春雨와 秋月을 받는다. 영어로 말하면 its의 뜻이다. ○泥는 진흙 니. ○
은 진흙 녕. ○揚은 날릴 양.○輝는 빛날 휘. 여기서는 명사로 봤다. ○憎은
미워할 증. ○鑑은 1)거울 감. 2)비칠 감.
七. 景行錄云,大丈夫,見善明故,重名節於泰山,用心剛故,輕死生於鴻毛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은 까닭에 명분과 절개를
태산보다도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쓰는 것이 강직한 까닭에 사생(死生)을
홍모(鴻毛)보다도 가볍게 여기느니라.
(字義) ○重은 술어로 "~을 중하게 여기다" 자동사로는 1)무겁다. 2)신중하다.
진중하다. 3)중요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於는 비교급을 나타낸다(than).
○剛은 굳셀 강. ○輕은 타동사로 "~을 가볍게 여기다"의 뜻. ○鴻은 기러기 홍.
○鴻毛는 기러기의 털이란 뜻으로 가벼움을 비유할 때 쓰는 단어이다.
八. 悶人之凶,樂人之善,濟人之急,救人之危
남의 흉함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선을 즐거워하며, 남의 급한 것을
구제하고, 남의 위험한 것을 구하라.
(字義) ○悶은 민망할 민. ○濟는 1)건널 제. 2)구제할 제. ○救는 구제할 구.
(예)救濟
九. 經目之事,猶恐未眞,背後之言,豈足深信
눈을 지나는 일, 즉 눈으로 직접 겪은 일이라도 오히려 참되지 아니할까
두려워 하거늘, 등뒤에서하는 말을 어찌 깊이 믿을 수 있으리오?
(字義) ○經은 지날 경.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예)經驗, 經過. ○猶는 부사로 오히려 유. ○豈는 어찌 기. ○深은 부사로도 잘
쓰인다. 즉, 술어 앞에 와서 甚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十. 不恨自家蒲繩短,只恨他家苦井深
자기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쓴 우물이 깊다고
한탄하는구나.
(字義) ○恨(한)은 술어로 "~을 한탄하다. ~을 한하다"의 뜻이다. ○自家와
他家는 글자 그대로 꼭 자기 집과 남의 집을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다.
(예)自家建設, 自家用, 自家保險. ○蒲는 창포 포. ○繩은 노 승. "노"는 실,
삼, 종이 따위로 가늘게 비비거나 꼰 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蒲繩은 두레박
줄을 뜻한다. ○苦井은 아주 재미 있는 표현 같다. 마치 이솝 우화의 신
포도(sour grape)이야기에서 여우가 포도를 자기 능력으로 따먹을 수 없자 그
포도가 실 것이라 생각하여 자기위안을 삼듯이, 여기서도 자기 능력이 모자란
것은 모르고 높은 목표를 체념하여, 한탄섞인 투로 위안삼아 뱉는 말이 바로
"苦井"이 아닌가 싶다. 또는 자기의 능력으로 도달하기 힘들고 수고롭다는
뜻에서 "苦井"이라 했을지도 모른다.
十一. 贓濫滿天下,罪拘薄福人
뇌물을 받고 참람(僭濫)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 죄는 박복한 사람만
잡는구나.
(字義)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濫은 넘칠 람. ○"贓濫"의 뜻을 정확히
제가 모르겠지만 濫을 참람(僭濫: 분에 넘치게 함부로 나서는 일)의 뜻으로
보고, "관리로서 뇌물을 받고, 또 분에 넘치게 함부로 행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의 뜻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拘는 잡을 구. (예)拘束 ○薄은
엷을 박. (예)薄福.
十二. 天若改常,不風卽雨,人若改常,不病卽死
하늘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로 비가
오고, 사람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병이 들지 않아도 바로
죽어버리느니라.
(字義) ○常은 부사, 명사, 술어, 그 어느 것으로도 쓰인다. 특히 명사로 쓰이는
常은 좋은 의미로, 일정한 법칙, 지켜야 할 변치 않는 도리, 즉 상도(常道)를
가리킨다. 옥편에 常을 "떳떳할 상"으로 풀어 놓았는데 "떳떳하다"라는 뜻
보다는 "일정하다. 변치 않다"의 의미이다. 庸도 "떳떳할 용"이라 풀었는데
역시, 떳떳하다는 뜻보다는 일정하다는 뜻이다. 천지자연의 순리처럼 영원히
변치 않고 일정한 법칙을 常이라고 할 뿐, 떳떳하다는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卽(즉)을 則(즉)과 같은 뜻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글자이다. 則은 두 문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속사로서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일의 선후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글자이고, 卽은 일종의
부사로서(술어 앞에서 한정하거나 또는 단순히 부사로) "곧, 바로, 당장"의
뜻이다. (예)卽死, 卽興, 卽時, 一觸卽發. 옥편에 卽과 則을 모두 "곧 즉"으로
풀어 놓아서 그 쓰임새마저 같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다른
글자임에 유의할 것. ○風과 病은 모두 술어로 쓰였다. 不다음에는 술어가 옴을
생각할 것.
十三. 狀元詩云,國正天心順,官淸民自安,妻賢夫過少,子孝父心寬
장원시에 이르기를, 나라가 바르면 천심(天心)도 순응할 것이요, 벼슬아치가
청렴하면 백성은 절로 편안할 것이며, 처가 어질면 지아비의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은 너그러워지느니라.
(字義) ○이 시는 5언절구(五言節句)이다. 따라서 安과 寬은 운자이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중국에서는 狀元이라고 쓰고 우리나라에서는壯元이라
한다. ○順은 좇을 순. "순응하다. 순종하다"의 뜻이다. ○官은 벼슬 관.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청렴하다"는 뜻도 있다.
○少+명사(구): ~이 적다. 이 글에서는 술어가 모두 구(句)의 말미에
있으므로(順, 安, 寬) 少寡라 하지 않고 주술관계로 대치시켰다. ○寬은
너그러울 관. (예)寬容, 寬大.
十四 子曰,木受繩則直,人受諫則聖
선생님께서 이르시길, 나무가 줄을 받으면 곧아지고, 사람이 간언을 받으면
거룩해지느니라.
(字義) *繩은 노 승.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諫은 간할 간.
十五. 一派靑山景色幽,前人田土後人收,後人收得莫歡喜,更有收人在後頭
한 줄기의 청산에 경색이(경치가) 그윽한데, 앞사람의 전토(田土)를 뒷사람이
거두는구나. 뒷사람들은 거두어 들이는 것을 기뻐하지 말라. 다시 거두어들일
사람이 또 뒤에 있으니...
(字義) ○派는 (물)줄기 파. ○景은 빛 경, 경치 경. ○景色은 경치(景致)와
같은 말로서 한 단어이다. ○幽는 그윽할 유. ○更은 다시 갱. ○頭는 "머리
두"라는 뜻 보다는 별 뜻없이 다른 말과 붙어서 복합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街頭, 念頭, 先頭, 話頭, 口頭.
十六. 蘇東坡云,無故而得千金,不有大福,必有大禍
소동파가 이르기를, 아무런 까닭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있느니라.
(字義) *故는 여기서는 명사로 까닭 고.
十七. 康節邵先生曰,有人來問卜,如何是禍福,我虧人是禍,人虧我是福
강절 소 선생께서 이르시길, 어느 사람이 점을 물으러 찾아 왔는데, 무엇과
같은 것이 화복(禍福)이 됩니까? 하거늘,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화(禍)이고, 남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복(福)이니라 하였다.
(字義) ○如何는 어찌해야? 무엇과 같아야? 등등의 뜻이다. ○有人에서 有는
"있을 유"의 1차적인 뜻이 아니다. 불특정한 대상을 지목할 때 붙여주는
관용어에 불과한 것이다. 즉 그냥 人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사람을 가리키지만
有人함으로써 그중 어떤 이를 특정하게 되는 것이다. 論語첫머리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有朋도 같은 용례이다. 이러한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是는 "~이다(is)"의 뜻. ○虧는 이지러질 휴.
사람을 목적어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손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十八. 大廈千間,夜臥八尺,良田萬頃,日食二升
천 칸이나 되는 큰 집이라도 밤에 누우면 팔 척 뿐이요, 좋은 밭이 수백만
이랑이라도 하루 먹는 것은 두 되일 뿐이니라.
(字義) ○廈는 큰집 하. ○頃은 백이랑 경 ○良은 좋을 량. ○升은 되 승.
"되"는 부피의 단위. 또는 술어로 "오를 승"으로도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十九. 久住令人賤,頻來親也疎,但看三五日,相見不如初
오래 머무르면 사람을 천하게 만들고, 자주 찾아 오면 친함도
소원해지느니라. 단지 사흘이나 닷새만 되도 서로 보는 것이 처음만 못한 것을
보아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고 疎와 初는 운자이다. ○令은 使와 같은 뜻으로
令+A+술어는 "A~로 하여금 ~하게 하다"의 뜻. ○頻은 자주 빈. (예)頻度. ○也는
여기서 "또한"(亦)의 뜻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也는 주로 이 뜻으로 쓰인다.
○看은 그 뒷구절 전부, 즉 三五~~如初까지를 받는다.
二十. 渴時一滴如甘露,醉後添盃不如無
목마를 때 한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渴은 목마를 갈. (예)渴症, 渴望. ○滴은 물방울 적. ○添은 더할 첨.
(예)添加, 添附, 錦上添花. ○盃는 잔 배. 杯가 본자(本字)이고 盃는
속자(俗字)이다.
二十一. 酒不醉人人自醉,色不迷人人自迷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되게 하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色은 여색(女色)을 가리킨다. ○迷는 미혹할
미. (예)迷路, 迷惑, 迷兒.
二十二. 公心若比私心,何事不辨,道念若同情念,成佛多時
공정한 마음을 만약 사심(私心)에 견주듯(비하듯) 하면 무슨 일인들 분별하지
못할 것이며, 도념(道念)을정념(情念)과 같이 하면 성불(成佛)을 해도 여러번
하리라.
(字義)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예)比較. ○辨은 분별할 변. ○道念은 道에
대한 일념이고, 情念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마음이라 하겠다. ○成佛은
"부처가 되다"의 뜻으로 한 단어로 쓰인다. 이 때 "成+명사"는 "~을 이룬다"는
뜻 보다는 "~이 되다"의 뜻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二十三. (水+廉)溪先生曰,
巧者言拙者默,巧者勞拙者逸,巧者賊拙者德,巧者凶拙者吉,
嗚呼,天下拙,刑政撤,上安下順,風淸弊絶
염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교자는(巧者, 재주만 부리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졸자는(拙者, 의미상 속으로 덕을 갖추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말이 없으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편안하다. 교자는 도둑이요,
졸자는 덕인(德人)이며, 교자는 흉하고 졸자는 길하니라 오호! 천하가 졸하면
형벌과 법이 철폐되어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로는 순종하니, 풍속이 맑아지고
폐단이 끊어지리라.
(字義) ○염계(濂溪) 선생은 송(宋)나라의 유학자 주돈이(周惇 )를 가리킨다.
○이 글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인 색채가 강하다. 도가(道家)에서는 지혜와
작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소박하고 졸박하게 살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 글에서도 졸박한 삶을 강조하며 또한 법이나 형벌 같은
인위적인 정치를 부정하는 말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巧者는 유학자들을
가리키고, 拙者는 도가의 성인(聖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대 유학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글은 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 두 사상이 결국 지향하는
궁극점은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정치이며, 다만 그 방법론을 달리할 뿐 상호
보완적인 사상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면도 있다. ○巧는 재주 교. ○拙은
졸할 졸. ○逸은 편안할 일. ○賊은 1)도둑 적. 2)해칠 적. 이글에서는 1)의
뜻이다. 장자(莊子)는 그의 저서에서 유학자들을 도둑에 비유하여 비판한 일이
있다. 즉, 유학자들은 사람을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
가도록 하지 않고 온갖 인위적인 가치관들, 예를 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괴리시키며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몰아넣는 도둑떼에 비유한 일이 있다. ○嗚呼(오호)는 감탄사이다.
○刑은 형벌 형. ○政은 1)정치 정. 2)정치를 위한 온갖 법과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撤은 거둘 철. (예)撤廢 ○弊는 폐단 폐. (예)弊端, 民弊.○絶은 끊을
절.
二十四. 易曰,德薄而位尊,智小而謀大,無禍者,鮮矣
주역에 이르기를, 덕은 박한데 지위가 높고, 지혜는 작은데 도모함이 큰
사람들중에 화(禍)가 없는 자는 드무니라.
(字義) ○易은 주역(周易)을 말한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는 자주
쓰이는 구문으로 "~하는 것이 드물다. ~하는 사람이 드물다"의 뜻이다. 者는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二十五. 說苑云,官怠於宦成,病加於小愈,禍生於懈惰,孝衰於妻子,
此四者,愼終如始
설원에 이르기를, 관리는 벼슬이 이루어지는 데서 게을러지고, 병은 조금
나은 데서 더하여지고, 화는 게으른 데서 생기며, 효는 처자를 보살피는 데서
쇠약해지나니, 이 네 가지 것을 살펴서 삼가 처음과 같이 마쳐야 할 것이다.
(字義) ○설원은 한(漢)나라 때 지어진 책. ○官은 벼슬 관. ○宦은 벼슬 환.
○怠는 게으를 태. ○愈는 1)나을 유 (~이 더 낫다) 2)(병이) 나을 유. 3)더욱
유. 여기서는 2)의 뜻으로 癒와 같은 말이다.(예)快癒. ○懈는 게으를 해.
(예)精神解弛 ○惰는 게으를 타. ○四者에서 者는 "사람 자"가 아니라 "것
자"이다. 者가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아둘 것.○愼은 삼갈 신.
二十六. 器滿則溢,人滿則喪
그릇이 가득차면 넘치 듯이 사람이 가득차면 잃게 되느니라.
(字義) ○則앞의 문귀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溢은 넘칠 일. (예)海溢 ○喪은
잃을 상. (예)喪失
二十七. 尺璧非寶,寸陰是競
한 자 되는 둥근 옥이 보배가 아니라, 촌음(아주 짧은 시간)이 바로 다툴
것이로다.
(字義) ○尺은 자 척. "자"는 길이의 단위. ○璧은 둥근옥 벽. (예)完璧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고, 非는 "~이 아니다(is not)"의 뜻이다.
二十八. 羊羹雖美,衆口難調
양고기 국이 비록 맛있으나, 여러 입을 고르게 맞추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羹은 국 갱.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주어는 앞에다 쓴다. ○美는
"맛이 좋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調는 고를 조.
"고르게 맞추다. 조절하다"의 뜻이다. (예)調律, 調節
二十九. 白玉投於泥塗,不能汚涅其色,君子行於濁地,不能染亂其心,
松栢可以耐雪霜,明智可以涉艱危
백옥은 진흙땅에 던져져도 그 백옥의 색을 시꺼멓게 더럽힐 수는 없으며,
군자는 탁지(濁地)에 가더라도 그의 마음을 더럽히거나 어지럽게 할 수는
없느니라. 따라서 송백은(松栢)은 눈과 서리를 견디어 낼 수 있고, 밝은 지혜는
어렵고 위급함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니라.
(字義) ○泥는 진흙 니. ○塗는 1)바를 도. (예)塗褙 2)진흙 도. (예)塗炭 3)길
도. 여기서는 2)의 뜻이다. ○涅은 개흙(검은 진흙) 녈, 검은물들일 녈. 불교
용어로도 쓰인다. 즉, 涅槃(열반). ○濁은 흐릴 탁. ○染은 물들일 염, 더럽힐
염. ○栢은 측백나무 백. 우리나라에선 잣나무란 의미로도 쓰임.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로 봐도 되고, 以를 松栢과 明智를 받는 것으로 봐도 된다.
○耐는 견딜 내. (예)堪耐. ○涉은 건널 섭. ○艱은 어려울 간. 생활이나 처지가
궁핍하고 어렵다는 뜻이지, 難처럼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難에는 艱의 뜻이 있다. (예)艱難.
三十. 入山擒虎易,開口告人難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워도, 입을 열어 남에게 충고하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易,~~難의 대칭구조를 파악할 것. ○入~: ~에 들어가다. ○擒은
사로잡을 금. ○告는 고할 고. 여기서는 의미상 충고(忠告)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즉,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어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좋은 길로 나아가도록 충고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잘못 충고하면 오히려 그 친분마저 소원해질 수 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孔子께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論語의 그 글귀를 옮겨 보기로
하겠다.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자공이 벗사귐에
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에게 나쁜 점이 있으면 충고를 하여 잘
이끌어 주되, 되지 않거든 그만두어 자신에게 욕됨이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三十一. 遠水不救火,遠親不如隣
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할 것이요, 먼 곳의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느니라.
(字義) ○救는 구제할 구. 救火는 불을 끈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어이다.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함만 못하다. ○隣은 이웃 린.
(예)隣近
三十二. 太公曰,日月雖明,不照覆盆之下,刀劍雖快,不斬無罪之人,
非災橫禍,不入愼家之門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이 비록 밝으나 엎어놓은 동이 속을 비출 수는
없으며, 칼이 비록 장쾌하기는 하나 죄 없는 사람을 참(斬)할 수는 없다. 그릇된
재앙이 횡화(뜻하지 않은 화)이긴 하나 삼가는 집의 문에는 들어오지 않느니라.
(字義) ○日은 1)해 2)날 3)낮 등등 3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覆은 1)엎을 복
2)덮을 부. 여기서는 "복"으로 읽는다. 즉 1)의 뜻이다. ○盆은 동이 분.
(예)花盆. ○覆盆之下는 뒤엎어 놓은 동이의 아래이므로 빛이 들어가는 동이의
윗부분을 막아 놓은 상태이다. 즉 이 글귀를 의역하면, 해와 달이 아무리 밝아도
엎어놓은 동이 속으로는 빛이 못들어간다는 뜻이다. ○斬은 벨 참. (예)斬首.
○災는 재앙 재.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여기서는 "빗기다"라는 말에서
의미가 심화되어 뜻하지 않게 닥치는 것을 말한다. (예)橫財(뜻하지 않은 재물)
橫災(뜻하지 않게 닥친 재앙) 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入~:~에 들어가다.
三十三. 太公曰,良田萬頃,不如薄藝隨身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밭의 수백만 이랑은 작은 재주 하나가 몸에
따르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頃은 백(百)이랑 경. ○良은 1)어질 량. 2)좋을 량.
○不如+(명사구):~만 못하다. 不如+(서술문):~함만 못하다. ○藝는 재주 예.
○隨는 따를 수.
三十四. 性理書云,接物之要,己所不欲,勿施於人,行有不得,反求諸己
성리서에 이르기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요체(要諦)는 자기가 원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요, 행하고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있거든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느니라.
(字義) ○接은 접할 접. (예)待接, 應接, 接待. ○物은 일 물. 만물 물. 때에
따라서는 여기서처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즉
接物之要는 接人之要와 같은 말이다. 物을 사물 또는 만물로 해석한다면
뒷구절과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 ○要는 명사로 긴요한 것, 필요한 것, 요점,
요체 등등의 뜻이다. ○"己所不欲,勿施於人"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아주
유명하다. 이 말은 그의 제자인 중궁(仲弓)이 인(仁)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한
글귀중 일부이다. ○"反求諸己"는 유가(儒家)에 관한 책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문구로 거의 관용구가 되다시피한 말이다. ○諸는 어조사 저. "諸~"를 흔히
之於와 같다고 설명한다. 이는 之를 목적어로 보고 諸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적합하지가 못하다. 之는 술어뒤에 붙는 단순한 어조사일 뿐이지
목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諸가 "之於"의 뜻이라면 反求之於己라고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장은 아주 드문 예이고(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단순한 어조사 之보다는 처소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諸라는
어조사를 술어뒤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다.
三十五. 酒色財氣四堵墻,多少賢愚在內廂,若有世人跳得出,便是神仙不死方
주색재기(술, 여색, 재물, 기운)의 네가지의 담장이 쳐진 곳에(이 세상을
빗댄 말) 다소의 어진이와 어리석은 이가 행랑에 있도다. 만약 세상사람이
(이곳을) 뛰쳐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신선처럼 죽지 않는 방법이니라.
(字義) ○堵는 담 도. ○墻은 담 장. ○廂은 행랑 상. 행랑은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을 말한다. 跳는 뛸 도.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是는 "~이다"의 뜻. ○便是~: 곧 ~이다.
○方은 1)바야흐로 방 2)모 방 (네모지다. 네모반듯하다. 바르다. 품행이
방정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3))방법 방 (처방이란 뜻도 있다) 4)방향 방.
위에서는 3)의 뜻, 즉 방법, 처방이란 뜻이다.
省心篇下終
<제13편 입교편 / 第十三篇 入敎篇>
一. 子曰,立身有義而孝爲本,喪祀有禮而哀爲本,戰陣有列而勇爲本
治政有理而農爲本,居國有道而嗣爲本,生財有時而力爲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입신(立身)에는 의(義)가 있으니 효(孝)가 근본이
되고, 초상(初喪)과 제사(祭祀)에는 예(禮)가 있으니 슬픔이 근본이요,
싸움터에는 열(列)이 있으니 용맹이 근본이며, 정사(政事)를 다스림에는
이치(理致)가 있으니 농사가 근본이 되고, 나라에 거함에는 도(道)가 있으니
대(代)를 잇는 것이 근본이 되며, 재물을 내는 데에는 때가 있으니 힘이
근본이니라.
(字義) ○立身(입신)은 세상에 출세하여 이름을 높이거나 영달함을 뜻한다.
○공자의 말씀중에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며, 입신출세하여 부모의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이
효(孝)의 끝이다"라고 하였으니, 立身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입신에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으니 바로 효(孝)가 그 근본이다. ○초상과 제사에는
엄격한 절차, 즉 예(禮)에 따라야 하지만, 그 근본은 어디까지나 슬퍼하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논어(論語)에 다음과 같은 공자의 말씀이 있다.
"상사(喪祀)는 형식을 잘 갖추기 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하느니라." ○戰陣은
1)전쟁을 하기 위해 벌여 놓은 진(陣). 2)전쟁터. 등등 2가지의 뜻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열(列)을 잘 갖춰 싸우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근본은 군사들의 사기와 용맹에 있다 할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정치의
근본은 당연히 농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농번기에 농민들을 부역에
동원하다든지, 또는 농민들에게 과다한 세금을 매긴다든지 하는 일들은 모두
이치에 어긋나는 일들이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나라에 거함에는 대(代)를
이어 종묘사직을 굳건히 하는 것이 바로 군주의 도리일 것이다. ○生은 1)~에
살다. 2)~을 낳다. ~을 생기게 하다.
二. 景行錄云,爲政之要,曰公與淸,成家之道,曰儉與勤
경행록에 이르기를, 위정(爲政)의 요체는 공평과 청렴이라 할 것이요, 집안을
이루는 길은 근검과 근면이라 할 것이다.
(字義) ○爲는 1)할 위 2)될 위 3))위할 위 4)~으로 여기다. ~으로 삼다. ~을
만들다. ~을 짓다. 위에서는 1)의 뜻이다. ○要는 명사로는 요긴한 것, 긴요한
것, 요점, 요체 등의 뜻이다. ○與는 "~와"의 뜻. ○淸은 청렴하다는 뜻. ○勤은
부지런할 근.
三. 讀書起家之本,循理保家之本,勤儉治家之本,和順齊家之本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쫓는 것은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며, 근검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화순(화목하고 순종하는 것)은
집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니라.
(字義) ○循은 쫓을 순. 돌 순. (예)循環. ○順은 따를 순. 순응할 순.
(예)順序, 順應, 順從.
四. 孔子三計圖云,一生之計,在於幼,一年之計,在於春,一日之計,在於寅
幼而不學,老無所知,春若不耕,秋無所望,寅若不起,日無所辦
공자의 삼계도(세가지의 계획)에 이르기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판단할 바가 없느니라.
(字義) ○計(계)는 꾀, 계획, 계책 등등의 뜻이다. ○圖는 도모할 도. 그림 도.
○A+在(於)+B= A가 B에 있다. 이 때 於는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윗
문장에서는 글자수를 맞춰 리듬감을 준다. 즉, 4.3 4.3의 운격을 느끼게 한다.
○幼는 어릴 유. ○寅(인)은 寅時를 가리킨다. 즉, 지금의 오전 3~5시를 말한다.
위에서는 단순히 "새벽"이라고 번역했다. ○辦은 판단할 판.
六. 性理書云,五敎之目,父子有親,君臣有義,夫婦有別,長幼有序,朋友有信
성리서에 이르기를, 오교(다섯가지 가르침)의 조목은 부자간에는 친함이
있어야 하고, 군신간에는 의(義)가 있어야 하며, 부부간에는 분별이 있어야
하고, 어른과 아이간에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붕우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느니라.
(字義) *目은 조목 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七. 三綱,君爲臣綱,父爲子綱,夫爲婦綱
삼강은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며, 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가 되는 것이니라.
(字義) ○綱은 벼리 강. 벼리는 우리말로,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오므렸다 폈다
하는 줄을 뜻한다. 즉, 위에서 말한 세가지의 "벼리"는 위에서 통제하고,
총괄함을 비유한 말이다.
八. 王曰,忠臣不事二君,烈女不更二夫
왕촉이 말하였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남편을
고치지 아니한다.
(字義) ○事는 술어로는 1)~을 섬기다. 2)~을 일삼다. 술어로는 주로 1)의
뜻으로 쓰인다. ○烈은 매울 렬. 비유적으로 지조나 절개가 굳고 열렬함을
말하기도 한다. (예)烈士, 忠烈 ○更은 부사로는 다시 갱, 술어로는 고칠 경.
九. 忠子曰,治官莫若平,臨財莫若廉
충자가 말했다. 벼슬일을 다스림에는 공평함 만한 것이 없고, 재물에
임해서는 청렴함 만한 것이 없다.
(字義) ○官은 벼슬 관. 관가(官家) 관. 일(事) 관. ○莫은 1)금지사로서의 막.
2)없을 막. 莫若(또는,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이 최고다. 莫非+명사(절):
~이 아닌 것이 없다. 莫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臨은 임할 임. ~에
임하다. ○廉은 청렴할 렴. (예)淸廉
十. 張思叔座右銘曰,凡語必忠信,凡行必篤敬,飮食必愼節,字劃必楷正,
容貌必端莊,衣冠必肅整,步履必安詳,居處必正靜,作事必謀始,出言必顧行,
常德必固持,然諾必重應,見善如己出,見惡如己病,凡此十四者,皆我未深省,
書此當座隅,朝夕視爲警
장사숙의 좌우명에 이르기를, 모든 말은 반드시 정성되고 신의가 있어야
하고, 모든 행동은 반드시 독실하고 조심해야 하며, 음식은 반드시 삼가고
절제하여야 하며, 글씨는 반드시 똑바르게 써야 하며, 용모는 반드시 단정하여야
하고, 의관은 반드시 엄숙하고 바르게 하여야 하며, 걸음 걸이는 반드시
안정되고 차분해야 하며, 거처는 반드시 바르고 고요해야 하며, 일을 꾸밀 때는
반드시 시작을 잘 꾀하여야 하고, 말을 할 때는 반드시 행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보아야 하며, 평상(平常)의 덕을 반드시 굳게 지녀야 하고, 승낙은 반드시
신중하게 응해야 하며, 선한 일을 보기를 내게서 나오듯이 하며, 악한 일을
보기를 내 병인 듯 하여야 하느니라. 무릇 이 14가지 것을 모두 나는 아직 깊이
성찰하지 못하였으니, 이를 글로 써서 자리의 구석에 붙여 놓고는 아침 저녁으로
보고서 경계로 삼으리라.
(字義) ○이 좌우명은 오언(五言)으로 되어 있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그리고 2,4,6,8,10,12,14구(句)가 모두 운을 맞추고 있는 점도 보면서 읽으면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凡은 1)무릇 범. 2)모든 범. 3)범상할 범. 1)과
2)의 뜻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문장에 따라 적절히 해석한다. ○忠은 충성 충.
정성 충. 忠을 꼭 임금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忠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정성되고 진실된 마음을 뜻하는 글자이다. 여기서도 忠은
나라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敬은 1)공경할 경. 2)삼갈 경.
조심할 경. 敬은 누구를 공경한다는 뜻도 있지만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고 신중히
한다는 뜻도 있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楷는 해서 해.
해서(楷書)는 서체의 하나로 똑바로 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楷는 "바르다"는
뜻도 있다. ○莊은 1)씩씩할 장. 2)단정할 장. 여기서는 2)의 뜻이다. ○肅은
엄숙할 숙. ○步는 명사로는 걸음 보. 술어로는 밟을 보.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 ○安詳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성질이 찬찬하고 자세하다는
뜻이다. ○常은 항상 상. ○書는 술어로는 "~을 쓰다"의 뜻이다. ○隅는 구석
우.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警은 경계할 경.
十一. 范益謙座右戒曰,一不言朝廷利害邊報差除,二不言州縣官員長短得失,
三不言衆人所作過惡之事,四不言仕進官職趨時附勢,五不言財利多少厭貧求富,
六不言淫[Image]戱慢評論女色,七不言求覓人物干索酒食,
범익겸의 좌우계에 이르기를, 첫째, 조정의 이해(利害), 변방의 보고(報告)와
벼슬자리에 파견되고 제수되는 것을 말하지 말라. 둘째, 주현(州縣)
관원(官員)들의 장단(長短)이나 득실(得失)을 말하지 말라. 셋째, 뭇사람들이
짓는 과실과 악행의 일들을 말하지 말라. 넷째, 벼슬자리에 나아가고, 관직이
어떻다 저떻다, 또는 시세를 쫓고 부합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다섯째, 재물의
이익이 많고 적음과 가난을 싫어하고 부(富)를 구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여섯째, 음란하며 외설적이고 희롱하며업신여기는 것과 여색을 논평하는 말을
하지 말라. 일곱째, 남의 물건을 구하거나 술과 음식을 구하는 말을 하지 말라.
(字義) ○원문의 글이 길어서 짤라서 싣는다. ○邊은 가 변. 변방 변. ○差는
1)어긋날 차. 2)가릴(擇) 차. 3)보낼(送) 차. 현대에는 주로 1)의 뜻으로만
쓰이나, 위에서 差除란 한 단어로 벼슬에 임명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즉,
差는 사람을 가려서 벼슬자리로 보낸다는 뜻이다. (예)差使: 중요한 임무를 위해
파견하던 임시직. 咸興差使. 差遣: 사람을 시켜서 보냄. ○除는 1)제할 제 (~을
제거하다, ~을 없애다) 2)벼슬줄 제 (벼슬을 除受하다) ○言은 뒤로 절을 받아서
"~을 말하다"의 뜻. (= say that~) ○長短은 장점과 단점. ○得失은 얻고 잃은
것, 성공과 실패, 잘하고 잘 못한 일. ○趨(추)는 1)종종걸음으로 걷다.
종종걸음으로 몸을 삼가고 조심히 걷다. 2)(주로 시세, 이익 등을 따라) ~을
쫓다. 달려가다. 여기서는 2)의 뜻이다. ○附는 1)더할 부. 2)의지할 부.
여기서는 2)의 뜻으로 아부(阿附)하다, 부합(附合)하다. 등등의 뜻이다.
○큰글자는 거만할 설. 또는 褻(설)과 통하는 글자이다. 즉, 음이 같기 때문에
혼용해서 쓴다. 여기서는 외설스럽다는 뜻이다. ○覓은 구할 멱. ○干은
1)간섭할 간 2)구할 간. 여기서는 2)의 뜻이다. ○索은 찾을 색.
又曰,一人付書信不可開坼沈滯,二與人幷座不可窺人私書,三凡入人家不可看人文字,
四凡借人物不可損壞不還,五凡喫飮食不可揀擇去取,六與人同處不可自擇便利,
七凡人富貴不可歎羨毁,
凡此數事有犯之者,足以見用心之不肖,於存心修身,
大有所害,因書以自警
또 이르기를, 첫째, 남이 부친 서신을 함부로 뜯거나 또는 전달하지 않고
묵혀 두어서는 않된다. 둘째,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이 앉아서는 남의 개인적인
편지를 엿보아서는 않된다. 셋째, 무릇 남의 집에 들어가서는 남의 사사로이
적어 놓은 글자들을 보아서는 않된다. 넷째, 무릇 남의 물건을 빌려와서는 손상
또는 파괴하거나, 되돌려 주지 않아서는 안된다. 다섯째, 무릇 음식을 먹고 마실
때는 가리거나 버려서는 않된다. 여섯째, 남과 같이 처할 때는 편리를 스스로
가려서는 않된다. 일곱째, 무릇 남의 부귀를 감탄하여 부러워하거나 흉보고
헐뜯어서는 않된다. 무릇 이 여러가지 일들을 범하는 자는 그것으로써(以) 마음
씀씀이가 불초(不肖)하여 존심(存心)과 수신(修身)에 해로운 바가 크게 있음을
보기에 충분하다. 그리하여 글을 써서(以) 스스로 경계하노라.
(字義) ○付는 1)줄 부 2)부탁할 부 3)(편지 등을) 부칠 부. ○書는 술어로는
"쓸 서" 명사로는 1)책 서. 2)편지 서. 두 번째 글귀의 私書의 書도 편지라는
뜻이다. ○坼은 1)터질 탁. 2)(편지 등을) 뜯다.(예)坼封 ○滯는 막힐 체.
○幷은 아우를 병. ○窺는 엿볼 규. ○擇은 가릴 택. ○羨은 부러울 선.
○큰글자는 꾸짖을 저. ○足(以)+술어:~하기에 족하다. 이 때 以는 足의 주절과
관련된 말이 나올 때 써준다. 우리말과 영어에서는 볼 수 없는 용법이므로
낯설기도 하지만, 以를 붙여줌으로써 두 문장이(또는 구절이) 서로 접속되어
있음을 표시해주는 것이다. ○肖는 닮을 초. 不肖는 부형(父兄)의 덕을 닮지
못한 못난 사람이란 뜻으로 자신을 겸손히 낮추어 이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고 단순히 불민하고 덕이 없다는 뜻이다.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 存心은 맹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말로,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을 악에 물들이지 않고 굳게 지닌다는 뜻이다. ○因은 인할 인. 因은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는 뜻도 있고, 또는 여기서처럼 앞 문장을
받아서 "그리하여, 그래서, 인하여"의 뜻으로도 쓰인다.
(위에서 두단락으로 나눈 원문을 다시 전문으로 읽어 보기 바란다)
十一. 范益謙座右戒曰,一不言朝廷利害邊報差除,二不言州縣官員長短得失,
三不言衆人所作過惡之事,四不言仕進官職趨時附勢,五不言財利多少厭貧求富,
六不言淫[Image]戱慢評論女色,七不言求覓人物干索酒食,又曰,
一人付書信不可開坼沈滯,二與人幷座不可窺人私書,三凡入人家不可看人文字,
四凡借人物不可損壞不還,五凡喫飮食不可揀擇去取,六與人同處不可自擇便利,
七凡人富貴不可歎羨毁,
凡此數事有犯之者,足以見用心之不肖,於存心修身,
大有所害,因書以自警
十二. 武王問太公曰,人居世上,何得貴賤貧富不等,願聞說之,欲知是矣
太公曰,富貴如聖人之德,皆由天命,富者用之有節,不富者家有十盜
무왕이 태공에게 물어 말하였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하여
귀천과 부귀가 같을 수 없는가? 원컨대 그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그 까닭을 알고
싶소이다. 태공이 말하였다. 부귀는 성인의 덕과 같아서 모두 천명에
말미암거니와, 부유한 자는 씀씀이에 절제가 있으나 부유하지 못한 자는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있나이다.
(字義) ○이 글 역시 원문이 길어서 몇 단락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武王은
周나라의 임금으로 은(殷)의 폭군 주(紂)를 멸하고 중국을 통일했다. ○太公은
흔히 일컫는 강태공(姜太公)을 지칭한다.○"술어+사람+曰"의 구문은 "~에게
~하여 말하다"는 뜻으로 한문에서 흔히 쓰인다. ○居는 ~에 살다. ~에 거하다.
○得은 ~을 얻다. 또는 得다음에 술어가 와서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위 문장에서는 후자를 택해서 번역했다. 즉, 得이 不等에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由(유)~: ~에서 말미암다. ○用之有節에서 之는 어기조사(語氣助詞)로 用之는
명사구이다. A+有+B: A에 B가 있다.
武王曰,何爲十盜,太公曰,時熟不收爲一盜,收積不了爲二盜,無事燃燈寢睡爲三盜,
懶不耕爲四盜,不施工力爲五盜,專行巧害爲六盜,養女太多爲七盜,
晝眠懶起爲八盜,貪酒嗜慾爲九盜,强行嫉妬爲十盜
무왕이 말했다. 무엇이 열가지 도둑이 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때가
무르익었는데도 곡식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 것이 첫번째 도둑이요, 곡식을
거두어 쌓아두기를 마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도둑이고, 아무일도 없이 등불을
켜놓고 잠자는 것이 세번째 도둑이요, 게을러서 밭을 갈지 않는 것이 네번째
도둑이요,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 다섯번째 도둑이요, 꾀만 부려 남을
해치는 일만 오로지 행하는 것이 여섯째 도둑이요, 딸 기르기를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이 일곱째 도둑이요, 낮까지 잠자고 게을리 일어나는 것이 여덟째
도둑이요, 술 마시기를 탐하며 즐기는 것이 아홉째 도둑이요, 억지로 행하고
남을 질투하는 것이 열번째 도둑입니다.
(字義) ○熟은 익을 숙. ○爲는 될 위. ○了는 마칠 료. ○燃은 탈 연. ○睡는
잠잘 수. ○ 큰글자는 게으를 용. ○懶는 게으를 라. ○專은 부사로 오로지 전.
○嗜은 즐길 기. ○强은 부사로 "억지로 강." ○嫉은 질투할 질.
武王曰,家無十盜,不富者,何如,太公曰,人家必有三耗,武王曰,何名三耗,太公曰,
倉庫漏濫不蓋,鼠雀亂食爲一耗,收種失時爲二耗,抛撒米穀穢賤爲三耗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못한 자는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세가지 소모함이
있습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무엇을 세가지 소모라고 이름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창고가 세어 밖으로 넘쳐나 쥐와 참새들이 어지럽게 먹어대는 것이
첫번째 소모함이요, 거두고 씨뿌리는데 때를 놓치는 것이 두번째 소모함이요,
곡식을 버리고 흩뿌려 더럽고 천하게 하는 것이 세번째 소모함입니다.
(字義) ○何如:~과 같은가? 어떠한가? ○耗는 소모할 모. ○名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倉은 곳집 창. ○庫은 곳집 고. 漏는 셀 루. ○濫은 넘칠 람. ○蓋는
덮을 개. ○鼠는 쥐 서. ○雀은 참새 작. ○亂은 여기서 부사로 쓰였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抛는 버릴 포. ○撒은 뿌릴
살. ○穢는 더러울 예.
武王曰,家無三耗,不富者,何如,太公曰,人家必有一錯二誤三痴四失五逆六不祥
七奴八賤九愚十强,自招其禍,非天降殃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세가지 소모함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않은 자는 왜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일착, 이오, 삼치, 사실, 오역,
육불상, 칠노, 팔천, 구우, 십강이 있으니, 그 화를 스스로 부르는 것이요,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字義) ○錯은 어긋날 착. ○痴는 癡의 속자이다. 어리석을 치. ○招는 부를 초.
○自는 술어와 붙어서 잘 쓰인다. ○殃은 재앙 앙. ○非+명사구(절): ~이
아니다.
武王曰,願悉聞之,太公曰,養男不敎訓爲一錯,孩勿訓爲二誤,
初迎新婦不行嚴訓爲三痴,未語先笑爲四失,不養父母爲五逆,夜起赤身爲六不祥,
好挽他弓爲七奴,愛騎他馬爲八賤,喫他酒勸他人爲九愚,喫他飯命朋友爲十强,
武王曰,甚美誠哉,是言也
무왕이 말하였다. 원컨대 그것을 다 듣고 싶습니다. 태공이 대답하였다.
사내아이를 기르는데 가르치지 아니함이 일착(첫째 착오)이요, 어린 아이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이오(두번째 오류)이요, 신부를 처음 맞아들여서 엄한
훈계를 행하지 않는 것이 삼치(세번째 어리석은 짓)이요,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웃어버리는 것이 사실(네번째 실수)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오역(다섯째 거스름)이요, 밤에 발가벗은 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육불상(여섯째 상서롭지 못한 일)이요, 남의 활을 당기기를 좋아함이
칠노(일곱째 노비같은 짓)이요, 남의 말을 타기를 좋아함이 팔천(여덟째 천한
짓)이요, 남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구우(아홉째 어리석은
짓)이요, 남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먹기를 명하는 것은 십강(열번째
강요)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매우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그 말씀이여!!
(字義) ○悉은 다 실. 모두 실. ○孀은 어릴 영. ○孩은 아이 해. ○迎은 신부를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즉, 親迎(신랑이 신부를 친히 맞아 들임)의 뜻이다.
○赤은 붉을 적. 발가벗을 적. "赤子"하면 발가벗은 갓난 아이를 가리킨다.
○挽은 당길 만. ○騎는 말탈 기. ○마지막의 是는 지시형용사로 "이
시"자(字)이다. 이처럼 是가 지시대명사·형용사로 쓰인 예는 주로 고어투에서
쓰일 뿐이고, 주로 지금껏 살펴보았듯이 是는 "~이다"의 뜻으로 쓰인다.
(다시 원문을 전문으로 읽어보기 바란다)
武王問太公曰,人居世上,何得貴賤貧富不等,願聞說之,欲知是矣,
太公曰,富貴如聖人之德,皆由天命,富者用之有節,不富者家有十盜,
武王曰,何爲十盜,太公曰,時熟不收爲一盜,收積不了爲二盜,無事燃燈寢睡爲三盜,
懶不耕爲四盜,不施工力爲五盜,專行巧害爲六盜,養女太多爲七盜,
晝眠懶起爲八盜,貪酒嗜慾爲九盜,强行嫉妬爲十盜,
武王曰,家無十盜,不富者,何如,太公曰,人家必有三耗,武王曰,何名三耗,太公曰,
倉庫漏濫不蓋,鼠雀亂食爲一耗,收種失時爲二耗,抛撒米穀穢賤爲三耗,
武王曰,家無三耗,不富者,何如,太公曰,人家必有一錯二誤三痴四失五逆六不祥
七奴八賤九愚十强,自招其禍,非天降殃
武王曰,願悉聞之,太公曰,養男不敎訓爲一錯,孩勿訓爲二誤,
初迎新婦不行嚴訓爲三痴,未語先笑爲四失,不養父母爲五逆,夜起赤身爲六不祥,
好挽他弓爲七奴,愛騎他馬爲八賤,喫他酒勸他人爲九愚,喫他飯命朋友爲十强,
武王曰,甚美誠哉,是言也
立敎篇終
<제14편 치정편 / 第十四篇 治政篇>
一. 明道先生曰,一命之士,苟有存心於愛物,於人,必有所濟
명도 선생이 말씀하셨다. 일 개 명을 받은 선비라도 진실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남에게 반드시 도움을 받는 바가 있으리라.
(字義) ○명도 선생은 북송(北宋)의 유학자. 성은 정(程), 이름은 호(顥)이다.
그 동생은 이름이 이(턱 이)이고 호는 伊川先生으로, 흔히 그 두 형제를
정자(程子)라고 일컫는다. ○一命之士: 일 개의 하찮은 명을 받은 선비라도, 즉
요즘의 말단 직원이란 말과 같다고 여겨진다. ○苟는 진실로 구. "진실로
~하면"의 뜻으로 가정으로 해석한다.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의 뜻.
○物은 나 이외의 사물, 또는 다른 사람을 뜻한다. 남이란 뜻에서 人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濟는 1)건널 제. 2)구제할 제.
二. 唐太宗御製云,上有麾之,中有乘之,下有附之,幣帛衣之,倉食之,
爾俸爾祿,民膏民脂,下民易虐,上蒼難欺
당나라 태종의 어제에 이르기를, 위에서는 지휘하고, 중간에서는 이를 이어
다스리고, 아래에서는 이에 부합할지니라. 백성이 바친 폐백으로는 옷을 해
입고, 백성이 바친 곳간의 쌀로는 음식을 먹으니, 너의 봉록(俸祿)은 모두 다
백성의 기름과 살쩜이도다. 백성을 학대하기는 쉬우나, 저 위 푸른 하늘을
속이기는 어려운 법이로다.
(字義) ○당 태종은 당나라의 두 번째 임금이다. ○御製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는 말은 임금을 가리키고, 製는 지을 제. ○麾는 휘두를 휘.
麾之에서 之는 어기조사(語氣助詞)에 불과하다. 아래의 乘之, 附之, 衣之,
食之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乘은 탈 승. 附는 더할 부. 의지할 부. ○幣는
폐백 폐. ○帛은 면 백. ○衣는 술어로 "~을 입다"의 뜻. ○倉은 곳간 창. ○ 은
곳간 름. ○爾는 너 이. 이 문장에서는 바로 당 태종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俸祿(봉록)은 녹봉(祿俸), 즉 지금의 월급, 봉급에 해당하는 말이다. ○膏는
기름 고. ○脂는 비계 지. ○下民: 아랫 백성. ○易+술어: ~하기 쉽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蒼은 푸를 창. ○上蒼은 바로 하늘을 비유한 말이다.
三. 童蒙訓曰,當官之法,唯有三事,曰淸曰愼曰勤,知此三者,知所以持身矣
동몽훈에 이르기를, 관직에 임해야 하는 법에는 오직 세가지 일이 있으니,
청렴이라 할 것이요, 신중이라 할 것이요, 근면이라 할 것이다. 이 세가지 것을
알면 몸을 지니는 방도를 안다 할 것이다.
(字義) ○當을 당할 당. "(상황, 처지, 때 등등에) 당하다"의 뜻이다. 부사로는
"마땅히"의 뜻도 있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흔히 청렴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三者의 者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것 자"이다. 즉,
"세가지 것"이란 뜻이다. ○"所以+술어"는 한 단어처럼 여겨 "까닭" 또는
"방법"의 뜻으로 의역한다.
四. 當官者,必以暴怒爲戒,事有不可,當詳處之,必無不中,若先暴怒,
只能自害,豈能害人
관직에 처한 자는 반드시 사납게 성내는 것을 경계로 삼아야 한다. 일에
불가(不可)한 것이 있거든 마땅히 상세히 처리하면 반드시 들어 맞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만약 먼저 사납게 성을 내면 다만 스스로를 해칠 뿐이지 어찌 남을
해치기라도 하겠는가?
(字義) ○當官者의 當은 술어로 당할 당. 當詳處之에서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참고로 전자는 當다음에 명사가 왔으므로 술어일 것이고, 후자는 當다음에
술어가 왔으므로 부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A를
B로 삼다. ○戒는 경계 계. ○詳은 자세할 상.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中은 술어로 맞을 중. ○自+술어: 스스로 ~하다. 스스로를 ~하다.
五. 事君如事親,事長官如事兄,與同僚如家人,待群吏如奴僕,愛百姓如妻子,
處官事如家事然後,能盡吾之心,如有毫末不至,皆吾心有所未盡也
임금 섬기기를 어버이를 섬기는 것 같이하며, 웃사람 섬기기를 형을 섬기는
것 같이 하며, 동료와 더불기를 자기집 사람 같이 하며, 여러 아전 대하기를
자기집 노복 같이 하며, 백성 사랑하기를 처자같이 하며, 관직의 일 처리하기를
내 집안일처럼 하고 난 연후에야 능히 내 마음을 다했다 할 것이니라. 만약
털끝만치라도 이에 이르지 못함이 있으면 모두 내 마음에 미진한 바가 있는
것이니라.
(字義) ○如는 1)~와 같다. 2)만약 ~한다면. 등등의 뜻이 있다. ○親은 어버이
친. ○僚는 동관(同官) 료. ○待는 1)기다릴 대. 2)대할 대. ○群(군)은 주로
한정어로 "여러, 뭇~"의 뜻이다. ○吏는 아전 리. ○僕은 종 복. ○然後는
관용어로 "~한 연후에, ~한 뒤에"의 뜻이다. ○豪末은 "터럭 끝"이란 말로 아주
조금을 일컫는 관용구이다.
六. 或問,簿佐令者也,簿所欲爲,令或不從,柰何,伊川先生曰,當以誠意動之,
今令與簿不和,只是爭私意,令是邑之長,若能以事父兄之道事之,過則歸己,
善則唯恐不歸於令,積此誠意,豈有不動得人
어떤 사람이 묻기를, "부(簿)는 영(令)을 보좌하는 자입니다. 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영이 혹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하자, 이천 선생이
이르시를, "마땅히 진실된 뜻으로 영을 움직여야 할 것이니라. 지금 영과 부가
화목치 않은 것은 다만 사사로운 뜻을 다투기 때문이니라. 영은 고을의
우두머리이니, 만약 부형을 섬기는 도리로서 영을 섬겨되 잘못이 있으면
자기에게로 돌리고 잘한 것이 있으면 영에게 그 공이 돌아가지 않으면 어쩌나
근심하여야 한다. 이러한 진실된 뜻을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움지이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字義) ○或은 1)어떤 사람. 2)혹시~한다면. 등등의 뜻이 있다. ○佐는 도울 좌.
○奈는 어찌 나(내). ○이천 선생은 앞 글에 나온 명도 선생의 동생이다. 역시
송나때의 대 유학자이다. 그 두분을 구분하지 않고 종종 정자(程子)라고
일컫기도 한다. ○誠은 정성 성. 부사로는 진실로 성. ○只是에서 是는
"~이다"의 뜻이다. 이 글에서는 문맥상 "단지 ~때문이다"라고 의역하는 것이
좋다. ○令是邑之長에서 是도 역시 "~이다"란 뜻이다. 長은 명사로 우두머리. 장
등등의 뜻이다. ○不動得人에서 得은 술어뒤에 붙어서 "가능"을 나타낸다.
七. 劉安禮問臨民,明道先生曰,使民各得輸其情,問御吏,曰,正己以格物
유안례가 백성에 임하는 법에 대해서 물으니, 명도 선생께서 이르시를,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그들의 뜻을 다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느니라."하였다. 또
아전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묻자, 이르시길,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以) 남을
바르게 하여야 하느니라."라고 하였다.
(字義) ○臨은 임할 림.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得을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輸는 1)보낼 수. 2)다할 수.
輸其情에서 其는 백성을 받는 소유격 대명사이고, 情은 뜻, 정황, 실상의
뜻이니, 이는 백성의 뜻을 윗사람에게 상달(上達)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情은 두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잘 알고 있듯이 "애정, 우정"할
때의 그 정을 말하고, 또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정황, 실상 등을 의미한다.
(예)愛情, 友情. * 情況, 實情, 情報. ○御는 어거할 어. 다스릴 어. ○格은
바를 격. ○物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 人과 비슷한 뜻이다.
八. 抱朴子曰,迎斧鉞而正諫,據鼎盡言,此謂忠臣也
포박자에 이르기를, 도끼를 들이대도 바르게 간언하며, 솥에 집어 넣어도
옳은 말을 다하면 이는 충신이라고 말한다.
(字義) ○포박자는 晉나라때의 책. ○迎은 맞을 영. ○斧는 도끼 부. ○鉞은
도끼 월. ○諫은 간할 간. ○據는 웅거할 거.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
은 가마 확. ○謂~: ~라 일컫는다. ○此謂忠臣也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이고, 忠臣은 謂의 목적어이다. 그러나 이에 충실하여 해석을 하면, 즉 위와
같이 직역하면 어색하므로 흔히 此를 목적어처럼 해석해준다. 즉, "이를 일러
충신이라고 한다"는 식으로 의역을 해준다. 그러나 우선은 문법적인 요소를
알아두기를 바라는 뜻에서 위에서는 직역을 해보았다. ○此는 지시대명사이다.
여기서 보듯이 지시대명사로는 此를 쓰고, 是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是를 쓸
수도 있는데 이때는 是가 지시대명사가 아니라 "~이다"라는 뜻이다. 즉,
"是謂忠臣也"라고 하면, 이때 是는 지시대명사가 아니라 "~이다"라는 뜻이고
이때 주어는 문맥상 그 앞부분을 가리키는 것이다.
治政篇終
<제15편 치가편 / 第十五篇 治家篇>
一. 司馬溫公曰,凡諸卑幼事無大小,毋得專行,必咨稟於家長
사마온 공이 말하였다. 무릇 지위가 낮고 어린 모든 사람들은 일이 크건 작건
구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으며, 반드시 집안의 어른께 묻고 여쭈어야 할
것이다.
(字義) ○凡은 1)무릇 범. 2)모든 범. 3)범상할 범. ○諸는 주로 한정어로 "모든
제" ○卑는 낮을 비. ○毋(무)는 금지사. ○專은 오로지 전. 크게 두가지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오로지 ~만 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제 멋대로, 독단으로
~한다"는 뜻이다. (예)專攻, 專業. / 專制政治, 專斷. 위에서는 후자의 뜻으로
쓰였다. ○咨는 물을 자. 諮와 통한다. ○稟은 품할(묻는다는 뜻이다) 품.
二. 待客不得不豊,治家不得不儉
손님을 대접할 때는 풍성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집안을 다스림에는
검소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字義) ○待는 1)기다릴 대. (예)期待, 待期. 2)대할 대. (예)接待, 歡待.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의 뜻이다. ○不得不+술어: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득불 ~해야 한다. 不可不과 비슷한 뜻이다.
三. 太公曰,痴人畏婦,賢女敬夫
태공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여자는 남편을
공경하느니라.
(字義) ○痴는 어리석을 치. ○敬은 1)공경할 경. 2)삼갈 경. 조심할 경.
여기서는 1)의 뜻.
四 凡使奴僕,先念飢寒
무릇 노복을 부릴 때는 먼저 그들의 춥고 배고픔을 생각할지니라.
(字義) ○使는 1)사역동사로서의 使. 2)부릴 사. ○僕은 종 복. (예)奴僕, 公僕
(公僕은 영어의 "public servant"란 단어를 그대로 한자의 뜻을 빌어 만든 단어인
듯하다. 공무원을 지칭한다)
五. 子孝雙親樂,家和萬事成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兩親)이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雙은 두 쌍. ○親은 1)어버이 친. 2)친할 친.
六. 時時防火發,夜夜備賊來
수시로 불이 날 것을 막고, 밤마다 도적이 들 것을 대비할지니라.
(字義) ○역시 2.3 2.3으로 끊는다. ○防은 막을 방. ○發은 일어날 발. ○備는
1)갖출 비. (예)備忘錄, 裝備. 2)방비·준비·대비할 비. (예)防備, 準備, 備考.
○賊은 1)도둑 적 2)해칠 적.
七 景行錄云,觀朝夕之早晏,可以卜人家之興替
경행록에 이르기를, 아침 저녁의 이르고 늦음을 관찰하면 그것으로써(以) 그
집안의 흥하고 쇠함을점칠 수 있느니라.
(字義) ○早는 이를 조. ○晏은 늦을 안.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로
봐도 되고, 위의 번역처럼 직역해도 된다. ○卜은 점 복. 점칠 복. ○替는
1)대신할 체. 2)폐(廢)할 체. 현대에는 주로 1)의 뜻으로만 쓰이나, 옛날엔 2)의
뜻으로도 잘 쓰였다. ○興替(흥체)는 한 단어로 흥하고 쇠함을 뜻하는 말이다.
八. 文仲子曰,婚娶而論財,夷虜之道也
문중자가 말하였다. 혼인하고 장가드는데 있어서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들의 도리이니라.
(字義) ○문중자는 수(隋)나라때의 학자. ○婚은 혼인 혼. ○娶는 장가들 취.
○而는 앞 글과 뒷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처럼 앞글이 반드시
절(絶)일 필요는 없다. 而의 앞 글이 명사구나 부사 등이 올 수도 있다. ○虜는
오랑캐 로.
治家篇終
<제16편 안의편 / 第十六篇 安義篇>
一. 顔氏家訓曰,夫有人民而後有夫婦,有夫婦而後有父子,有父子而後有兄弟,
一家之親,此三者而已矣,自玆以往,至于九族,皆本於三親焉,
故,於人倫,爲重也,不可無篤
안씨 가훈에 이르기를, 대저 백성이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형제가 있나니, 일가의 친함은 이 세
가지일 뿐이니라. 이로부터 구족(九族)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삼친(三親)에
근본을 두느니라. 그러므로 인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되니 돈독함이 없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夫는 대저 부. 대개 말을 시작할 때 발어사(發語詞)로 쓰인다.
○~而後+술어~: "~하고 난 뒤에 ~한다"는 뜻으로 잘 쓰이는 구문이다.
○~而已矣에서 而는 앞 글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已는 그칠 이. 의역하면,
"뿐 이, 따름 이"의 뜻이고, 矣는 단정적으로 말을 마칠 때 쓰는 어조사이다.
"~而已矣"는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의 뜻이다.
○自玆以往에서 自는 "~로 부터"의 뜻이고, 玆는 이 자. 以往은 以來와 같다.
○本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타동사+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특히 문장 가운데에 처소격 어조사인 於가 있을 때는 이
焉으로 말을 끝맺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焉은 "於三親"을 한번 더 받아서 말을
끝맺는 것이다. ○不可+술어: 1)~할 수 없다. 2)~해서는 않된다. 여기서는 2)의
뜻이다.
二. 莊子曰,兄弟爲手足,夫婦爲衣服,衣服破時更得新,手足斷處難可續
장자가 말하였다. 형제는 수족이 되는 것이요, 부부는 의복이 되는 것이다.
의복이 떨어졌을 시에는 다시 새 것을 얻을 수 있으나, 수족이 짤라진 곳은
잇기가 어려우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破는 깨뜨릴 파. ○술어+時: ~할 때. (when) ○更은
부사로 다시 갱. ○難+술어:~하기 어렵다·○續은 이을 속. (예)繼續, 續篇,
三. 蘇東坡云,富不親兮貧不疎,此是人間大丈夫,富則進兮貧則退,此是人間眞小輩
소동파가 말하였다. 상대가 부유하다고 해서 친한척 하지 않고, 상대가
가난하다고 해서 소원하게 하지 않는 것! 이는 바로인간세상의 대장부라 할
것이요, 상대가 부유하면 나아가고, 상대가 가난하면 물러나는 것! 이는
인간세상의 진짜 소인배라 할 것이다.
(字義) ○兮는 주로 두 글귀가 댓구를 이룰 때 쓰이는 어조사이다.
○"此是~"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로 쓰였고,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人間은 세상(世上)의 뜻이다. ○輩는 무리 배. (예)不良輩, 輩出
安義篇終
<제17편 존례편 / 第十七篇 遵禮篇>
一. 子曰,居家有禮故長幼辨,閨門有禮故三族和,朝廷有禮故官爵序,
田獵有禮故戎事閑,軍旅有禮故武功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집안에 거처함에 예(禮)가 있는 까닭에 어른과 아이는
분별이 있고, 규문(閨門)에 예가 있는 까닭에 삼족(三族)이 화목하고, 조정에
예가 있는 까닭에 관작에 차례가 있으며, 사냥에 예가 있는 까닭에 군사일이
익숙해지며, 군대에 예가 있는 까닭에 무공이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5.3 5.3으로 끊어 읽는다. ○辨은 분별할 변. ○閨는 안방 규.
○閨門은 아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爵은 벼슬 작. ○序는 차례 서.
○獵은 사냥할 렵. (예)狩獵, 獵奇的. ○戎은 군사 융. ○閑은 1)한가할 한.
2)익숙할 한. 여기서는 2)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1)의 뜻으로만 쓰이고, 2)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旅는 1)나그네 려. 2)군사 려. (예)旅團.
二. 子曰,君子有勇而無禮爲亂,小人有勇而無禮爲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용기만 있고 예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소인이 용기만 있고 예가 없으면 도둑이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盜는 도둑 도. 훔칠 도. (예)盜賊.
三. 曾子曰,朝廷莫如爵,鄕黨莫如齒,輔世長民莫如德
증자께서 말씀하셨다. 조정에는 벼슬 만한 것이 없고, 향당(鄕黨)에는 나이
만한 것이 없고, 보세장민에는(세상을 돕고 백성의 우두머리가 되는 데에는)
덕(德) 만한 것이 없느니라.
(字義) ○莫如: ~와 같은 것이 없다. ~만한 것이 없다. ~이 제일 낫다. 莫은
금지사로도 쓰이고 여기서는 "없을 막"의 뜻이다. (예)莫强, 莫大, 莫重. ○鄕과
黨은 각각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자세히 말하면, 鄕은 12,500戶의 마을을, 黨은
500戶의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향당(鄕黨)이라고 하면 단순히 마을을
뜻하는 한 단어로 쓰인다. ○齒는 1)이 치. 2)나이 치. ○輔는 도울 보. ○長은
술어로 1)길 장. 2)기를 장. 3)~의 우두머리가 되다. ~의 장(長)이 되다.
여기서는 3)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2)의 뜻으로 보아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린다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3)의 뜻이 더 옳을 듯하다. 유가(儒家)의
사상에는 어리석은 다수의 백성을 덕을 갖춘 소수의 군자가 계도해야 한다는
일면이 있다. 특히 大學은 그러한 소수의 군자가 갖춰야할 덕목들을 서술한
책이기도 하다.
四. 老少長幼,天分秩序,不可悖理而傷道也
노소장유(老少長幼)는 하늘이 나눈 차례이니, 이치를 거스려 도를 해쳐서는
않되느니라.
(字義) ○少는 1)적을 소.(少+명사구:~이 적다). 2)어릴 소. 여기서는 후자의
뜻. ○分은 나눌 분. ○秩은 차례 질. ○不可+술어~: 1)~할 수 없다. 2)~해서는
않된다. 여기서는 2)의 뜻이다. 특히 不可는 뒤로 명사절이 와서 문장 전체를
받기도 한다. 즉, 위의 문장 구조를 우리말 어순으로 바꾸자면 "悖理而傷道,
不可也"가 되는데 이렇게 不可를 뒤로 돌려서 쓰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不可는 단순히 술어를 받을 수도 있고, 또는 문장 전체를
부정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悖는 거스를 패. (예)悖倫, 行悖 ○傷은 해칠 상.
五. 出門如見大賓,入室如有人
밖에 나설 때는 큰 손님을 뵙는 듯이 하고, 방에 들어와 있을 때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이하여 (홀로 있어도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字義) ○앞 구절은 論語에서 공자가 한 말씀의 일부이다.
六. 若要人重我,無過我重人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기기를 요한다면, 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에
지나는 것은 없다(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字義) ○要는 명사로는 요체, 요점, 요긴한 것 등등의 뜻이고, 술어로는
"~하기를 요하다"의 뜻이다. ○重은 술어로 1)무겁다. 2)(행동이나 성격이나)
진중하다. 신중하다. 3)중요하다. 4)~을 중히 여기다(타동사). 無過~: ~에
지나는 것은 없다. ~보다 나은 것은 없다.
七. 父不言子之德,子不談父之過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으며,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字義) ○過는 명사로는 허물 과.
遵禮篇終
<제18편 언어편 / 第十八篇 言語篇>
一. 劉會曰,言不中理,不如不言
유회가 말하였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中은 맞을 중. 맞힐 중. (예)的中, 中風.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하는 것만 못다.
二 一言不中,千語無用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 없느니라.
三. 君平曰,口舌者,禍患之門,滅身之斧也
군평이 말하였다. 구설(口舌)이란 것은 화(禍)와 우환(憂患)의 문이요, 몸을
멸하는 도끼이니라.
(字義) ○者는 것 자. ○斧는 도끼 부. ○也는 평서문의 종결형 어조사로도
쓰인다. 역시 평서문의 종결형 어조사로 쓰이는 의(矣)와 비교해 볼 때, 矣는
단정, 확정, 결과 등의 뜻을 내포할 때 주로 쓰이고, 也에는 이런 뜻이 약하거나
거의 없이 단순히 문장을 종결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四. 利人之言,煖如綿絮,傷人之語,利如荊棘,
一言半句,重値千金,一語傷人,痛如刀割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따라서 일언반구(一言半句)라도 중하기가 천금에
해당하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으니라.
(字義) ○利는 1)이로울 리. (예)利益. 2)날카로울 리. (예)銳利. ○煖은 따뜻할
난. ○綿은 솜 면. ○絮는 솜 서. ○荊은 가시 형. ○棘은 가시 극.
○荊棘(형극)은 "가시"란 뜻으로 잘 쓰이는 한 단어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말씀중에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 유명하다. ○値는 1)값 치. 2)당(當)할
치. 만날(遇) 치. 여기서는 2)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1)의 뜻으로만 쓰이고,
2)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割은 가를 할, 벨 할. (예)分割, 役割.
五. 口是傷人斧,言是割舌刀,閉口深藏舌,安身處處牢
입은 사람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을 편안히 하기가 어느 곳에서나 굳어지리로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刀와 牢는 운자에 해당하다.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牢는 굳을 뢰(로)
六. 逢人且說三分話,未可全抛一片心,不虎生三個口,只恐人情兩樣心
사람을 만나서 잠시 약간의 대화를 주고 받되, 아직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 놓아) 한 조각 마음까지 전부 다 내비쳐서는 않된다. 호랑이의
세 개의 입이 난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요, 다만 사람의 정이 두가지 마음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字義) ○且는 1)또 차. 2)장차 차. 3)잠시 차. 여기서는 3)의 뜻으로 쓰였다.
且는 주로 1)과 3)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三分은 지금말로 하면 "30%"란
뜻이다. "능력을 10분(十分=100%)발휘하다"할 때의 分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즉
一分은 "1/10"을 뜻하는 계량 단위이다. 여기서 三分은 단순히 "약간, 조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全은 술어로는 "~을 온전히 하다"는 뜻이고,
여기서는 술어 앞에서 부사로 쓰였다. "전부, 모두"의 뜻이다. ○抛는 버릴 포.
(예)抛棄. ○ 는 두려울 파. ○生은 날 생. ○三個口: 하필 "세 개 난 입"이라고
한 것은 앞 귀절의 "三分說"과 대구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樣은 모양 양.
(예)樣相, 模樣.
七. 酒逢知己千鐘少,話不投機一句多
술이 지기(知己)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이 기미를 맞추지 못하면 한
마디도 많으니라.
(字義) ○知己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鐘은 잔 종.
○機는 1)베틀 기. 2)기미 기. (예)機微, 天機, 機會
言語篇終
<제19편 교우편 / 第十九篇 交友篇>
一. 子曰,與善人居,如入芝蘭之室,久而不聞其香,卽與之化矣,
與不善人居,如入鮑魚之肆,久而不聞其臭,亦與之化矣,
丹之所藏者赤,漆之所藏者黑,是以,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바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저린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니, 이
또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단사(丹砂)가 품고 있는 것은 붉은 색이요,
옻이 품고 있는 것은 검은 색이니,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함께 처하는 바의
것을 반드시 삼가야 하느니라.
(字義) ○與는 1)줄 여. 2)더불을 여. "~와"의 뜻도 있다. ○居(거)는 ~에 살다.
~에 있다. ~에 거하다. ○芝는 지초(芝草) 지. ○室은 방(房) 실. ○卽(즉)은
부사로 "바로, 곧바로, 당장에"의 뜻으로 則과는 원래 다른 글자이다. 則(즉)을
則(즉)과 같은 뜻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글자이다. 則은 두 문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속사로서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일의 선후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글자이고, 卽은 일종의
부사로서(술어 앞에서 한정하거나 또는 단순히 부사로) "곧, 바로, 당장"의
뜻이다. (예)卽死, 卽興, 卽時, 一觸卽發. ○化는 화(化)할 화. 변화하다.
동화하다. 등등의 뜻. ○鮑는 저린생선 포.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말린생선은
脯(포)라 한다. ○肆는 1)방사(放肆)할 사. 2)가게 사. 저자 사. ○丹은 붉을
단. 여기서는 붉은 돌 즉, 단사(丹砂)를 의미한다. ○者는 것 자. ○漆은 옻 칠.
○是以: "이로써, 이런 까닭에"의 뜻으로 관용적인 문구이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타동사+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윗 글은 벗과 그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이라 하겠다. 단사(丹砂)는 붉은 것을 가까이 하니 그 빛이
붉어지고, 옻은 검은 것을 가까이 하니 검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곧, 흔히
일컫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란지교(芝蘭之交)는 벗 사이의 고상한 사귐을 일컫는 말이다.
二. 家語云,與好學人同行,如霧露中行,雖不濕衣,時時有潤,
與無識人同行,如厠中坐,雖不汚衣,時時聞臭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와 이슬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을 흠뻑 적시지는 않더라도
때때로 축축함이 있노라.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때때로 그 냄새를 맡느니라.
(字義) 공자가어도 공자의 언행을 담고 있지만, 위작(僞作)이란 것이 정설이다.
○好+술어: ~하기를 좋아하다. 물론, 명사를 한정하기도 한다. ○霧는 안개 무.
○濕은 젖을 습. (예)濕氣. ○潤은 젖을 윤. 윤택할 윤. (예)潤氣. ○厠은 뒷간 측.
三. 子曰,晏平仲,善與人交,久而敬之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였다. 오래되어도 그
벗을 공경하였으니...
(字義) ○이글은 論語에 실려 있다. ○善+술어: 잘 ~하다. ~하기를 잘하다. 이
글에서는 善이 交에 걸린다.
四. 相識滿天下,知心能幾人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알아주기를 능히 하는자는
몇이나 되겠는가?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滿~ : ~에 가득하다. ○能은 이 글에서 知心에
걸린다. 즉, 能知心의 뜻이나, 대구를 맞추기 위해 能을 뒤로 돌린 것 같다.
○幾는 몇 기. (예)幾百萬圓. 幾何
五 酒食兄弟千個有,急難之朋一個無
주식형제는(술마시고 먹고 놀 때,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사이는) 천 개가
있으나, 급난지붕은(위급하고 어려운 때 도와주는 벗은) 일 개도 없구나.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有,~~無의 대구문을 파악하면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六. 不結子花休要種,無義之朋不可交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어서는
않되느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子는 열매, 또는 씨의 뜻이다. ○休는 금지사로
莫, 毋 등과 쓰임새가 비슷하다. ○"要+술어"는 ~하기를 요하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不可+술어: 1)~할 수 없다.
2)~해서는 않된다. 불가하다.
七. 君子之交淡如水,小人之交甘若醴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여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아서 단술 같으니라.
(字義)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7언의 대구문은 4.3 4.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淡은 맑을 담. 싱거울 담. (예)淡淡하다. 淡泊하다. ○醴는 단술 례.
八. 路遙知馬力,日久見人心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느니라.
(字義) ○5언의 대구문은 2.3 2.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遙는 멀 요.
(예)遙遠 ○日은 1)날 일. 2)해 일 3)낮 일. ○久는 오랠 구. (예)長久, 永久.
交友篇終
<제20편 부행편 / 第二十篇 婦行篇>
一. 益智書云,女有四德之譽,一曰婦德,二曰婦容,三曰婦言,四曰婦工也
익지서에 이르기를, 여자에게는 사덕(四德)의 명예가 있으니, 첫째는
부덕(婦德)이라 할 것이요, 둘째는 부용(婦容)이라 할 것이요, 셋째는
부언(婦言)이라 할 것이요, 넷째는 부공(婦工)이라 할 것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단락을 나누어 보도록 하겠다.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譽는 기릴 예. 여기서는 명사로 쓰임. (예)名譽.
婦德者不必才名絶異,婦容者不必顔色美麗,婦言者不必辯口利詞,
婦工者不必技巧過人也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재주와 이름이 매우 뛰어날 필요가 없으며,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얼굴빛이 아름답고 고울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능변의 입이 날카롭게 말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기교가 남을 지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字義) ○者는 것 자. 者는 앞에 다른 말과 붙어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不必~: ~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不必구문은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완전부정으로 해석한다. 부분 부정으로 하려면
"未必~"구문을 쓴다. 즉 未必은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위의 글귀를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여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才名이
반드시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기도 하였다. ○絶異는 매우
뛰어나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利는 날카로울 리. ○過人: 남을 지나다.
남보다 뛰어나다.
其婦德者淸貞廉節,守分整齊,行止有恥,動靜有法,此爲婦德也,
婦容者洗浣塵垢,衣服鮮潔,沐浴及時,一身無穢,此爲婦容也,
婦言者擇師而說,不談非語,時然後言,不厭於人,此爲婦言也,
婦工者專勤紡績,勿好暈酒,供具甘旨,以奉賓客,此爲婦工也
그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정조와 절개를 깨끗하게 하며, 분수를 지키고 몸
가짐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며, 행동거지(行動擧止)에 염치가 있으며,
동정지간(動靜之間)에 법도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부덕(婦德)이 되는 것이요,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집안의 먼지나 때를 씻어내고 빨며, 의복을 새롭고
정결하게 하고, 목욕을 제 때에 하여 일신에 더러움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용(婦容)이 되는 것이요,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사표(師表)가 될 만한 사람을
가려서 말하되, 그릇된 말은 이야기 하지 않으며, 때가 된 연후에 말을 하여
사람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으니 이것이 부언(婦言)이 되는 것이요,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길쌈을 오로지 부지런히 하며 술 빚어 내기를 좋아 하지
않고, 좋은 맛을 갖추어서(以) 손님을 받드는 것이니 이것이 부공(婦工)이
되느니라.(字義) ○淸貞廉節은 貞節을(정조와 절개를) 淸廉히 한다는 뜻이다.
○整齊는 정리하여 가지런히하다. ○行止는 행동거지(行動擧止), 즉 일상에서의
행동을 말한다. ○動靜도 비슷한 뜻이다. 즉 일상의 기거를 뜻한다. ○擇은 가릴
택. ○時然後言,不厭於人은 논어(論語)에서 공자가 어떤 사람을 칭찬한
말씀중에서 인용된 말이다. 즉, 논어에 "時然後言,人不厭其言"이란 말이 있다.
(때가 된 연후에 말을 하니 사람들이 그의 말을 싫어하지 않았다) ○紡은 길쌈
방. ○績은 길쌈 적. ○暈은 해달무리 운. 暈酒는 술을 빚는다는 의미. ○供은
1)바칠 공. 2)갖출 공. 여기서는 2)의 뜻이다. ○具는 갖출 구.
此四德者,是婦人之大德,而不可缺之者也,爲之甚易,務之在正,依此而行,是爲婦節
이 네가지 덕은 아녀자의 큰 덕이니 결(缺)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를
행하기는 매우 쉽우며 이를 힘쓰는 것은 정당한 것이니, 이에 따라서 행하는
것이 바로 부절(婦節, 아녀자의 범절)이 되는 것이니라.
(字義) ○여기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의 뜻이다. 첫 번째 是의 주어는
"此四德者"이고 두 번째 是의 주어는 "依此而行"이다. ○缺之, 爲之, 務之에서
之는 모두 어기조사(語氣助詞)이다. ○缺은 결할 결. (예)缺席, 缺損, 欠缺.
○務(무)는 ~에 힘쓰다. ○依는 의지할 의.
二. 太公曰,婦人之禮,語必細
태공이 말하였다. 부인의 예절로서, 말은 반드시 자세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細는 가늘 세. 語必細는 말을 자상하고 부드럽게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三. 賢婦令夫貴,婦令夫賤
어진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남편을 천하게
하느니라.
(字義)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큰글자는 말재주 녕(영), 아첨할 녕(영).
四. 家有賢妻,夫不遭橫禍
집에 어진 아내가 있으면 남편이 횡화(橫禍)를 만나지 않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遭는 만날 조. (예)遭遇.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橫禍(횡화)는 뜻밖에 빗긴 화. (예)橫財(뜻밖에 얻은 재물),
橫死(뜻밖의 죽음)
五. 賢婦和六親,婦破六親
어진 부인은 육친을 화목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육친을
깨뜨리느니라.
(字義) ○六親은 부모형제처자(父母兄弟妻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婦行篇終
<第二十一篇 增補篇>
一. 周易曰,善不積,不足以成名,惡不積,不足以滅身,小人,以小善爲无益
而弗爲也,以小惡爲无傷而弗去也,故,惡積而不可掩,罪大而不可解
주역에 이르기를, 선을 쌓지 않으면 족히 이름을 이룰 수 없을 것이요, 악을
쌓지 않으면 족히 몸을 망칠 수 없을 것이거늘, 소인은 조그마한 선으로서는
이로움이 없다고 여겨 행하지 않으며, 조그마한 악으로서는 해로움이 없다고
여겨 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이 쌓이면 가릴 수 없으며, 죄가커져서는 풀
수가 없느니라.
(字義) ○不足+술어: 족히 ~할 수 없다. ~하기에 족하지 못하다. 이 때 그 앞
구절을 이어 받을때는 以를 붙여 쓴다. 즉, 以는 이 문장에서 善不足을 받는
말이다. 직역하면, "선을 쌓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고서(以) 이름을
이루기에는 부족하다"의 뜻이다. 이처럼 앞 구절과 연결될 때 반드시를 以를
관용적으로 붙여준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삼다. 생각하다. ○弗은 아니
불. ○无는 無의 고자(古字)이다. ○去는 자동사는 갈 거. 타동사로는 버릴 거.
여기서는 타동사로 쓰였다. (예)撤去, 除去. ○不可+술어: 1)~할 수 없다.
2)~해서는 않된다. ○掩은 가릴 엄. (예)掩蔽
二. 履霜堅氷至,臣弑其君,子弑其父,非一旦一夕之事,其由來者漸矣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이른다 하니, 신하가 그 임금을 죽이며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것이 하루 아침이나 하루 저녁의 일이 아니라 그 유래한 것은
점차로 그렇게 된 것이다.
(字義) ○이 글은 주역 문언전(文言傳)의 곤괘(坤卦)를 풀어 쓴 글이다.
곤괘(坤卦)를 설명하는 경문중에 "履霜堅氷至"의 글이 있고, 그 곤괘를 더
자세히 설명한 문언전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易曰, 履霜堅氷至,蓋言順也" (선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일이 일조일석의 변고가 아니다. 그 유래한
바가 점진적인 것이었으니 일찍이 변론해야할 것을 변론하지 않은 데서 유래된
것이다. 역(易)에 이르기를 서리를 밟고서 굳은 얼음이 얼 것을 안다고 한 말은
대개 근신할 것을 말한 것이다) 라는 대목이 있다. ○履는 신 리. 밟을 리.
○弑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죽일 시. (예)弑害. ○旦은 아침 단. (예)元旦
○漸은 점점 점. (예)漸增, 漸入佳境.
增補篇終
<제22편 팔우가팔수 / 第二十二篇 八反家八首>
一. 幼兒或我,我心覺歡喜,父母嗔怒我,我心反不甘,
一歡喜一不甘,待兒待父心何懸,勸君今日逢親怒,也應將親作兒看
어린 아이가 혹 나를 꾸짖으면 나의 마음은 환희를 깨닫고 부모가 나에게
성을 내면 나의 마음은 도리어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달갑지 않으니, 아이를 대하고 어버이를 대하는 마음이 어찌 이리도
현격한고? 그대에게 권하노니, 오늘 어버이가 성내는 것을 당하거든 또한 응당
어버이를 아이처럼 보아 (기쁘게 여겨야 할 것이다)
(字義) ○或은 "어떤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여기서처럼 "혹시, 혹여"의 뜻도
있다. ○ 는 꾸짖을 리. ○嗔은 성낼 진. ○反(반)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甘은 달 감. 여기서는 타동사로 "~을 달게 여기다"의 뜻이다. ○待는 1)기다릴
대. 2)대할 대. 접대할 대. ○何는 어찌 하. 무엇 하. ○懸은 1)매달 현.
2)현격(懸隔)할 현. ○勸은 권할 권. ○君은 2인칭 대명사로 "그대"라는 뜻.
○逢은 만날 봉. ○也가 이렇게 문두에 나오는 것은 한문에서는 보기 드문
예이고, 주로 구어체에서 많이 쓰이는 용법이며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이처럼 쓰인다. 이 때 也는 흔히 한문에서 쓰이는 "어조사 야"가 아니라,
"또한"(亦)의 뜻을 갖는다. 즉 현대 중국어를 예로 들면 "我也是學生"이라고
하면 "나도 학생이다"라는 뜻이다. ○應은 부사로 응당 응. ○將은 가질 장.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以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作兒看은 "아이 보듯
한다"는 뜻이다. 作+A+看(觀): [~을] A보듯 하다.
二. 兒曹出千言,君聽常不厭,父母一開口,便道多閑管,
非閑管親掛牽,皓首白頭多[Image]練,勸君敬奉老人言,莫敎乳口爭長短
어린 자식들은 천 마디의 말을 하되 그대가 듣기에 늘 싫어하지 않고,
어버이는 한번 입을 벌려도 곧 쓸데없는 간섭이 많다고 한다. 쓸데없는 간섭이
아니라 어버이는 마음이 쓰여서 그런 것이다. 흰 머리, 센 머리가 되도록 오래
살았으니 알고 경험한 것이 많기 마련이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은 사람의
말을 공경하여 받들고, 젖내 나는 입으로 일의 길고 짧음을 다투지 말지니라.
(字義) ○曹는 무리 조. 다른 말에 붙어서 복합명사를 만들어 준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道는 말할 도. ○多+명사(구) : ~이 많다. ○閑은 한가할 한.
"쓸데없다"는 뜻도 있다. (예)閑談(쓸데없는 말) ○管은 주관할 관 ○閑管:
한가한 간섭? 쓸데없는 잔소리? ○掛牽은 마음에 쓰인다? 마음에 걸린다? 자세한
뜻은 중국어 사전을 찾아봐야 겠다. ○皓는 흴 호. ○큰글자는 알 암. ○敎는
사역동사이다. 즉, 敎+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비슷한 뜻이다.
三. 幼兒尿糞穢,君心無厭忌,老親涕唾零,反有憎嫌意
六尺軀來何處,父精母血成汝體,勸君敬待老來人,壯時爲爾筋骨
어린아이의 오줌과 똥 같은 더러운 것은 그대 마음에 싫어하거나 꺼리낌이
없으나, 늙은 어버이의눈물과 침이 떨어지는 것은 도리어 미워하고 싫어하는
뜻이 있다. 육 척의 몸이 온 곳이 어디인가?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가
그대의 몸을 이루었노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어가는 사람을 공경하여
대접하라. 젊었을 때 그대를 위하여 살과 뼈가 닳도록 애를 쓰셨느니라.
(字義) ○屎는 똥 시. ○糞은 똥 분. ○穢는 더러울 예. ○忌는 꺼릴 기. ○涕는
눈물 체. 울 체. ○唾는 침 타. ○零은 떨어질 영. 영(0) 영. (예)零落,
零點(=빵점) ○反(반)은 부사로 도리어. ○憎은 미워할 증. ○嫌은 미워할 혐.
○處는 곳 처. 何處: 어디서? 어느 곳에서? ○精은 정기 정. 깨끗할 정. ○待는
1)기다릴 대. 2)대할 대. 접대할 대. ○老來人: 늙어가는 사람. ○爲爾: 爲는
위할 위. 따라서 "너를 위하여"의 뜻이다. ○筋은 힘줄 근. 근육 근. (예)筋肉.
○큰글자는 헤질 폐.
四. 看君晨入市,買餠又買,少聞供父母,多說供兒曹,
親未啖兒先飽,子心不比親心好,勸君多出買餠錢,供養白頭光陰少
그대가 새벽에 시장에 들어가서 떡을 사고 또 흰떡을 사는 것은 보았으되,
부모에게 드린다는 것은 별로 듣지 못했고, 자식들에게 준다고들 많이 말한다.
어버이는 아직 먹지도 아니 하였는데 아이가 먼저 배 부르니, (봉양하는) 자식의
마음은 (늙으신) 부모 마음이 좋아하는 것에 비하지 못하는도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떡 살 돈을 많이 내서 늙은 어버이를 잘 공양(供養)하라. 세월은 길지
않으니...
(字義) ○晨은 새벽 신. ○餠은 떡 병. ○ 는 흰떡 고. ○少+명사구(절): ~이
적다. ○供은 바칠 공. ○啖은 먹을 담.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出은
타동사로 ~을 내다. ○供養은 음식을 잘 갖춰 대접한다는 뜻이다. ○光陰은
시간, 세월의 뜻.
五. 市間賣藥肆,惟有肥兒丸,未有壯親者,何故兩般看,
兒亦病親亦病,醫兒不比醫親症,割股還是親的肉,勸君保雙親命
시장에 있는 약 파는 가게에는 오직 아이를 살찌게 하는 약은 있으되,
어버이를 튼튼하게 하는 약은 없으니 무슨 까닭으로 이 두가지를 보는고? 아이도
병들고 어버이도 병들기는 마찬가지이거늘 아이의 병을 고치는 것이 어버이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하지 못하는구나. 넓적다리를 베더라도 도로 어버이의
살이로세. 그대에게 권하노니 빨리 두 어버이의 목숨을 보전하라.
(字義) ○肆는 가게 사. 저자 사. ○丸은 알 환. ○者는 것 자. 壯親者는
어버이의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 튼튼하게 하는 약. ○故는 까닭 고. ○般은
가지 반. ○症은 병 증. ○股는 (넓적)다리 고. ○割股還是親的肉: 옛날 효자들
중에는 어버이의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먹이게 했다는 일이 많이 있다. 여기서도 그런 예를 들어서 정녕 어버이를 위해
약을 사드릴 돈이 없다면 자신의 다리를 베어서라도 어버이의 몸을 보호해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한 말이다. 또한 자신의 다리를 베더라도 이는 또한
어버이가 자신에게 물려준 몸이니 도로 어버이의 살이라는 뜻이다. ○還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還是~~: 도리어 ~~이다. ○的은 주로 구어체에서 쓰이는
관형격 조사이다. 즉, "之"와 뜻이 같다. 우리말로는 "~의"의 뜻이다. ○ 은
빠를 극. 주로 부사로 쓰인다. 즉, "빨리"의 뜻이다. ○命은 목숨 명.
六. 富貴養親易,親常有未安,貧賤養兒難,兒不受饑寒,
一條心兩條路,爲兒終不如爲父,勸君兩親如養兒,凡事莫推家不富
부하고 귀하면 어버이를 봉양하기 쉬운 데도 어버이는 항상 미안함이 있고,
가난하고 천하면 아이를기르기 어려운 데도 아이는 배고프고 추운 것을 받지
않는다. 한 가지 마음에 두 가지 길이니, 아이를 위함이 마침내 어버이를 위함만
못하구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양친을 아이 봉양하듯 하고 모든 일을 집이
부유하지 못해서라고 미루지 말라.
(字義) ○~~易, ~~難의 대구문을 파악할 것. ○饑는 주릴 기. ○條는 가지 조.
(예)法條文(나뭇가지처럼 법에 관한 사항을 갈래 갈래 나누어 정해 놓은 글)
○爲는 위할 위. ○終은 부사로 마침내, 결국, 끝내. ○推는 밀 추.
(예)推理(미루어 판단함), 推算(미루어 셈함).
七. 養親只有二人,常與兄弟爭,養兒雖十人,君皆獨自任,
兒飽暖親常問,父母饑寒不在心,勸君養親須竭力,當初衣食被君侵
어버이를 봉양함에는 다만 두 사람인데도 늘 형제가 더불어 다투고, 아이를
기름에는 비록 열 사람이라도 그대는 모두 혼자 스스로 맡으려 한다. 아이가 배
부르고 따뜻한 것은 그 어버이가 늘 물으나, 부모가 배 고프고 추운 것은 마음에
있지 않구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어버이를 봉양함에는 모름지기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애당초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그대에게 빼앗겼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A+在+B: A가 B에 있다. ○任은 맡을
임. ○須는 모름지기 수. 모름지기 ~해야 한다는 뜻이다. ○竭은 다할 갈.
"竭力"은 자주 쓰이는 표현. ○被는 입을 피. 위 문장에서처럼 피동형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侵은 침노할 침.
八. 親有十分慈,君不念其恩,兒有一分孝,君就揚其名,
待親暗待子明,誰識高堂養子心,勸君漫信兒曹孝,兒曹親子在君身
어버이는 100% 자애로움이 있어도 그대는 그 은혜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아이에게 10% 효도함이 있어도 그대는 곧 그 이름을 널리 세상에 날리려 한다.
어버이를 대접하는 것은 어둡고, 자식을 대하는 것은 밝으니, 누가 고당(高堂)의
자식 길렀던 마음을 알아줄 것인가? 그대에게 권하노니 아이들의 효도를 그냥
헛된 것으로 믿고 넘겨라. 아이들의 어버이도 부모의 자식도 그대의 몸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十分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100%. (예)능력을 십분(十分) 발휘하다.
○就는 1)나아갈 취. 2)곧 취. 주로 고대 한문에서는 1)의 뜻으로만 쓰이나,
구어체 또는 현대 중국어에서는 2)의 뜻으로도 쓰인다. ○揚名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이름을 널리 날리다"의 뜻. ○揚은 날릴 양. ○待는 1)기다릴 대.
2)대할 대. 접대할 대. ○高堂은 남의 어버이를 높혀 이르는 말. ○漫(만)은
술어앞에 붙어서 "부질없이 ~하다"의 뜻. ○兒曺親: 아이들의 어버이. ○子는
자식.
八反歌八首終
<제23편 효행편속 / 第二十三篇 孝行篇續>
一. 孫順,家貧,與其妻傭作人家以養母,有兒每奪母食,順謂妻曰兒奪母食,
兒可得,母難再求,乃負兒往歸醉山北郊,欲埋堀地,忽有甚寄石鐘,驚怪試撞之,
容可愛,妻曰得此寄物,殆兒之福,埋之不可,順以爲然,將兒與鐘還家,
懸於樑撞之,王聞鐘聲淸遠異常而聞其實,曰昔郭巨埋子,天賜金釜,
今孫順埋兒,地出石種,前後符同,賜家一區,歲給米五十石
손순이 집이 가난하여 그의 아내와 더불어 남의 집에 품을 팔아서(以) 그
어머니를 봉양하였는데그 아이가 매양 어머니의 잡수시는 것을 뺐는지라, 순이
아내에게 일러 말하기를 "아이가 어머니의잡수시는 것을 빼았소. 아이는 또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하고, 이에 아이를 업고 취산 북쪽
교외로 가서, 묻으려고 땅을 팠더니 문득 심히 기이한 석종(石鐘)이 있거늘,
놀랍고 괴이하여 시험삼아 쳐보니 종소리가 사랑스러운지라, 아내가 말하기를,
"이 기이한 물건을 얻은 것은 거의 아이의 복이니 아이를 땅에 묻는 것은
불가합니다"하였다. 순도 그렇게 생각해서 아이와 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대들보에 달고 그 종을 쳤더니 임금이 듣건대 종소리가 맑고 멀고 이상하여 그
사실을 자세히 알아내어 듣고 말하기를, "옛날에 곽거가 아들을 묻었을 때엔
하늘이 금으로 된 솥을 주시었더니 지금은 손순이 아들을 묻음에 땅이
석종(石鐘)을 냈으니 전자와 후자가 서로 꼭 맞는다"하고는 집 한 채를 주시고
해마다 쌀 오십석을 주었다.
(字義) ○손순(孫順)은 신라 때의 사람. ○傭은 품팔이 용. (예)雇傭 ○傭作:
품팔이 하다. ○每(매)는 부사로 매번, 매양. ○奪은 빼앗을 탈. ○謂+A+曰~:
A에게 일러 ~라 말하다. 이런 구문은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郊는 들 교.
성곽밖의 먼 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埋는 묻을 매. ○堀은 팔 굴. ○忽(홀)은
부사로 갑자기, 홀연히. ○試(시)+술어: 시험삼아 ~해보다. ○撞은 칠 당.
○큰글자는 1)찧을 용. 2)종소리 용. 용용(春容)은 "종소리"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殆는 1)위태할 태. 2)부사로 "거의 태" ○將은 가질 장.
將+"兒與鐘"= "아이와 종을" 가지고서 ○懸은 매달 현. ○큰글자는 핵실( 實)할
핵. "핵실한다"는 말은 "사건의 실상을 조사한다"는 뜻이다. ○昔(석)은 부사로
옛날에. 옛적에. ○賜는 줄 사. ○出은 ~을 내다. ○符는 1)병부(兵符) 부.
2)부적 부. 3)부합할 부. 들어맞을 부. (예)符合. ○區는 나눌 구. 작은방 구.
○給은 줄 급.
二. 向德,値年荒疫,父母飢病濱死,向德日夜不解衣,盡誠安慰,
無以爲養,則肉食之,母發癰,
之卽癒,王嘉之,賜賚甚厚,命旌其門,立石紀事
상덕이 흉년과 역병을 만나서 부모가 굶주리고 병들어 거의 죽게 된지라,
상덕이 일야(日夜)로 옷을 풀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편안하도록 위로하였으나
봉양할 길이 없어서 넙적다리 살을 베어 그것을 잡수시게 하였으며, 또한
어머니가 종기가 나자, 그것을 빨으니 곧 쾌유하게 되었다. 임금께서 이를
아름답게 여겨 상을 내리시기를 매우 후하게 하여 그 집의 문에 정문(旌門)을
세우게 명하고 비석을 세워 이 일을 적게 하였다.
(字義) ○向은 향할 향. 여기서는 성씨(姓氏)로 "상"이라고 읽는다. ○値는
만날(遇) 치. 당할(當) 치. ○荒은 거칠 황. 황폐할 황. ○?는 염병 려. ○疫은
염병 역. ○濱은 1)물가 빈. 2)거의 빈. 가까울 빈. "濱死"는 거의 죽게 됐다는
뜻이다. (예)濱死狀態. ○慰는 위로할 위. ○無以+술어: ~할 방법이 없다. ~할
길이 없다. 흔히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以가 방법, 까닭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위와 같이 의역한 것이다. ○ 는 벨 규. ○ 는 넓적다리 폐. ○癰은
종기 옹. ○ 은 빨 연. ○癒는 병나을 유. (예)快癒 ○嘉는 아름다울 가. ○賚는
줄 뢰. ○旌은 표(表)할 정. 旌門(정문)은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기 위해 세운
문(門)을 말한다. ○紀는 적을 기.
三. 都氏家貧至孝,賣炭買肉,無闕母饌,一日於市,晩而忙歸,鳶忽攫肉,
都悲號至家,鳶旣投肉於庭,一日母病索非時之紅枾,都,彷徨枾林,不覺日昏,
有虎屢遮前路,以示乘意,都,乘至百餘里山村,訪人家投宿,俄而主人,饋祭飯
而有紅枾,都,喜問枾之來歷,且述己意,答曰亡父嗜枾故,每秋擇枾二百個,
藏諸窟中而至此五月則完者不過七八,今得五十個完者故,心異之,是天感君孝,
遺以二十顆,都謝出門外,虎尙俟伏,乘至家,曉鷄,
後,母以天命終,都有血淚
도씨는 집은 가난하나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식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하루은 시장에서 늦게서야(저녁이 되어서) 바삐
돌아오는데 소리개가 고기를 홀연히 채 가거늘 도씨가 슬피 울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소리개가 벌써 고기를 집안 뜰에 던져 놓았더라. 하루는 어머니가 병이
나서, 제 철이 아닌 홍시를 찾거늘 도씨가 감나무 수풀을 방황하여 날이 저물은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때 한 호랑이가 앞길을 여러번 가로 막음로써(以)
타라고 하는 뜻을 나타내는지라 도씨가 타고 백 여리나 되는 산 동네에 이르러
인가를 방문하여 투숙하려 하였더니 갑자기 주인이 제사밥을 차려 주는데 홍시가
있었다. 도씨가 기뻐하여 감의 내력을 묻고 또 자기의 뜻을 말하였더니 대답하여
말하기를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감을 즐기셨던 까닭에 매 가을에 감을 이백 개를
가려서 굴 안에 감추어 두는데, 이 오월에 이르면 온전한 것이 7, 8개에 지나지
아니하였는데 지금 쉰 개가 온전한 까닭에 마음 속으로 이상하게 여겼더니
이것은 곧 하늘이 그대의 효성에 감동한 것입니다."하고, 스무 덩이를 내어
주거늘 도씨가 감사한 뜻을 말하고 문밖에 나오자 호랑이는 아직 기다리며
엎드려 있거늘 호랑이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닭이 울더라. 뒤에 어머니가
천명으로 돌아가시니, 도씨는 피눈물을 흘리더라.
(字義) ○이 이야기는 조선 철종 때 효자 도씨의 일이다. ○至는 1)이를 지. ~에
이르다. 2)지극할 지. ○闕은 궐할 궐 ~을 빠뜨리다는 뜻이다. 缺과 비슷한
의미. ○饌은 밥 찬. ○晩은 늦을 만. 때가 늦은 저녁을 가리키기도 한다.
○忙은 바쁠 망. (예)忙中閑 ○鳶은 솔개 연. ○攫은 움켜쥘 확. ○索은 찾을
색. ○有虎에서 有는 불특정한 대상을 소개할 때, 즉 특정화할 때 붙여주는
글자이다. ○屢는 여러 루. ○遮는 막을 차. ○俄는 갑자기 아. 이 때
관용적으로 而를 붙여서 뒷문장과 연결시켜준다. 晩而~~도 같은 용법이다.
旣而~~(얼마 있다가..., 이윽고...) ○饋는 공궤(供饋)할 궤. 진지올릴 궤.
供饋는 웃사람에게 진지를 올린다는 뜻이다. ○亡父(망부)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뜻하는 단어. ○嗜는 즐길 기. (예)嗜好. ○擇은 가릴 택. ○諸(저)는 술어뒤에
붙어서 목적어를 품고 있는 어감을 주는 어조사이다. ○窟은 굴 굴. (예)洞窟.
○異는 술어로 "~을 이상하게 여기다"의 뜻. ○顆는 덩이 과. ○俟는 기다릴 사.
○曉는 새벽 효. ○ 큰글자는 닭소리 악.닭이 우는 소리인 의성어이다.
孝行篇續終
<제24편 염의편 / 第二十四篇 廉義篇>
一. 印觀賣綿於市,有暑調者以穀買之而還,有鳶攫其綿,墮印觀家,印觀,
取歸于署調曰鳶墮汝綿於吾家,故,還汝,署調曰鳶攫綿與汝,天也,吾何爲受,
印觀曰然則還汝穀,署調曰吾與汝者市二日,穀已屬汝矣,二人相讓,幷棄於市而歸,
掌市官以聞王,竝賜爵
인관이 시장에서 솜을 파는데 서조(署調)라는 사람이 곡식으로 그것을
사가지고 돌아 가는데 소리개가 있어 그 솜을 채 가지고 인관의 집에 떨어
뜨렸다. 인관이 주어다가 서조에게 돌려 보내고 말하기를, "소리개가 당신의
솜을 내 집에 떨어뜨렸으니 고로, 딩신에게 돌려줍니다."하니, 서조가 말하기를,
"소리개가 솜을 움켜 채다가 당신에게 준 것은 하늘이 한 것입니다.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소?"하였다. 인관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당신의 곡식을
돌려주겠소."하니, 서조가 말하기를, "내가 당신에게 준 것이 벌써 시장이 선지
이틀이 되었으니 곡식은 이미 당신에게 속한 것이요"했다.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다가 솜과 곡식을 시장에다 같이 버리고 돌아와 버렸다. 시장을 관장하는
관원이 이로써(以) 임금께 아뢰어서 나란히 벼슬을 주었다.
(字義) ○印觀과 署調는 신라 때의 사람. ○綿은 솜 면. ○攫은 움켜쥘 확.
○墜는 떨어질 추. ○何爲는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의 뜻으로
관용적으로 쓰인다. ○屬은 속할 속. ~에 속하다는 뜻이다. ○掌은 1)손바닥 장.
2)맡을 장. (예)主掌 管掌 ○竝은 나란히 병. ○爵은 벼슬 작.
二. 洪基燮,少貧甚無料,一日早,婢兒踊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米可數石,
柴可數,天賜天賜,公驚曰是何金,卽書失金人推去等字,付之門楣而待,
俄而姓劉者,來問書意,公悉言之,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果天賜也,
取之,公曰非吾物,何,劉俯伏曰小的,昨夜,爲竊鼎來,還燐家勢蕭條而施之,
今感公之廉价,良心自發,誓不更盜,願欲常侍,勿慮取之,公卽還金曰,
汝之爲良則善矣,金不可取,終不受,後,公爲判書,其子在龍爲憲宗國舅,
劉亦見信,身家大昌
홍기섭이 젊었을 때 가난함이 심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더니 어느날
아침에 계집종 아이가 펄쩍 뛰며 와서는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이
솥 속에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요, 나무가 몇 바리는 될 만합니다.
참으로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것이죠. 공이 놀래서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돈인가?"하고, "失金人推去"(돈 잃은 사람은 찾아 가라)는 등등의
글자를 곧장 바로 써서 그것을 대문 위 가로댄 나무짝에 붙이고 기다리니, 얼마
안되어 성이 유(劉)인 자가 찾아와 글의 뜻을 물었다. 공이 그것을 다 말해
주니, 유(劉)가 말하기를, "남의 솥 속에다돈을 잃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읍니다. 과연 하늘이 주신 것인데 어찌 그것을 취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하니, 공이 말하기를, "나의 물건이 아닌데 어찌 가질 것이요."하자,
유(劉가) 몸을 구부려 엎드리며 말했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도리어 가세가 너무 쓸쓸한 것을 불쌍히 여겨 이것을 놓고 돌아 갔더니 지금
공의 청렴하고 착함에 감복하여 양심이 스스로 일어나니, 다시는 도둑질을
아니할 것을 맹세하옵고, 늘 옆에서 모시기를 원하오니 그 돈을 취하기를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하였다. 공이 곧장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당신이
선량하게 된 것은 참 좋으나 이 돈은 취할 수 없소."하고 끝끝내 받지 않았다.
뒤에 공은 판서가 되고 그의 아들 재룡이 헌종의 장인이 되었으며, 유(劉)도
또한 신임을 얻어서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
(字義) ○少는 어릴 소. ○料는 헤아릴 료. ○婢는 계집종 비. ○踊는 뛸 용.
○躍은 뛸 약. ○鼎은 (다리가 셋인)솥 정. ○柴는 땔나무 시. ○큰글자는
짐실을 태. "바리"는 말이나 소에 잔뜩 실은 한 나무짐을 말한다. ○卽(즉)은
바로, 곧장, 즉시의 뜻. 則과는 다른 글자임. ○書는 술어로는 "쓰다." 명사로는
"글. 책"의 뜻이다. ○推去는 찾아가라는 뜻의 한 단어. ○付는 붙일 부. ○楣는
문미(門楣) 미. 문미는 문위에 가로댄 나무를 뜻한다. ○悉은 모두 실. 다 실.
○큰글자는 어찌아니할 합. ○俯는 구부릴 부. ○竊은 훔칠 절. (예)竊盜 ○還은
부사로 "도리어"의 뜻. ○憐은 불쌍히여길 련. ○蕭는 쓸쓸할 소. ○蕭條는 한
단어로 "분위기가 매우 호젓하고 쓸쓸하다"는 뜻이다. ○廉은 청렴할 렴. ○价는
착할 개. ○誓는 맹서할 서. ○舅는 외삼촌 구. ○國舅는 한 단어로 임금의
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見信: 신임을 얻다. "見+술어"는 피동형으로 쓰인다.
"見死"하면 "죽다"의 뜻이 된다.
三.高句麗平原王之女,幼時好啼,王戱曰以汝將歸于溫達,及長,欲下嫁于上部高氏,
女以王不可食言,固辭,終爲溫達之妻,蓋溫達家貧,行乞養母,時人目爲愚溫達也,
一日,溫達自山中,負楡皮而來,王女訪見曰吾乃子之匹也,乃賣首飾而買田宅器物,
頗富,多養馬以資溫達,終爲顯榮
고구려 평원왕의 딸이 어렸을 때 울기를 좋아하더니 왕이 희롱하여 말하기를,
"너를 장차 온달에게시집보내리라"하였다. 자라서 상부 고씨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니 딸이 임금으로서 식언(食言)할 수없다 하고 굳이 사양하고 마침내
온달의 아내가 되었다. 아마도 온달은 집이 가난하여 빌어다가 어머니를
봉양하였으니 그 때 사람들이 그를 지목하여 바보 온달이라고 여겼다. 하루는
온달이 산중으로부터 느티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돌아오니 임금의 딸이 찾아와
보고 말하기를, "나는 바로 그대의 배필입니다"하고, 머리 장식 등을 팔아 밭과
집과 살림 그릇들을 사서 자못 부유해지고 말을 많이 길러 온달을 도와 마침내
이름이 드러나고 영광스럽게 되었다.
(字義) ○啼는 울 제. ○戱는 희롱할 희. ○將은 장차 장. ○歸는 시집갈 귀.
○嫁는 시집갈 가. ○食言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뜻의 한 단어로 현대에도
자주 쓰임. ○固辭도 현대에 자주 쓰이는 말로 "굳이 사양한다"는 뜻이다. 固는
부사로 "진실로 고, 본래 고" ○辭는 사양할 사. ○終은 부사로 끝내, 결국,
마침내. ○蓋는 여러 가지 용법이 있는데 우선, 말을 시작할 때, 문두에 붙어서
"대개, 일반적으로"의 뜻이 있고, 때로는 추측의 뜻도 있다. "아마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현대에는 "덮을 개"로 주로 쓰인다. (예)蓋然性 ○目爲~:
"지목하여 ~로 여기다." 여기서 目은 술어로 "지목할 목"의 쯧이고, 爲는 "~로
여기다. ~로 삼다. ~로 생각하다."의 뜻이다. 이와 같이 술어 뒤어 爲를 붙여
쓰는 예가 많다. 예를 들면, 化爲~(변화하여 ~이 되다), 號爲~(이름하여 ~삼다),
變爲~(변하여 ~이 되다) 등등. ○楡는 느티나무 유. ○飾은 꾸밀 식. ○頗는
부사로, 자못 파. ○資는 도울 자. 현대에는 주로 "재물 자"로 쓰인다.
廉義篇終
<제25편 근학편 / 第二十五篇 勸學篇>
一. 朱文公曰,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
日月逝矣,歲不我延,嗚呼老矣,是誰之愆
주 문공이 말씀하셨다.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금년에 배우지 아니하고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해와 달은 가고, 세월은
나를 위해 더 늘어나지는 법! 아! 늙어감이여! 이 누구의 허물인가?
(字義) ○주 문공은 朱子를 말한다. 이 글은 朱子의 勸學文으로 아주 유명한
글이다. ○勿은 금지사. ○謂는 ~라고 말하다. ○日은 1)해 일. 2)날 일. 3)낮
일. ○逝는 갈 서. (예)逝去. ○歲不我延은 歲不延我의 도치문이라 할 수
있겠으나, 이처럼 부정문에서 인칭대명사를(我나 爾 등등) 목적어로 받을 때는
술어와 인칭대명사를 도치시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延은 뻗칠 연.
○嗚呼(오호)는 감탄사.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며, 주어가 문맥상
분명하면 주어를 생략하고 쓴다. ○愆은 허물 건.
二. 少年易老學難成,一寸光陰不可輕,未覺池塘春草夢,階前梧葉已秋聲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촌광음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않된다. 아직 지당(池塘)의 봄 풀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는가 싶더니 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사귀는 이미 가을의 소리를 내는구나.
(字義) ○이 글 역시 朱子의 글이다. 4.3 4.3으로 끊고, 成(성), 輕(경),
夢(몽), 聲(성)은 모두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易+술어: ~하기 쉽다. 쉽게
~하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寸은 길이의 단위로 一寸은 아주 짧다는
뜻이다. ○光陰은 시간, 세월을 뜻하는 한 단어. ○輕은 술어로 "~을 가볍게
여기다"는 뜻이다. ○不可+술어: 1)~할 수 없다. 2)~해서는 않된다. ○覺은
현대에는 주로 "깨달을 각"으로만 쓰이지만, 여기서는 "꿈깰 교"의 뜻이다.
음(音)이 "각"이 아니라 "교"로 읽어야 할 것이다. ○池는 못 지. ○塘은 못 당.
○지당(池塘)은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연못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階는
섬돌(읽을 때는 "섬똘") 계. 섬돌은 말하자면 돌계단이다. (예)層階, 階段.
○梧는 오동나무 오. ○已는 이미 이.
三. 陶淵明詩云,盛年不重來,一日難再晨,及時當勉勵,歲月不待人
도연명의 시에 이르기를, 성년(盛年)은 거듭 오지 아니하고, 하루도 두 번
날이 새지 않으니, 젊었을 때에 마땅히 학문에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나니...
(字義) ○도연명은 진(晉)나라 때 사람. 위의 시는 "歸田園居"라는 그의 詩의
일부분이다. 2.3 2.3으로 끊어 읽고, 晨(신)과 人(인)은 운을 맞춘 글자이다.
○盛은 성(盛)할 성. (예)豊盛, 汪盛, 盛婚 ○年은 1)해 년. 2)나이 년.
여기서는 2)의 뜻이다. ○盛年은 혈기가 왕성한 한창 나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重은 부사로, 거듭 중. (예)捲土重來(권토중래: 흙먼지를 말아 올리며 거듭
쳐들어 온다는 뜻으로 세력을 만회해서 재도전할 때 쓰는 말이다) ○晨은 새벽
신.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으므로 "날이 새다"로 해석했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及時: 때에 이르러. 즉, 의미상 "젊은 나이에"로 해석했다.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勉은 힘쓸 면. ○勵는 힘쓸 려. ○勉勵는 힘쓴다는 뜻의
단어이다. ○待는 1)기다릴 대. 2)대할 대. 대접할 대.
四. 荀子曰,不積步,無以至千里,不積小流,無以成江河
순자가 이르기를,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리에 이를 방도가 없으며, 작은
물줄기를 쌓지 않으면 강하(江河)를 이룰 길이 없느니라.
(字義) ○ 는 반걸음 규. 와 같은 글자이다. 한걸음은 步라 한다. ○ 步는
반걸음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無以+술어: ~할 방법이 없다. ~할 길이 없다.
以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의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至는 1)이를 지. ~에 이르다. 2)지극할 지.
勸學篇續終
명심보감 끝 / 明心寶鑑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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