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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무방 / 소설 / 해설 / 김유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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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무방 / 김유정

길잡이  
 
     

1935 <조선일보>에 발표된 단편소설. 만무방이란 원래 염치없이 막돼먹은 사람이란 의미인데, 이 작품은 살아가기 힘든 응칠, 응오 두 형제의 부랑(浮浪)하는 삶을 중심으로 하되, 노동보다는 도박판에 뛰어드는 농촌 청년들의 사행적(射倖的) 행태도 제시되어 있다. 특히, 추수를 해도 아무런 수확도 돌아가지 않는 소작농(동생 응오)이 제 논의 벼를 도둑질하는 사건은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보여 준다.

이해와 감상  
 
     

󰡔만무방󰡕은 응칠과 응오 형제가 궁핍한 삶 가운데 상반된 길을 걸어온 이야기이다.

주인공 응칠이를 중심으로 농촌 사회의 제도의 불합리성과 모순, 폭력성을 세밀하게 그려 보여 줌으로써 현실의 절박한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현실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민중의 건강함도 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 작품은 식민지 현실에 대해 계몽적 이상주의나 감상적인 현실 중시의 피상적인 농민 문학이 아닌 당시 식민지 농촌에 가해지는 제도의 가혹함과 그 피해의 관계를 밝히는 한편, 제도가 야기하고 있는 순진한 인간의 기본적인 반항과 불가피한 생존 양태의 문제 등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특징적인 것은, 드러내지 않고 반어로 처리하여 식민지하 농촌의 궁핍한 현실을 풍자적, 해학적으로 그렸다는 데 있다.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절망감보다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작중 인물인 응칠이를 내세워 형상화한 이러한 토착적 유머는 고전 소설에서도 흔히 보이는 특성으로, 절망적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민중 특유의 건강성을 반영하고 있다.

 

전과 4범의 건달인 형 응칠은 절도에도 능한 노름꾼이며, 사회적 윤리의 기준에 위배되는 만무방이다. 이와는 달리 동생 응오는 모범적인 농사꾼임에도 벼를 수확해 봤자 남는 것은 빚뿐이라는 절망감으로 벼 수확을 포기한다. 응오네 논의 벼가 도둑맞는데 범인을 잡고 보니 의외로 동생인 응오였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일 년 농사를 짓고 남는 것은 등죽기를 흐르는 식은땀뿐이라는 인식(認識)은 당시의 소작농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응오가 자신이 가꾼 벼를 자기가 도적질해야 하는 눈물겨운 상황에 놓이는 데 반하여 형 응칠은 반사회적인 인물이며 적극적 행동형이다. 모범적인 농사꾼을 반사회적 인물로 몰고 간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기인(基因)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같은 응칠의 행위가 오히려 농민들로부터 선망(羨望)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왜곡(歪曲)된 사회에 대한 냉소주의적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인물들의 현실 개선의 의지는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 제시된다. 그들은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반()사회적인 수단 즉, 도박, 절도 등에 의해 현실의 극복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작가가 제시한 인물들의 행위가 타락한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음은 타락한 사회상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작가는 1930년대의 현실 상황을 반어적으로 파악했으며, 그것은 김유정에게 있어 수사적인 차원이 아니라, 현실의 구조를 인식하고 왜곡된 사회 현실의 모순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당시 소작인들의 궁핍상을 반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소설 미학의 측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 준다. 주인공의 대범하고 적극적인 행동이 반사회적인 것일수록, 그것이 농민 계층의 꿈이 되고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사실은 서글픈 아이러니이다. 이는 30년대와 같은 모순된 사회에서 응칠과 같은 반사회적인 행동 양식이야말로 당대의 비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씁쓰레한 메시지를 환기(喚起)하고 있다. 김유정의 문학 세계는 어둡고 삭막한 농촌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생활 양식을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연민의 아픔을 수반한 웃음을 통해 회화적, 해학적으로 드러냄을 그 본질적 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만무방'에서는 그 특유의 해학성을 가능한 배제하고 착취 체재에 내재하는 모순을 겨냥하고 있다. 형인 응칠과 아우인 응오는 서로의 성격적인 차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적 취득, 분배 양식에 내재하는 모순에 대립하고 있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계급 투쟁적 해결의 경직성을 드러내지 않고 '내 걸 훔쳐야 할 운명'의 상황적 아이러니를 통해 현실의 피폐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1930년대 가을, 강원도 산골 마을

성격 : 반어적 문체 : 간결체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출전 : [조선일보](1935)

주제 : 식민지 농촌 사회에 가해지는 상황의 가혹함과 그 피해상.

[반어적 상황 설정]

응오가 자신이 애써 가꾼 벼를 자기가 오히려 도적질해야 하는 눈물겨운 상황.

(모범적인 농군을 반사회적 인물로 몰고 간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다. 일년 농사를 짓고도 남는 것은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 뿐이라는 인식은 당시의 소작농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등장 인물  
 
     

 응칠 :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과 절도로 일확천금의 허화한 꿈을 꾸는 인물

 응오 : 진실하고 모범적인 소작농. 자신이 가꾼 벼를 자기가 도적질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함.

 성팔, 기호, 용구, 머슴, 상투쟁이 :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꿈 꾸며 농촌을 떠나려는 소작농들.

구 성  
 
     

 발단 : 응칠이는 한가롭게 송이 파적을 하며 송이로 요기를 하고 닭을 잡아 먹음.

 전개 : 응오네 벼가 도둑 맞은 사실을 듣고 응오집에 들렀다가 살벌해진 현실에 개탄함.

 위기 : 그믐 칠야에 산꼭대기 바위굴에서 노름을 하고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함.

 절정 : 도둑을 잡고 보니 동생임을 알고 어이가 없어 우두망찰함.

 결말 : 황소 훔칠 것을 거절하는 동생을 몽둥이질하여 등에 업고 산을 내려옴.

줄거리  
 
     

깊은 산골에 가을은 무르녹았다. 응칠은 한가롭게 송이 파적을 나왔다. 전과자요 만무방인 그는 송이 파적이나 할 수밖에 없는 떠돌이 신세다. 응칠은 시장기를 느끼며 송이를 캐어 먹어 본다. 고기 생각이 나서 남의 닭을 잡아 먹는다. 숲 속을 빠져 나온 응칠은 성팔이를 만나 응오네 논의 벼가 도둑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팔이를 의심해 본다. 응칠도 5년 전에는 처자(妻子)가 있었던 성실한 농꾼이었다. 그러나 빚을 갚을 길이 없어 야반 도주한 응칠은 동기간이 그리워 응오를 찾아왔다. 진실한 모범 청년인 응오는 벼를 베지 않고 있다. 그런데 베지도 않은 논의 벼가 닷 말쯤 도적을 맞은 것이다.

응칠은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송이로 값을 치른다. 동생 응오는 병을 앓아 반송장이 된 아내에게 먹일 약을 달이고 있다. 아내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산치성을 올리려 하기에 극구 말렸으나 그는 대꾸도 않고 반발한다. 응칠은 오늘 밤에는 도둑을 잡은 후 이곳을 뜨기로 결심한다.

 

응칠은 응오의 논으로 도둑을 잡으러 산고랑 길을 오른다. 바위 굴 속에서 노름판이 벌어졌다. 응칠도 노름판에 끼었다가 서낭당 앞 돌에 앉아 덜덜 떨며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한다.

 

닭이 세 홰를 울 때, 흰 그림자가 눈 속에 다가든다. 복면을 한 도적이 나타나자 응칠은 몽둥이로 허리께를 내리친다. 놈의 복면을 벗기고 나서 응칠은 망연자실한다. 동생 응오였던 것이다.

 

눈을 적시는 것은 눈물뿐이었다. 응칠은 황소를 훔치자고 동생을 달랬지만, 부질없다는 듯 형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는 동생을 보고 응칠은 대뜸 몽둥이질을 한다. 땅에 쓰러진 아우를 등에 업고 고개를 내려온다.

연구 문제  
 
     

1. 김유정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노름' 장면은 매춘(賣春) 행위, 금광 등과 함께 농촌 풍경 중의 하나이다. 위의 작품에서도 노름 장면이 나오는데(재성, 머슴, 기호의 노름) 이와 같은 '노름' 모티프(motif)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가 ? 정답) 

 절망적 상황에 빠진 농민들의 자포자기적인 도피 행위

 건강한 경제 사회 구조를 좀 먹는 비정상적 경제 행위

 절망적 사회 속에서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도약의 기반

 인간 대 인간끼리 속을 터놓고 사귈 수 있는 사교의 다리

 수탈 행위 속에서 빼앗긴 자가 누리는 즐거움의 수단

 

 생각해 봅시다

1. 응칠이는 염치없이 막돼먹은 만무방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태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당대의 농촌 현실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일 년 농사를 짓고도 남는 것은 식은땀뿐이라는 당시 소작농의 궁핍한 삶이 그의 인간적 결함보다 더

2. 한 농민의 비애 또는 반어적 상황이 잘 나타난 부분을 찾아보자.

 이 작품은 온통 아이러니로 되어 있다 할만큼 아이러니의 요소가 많다. 응칠이가 일 없이 빈둥거리고

3. 응칠과 응오 형제의 행위를 통하여 나타난 작가의 현실 인식을 생각해 보자.

 모범 농군이 도둑이라는 모순된 상황을 통하여 일제 식민지 시대의 농촌 현실이 갖는 비극성을 표출한

4. 응오도 결국 응칠이 같은 만무방이 되는 원인과 과정을 살펴보자.

 소작농이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것이 없었다. 지주들에게 모두 착취당하기 때문이다. 응오

5. 서두의 문체적 특징을 살펴보고 그것이 주제와 어떤 연관을 지니는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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