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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에게 주는 글(與梅軒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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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에게 주는 글(與梅軒書)

독서는 실로 기억하여 외어 읽는 것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초학자(初學者)로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욱 의거할 데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매일 배운 것을 먼 저 정확하게 외고 음독(音讀)에 착오가 없이 한 뒤에 비로소 서산(書算)을 세우고, 먼저 한 번 읽고 나서 다음에는 한 번 외고, 그 다음에는 한 번 보며, 한 번 보고 나서는 다 시 읽어 모두 3, 40 번 되풀이한 뒤에 그친다.

매양 한 권이나 흑은 반 권을 다 배웠을 때에는 전에 배운 것도 아울러 또한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외고, 그 다음에는 보되, 각 각 서너너덧 번 반복한 뒤에 그친다. 글을 읽을 때에는 소리로 읽어서는 안 된다. 소리가 높으면 기운이 떨어진다.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눈을 돌리면 마음이 달아난다. 몸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몸이 흔들리면 정신이 흩어진다.

글을 욀 때에는 틀려서는 안 되고, 중복되어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된다. 너무 빠르면 조급하고 사나워서 음미함이 짧으며, 그렇다고 너무 느려도 안 된다. 너무 느리면 정신이 해이하고 방탕해져서 생각이 들뜬다.

책을 볼 때에는 마음 속으로 그 문장을 외면서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하여 찾되, 주석 (註釋)을 참고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궁구해야 한다. 만일, 한갓 눈만 책에 붙이고 마음을 두지 않으면 또한 이득이 없다.

이상의 세 조목은 나누어 말하면 비록 다르나, 요컨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체득 해야 하는 점에서 동일하다. 모름지기 몸을 거두어 단정히 앉고, 눈은 똑바로 보고, 귀 는 거두어들이며, 수족은 함부로 놀리지 말며, 정신을 모아 책에 집중해야 한다. 계속 이처럼 해 나가면 의미가 날로 새로워 자연히 무궁한 묘미가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 공부할 때에 회의(懷疑)를 품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된 병통이다. 그러나 그 병의 근원을 따져 보면, 뜬 생각에 따라 쫓다가 뜻을 책에 전념하지 못하기 때문이 다. 그러므로 뜬 생각을 제거하지 않고 억지로 배제하려고 하면 이로 인해 도리어 한 가지 생각을 더 첨가시켜 마침내 정신적인 교란만을 더하게 된다. 어깨와 등을 꼿꼿이 세우고, 뜻을 높여 한 글자 한 구절에 마음과 입이 상응하게 되면, 뜬 생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지게 된다.

뜬 생각이란, 하루 아침에 깨끗이 없어질 수는 없다. 오직 수시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혹 심기가 불편하여 꽉 얽매여 없어지지 않으면, 묵묵히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배꼽 근처에 집중시킬 때 신명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뜬 생각은 사라지게 된다. 과연 이러한 방법을 잘 실행한다면, 얼마 안 가서 공부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효험이 점차 늘어나 오직 학식만이 날로 진척될 뿐 아니 라, 마음이 편안하고 기운이 화평하여 일을 함에 있어서 오로지 하나에만 힘쓰고 정밀하게 된다. 위로 이치에 통달하는 학문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의리(義理)는 무궁한 것이니, 함부로 스스로 만족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문자를 거칠게 통한 사람은 반드시 의문이 없게 마련인데, 이는 의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궁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문이 없는 데서 의문이 생기고, 맛이 없는 데서 맛이 생 긴 뒤에라야 능히 글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독서는 결코 의문을 품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뜻을 오로지 하나에만 집중하여 읽고, 읽어 가되 의문이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의문이 생기면 반복해서 참고하고 연구해야 한다. 반드시 문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혹 일을 당했을 때는 시험도 해 보고, 흑 노는 가운데서도 구하기도 하며, 무릇 걸어갈 때나 앉고 누울 때에도 수시로 궁구하고 탐색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기를 끊이지 않고 계속하면 통하지 못 할 것이 거의 없고, 설사 통하지 못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먼저 이처럼 궁구하고 탐색 한 다음에 남에게 물으면 마침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깨달을 수가 있다.

독서할 때에 쓸데없이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음독이 뒤섞이게 하거나, 억지로 자구를 맞춘다든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어려운 것을 들추어 낸다든가, 남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나쳐 버리고 돌아 보지 않는다든가, 한 번 묻고 한 번 대답하고는 다시 더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익을 구하는 데 아무 뜻이 없는 사람이니 더불어 학문 을 할 수가 없다.

성현의 언어를 볼 때는 고인을 참고하고, 이미 이루어졌던 자취를 더듬어 그것을 내 자신에게 돌이켜 적당한 변통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흠앙하고 부러워하며, 고마움 속에 간절함이 마치 바늘로 몸을 찌르는 것 같아야 한다. 고인의 독서는 대개 이러한 본령이 있었으니, 이와 같이 아니 하면 모두가 거짓 학문이 되고 만다.

나는 일찍이 맹자(孟子)의 '내 뜻으로써 남의 뜻을 거슬러 구한다.'는 이의역지(以意逆志) 네 글자를 가지고 독서의 비결로 삼았다. 고인이 지은 글에는 의리와 사공(事功) 뿐만 아니라 시문을 짓는 방법이나 기승전결 등 문장의 말기(末技)라도 모두가 각각 그 뜻이 담겨져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 나의 뜻으로써 고인의 뜻을 받아들여 빈틈 없이 합하고 흔연히 풀리면, 이는 고인의 정신과 식견이 내 마음 속에 침투해 들어온 셈이 된다. 비유컨대, 굿을 하는 무당이 신이 내려 혼령이 몸에 붙으면 훤히 깨달아져 그것이 어디로부터 어디에 왔는지 아는 것과 같다. 능히 이와 같이 되면, 장구(章句)에 의지하거나 묵은 자취를 답습하지 않아도 모든 변화에 적응하되,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근원을 찾게 될 것이니, 나도 또한 고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서한 연후라야 가히 자연의 기교를 체득할 수가 있다.

고인의 글을 짓는 것은 문장에 힘써 공명을 취하려는 것도 아니요, 널리 보아 기억한 것을 밑천으로 삼아 명예를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장에 힘쓰고 널리 보아 기억한 것을 밑천으로 삼으려는 사람도 또한 조급하게 섭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종일 외고 읽어 눈이 글줄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스스로 이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입으로만 읽고 마음을 쏟지 않으니, 작자의 본지(本志)에다 견주어 볼 때, 열 겹 스무 겹의 철관(鐵關)이 가로막혀 있을 뿐이다. 이 어찌 도에서 더욱 더 멀어지지 않겠는가? 이는 천하의 재주를 버리는 일이다.

초학자의 독서에 있어서 누구인들 그 어려움을 괴롭게 여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괴롭고 어려운 것을 그대로 두고 편의함만 찾아 구차스럽게 편안히 지내려고 한다면, 이는 쓸모 없는 재주로 끝날 따름이다. 만약, 조금만 스스로가 굳게 참고 반성하며 점검하기를 잊지 않는다면, 십여 일 내에 반드시 소식이 있어 고난은 점차 사라지고, 취미 는 날로 새로워져서 점차 손이 저절로 춤추고, 발이 저절로 뛰는 지경에 이르리니,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생 백 년간에 근심과 괴로움이 쉴새없이 찾아들어 편히 앉아 독서할 시간이란 거의 얼마 안 되는 것이다. 진실로 일찍 스스로 깨달아 노력하지 않고, 구차스럽게 살아가다 가는 쓸모 없는 재주로 끝나고 말 것이니, 만년에 가서 궁박한 처지에 놓였을 때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요점 정리

작자 : 홍대용(洪大容)

문종 : 서간문, 중수필

문체 : 번역체, 만연체

성격 : 설득적, 교훈적, 주관적, 주지적

표현 : 자신의 경험을 제시하여 설득의 효과를 높이고 있으며, 사실에 대한 해석과 의견 제시에 치중하고 있다.

집필 의도 : 올바른 독서의 방법 강조

주제 : 독서의 방법

출전 : 담헌서(湛軒書)

줄거리 :

암송이 독서의 전부는 아니지만 초학자는 책을 볼 때 정신을 집중하여 반복 암송해야 한다. 정신을 집중하여 뜬 생각을 제거하며, 책의 의리(義理)에 의문을 던지면서 이의역지(以意易志)의 방법으로 그 해답을 구할 때 독서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 올바른 독서가 처음에는 어렵지만 곤란을 극복하면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주제

독서의 방법

주제문

정신을 집중하여 독서하며 의문을 던지면서 이의역지의 방법으로 그 해답을 구할 때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짜임

1. 올바른 독서의 방법-암송과 음미의 반복

(1) 음독의 방법 : 정확하게, 적당한 성량으로, 반복적으로 음독함

(2) 암송의 방법 : 적절한 속도로 암송함

(3) 음미의 방법 : 정신 집중

2. 올바른 독서의 방법-능동적 독서

(1) 뜬 생각의 제거 : 수동적 태도의 배제, 정신을 맑게 함.

(2) 능동적 독서 : 의문을 품으며 해결하는 독서

3. 고전 경전의 독서 방법-이의역지(以意易志)

(1) 옛사람의 주석 활용

(2) 이의역지의 방법 훈련 - 본지를 추구함

4. 꾸준히 노력하는 독서의 방법

(1) 꾸준한 독서의 어려움

(2) 어려움을 이겨내는 꾸준한 독서의 어려움

 

 

내용 연구

 

독서는 실로 기억하여 외어 읽는 것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초학자(初學者)로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욱 의거할 데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매일 배운 것을 먼 저 정확하게 외고 음독(音讀)에 착오가 없이 한 뒤에 비로소 서산(書算)을 세우고, 먼저 한 번 읽고 나서 다음에는 한 번 외고, 그 다음에는 한 번 보며, 한 번 보고 나서는 다 시 읽어 모두 3, 40 번 되풀이한 뒤에 그친다. 매양 한 권이나 흑은 반 권을 다 배웠을 때에는 전에 배운 것도 아울러 또한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외고, 그 다음에는 보되, 각 각 서너너덧 번 반복한 뒤에 그친다. - 독서의 방법(도입)

글을 읽을 때에는 소리로 읽어서는 안 된다. 소리가 높으면 기운이 떨어진다.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눈을 돌리면 마음이 달아난다. 몸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몸이 흔들리면 정신이 흩어진다. - 음독의 방법(상술)

글을 욀 때에는 틀려서는 안 되고, 중복되어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된다. 너무 빠르면 조급하고 사나워서 음미함이 짧으며, 그렇다고 너무 느려도 안 된다. 너무 느리면 정신이 해이하고 방탕해져서 생각이 들뜬다. - 암송의 방법(상술)

책을 볼 때에는 마음 속으로 그 문장을 외면서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하여 찾되, 주석 (註釋)을 참고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궁구해야 한다. 만일, 한갓 눈만 책에 붙이고 마음을 두지 않으면 또한 이득이 없다. - 음미의 방법(상술)

이상의 세 조목은 나누어 말하면 비록 다르나, 요컨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체득해야 하는 점에서 동일하다. 모름지기 몸을 거두어 단정히 앉고, 눈은 똑바로 보고, 귀 는 거두어들이며, 수족은 함부로 놀리지 말며, 정신을 모아 책에 집중해야 한다. 계속 이처럼 해 나가면 의미가 날로 새로워 자연히 무궁한 묘미가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 집중하는 태도(부연)

초학자 : 학문이 얕은 사람. 학문을 처음 시작한 사람

의거할 : 의지하고 기댈

해이하고 : 마음의 긴장이나, 규율이 풀리어 느슨해지고

주석 :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함

궁구해야 : 속속들이 깊이 연구해야

체득해야 : 몸소 체험하여 얻어야

독서는 실로 기억하여 ~ 의거할 데가 없어진다 : 독서의 궁극적 목적이 암송하는데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초보자의 독서 방법을 권장한 내용이다.

음독에 착오가 없이 한 뒤에 비로서 서산을 세우고 : 글자를 정확하게 읽은 다음에 한 번 읽었다는 표시를 하고,

너무 빠르면 조급하고 사나워서 음미함이 짧으며, : 글을 암송할 때 너무 빠르면 마음만 급해지고, 그 깊은 뜻을 음미할 여유가 없어지게 되며,

계속 이처럼 해 나가면 ~ 알게 된다 : 정신을 모아 집중하여 읽기를 계속하면 글 속에 담긴 오묘한 의미를 깨달아 알게 되어 독서의 진미를 체험하게 된다. 독서의 재미를 언급한 구절로, 독서의 참맛이 집중과 반복에서 얻어지는 오묘한 의미의 체득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처음 공부할 때에 회의(懷疑)를 품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된 병통이다. 그러나 그 병의 근원을 따져 보면, 뜬 생각에 따라 쫓다가 뜻을 책에 전념하지 못하기 때문이 다. 그러므로 뜬 생각을 제거하지 않고 억지로 배제하려고 하면 이로 인해 도리어 한 가지 생각을 더 첨가시켜 마침내 정신적인 교란만을 더하게 된다. 어깨와 등을 꼿꼿이 세우고, 뜻을 높여 한 글자 한 구절에 마음과 입이 상응하게 되면, 뜬 생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지게 된다. - 뜬 생각 제거의 필요성(주지)

뜬 생각이란, 하루 아침에 깨끗이 없어질 수는 없다. 오직 수시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혹 심기가 불편하여 꽉 얽매여 없어지지 않으면, 묵묵히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배꼽 근처에 집중시킬 때 신명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뜬 생각은 사라지게 된다. 과연 이러한 방법을 잘 실행한다면, 얼마 안 가서 공부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효험이 점차 늘어나 오직 학식만이 날로 진척될 뿐 아니 라, 마음이 편안하고 기운이 화평하여 일을 함에 있어서 오로지 하나에만 힘쓰고 정밀하게 된다. 위로 이치에 통달하는 학문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뜬 생각 제거 방법(상술)

의리(義理)는 무궁한 것이니, 함부로 스스로 만족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문자를 거칠게 통한 사람은 반드시 의문이 없게 마련인데, 이는 의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궁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문이 없는 데서 의문이 생기고, 맛이 없는 데서 맛이 생 긴 뒤에라야 능히 글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의문을 가지며 읽기(주지)

독서는 결코 의문을 품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뜻을 오로지 하나에만 집중하여 읽고, 읽어 가되 의문이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의문이 생기면 반복해서 참고하고 연구해야 한다. 반드시 문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혹 일을 당했을 때는 시험도 해 보고, 흑 노는 가운데서도 구하기도 하며, 무릇 걸어갈 때나 앉고 누울 때에도 수시로 궁구하고 탐색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기를 끊이지 않고 계속하면 통하지 못 할 것이 거의 없고, 설사 통하지 못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먼저 이처럼 궁구하고 탐색 한 다음에 남에게 물으면 마침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깨달을 수가 있다. - 의문을 해결하는 방법(상술)

병통 : 어떤 사물의 자체 안에 있는 해가 되는 점

신명 : 흥겨운 신과 멋

진척될 : 일이 목적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아갈

의리 : 옛 글에서 글의 의미와 이치를 이르는 뜻으로 쓰던 말.

의리는 무궁한 것이니, 함부로 스스로 만족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 책 속에 숨어 있는 글의 의미와 이치는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므로, 그저 피상적, 수동적으로만 읽고 독서를 완성했다고 만족하는 태도를 배제하여야 한다. 독자는 글을 통하여 그 글 속에 적힌 내용만 파악,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그것을 밑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세계에 접하게 되어 자아의 심화와 확대를 체험하게 된다. 그저 내용만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그 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낼 줄 알아야 한다.

의문이 없는 데서 의문이 ~ 글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 글의 의리를 철저하게 궁구하여 아무 의문이 없을 것 같은데서도 문제를 발견하고, 음미할 만한 것이 없는 듯한 데서도 깊이 음미할 거리를 찾는다면 이야말로 진정 글을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독서의 최종 단계에 대한 언급으로, 책속에 펼쳐진 무궁한 세계에 대하여 탐색하는 태도를 강조하였다. 독서는 의사소통 행위의 일종이므로 책과 대화를 주고 받는 것처럼 독서의 과정에서 질문 - 대답 찾기 - 예측 - 확인을 거듭하면서 책 속의 내용을 숙독 완미해야 완전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대구에 의한 표현법이다.

독서할 때에 쓸데없이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음독이 뒤섞이게 하거나, 억지로 자구를 맞춘다든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어려운 것을 들추어 낸다든가, 남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나쳐 버리고 돌아 보지 않는다든가, 한 번 묻고 한 번 대답하고는 다시 더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익을 구하는 데 아무 뜻이 없는 사람이니 더불어 학문 을 할 수가 없다. - 독서의 방법(도입)

성현의 언어를 볼 때는 고인을 참고하고, 이미 이루어졌던 자취를 더듬어 그것을 내 자신에게 돌이켜 적당한 변통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흠앙하고 부러워하며, 고마움 속에 간절함이 마치 바늘로 몸을 찌르는 것 같아야 한다. 고인의 독서는 대개 이러한 본령이 있었으니, 이와 같이 아니 하면 모두가 거짓 학문이 되고 만다. - 고전 경전 독서의 방법(전개)

나는 일찍이 맹자(孟子)의 '내 뜻으로써 남의 뜻을 거슬러 구한다.'는 이의역지(以意逆志) 네 글자를 가지고 독서의 비결로 삼았다. 고인이 지은 글에는 의리와 사공(事功) 뿐만 아니라 시문을 짓는 방법이나 기승전결 등 문장의 말기(末技)라도 모두가 각각 그 뜻이 담겨져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 나의 뜻으로써 고인의 뜻을 받아들여 빈틈 없이 합하고 흔연히 풀리면, 이는 고인의 정신과 식견이 내 마음 속에 침투해 들어온 셈이 된다. 비유컨대, 굿을 하는 무당이 신이 내려 혼령이 몸에 붙으면 훤히 깨달아져 그것이 어디로부터 어디에 왔는지 아는 것과 같다. 능히 이와 같이 되면, 장구(章句)에 의지하거나 묵은 자취를 답습하지 않아도 모든 변화에 적응하되,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근원을 찾게 될 것이니, 나도 또한 고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서한 연후라야 가히 자연의 기교를 체득할 수가 있다. - 고전 경전 독서 방법(주지)

고인의 글을 짓는 것은 문장에 힘써 공명을 취하려는 것도 아니요, 널리 보아 기억한 것을 밑천으로 삼아 명예를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장에 힘쓰고 널리 보아 기억한 것을 밑천으로 삼으려는 사람도 또한 조급하게 섭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종일 외고 읽어 눈이 글줄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스스로 이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입으로만 읽고 마음을 쏟지 않으니, 작자의 본지(本志)에다 견주어 볼 때, 열 겹 스무 겹의 철관(鐵關)이 가로막혀 있을 뿐이다. 이 어찌 도에서 더욱 더 멀어지지 않겠는가? 이는 천하의 재주를 버리는 일이다. - 입으로만 읽고 마음을 쏟지 않는 독서의 비판(부연)

변통책 : 일의 경우에 따라 일을 이리저리 잘 처리하는 방법

흠앙하고 : 공경하여 우러러 사모하고

말기 : 변변치 못한 작은 재주

장구 : 글의 장과 구

박람강기 : 널리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서 잘 기억하고 있음

섭렵해서는 : 온갖 책을 널리 읽어서는,

철관 : 쇠로 된 빗장. 장애물이나 난관

성현의 언어를 볼 때는 고인을 참고하고 - 적당한 변통책을 강구해야 한다 : 성현의 말씀이 기록된 경전을 읽을 때는 권위자의 주석을 참고하여 그 풀이된 뜻을 널리 모은 후,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전 경전의 독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경전의 전문가의 풀이를 참조하면서 다음에 나오는 이의역지의 방법으로 고인의 정신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니 하면 모두가 거짓 학문이 되고 만다 : 전문가들의 주석을 참조하지 않고 성현의 덕을 숭상하는 태도가 없이 독자적으로 경전을 풀이하면 잘못된 학문이 되고 만다. 즉, 독단적 의견과 잘못된 해석에 의거하여 경전을 해석한 것은 거짓 학문이라는 것으로, 이단적 학문에 빠지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맹자(孟子)', '만장장구'상(萬章章句上)에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說詩者不以文害辭(설시자불이문해사)하며 不以辭害志(불이사해지)요 以意逆志(이의역지)라야 是爲得之(시위득지)니." 시를 설명하는 자는 글자로써 말을 해치지 말며, 말로써 본래의 뜻을 해치지 말고, '보는 자'의 뜻으로써 '작자'의 뜻에 맞추어야만 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같은 곳 주(註)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시를 해설하는 방법은 한 글자로써 한 구절의 뜻을 해치지 말고, 한 구절로써 말을 한 뜻을 해치지 말 것이요, 마땅히 자기의 뜻으로써 작자의 뜻을 맞추어 취해야 시를 알 수 있는 것이니."

초학자의 독서에 있어서 누구인들 그 어려움을 괴롭게 여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괴롭고 어려운 것을 그대로 두고 편의함만 찾아 구차스럽게 편안히 지내려고 한다면, 이는 쓸모 없는 재주로 끝날 따름이다. 만약, 조금만 스스로가 굳게 참고 반성하며 점검하기를 잊지 않는다면, 십여 일 내에 반드시 소식이 있어 고난은 점차 사라지고, 취미 는 날로 새로워져서 점차 손이 저절로 춤추고, 발이 저절로 뛰는 지경에 이르리니,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독서에의 정진(주지)

인생 백 년간에 근심과 괴로움이 쉴새없이 찾아들어 편히 앉아 독서할 시간이란 거의 얼마 안 되는 것이다. 진실로 일찍 스스로 깨달아 노력하지 않고, 구차스럽게 살아가다 가는 쓸모 없는 재주로 끝나고 말 것이니, 만년에 가서 궁박한 처지에 놓였을 때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끝없는 독서(부연)

구차스럽게 : 구차한 듯이 보이게

궁박한 : 몹시 곤궁한

이해와 감상

 

이 글은 본래 담헌 홍대용이 매헌에게 보낸 편지글의 일부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은 글쓴이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독서를 하는 방법과 자세를 권고하고 당부하는 '설득하는 글'로서, 한 편의 독서론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어조를 통해 책을 읽고 학문을 하면서 인격을 수양해 나가는 선인들의 독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부분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내용이 있지만 정신을 집중하여 바른 자세로 읽어야 한다는 글쓴이의 견해는 현대인들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하겠다.

심화 자료

홍대용(洪大容)

 

1731(영조 7)∼1783(정조 7). 조선 후기의 실학자·과학사상가. 본관은 남양(南陽). 자는 덕보(德保), 호는 홍지(弘之). 담헌(湛軒)이라는 당호(堂號)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사간 용조(龍祚)의 손자이며, 목사(牧使) 역(饑)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청풍(淸風) 김씨 군수 방(枋)의 딸이고, 부인은 이홍중(李弘重)의 딸이다.

특히, 지전설(地轉說)과 우주무한론(宇宙無限論)을 주장했으며, 이러한 자연관을 근거로 화이(華夷)의 구분을 부정하여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당대의 유학자 김원행(金元行)에게 배웠고, 북학파의 실학자로 유명한 박지원(朴趾源)과는 깊은 친분이 있었다. 여러 번 과거에 실패한 뒤 1774년(영조 50)에 음보(蔭補)로 세손익위사시직(世孫翊衛司侍直)이 되었고, 1775년 선공감감역(繕工監監役), 1776년 사헌부감찰, 1777년 태인현감, 1780년 영천군수를 지냈다.

그의 활약은 이런 관직과 관련된 것이기보다는 1765년 초의 북경(北京) 방문을 계기로 서양 과학의 영향을 깊이 받아서 가능해진 것이었다. ≪담헌서 湛軒書≫는 약간의 시·서를 제외하면 거의가 북경에서 돌아온 뒤 10여 년 사이에 쓴 것이다.

그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연행사(燕行使)의 서장관으로 임명된 작은아버지 억(檍)의 수행군관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졌다. 60여 일 동안 북경에 머물면서 두 가지 중요한 경험을 했는데, 하나는 우연히 사귀게 된 항저우(杭州) 출신의 중국 학자들과 개인적인 교분을 갖게 된 일이며, 다른 하나는 북경에 머물고 있던 서양 선교사들을 찾아가 서양 문물을 구경하고 필담을 나눈 것이다.

이 때 북경에서 깊이 사귄 엄성(嚴誠)·반정균(潘庭筠)·육비(陸飛) 등과는 귀국 후에도 편지를 통한 교유가 계속되었고, 그 기록은 〈항전척독 杭傳尺牘〉으로 그의 문집에 남아 있다. 그의 사상적 성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북경 방문은 〈연기 燕記〉 속에 상세히 남아 있다. 그의 〈연기〉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그 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이 기록 가운데 〈유포문답 劉鮑問答〉은 당시 독일계 선교사로 중국의 흠천감 정(欽天監正)인 유송령(劉松齡, August von Hallerstein)과 부정(副正)인 포우관(鮑友管, Anton Gogeisl)을 만나 필담을 통하여 천주교와 천문학의 이모저모를 기록한 내용으로, 서양 문물에 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이다.

과학사상을 담은 ≪의산문답 醫山問答≫ 역시 북경 여행을 배경으로 쓰였다. 의무려산(醫巫閭山)에 숨어 사는 실옹(實翁)과 조선의 학자 허자(虛子) 사이에 대화체로 쓰인 이 글은 그가 북경 방문길에 들른 의무려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전설·생명관·우주무한론으로 전개되는 홍대용의 자연사상은 상대주의의 입장으로 일관된 것으로, 이와 같은 상대주의는 그의 사회사상에 연장, 발전된다.

첫째, 그는 중국과 조선 또는 서양까지를 상대화하여 어느 쪽이 화(華)이고, 어느 쪽이 이(夷)일 수 없다고 중국 중심적인 화이론(華夷論)을 부정한다. 둘째, 인간과 자연은 어느 쪽이 더 우월한 것도 아니라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과거의 인본적(人本的)인 사고방식을 부정하고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똑같은 것으로 상대화하였다. 셋째, 그는 당시 사회의 계급과 신분적 차별에 반대하고, 교육의 기회는 균등히 부여되어야 하며, 재능과 학식에 따라 일자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과학사상과 그에 바탕을 둔 사회사상 등은 상당한 독창성을 보이고 있지만, 서양 과학과 도교적인 사상에도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서양 과학의 근본이 정밀한 수학과 정교한 관측에 근거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주해수용 籌解需用≫이라는 수학서를 썼으며, 여러 가지 천문관측기구를 만들어 농수각(籠水閣)이라는 관측소에 보관하기까지 하였다.

홍대용의 사상 속에는 근대 서양 과학과 동양의 전통적 자연관, 또 근대적 합리주의와 도교의 신비사상, 그리고 지구 중심적 세계관과 우주무한론 등이 때로는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 섞여 있는 혼란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선시대의 가장 뛰어난 과학사상가였다.

≪참고문헌≫ 湛軒書, 洪大容의 實學思想(千寬宇, 文理大學報, 서울大學校 文理科大學, 1958), 洪大容의 科學思想(朴星來, 韓國學報 23, 1981), 洪大容과 그의 時代(金泰俊, 一志社, 1982).(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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