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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의족을 달게 된 사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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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의족을 달게 된 사연

 

한 남자가 농장을 방문해서 농장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우리에서 돼지 한 마리가 뒤뚱거리면서 나오더니, 농장주의 다리 냄새를 맡으며 킁킁거렸다. 돼지는 한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있었다.


손님은 조금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잠자코 있었다. 두 사람은 날씨와 농작물 수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손님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농장주인에게 물었다.


“돼지가 웬 의족을 달고 있는 겁니까?”


농장주인은 손님에게 바싹 다가서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답니다. 저 돼지는 정말 대단한 돼지예요. 지난주에 트랙터로 밭을 갈고 있을 때였지요. 갑자기 트랙터가 옆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제가 그 밑에 깔려버렸거든요. 꼼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고,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어요.”


농장주인은 돼지를 가리켰다.


“그런데 이 돼지가, 이 돼지가 말입니다! 갑자기 우리에서 빠져나와 밭으로 달려오더니, 내가 깔려 있는 곳 주변의 흙을 파헤치기 시작하지 않았겠어요? 흙을 다 파고 나서는 내 목덜미의 옷자락을 물고 트랙터 밑에서 날 끄집어내 주었어요. 내 목숨을 구해준 거지요!”


손님은 농장주인의 말에 찬탄을 금치 못하며 외쳤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농장주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두 달 전인가, 아내와 잠을 자고 있는데 거실 벽난로에서 튀어나온 불씨가 양탄자에 옮겨 붙으면서 불이 났나 봐요. 불은 커튼에 옮겨 붙었고, 온 방안이 화염에 휩싸였지요. 그때도 갑자기 이 돼지가 꽥꽥거리면서 우리를 빠져나오더니, 창문으로 뛰어올라 주둥이로 유리창을 두드리지 뭡니까. 그 소리에 잠이 깬 덕분에 우리는 바로 빠져나올 수 있었답니다. 그때도 이 돼지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겁니다!”


손님은 완전히 경악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군요.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어느 이야기보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예요. 그런데 의족은 어쩌다가 달게 된 겁니까?”


농장주인은 바닥에 “퉤” 하고 침을 뱉더니 이렇게 말했다.


“거 참, 궁금할 것도 참 많네요. 당신 같으면, 이렇게 훌륭한 돼지가 맛은 어떨까 궁금하지 않겠어요?”



롤프 브레드니히 저/이동준 역 "위트 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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