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배 / 해설 / 박용철
by 송화은율떠나가는 배 -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안윽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가치 물어린 눈에도 비최나니
골잭이마다 발에 익은 뫼ㅅ부리 모양
주름쌀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든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닛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도라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네.
㉡압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잇슬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시문학 창간호, 1930.3)
* 희살짓는다 : 짓궂게 일을 훼방 놓는다는 뜻으로 ‘헤살짓는다’의 전라도 사투리.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박용철의 시는 김영랑이나 정지용의 시에 비하면 대체로 시어가 밝지도 맑지도 못하나 서정의 밑바닥에는 사상성이나 민족 의식 같은 것이 깔려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시는 1930년대 식민지 현실 속에서 한 젊은이가 겪어야 했던 정신적 갈등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이다. 그는 젊은 나이를 무기력하게 눈물로만 보낼 수 없어 어디론가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고자 하지만, 특별한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 터라 막상 떠나려고 하니 여러 가지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자기가 오래 발 붙이고 살던 땅에서 떠나 떠돌 수밖에 없던, 근거 잃은 유랑민의 비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 시작 배경
1930년대에 우리 민족은 일제의 탄압에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유랑의 길을 떠났다.일제의 탄압은 특히 젊은 사람들의 의욕을 꺽고 실의에 빠지게 하기에 청년들은 참다운 일을 찾아 ‘앞 대일 언덕’도 없이 떠나가게 된다. 고국을 떠나는 사정이 타의에 의해서이기 때문에 ‘헤살짓는다’라고 말한다. 망명의 모습을 상상하며 조국을 떠나는 배로 비유하면서 울적한 심경을 노래하고 있다.
▶ 성격 : 서정적
▶ 표현 : 수미쌍관법, 반복법
▶ 운율 : 4음보 율격
▶ 구성 : 수미 쌍관의 구성
① 화자의 결연한 의지(1연) - 조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
② 화자의 안타까운 미련(2연) - 항구에 대한 미련
③ 화자의 의지와 동요(3연) - 지향없이 떠나는 슬픔
④ 화자의 결연한 의지와 다짐(4연) - 떠나고 싶은 마음 강조
▶ 제재 : 이별. (망명으로 떠나는 배)
▶ 주제 : 고향과 정든 사람들을 떠나는 슬픔. (일제하에서 조국을 떠나는 울분과 비애)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화자는 자신의 처지를 무엇에 비유하였는가? 두 어절로 쓰라.
<모범답> 떠나가는 배
2.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와 연관하여 ‘나 두 야’라고 특별히 띄어쓰기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50자 내외로 설명해 보라.
<모범답> 띄어쓰기를 통해 호흡을 느리게 한 것은 ‘차마 떠날 수 없어 망설이는 심정’을 나타낸 것이다.
3.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은 누구이겠는가?
<모범답> 일제 식민지 치하의 우리 민족
4. ㉡을 ‘( ) 출발’이라고 할 때, ( ) 안에 알맞은 3음절의 단어를 쓰라.
<모범답> 절망적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한마디로 ‘쫓겨가는 마음’이다. 그것은 파인(巴人) 김동환이 ‘눈이 내리느니’를 통해 보여 준 정경, 이용악의 시에 나타나는 유랑민의 비애와 같이 우리 민족이 제 땅에서 유배당했듯이 북간도나 만주 등지로 떠돌 수밖에 없던 식민지 현실의 뿌리 뽑힌 삶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시인은 젊은 나이를 눈물로만 보낼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심정을, 항구를 떠나는 배에 비유하여 노래한다. 인생은 끝없는 고해(苦海)와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연유하는 비유일 터이다.
‘앞 대일 언덕’ 즉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쫓겨가는 마음’이기에 그것은 우울한 항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기가 발붙이고 살아온 터전을 돌아다보지만, 바람이 헤살지어 그것마저 구름에 가리운 채 어둡기만 하다. 그러므로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라는 결연한 의지도 그저 말일뿐, 식민지 현실 속에서 겪어야 할 한 젊은이의 정신적 갈등이 그슴 아프게 느껴진다.
이 시에서는 특히 ‘나 두 야’라고 띄어쓰기를 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이렇게 호흡을 느리게 한 것은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라는 구절과 연관하여 볼 때, 차마 떠날 수 없어 망설이는 심정이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 감상의 길잡이 2 >
시문학, 문예월간 등 문예지를 주재하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전개한 박용철의 작품은 그의 의욕적인 문단 활동에 비추어 볼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는 젊은이가 암울한 일제 식민지 현실을 눈물로만 보낼 수 없다는 강변(强辯)을 담은 것으로 고향과 정든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서글픈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주제 의식이 분명하지 않으며 언어 구사가 명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그의 작품 중에서서도 이 시는 <싸늘한 이마>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이 시적(詩的) 완성도가 높아서라기보다는 나라를 빼앗기고 설움에 잠겨 있던 당시의 민족적 분위기에 영합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시는 1연에서 식민지 치하의 암담한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그로 인해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노래하고 있으며, 2연에서는 떠나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과 차마 떠날 수 없다는 감성적 행동 사이에서 겪는 고뇌와 갈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3연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로 인식하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처지를 항구를 ‘떠나가는 배’에 비유하여 괴로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앞 대일 언덕’이란 배를 정박할 항구를 뜻하는 것으로 목적지도 없이 망망대해로 떠나야 하는 괴로운 심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4연은 1연을 반복함으로써 의미의 강조를 꾀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표면적으로는 ‘나두야 가련다’고 하며 미래 지향적 태도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갈 수 없다는 갈등과 고뇌가 깔려 있다. 몇 번씩이나 자신에게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며 강변하지만, 그 내면의 의지는 극복되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안개같이 물 어린 눈’을 글썽이는 인간적 나약함을 보이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시적 화자의 모습을 통하여 일제의 수탈을 피해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당대 유랑인들의 비애와 슬픔을, 한숨과 눈물로써 세월을 보내야 했던 당시 젊은이들의 고뇌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문학, 문예월간 등 문예지를 주재하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전개한 박용철의 작품은 그의 의욕적인 문단 활동에 비추어 볼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는 젊은이가 암울한 일제 식민지 현실을 눈물로만 보낼 수 없다는 강변(强辯)을 담은 것으로 고향과 정든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서글픈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주제 의식이 분명하지 않으며 언어 구사가 명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이 시는 <싸늘한 이마>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이 시적(詩的) 완성도가 높아서라기보다는 나라를 빼앗기고 설움에 잠겨 있던 당시의 민족적 분위기에 영합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시는 1연에서 식민지 치하의 암담한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그로 인해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노래하고 있으며, 2연에서는 떠나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과 차마 떠날 수 없다는 감성적 행동 사이에서 겪는 고뇌와 갈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3연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로 인식하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처지를 항구를 ‘떠나가는 배’에 비유하여 괴로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앞 대일 언덕’이란 배를 정박할 항구를 뜻하는 것으로 목적지도 없이 망망대해로 떠나야 하는 괴로운 심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4연은 1연을 반복함으로써 의미의 강조를 꾀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표면적으로는 ‘나두야 가련다’고 하며 미래 지향적 태도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갈 수 없다는 갈등과 고뇌가 깔려 있다. 몇 번씩이나 자신에게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며 강변하지만, 그 내면의 의지는 극복되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안개같이 물 어린 눈’을 글썽이는 인간적 나약함을 보이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시적 화자의 모습을 통하여 일제의 수탈을 피해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당대 유랑인들의 비애와 슬픔을, 한숨과 눈물로써 세월을 보내야 했던 당시 젊은이들의 고뇌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3 >
김영랑과 함께 1930년대 시문학파를 이끌었던 박용철은 이 시를 자신의 문학의 출발점이라 했다. 1925년에 쓰여진 이 시는 당시 문단의 절망과 허무의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1920년대의 허무와 절망이란 식민지 현실과 3․1운동 실패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박용철은 첫 연과 마지막 연을 동일한 어구로 반복하는 것과 동시에 `나 두 야 간다'라고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로 떠나가는 자신의 안타까움과 비장함을 강조했다. 화자가 떠나가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으나, 떠나가지 않으면 화자는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의 절박함이 있다는 것은 시를 통해 알 수 있다. 눈물로 가득한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가는 화자의 마음이 편할 수 없는 것은 `쫓겨가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다는 것은 절망의 눈물로 젊음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조국강토와 민족을 버리고, 즉 `아늑한 항구를 버리고, /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결국 절망적 상황에 쫓겨가는 것과 다름 없다. 게다가 떠나가서 닿는 곳도, 의지가 되어 줄 `앞 대일 언덕'도 없이 암담한 곳이기 때문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발에 익어 정든 산골짜기'뿐 아니라 바람에 모양 변하는 구름마저 화자에게는 정겹고 슬프게 보이는 것이다. 희망도 없는 곳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가는 젊은이의 비장한 각오와 심정을 `나 두 야 간다'라고 띄어 쓴 시행에서 엿볼 수 있다. 마치 희망적이지 못한 상황으로 쫓겨가는 슬픔과 회한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리라는 의지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하다.
이 시에 나타난 비애는 당대의 현실이나 삶의 표랑 의식과 관계가 있다.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력과 떠남에도 `앞 대일 언덕' 같은 희망이 없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비애가 바로 이 시를 포함한 박용철 시의 주제적 특징이다. [해설: 이상숙]
<맥락읽기>
1. 이 시의 화자는?
☞ 나
2. ‘나’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떠나가는 배 위에서 항구를 바라보고 있어요
3. 항구는 화자에게 어떤 곳일까? 시 속에서 찾아 보자.
☞ 아늑한 곳,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4. 그러면 그곳은 어디라고 할 수 있을까?
☞ 고향
5. 이런 고향을 떠나는 ‘나’의 심정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자.
☞ 아쉬운 마음, 미련, 애착
5-1. 시 속에서 찾아보면?
☞ 2연, 3연 1,2행
6. 그럼 ‘나’가 고향을 떠나서 갈 곳은 정해져 있을까?
☞ 아니오.
6-1. 시 속의 어느 부분에서 알 수 있지?
☞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야
7. 정리해 보면?
☞ 이 시는 젊은 나이를 눈물로만 보낼 수 없어 고향과 정든 사람들을 두고 정처없이 떠나는 사람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생각해 볼 거리>
1. 1연과 4연에서 시인은 ‘나 두 야 간다’를 왜 의도적으로 띄어 썼을까? 그때 떠나는 화자의 정서는 어떨까?
☞ 떠나겠다는 의지와 고향에 대한 애착과 미련→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보자.
2. 이 시는 1930년대 일제 식민지 현실 속에서 지어졌던 시다. 그러면 이 시의 화자인 ‘나’는 고향을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짐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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