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만전춘(滿殿春)

by 송화은율
반응형

만전춘(滿殿春)

 

얼음 위에 댓닢 자리 펴서 임과 내가 얼어 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 펴서 임과 내가 얼어 죽을망정

정둔 오늘 밤 더디 새소서, 더디 새소서

 

근심 어린 외로운 잠자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열어젖히니 복숭아 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근심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가는 정경을 생각하였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가는 정경을 생각하였더니

어기던 이가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연약한 비오리야

여울은 어디 두고 소(늪)에 자러 오느냐

소마저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잠자리를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서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잠자리를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서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사향이 든(향기로운) 가슴을 맞추십시다. 맞추십시다.

 

아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요점 정리

 작가 : 미상

 연대 : 고려 시대

 갈래 : 고려 속요

 성격 :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 격정적

 형식 :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

 구성 : 전 6연의 분연체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 / 임과의 짧은 밤에 대한 아쉬움

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러움 - 전전반측

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

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방탕한 임에 대한 풍자

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임과의 노골적 사랑 묘사 / 시적 화자가 남성)

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구성 :

 

 

얼음 위에 댓닢 자리(대나무 잎으로 잠자리)를 보아(펴서)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대나무 잎으로 잠자리)를 보아(펴서)
임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새소서), 더디 새어라.

- 임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소망 / 임과의 짧은 밤에 대한 아쉬움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근심에 싸인)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열어젖히니)
복숭아꽃(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탄식하는 화자의 처지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화자는 복숭아꽃과 상황을 대조하여 인식하고 있음)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근심이 없어서)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에 웃는구나.

- 임이 떠난 후의 외로움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함께)
남의 경황(흥미있는 상황)으로만 여겼더니[넋이라도 임과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가는 정경을 생각하였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남의 경황으로만 여겼더니[넋이라도 임과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어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 임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

 

 

 

 

 

 

오리야 오리야
어린(연약한 / 어리석은) 비오리(쇠오리와 비슷하되 좀 크고 날개는 자줏빛 많아 찬란함, 암수가 함께 놂)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늪 / 임이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를 다른 여인을 상징)에 자러 오는가?[이 여자 저 여자에게 마음 뺏겨 방탕한 생활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
소(늪) 곧 얼면
여울(화자를 비유)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다른 여인과의 싫증이 나거나 식으면 다시 여인(화자)에게로 돌아오겠다는 뜻. 화자인 여인의 목소리가 아닌 임의 목소리가 드러남]

오리야, 오리야, 어리석은 비오리야, 여울은 어디 두고 소에 자느냐? 소가 곧 얼면 여울도 좋으니 여울도 좋으니

- 임의 방탕한 생활 풍자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아름다운 여인)를 안고 누워[아름다운 여인인 임과 하룻밤 보내고 싶다는 남성의 진술로 해석할 수 있음 / 그래서 5연이 나머지 연과 다른 점]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아름다운 여인)를 안고 누워
약(사향이)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맞춥시다.

-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

 

 

아아(감탄사 /알아 주소서), 임이시여, 원대평생(영원히 / 일생 동안으로 현세를 뛰어넘는 저승까지 포함)에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 영원한 사랑에 대한 소망 / 이별 없는 세상을 동경

 

 제재 :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

 주제 :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

 특징 :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역설, 과장적인 감각적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이고, 같은 구절이나 단어를 반복하여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음. 또한, 민요와 시조, 경기체가 등 여러 형식의 영향이 나타남.(각 연은 형식상으로 불균형을 보이고 있고, 시어도 이질적이며 의미론적으로도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어서, 이 작품은 여러 이질적이고 독립적인 당대의 유행 노래를 궁중의 속악 가사로 합성, 편사함으로써 성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의의 :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고 있다.

 출전 : 악장가사 

 

 

 내용 연구

얼음 위에 댓닢(댓잎으로 죽엽을 뜻하고 좋지 않은 잠자리 / 임과 화자가 함께 겪는 시련)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얼음과 죽음보다도 강렬한 사랑의 열정]
얼음[역설적 상황 - 차가움과 뜨거움의 교차로 임에 대한 사랑 표현]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얼음과 죽음보다도 강렬한 사랑의 열정]
정을 준(임과 정을 맺은, 사랑을 나눈)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임과의 짧은 밤에 대한 아쉬움 / 임과 함께하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여 제발 더디 가기를 바라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담긴 말로 사랑하는 임과 함께 있다면 동사해도 좋다는 여인의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다./ 얼어 죽어도 좋으니 겨울밤이 계속 되기를 바라는 비현실적인 상황 - 임을 사랑하는 화자의 뜨거운 마음과 소망] - 임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소망 / 임과의 짧은 밤에 대한 아쉬움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경경 : 耿 耿 :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근심에 싸인]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화자의 외로움으로 근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함 - 전전반측 / 설의적 표현으로 강조]
(외로운 마음에) 서쪽 창문을 여니(열어 젖히니)
복숭아꽃[화자의 처지와 대비되는 존재로 화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매체]이 피어나는구나[화자의 정서 및 상황과 대조]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화자의 외로운 심경과는 상관없이 봄바람을 즐기는 도화는 화자의 상대적 외로움을 심화함], 봄바람에 웃는구나.(반복법으로 임을 그리워하는 시적 화자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혹은 버림받은 자신에 대한 비웃음) - 임이 떠난 후의 외로움 / 임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밤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또는 넋이라도 임과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정과정'곡의 구절 ' 넉시라도 한되 녀져라 아으'와 유사함]
남의 경황(흥미있는 상황, 남의 일 또는, 가는 광경으로 '경'은 '모습'이나 '경치'의 뜻, '녀닛 경'을 지내겠다고)으로만 여겼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또는 넋이라도 임과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남의 경황으로만 여겼더니
우기던(우리의 사랑을 어기던 / 우시시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임에 대한 서운함이 담겨 있음] - 임에 대한 원망

오리[임]야 오리야[오리를 부르는 말이므로 의인화된 청자를 상정하여 말을 건네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음]
어린(혹은 연약한 / 어리석은) 비오리(쇠오리와 비슷하되 좀 크고 날개는 자줏빛 많아 찬란함, 암수가 함께 놂 / 남성을 상징)야[aaba 구조]
여울[화자 자신 ↔ 소(연못, 늪)]일랑 어디 두고
소(연못, 늪, 연적)에 자러 오는가?[이 여자 저 여자에 마음을 빼앗겨 방탕한 생활을 일삼고 있는 임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여성 편력을 보이는 임의 퇴폐적 행위에 대한 비판]
소(연못, 늪)마저 곧 얼면
여울[강이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몹시 세차게 흐르는 곳 / 소(연못)과 대조]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다른 여인과의 만남이 싫증이 나거나 식으면 다시 여인(화자)에게로 돌아오겠다는 뜻. 화자인 여인의 목소리가 아닌 임의 목소리가 드러남] - 임의 방탕한 생활 풍자

남산[따뜻한 온돌]에 자리 보아[자리를 펴] 옥산[옥베게]을 베고 누워
금수산[비단] 이불 안에 사향 각시(사향이 든 주머니로 이성을 유혹하는 향으로 쓰인다고 함 / 아름다운 여인)를 안고 누워[아름다운 여인인 임과 하룻밤 보내고 싶다는 남성의 진술로 해석할 수 있음 / 이 점이 다른 연과 구별됨. 시적 화자가 남성이라는 것]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금수로 수를 놓은 비단, 또는 치장이 아름답고 화려한 옷이나 직물] 이불 안에 사향 각시(아름다운 여인을 말하지만 사향은 원래  사향노루의 사향샘을 건조하여 얻는 향료. 어두운 갈색 가루로 향기가 매우 강하다. 강심제, 각성제 따위에 약재로 쓴다)를 안고 누워
약(사향이)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상상으로 임과 잠자리를 노골적으로 소망함]
맞춥시다. -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

아소(금지어 '그러지 마세요' 혹은 알아 주소서 / 아아), 임이시여, 원대평생(영원히 / 일생 동안으로 현세를 뛰어넘은 저승까지 포함)에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사랑하는 임과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과장적 표현임 / 백년해로] - 영원한 사랑에 대한 소망 / 임과 평생 함께할 것을 소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려 시대 항간속곡(巷間俗曲)의 하나로 유녀(遊女) 생활의 일면을 노래한 것으로 그 내용이 직설적이고 속된 표현이 많으나 오히려 이런 점이 솔직한 자기 소망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문학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대개 이런 작품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남녀상열지사라고 지탄을 받으면서 우리의 문학적 기록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추측이 되지만, 인간의 진솔한 감정을 노래한 점 등에서 문학성을 높이 살 만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전 5연이며 내용은 유녀(遊女)의 애정을 노래한 것이다. 정사(情事)를 노래한 점에서 '쌍화점'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노래는 제1연에서 짙은 에로티시즘을 풍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추해 보이지 않는 것은 2연에 나타난 것처럼 님은 이미 떠났고, 얼음 위에서라도 님과 함께 있고 싶은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제2연에서는 기약도 없이 떠나간 임을 그리며 외로운 베갯머리에 누워 쓸쓸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가련한 신세를 무심코 만발하는 복숭아꽃에 비기어 한탄하였다. 끝행에 복숭아꽃이 봄바람에 웃는다는 표현은 문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며 마치 님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비웃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제3연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임을 넋이라도 만나 임과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사랑이 지나쳐 원망으로 번져 가고 있다. 4,5연은 다시 님과의 해후를 그리며 평생에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하고 있어 속된 내용 속에서도 한국 여인의 끈질긴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문으로 된 가사 '만전춘사'와 구별하기 위해 '만전춘'을 '만전춘별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해와 감상2

작자·연대 미상의 고려 속요로 궁중에서 잔치를 벌일 때 속악정재(俗樂呈才)에서 불렸던 악곡으로서, 님과 이별하지 않고 계속 사랑하고자 하는 소망을 노래했다.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결사(結詞)도 독립된 장으로 보면 이 노래는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에서는 얼음 위에 댓잎자리를 깔아 님과 내가 얼어죽더라도 정 둔 오늘 밤이 더디새기를 빌었다. 민요의 성격이 짙다. 제2장에서는 님이 오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상투적인 한자어를 사용하여 자기의 처지를 창 밖에 있는 복숭아꽃에 비교했다. 제3장에서는 넋이라도 함께 하자고 맹세한 님을 원망하고, 제4장에서는 물오리에게 여흘은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냐면서 남성의 여성편력을 나무라는 듯한 말을 했다. 제5장에서는 "옥산(玉山)을 벼어 누어 금수산(金繡山) 니블 안해 사향(麝香) 각시를 아나 누어" 있다고 했다. 각 장은 순차적으로 되어 있지 않으며 사랑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장까지는 여성이 서술자이다가 5장에서 남성으로 바뀐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만전춘'이라는 말은 노래곡조를 뜻하는 것으로, 만전춘 곡조의 노래말은 원래 따로 있었으며, 어디서 따오거나 지어낸 구절들을 모아 '만전춘별사'라는 새로운 노래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4토막씩 3형식이 보이므로 넓은 의미에서 시조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 궁중음악의 하나인 〈만전춘〉의 악보는 〈대악후보〉 권5, 〈경국대전〉 권3, 〈세종실록〉 악보 권146에 기보되어 있다. 고려의 향악곡으로 조선시대에도 연주되었다. 그러나 고려의 속악인 만전춘은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했다는 이유로 가사는 개작되었고, 선율의 일부를 변주하여 세종 때에는 순응(順應), 세조 때에는 혁정(赫整)이란 곡명으로 연주되었다. 고려 때부터 노래로 불리던 만전춘의 원래 가사는 〈악장가사〉에 전하며 개작된 만전춘의 가사는 〈세종실록〉 악보에 전한다. 음계는 5음음계이고, 평조와 계면조가 있다. 확대·변주·유절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종지형은 궁(宮)에서 하(下)1·하2·하3·하4·하5로 끝나는 하행종지형(下行終止形)이다. 개작된 만전춘의 형식은 전강(前腔)·부엽(附葉)·소엽(小葉)·후강(後腔)·부엽·중엽(中葉)·부엽·중엽·중엽·부엽·부엽·소엽·대엽(大葉)·부엽·소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계는 임종(林鐘)·무역(無射)·황종(黃鐘)·태주(太

)·중려(仲呂)의 5음음계이다. 〈대악후보〉에 가사는 없지만 그 곡은 원곡에 해당하며 〈세종실록〉에는 〈만전춘〉이라는 이름으로 가사가 전하며 〈악장가사〉에는 〈만전춘별사〉라는 이름으로 가사가 전한다.(출처 : 한국브리태니커백과사전)

 

 이해와 감상 3

 

 이 작품은 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나타낸 고려 가요(속요)로서허식이 없고 감정과 정서의 표출이 매우 절절하다남녀 간의 애정을 진솔하게 그린 노래이며조선 시대에는 쌍화점’, ‘이상곡과 함께 고려 가요 중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그러나 남녀 간의 강렬한 사랑을 비유와 상징반어와 역설감각적 언어로 적절히 구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이다이 노래는 모두 5연으로 되어 있으나앞의 내용을 어우르면서 종결짓는 결사가 마지막에 추가되어 있어 이것을 독립된 연으로 볼 때, 6연이 된다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각 연은 형식상으로 불균형을 보이고 있고 시어도 이질적이어서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다이로 인해 당시 유행이던 노래들이 궁중의 속악으로 흡수되면서 유사한 주제를 지닌 작품끼리 합쳐진 것으로 여겨진다.

 

 내용을 각 연별로 나누어 보면1연은 얼음 위에 대나무 잎을 깔고 누워 있더라도 임과 함께라면 밤이 더디 새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서뜨거운 연정을 노래하고 있다이어2연에서는 임이 오지 않으니 잠을 이룰 수 없다는 하소연을 담고 있으며3연은 임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서 이제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내용이다4연은 딴 여자에게 늘 마음이 팔리고 하는 남자들의 바람기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으며5연은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고 있다이 작품의 내용과 문학성을 더 구체적으로 살핀다면 다음과 같다우선 제1연에서 농도 짙은 에로티시즘을 풍기고 있다그러나 이것이 추해 보이지 않는 것은 제2연에 나타난 것처럼 임은 떠났고얼음 위에서라도 임과 함께 있고 싶은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2연에서는 기약도 없이 떠나간 임을 그리며 외로운 베갯머리에 누워 쓸쓸한 마음에 잠을 이루고 있는 가련한 신세를 무심코 만발하는 복숭아꽃에 비기어 한탄하고 있다끝 행에 복숭아꽃이 봄바람에 웃는다는 표현은 문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며 마치 임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비웃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3연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임을 넋이라도 만나 임과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사랑이 지나쳐 제4연에서는 원망으로 번져 가고 있다5연에서는 다시 임과 해후를 그리며 평생에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6)하고 있어 속된 내용 속에서도 한국 여인의 끈질긴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

 

 

 심화 자료

 만전춘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 ≪악장가사≫에 실려 있다. 모두 5연으로 되어 있으나 그것을 아우르면서 종결짓는 결사(結詞)가 마지막에 추가되고 있어 이것을 독립된 연으로 볼 경우 6연이 된다.

 

각 연은 형식상으로 불균형을 보이고 있고 시어(詩語)도 이질적이며 의미론적으로도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에 이 작품이 여러 이질적이고 독립적인 당대의 유행 노래를 궁중의 속악가사로 합성하고 재편성함으로써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이와는 달리 이 작품이 전강(前腔)·후강(後腔)·대엽(大葉)의 3부분으로 가창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전체 작품을 초·중·종장의 3장 형태로 재편함으로써 형태적 통일성을 찾아 한편의 정제(整濟)된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연(聯) 사이의 의미론적 긴밀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내용은 남녀간의 애정을 적나라하게 노래한 것으로, 노래의 노골적이고 퇴폐적인 표현 때문에 조선시대 사대부에 의해 음탕한 노래로 규정되어 배척되었다. 이는 새로운 만전춘사인 〈봉황음 鳳凰吟〉을 짓게 하는 계기를 주기도 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제1연에서는 얼음 위에 댓잎 자리를 보아 임과 내가 함께 얼어 죽어도 좋으니 제발 밤만 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2연에서는 임이 오지 않으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면서 창 밖의 도화에다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했다. 제3연에서는 넋이라도 함께 가자고 맹세한 임을 원망하고 있다.


제4연에서는 물오리더러 여울을 두고 왜 소에 자러 오는가 하니, 소가 얼면 여울로 가겠다는 대화가 벌어진다. 이는 남성의 여성편력을 나무라는 듯한 여성화자와 이에 능글맞게 대꾸하는 남성화자 사이의 대화처럼 들린다.


제5연에서는 “玉山(옥산)을 벼어 누어 錦繡山(금수산) 니블 안해 麝香(사향) 각시를 아나 누어 藥(약)든 가寄을 맛초督사이다”라고 하여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현장을 묘사했다. 제6연은 “아소님하 遠代平生(원倨평沂)애 여힐基 모犬督새”라는 짧은 가사로 노래 전체를 형식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표현 면에서는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언어 표현이 지배적인데, 전체적으로 보아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등을 통하여 남녀 사이의 강렬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 노래의 2연과 5연이 시조 양식에 접근하는 형태를 보여준다고 하여 시조 장르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 주목된 바 있다.


또한 이 노래가 민요·속요·시조·한시(漢詩)·경기체가(景幾體歌)·향가 등 당대의 기존 장르를 다양하게 수용하여 양식적으로 변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에 기초하여 〈만전춘〉이 장르 복합체로서의 양상을 보이는 가요로 규명된 바도 있다.


특히 이 노래의 제3연은 정서(鄭怜)가 지었다는 〈정과정곡 鄭瓜亭曲〉의 노랫말과 일치하고 있어 기존의 노랫말로 짜맞춘 듯한 성격이 강하다.


이 노래는 넓은 의미의 시조 양식이 속요(속악가사)에 개입된 것으로 보아, 쇠퇴기의 속요 작품일 것이라 추정하기도 한다. 혹은 여러 이질적인 가요가 뒤섞여 얽어졌다는 점에서 초창기의 속요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고려시대 향악곡의 하나인 〈만전춘〉의 악보는 ≪세종실록≫ 권146과 ≪대악후보 大樂後譜≫ 권5에 전하며, 그 가사는 ≪세종실록≫과 ≪악장가사≫에 전하나 이 두 문헌에 전하는 가사가 각기 다르다.


즉 ≪세종실록≫에 전하는 가사는 〈처용가〉의 “산하천리국(山河千里國)에 가기울총총(佳氣鬱升升) 悧샷다.”는 가사와 같고, ≪악장가사≫에 전하는 가사는 “어름우희 댓닙자리 보아 님과 나와 어러죽을 망뎡”으로 되어 있어 원래의 가사에 속한다.


≪악장가사≫에서 이 원사(原詞)를 〈만전춘별사〉라 한 것은 원래의 〈만전춘〉이 남녀상열지사로 지탄받음에 따라, 별사의 이름을 붙인 듯하다.


≪세종실록≫과 ≪대악후보≫에 실린 〈만전춘〉 가락의 전반부는 모두 같다. 형식은 전강(前腔)·후강(後腔)·대엽(大葉)으로 크게 구분되며, 다시 부엽·중엽(中葉)·부엽·소엽(小葉)으로 세분된다.


이와 같은 음악 형식은 〈처용가〉의 형식과 동일하며 또 〈처용가〉·〈봉황음〉과 함께 3단으로 구분된다. 또 〈만전춘〉의 음계는 임(林, g)·무(無, b○)·황(黃, c')·태(太, d')·중(仲, f')의 5음계인 계면조에 속한다.

≪참고문헌≫ 世宗實錄, 樂學軌範, 樂章歌詞, 大樂後譜, 滿殿春形式考(張師勛, 藝術院論文集 2, 1963), 고려의 俗樂歌詞論攷(崔正如, 淸州大學校論文集 4, 1963), 滿殿春別詞의 構造(成賢慶, 高麗時代의 言語와 文學, 螢雪出版社, 1975), 別曲의 構造(金宅圭, 高麗時代의 言語와 文學, 螢雪出版社, 1975), 高麗時代詩歌의 장르現像(金學成, 人文科學 12, 成均館大學校 人文科學硏究所, 1983).(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