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일기(東溟日記)
by 송화은율동명일기(東溟日記)
(전략)
행여 일출(日出)을 못 볼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가끔 영재를 불러 사공(沙工)다려 물으라 하니,
"내일은 일출을 쾌히 보시리라 한다."
하되, 마음에 미쁘지 아니하여 초조(焦燥)하더니, 먼 데 닭이 울며 연(連)하여 자초니, 기생(妓生)과 비복(婢僕)을 혼동하여 어서 일어나라 하니, 밖에 급창(及唱)이 와,
"감청 감관(官廳監官)이 다 아직 너모 일찍 하니 못 떠나시리라 한다."
하되 곧이 아니 듣고, 발발이 재촉하여, 떡국을 쑤었으되 아니 먹고, 바삐 귀경대(龜景臺)에 오르니 달빛이 사면에 조요(照耀)하니, 바다이 어제 밤도곤 희기 더하고, 광풍(狂風)이 대작(大作)하여 사람의 뼈를 사못고, 물결치는 소래 산악(山嶽)이 움직이며, 별빛이 말곳말곳하여 동편에 차례로 있어 새기는 멀었고, 자는 아해를 급히 깨와 왔기 치워 날치며 기생(妓生)과 비복(婢僕)이 다 이를 두드려 떠니, 사군이 소래하여 혼동 왈,
"상(常) 없이 일찌기 와 아해와 실내(室內) 다 큰 병이 나게 하였다."
하고 소래하여 걱정하니, 내 마음이 불안하여 한 소래를 못 하고, 감히 치워하는 눈치를 못 하고 죽은 듯이 앉았으되, 날이 샐 가망(可望)이 없으니 연하여 영재를 불러,
"동이 트느냐?"
물으니, 아직 멀기로 연하여 대답하고, 물 치는 소래 천지(天地) 진동(震動)하여 한풍(寒風) 끼치기 더욱 심하고, 좌우 시인(左右侍人)이 고개를 기울여 입을 가슴에 박고 치워하더니, 마이 이윽한 후, 동편의 성쉬(星宿ㅣ) 드물며, 월색(月色)이 차차 열워지며, 홍색(紅色)이 분명하니, 소래하여 시원함을 부르고 가마 밖에 나서니, 좌우 비복(左右婢僕)과 기생(妓生)들이 옹위(擁衛)하여 보기를 죄더니,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편 길게 뻗쳤으니, 진홍 대단(眞紅大緞) 여러 필(疋)을 물 우희 펼친 듯, 만경창패(萬頃蒼波ㅣ) 일시(一時)에 붉어 하늘에 자옥하고, 노하는 물결 소래 더욱 장(壯)하며, 홍전(紅氈) 같은 물빛이 황홀(恍惚)하여 수색(水色)이 조요(照耀)하니, 차마 끔찍하더라.
붉은빛이 더욱 붉으니, 마조 선 사람의 낯과 옷이 다 붉더라. 물이 굽이져 치치니, 밤에 물 치는 굽이는 옥같이 희더니, 즉금(卽今) 물굽이는 붉기 홍옥(紅玉) 같하야 하늘에 닿았으니, 장관(壯觀)을 이를 것이 없더라.
붉은 기운이 퍼져 하늘과 물이 다 조요하되 해 아니 나니, 기생들이 손을 두드려 소래하여 애달와 가로되,
"이제는 해 다 돋아 저 속에 들었으니, 저 붉은 기운이 다 푸르러 구름이 되리라."
혼공하니, 낙막(落寞)하여 그저 돌아 가려하니, 사군과 숙씨(叔氏)셔,
"그렇지 아냐, 이제 보리라."
하시되, 이랑이, 차섬이 냉소(冷笑)하여 이르되,
"소인(小人) 등이 이번뿐 아냐, 자로 보았사오니, 어찌 모르리이까. 마누하님, 큰 병환(病患) 나실 것이니, 어서 가압사이다."
하거늘, 가마 속에 들어앉으니, 봉의 어미 악써 가로되,
"하인(下人)들이 다 하되, 이제 해 일으려 하는데 어찌 가시리요. 기생 아해들은 철 모르고 즈레 이렁 구는다."
이랑이 박장(拍掌) 왈,
"그것들은 바히 모르고 한 말이니 곧이 듣지 말라."
하거늘, 돌아 사공(沙工)다려 물으라 하니,
"사공셔 오늘 일출이 유명(有名)하리란다."
하거늘, 내 도로 나서니, 차섬이, 보배는 내 가마에 드는 상 보고 몬저 가고, 계집 종 셋이 몬저 갔더라.
홍색(紅色)이 거록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을 뛰노더니, 이랑이 소래를 높이 하여 나를 불러,
"저기 물 밑을 보라."
외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 밑 홍운(紅雲)을 헤앗고 큰 실오리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奇異)하며, 기운이 진홍(眞紅)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넓이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 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우흐로 적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 호박(琥珀) 구슬 같고, 맑고 통랑(通朗)하기는 호박도곤 더 곱더라.
그 붉은 우흐로 훌훌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白紙) 반 장(半張) 넓이만치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赤色)이 온 바다에 끼치며, 몬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 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左右)로 뛰놀며, 황홀(恍惚)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즐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明朗)하여 첫 홍색을 헤앗고, 천중(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렛바퀴 같하야 물 속으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혀처로 드리워 물 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으더라. 일색(日色)이 조요(照耀)하며 물결에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일광(日光)이 청랑(淸朗)하니, 만고천하(萬古天下)에 그런 장관은 대두(對頭)할 데 없을 듯하더라.
짐작에 처음 백지 반 장만치 붉은 기운은 그 속에서 해 장차 나려고 우리어 그리 붉고, 그 회오리밤 같은 것은 진짓 일색을 빠혀 내니 우리온 기운이 차차 가새며, 독 같고 항 같은 것은 일색이 모딜이 고온 고로, 보는 사람의 안력(眼力)이 황홀(恍惚)하여 도모지 헛기운인 듯싶은지라.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意幽堂關北遊覽日記)
요점 정리
작자 : 의유당 김씨
연대 : 조선 영조
갈래 : 고전 수필, 기행문
성격 : 묘사적, 사실적, 주관적
문체 : 묘사, 서사, 대화를 이용한 구체적, 묘사적, 사실적 문체, 산문체
구성 :
기 : 귀경대에 올라 추위를 참으며 일출을 기다림
승 : 동틀 무렵의 장관과 일출 여부에 대한 논쟁
전 : 일출의 장관(회오리밤 - 쟁반 - 수레바퀴)
결 : 일출을 본 후의 주관적인 감상
주제 : 귀경대에서 본 일출의 장관
표현 : 여성적인 섬세한 필치가 돋보이고, 순수한 우리말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여 한글의 산문의 모범이 되고, 양반부인 계층의 품위와 자세를 보여주고 있음
의의 : 여성의 섬세한 관찰과 필치가 돋보이는 기행 수필로, 우리 나라 고전 수필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함
출전 :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意幽堂關北遊覽日記)
내용 연구
(전략)
행여 일출(日出)을 못 볼까 노심초사(勞心焦思)[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움]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가끔 영재[하인]를 불러 사공(沙工)다려[사공에게] 물으라 하니,
"내일은 일출을 쾌히 보시리라[주체는 작가] 한다[사공]."
하되, 마음에 미쁘지[미덥지] 아니하여 초조(焦燥)하더니[일출을 보지 못할까 마음을 놓지 못하는 작가의 마음이 사공에게 상황을 묻는 행동으로 나타남], 먼 데 닭이 울며 연(連)하여 자초니[계속하여 날이 새기를 재촉하니], 기생(妓生)과 비복(婢僕)을 혼동하여[꾸짖어] 어서 일어나라 하니, 밖에 급창(及唱)이 와,
"감청 감관(官廳監官)[옛날 관청에서 음식을 맡아 보던 사람]이 다 아직 너모[너무] 일찍 하니 못 떠나시리라 한다."
하되 곧이 아니 듣고, 발발이[매우 강하게] 재촉하여, 떡국을 쑤었으되 아니 먹고, 바삐 귀경대(龜景臺)에 오르니 달빛이 사면에 조요(照耀)하니[환하게 비치어 빛나니], 바다이 어제 밤도곤[밤보다] 희기 더하고, 광풍(狂風)이 대작(大作)[심한 바람이 크게 일어나]하여 사람의 뼈를 사못고[사무치고], 물결치는 소래 산악(山嶽)이 움직이며, 별빛이 말곳말곳하여[말똥말똥하여] 동편에 차례로 있어 새기는 멀었고, 자는 아해를 급히 깨와 왔기 치워 날치며[날뛰며] 기생(妓生)과 비복(婢僕)이 다 이를 두드려 떠니[밤바다의 고요한 모습과 추위를 참으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군[남편]이 소래하여 혼동[꾸짖어] 왈,
"상(常) 없이[분별없이] 일찌기 와 아해와 실내(室內)[남의 아내를 일컫는 말, 여기서는 자기 아내(작자)를 간접적으로 지칭한 말] 다 큰 병이 나게 하였다."
하고 소래하여 걱정하니, 내 마음이 불안하여 한 소래를 못 하고, 감히 치워하는 눈치를 못 하고 죽은 듯이 앉았으되, 날이 샐 가망(可望)이 없으니 연하여 영재를 불러,
"동이 트느냐?"
물으니, 아직 멀기로 연하여 대답하고[아직 멀기로 연하여 대답하고 : 날이 새기는 아직 멀었다는 말로써 계속 대답하고, 간접 인용의 표현], 물 치는 소래 천지(天地) 진동(震動)하여 한풍(寒風)[겨울에 부는 차가운 바람. '찬바람'으로 순화] 끼치기[밀려 들기] 더욱 심하고, 좌우 시인(左右侍人)[주위에 모시고 시중 드는 사람]이 고개를 기울여 입을 가슴에 박고 치워하더니[추워하더니], 마이[매우] 이윽한 후, 동편의 성쉬(星宿ㅣ)[별이] 드물며, 월색(月色)이 차차 열워지며[엷어지며], 홍색(紅色)이 분명하니[동편의 성수ㅣ 드물며 ~ 홍색이 분명하니 : 동쪽의 별자리가 보이지 않고 달빛도 엷어진 것으로, 붉게 물든 바다의 시간에 따라 변하는 광경을 묘사], 소래하여 시원함을 부르고 가마 밖에 나서니, 좌우 비복(左右婢僕)과 기생(妓生)들이 옹위(擁衛)[좌우에서 부축하며 지키고 보호함.]하여 보기를 죄더니[마음을 졸이더니],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편 길게 뻗쳤으니, 진홍 대단(眞紅大緞)[짙붉은 비단] 여러 필(疋)[일정한 길이로 피륙을 하나치로 셀 때 쓰는 단위]을 물 우희 펼친 듯, 만경창패(萬頃蒼波ㅣ)[만경창파로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 참고로 '만경창파에 배 밑 뚫기'는 심통 사나운 짓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일시(一時)에 붉어 하늘에 자옥하고, 노하는 물결 소래 더욱 장(壯)하며, 홍전(紅氈)[붉은 색깔의 모직물] 같은 물빛이 황홀(恍惚)하여 수색(水色)이 조요(照耀)하니, 차마 끔찍하더라.[놀랍고 대단하더라][홍전 같은 물빛이 ~ 차마 끔찍하더라 : 붉게 물든 바다의 황홀함이 놀랍고 대단하더라, 동이 트는 장관을 묘사함]
붉은빛이 더욱 붉으니, 마조[마주] 선 사람의 낯과 옷이 다 붉더라. 물이 굽이져 치치니, 밤에 물 치는 굽이는 옥같이 희더니, 즉금(卽今) 물굽이는 붉기 홍옥(紅玉) 같하야 하늘에 닿았으니, 장관(壯觀)[굉장하고 볼만한 경치]을 이를 것이 없더라.[밤에 물치는 굽이는 ~ 이를 것이 없더라 : 밤의 물결은 옥 같이 희더니 동트는 지금은 옥같은 붉은 빛이 하늘까지 닿은 것을 직유와 대조를 통해 동트기 전의 대단한 경치를 표현]
붉은 기운이 퍼져 하늘과 물이 다 조요하되 [환하게 비치어 빛나되] 해 아니 나니, 기생들이 손을 두드려 소래하여 애달와[애가 탈 정도로 마음이 아파] 가로되,
"이제는 해 다 돋아 저 속에 들었으니, 저 붉은 기운이 다 푸르러 구름이 되리라."[붉운 기운이 모두 푸르게 되어 구름만 남아, 해는 이미 솟아 구름 속에 들어 있으니 해돋이 보기는 틀렸음을 묘사한 부분임]
혼공하니[매우 떠들썩하게 지껄이니][저 붉은 기운이 다 푸르러 ~ 혼공하니 : 붉은 기운이 모두 푸르게 되어 구름만 남아 해는 이미 솟아 구름 속에 들어 있으니 해돋이 보기는 틀렸다고 떠들썩하게 지껄이니], 낙막(落寞)하여[마음이 쓸쓸하여, 작가의 심정이 들어 있음] 그저 돌아 가려하니, 사군[사또인 자기 남편]과 숙씨(叔氏)[시아주버니, 남편의 형제]셔,
"그렇지 아냐, 이제 보리라."
하시되[사군과 ~ 하시되 : 사군과 숙씨는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하시는데, 하인과 사공도 이에 동조함], 이랑이, 차섬이[기생] 냉소(冷笑)하여 이르되,
"소인(小人) 등이 이번뿐 아냐, 자로[자주] 보았사오니, 어찌 모르리이까. 마누하님[마나님. 귀부인의 존칭], 큰 병환(病患) 나실 것이니, 어서 가압사이다.[가십시다]"
하거늘, 가마 속에 들어앉으니[이랑이 차섬이 냉소하여 ~ 들어 앉으니 : 이랑이와 차섬이는 자기들은 이번뿐 아니고 자주 보아 아는데 일출을 볼 수 없다며 돌아가자 하여 내가 가마에 들어앉으니. 여기서는 하인들의 심리적 고통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지은이의 체념도 보이고, 작가의 신분을 알 수 있는 계층적 언어를 사용], 봉의 어미[하인] 악써 가로되,
"하인(下人)들이 다 하되[말하는데], 이제 해 일으려[솟으려, 돋으려, 뜨려고 하는데] 하는데 어찌 가시리요. 기생 아해들은 철 모르고 즈레[지레 짐작으로] 이렁[이렇게] 구는다[구는가]."
이랑이 박장(拍掌)[손뼉을 침] 왈,
"그것들은 바히[전혀. 아주] 모르고 한 말이니 곧이 듣지 말라."
하거늘, 돌아 사공(沙工)다려[에게] 물으라 하니,[지은이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요소로 중간에 하인을 끼어 의사 소통을 함]
"사공셔 오늘 일출이 유명(有名)하리란다."[일출을 잘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다시 가마 밖으로 나오게 된 이유가 되는 말]
하거늘, 내 도로 나서니[지은이의 기대], 차섬이, 보배는 내 가마에 드는 상[드는 모양] 보고 몬저 가고, 계집 종 셋이 몬저 갔더라.
홍색(紅色)이 거록하여[아름답고 훌륭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을 뛰노더니, 이랑이 소래를 높이 하여 나를 불러,
"저기 물 밑을 보라."[기다리던 일출이 드디어 시작하는 것을 알고 좋아서 외치는 말. 특정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고 불특정인에게 하는 말임]
외거늘[외치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 밑 홍운(紅雲)[붉게 물든 바다를 빗댐]을 헤앗고[헤치고] 큰 실오리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奇異)하며, 기운이 진홍(眞紅)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넓이 같은 것[붉은 기운]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 빛 같더라[어둠과 밝음의 색채 대비를 통해 일출 직전의 모습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 주고 있는 장면]. 차차 나오더니, 그 우흐로[위로] 적은 회오리밤[둥근 외톨밤] 같은 것이 붉기 호박(琥珀) 구슬 같고, 맑고 통랑(通朗)하기[환하게 트이어 밝기는, 투명하기는]는 호박[예전에 송진들이 땅속에 묻혀 이루어진 광물]도곤[보다] 더 곱더라.
그 붉은 우흐로[위로] 훌훌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白紙) 반 장(半張) 넓이만치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赤色)이 온 바다에 끼치며[덮치는 듯이 확 밀려 오며], 몬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흔적이 차차 없어지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 하며, 항[항아리]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左右)로 뛰놀며, 황홀(恍惚)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즐하며[어질어질 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明朗)하여 첫 홍색을 헤앗고, 천중(天中)[하늘 가운데]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렛바퀴 같하야 물 속으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혀처로[소의 혀처럼, '처로'는 비교격 조사로 직유법] 드리워[아래로 처지게 하여] 물 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으더라.[기운이 진홍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넓이 같은 것이 ~ 풍덩 빠지는 듯 싶으더라 : 오래 기다린 후 해가 수평선에 떠오르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예리하게 관찰하여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해가 떠오르기 전의 붉은 빛의 배경과 솟아오른 해의 모습을 직유법을 써서 묘사하고 있다. 해의 모습은 '회오리밤 ->쟁반->수렛바퀴->해'로 점층적이고 직유적 표현으로 묘사하고, 일출 배경은 붉은 기운을 '손바닥넓이->백지 반 장 넓이-> 소의 혀처럼 보임'으로 묘사하여 여성다운 섬세함이 돋보인다.] 일색(日色)이 조요(照耀)하며 물결에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엷어지며, 가시어 없어지며], 일광(日光)이 청랑(淸朗)하니, 만고천하(萬古天下)에 그런 장관은 대두(對頭)[맞대어 견줌]할 데 없을 듯하더라[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한 일출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고, '더라'는 문어체의 요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지은이가 비교하고자 하는 대상을 정확히 밝히지 못했기에 주관적 표현이라고 봄]. 짐작에 처음 백지 반 장만치 붉은 기운은 그 속에서 해 장차 나려고 우리어[내비치어] 그리 붉고, 그 회오리밤 같은 것은 진짓[진짜의, 참된] 일색을 빠혀[빼어, 뽑아] 내니 우리온[내비친] 기운이 차차 가새며, 독 같고 항 같은 것은 일색이 모딜이[몹시, 매우] 고온 고로, 보는 사람의 안력(眼力)이 황홀(恍惚)하여 도모지 헛기운[환상]인 듯싶은지라[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임].
해돋이 장면의 묘사
배경 |
손 바닥 넓이의 붉은 기운 |
백지 반 장 넓이의 붉은 기운 |
소혀처로 모임 |
주체(해) |
회오리밤 |
쟁반 |
수렛바퀴 |
환상과 황홀 |
|
항, 독 |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조선 영조 때, 의유당 김씨가 함흥 판관으로 부임해 가는 남편을 따라가 그 곳의 명승 고적을 살피고 느낀 바를 적은 기행 수필로, 귀경대에서 일출을 구경하기까지의 여정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조선조 여인의 글로 매우 개성적이고도 우수한 작품으로 소재들이 특이할 뿐만 아니라 사물을 관찰하는 격조 높은 안목과 탁월한 표현력을 구비하고 있어서 작가의 문학적 역량을 가늠하게 한다.
특히 <동명일기>에서는 동명의 해돋이와 달맞이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그의 남편을 졸라서 허락을 받고 길을 떠나 왕래하는 사이에 보고 겪은 일들과 해돋이의 장관을 그린 것이다. 우리말의 멋스러운 사용으로 표현의 운치를 드높인 것이나, 일출광경의 장엄하고 화려한 모습과 색채가 매 순간마다 치밀하고 예리한 관찰에 의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은 여류 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라 할 만하다. 특히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에서는 일출의 장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일출을 기다리는 과정이, 후반부에서는 해돋이 광경을 여성 특유의 세밀한 관찰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치밀한 필치가 드러나 있고, 참신하고 순연한 우리말의 구사로 개성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이해와 감상1
조선 후기에 의유당 남씨(意幽堂 南氏)가 지은 수필. 이 작품은 ≪의유당관북유람일기 意幽堂關北遊覽日記≫ 안에 〈낙민루〉·〈북산루〉·〈춘일소흥〉·〈영명사득월루상량문〉 등과 함께 수록된 것이다.
원본은 필사로 전해지던 것을 1947년 이병기(李秉岐)가 처음 활자화하여 출판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의유당이 동명일기를 짓게 된 것은, 남편 신대손(申大孫)이 함흥지방 관직을 맡아 현지로 떠나게 될 때 동행하여 수년간 머물러 있으면서 일출경관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내용은, 동명의 해와 달뜨는 경관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1771년 8월 21일에 동명을 찾았으나 일기가 좋지 않아 일출 관람에 실패하고, 1772년 9월 17일 재차 출발하여 동명의 장엄한 일·월출 경관을 보게 된 감동을 쓴 것이다.
이 글은 함흥에서 동명까지의 두 번에 걸친 여행길과 내왕하며 보고 겪은 일들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다. 그 가운데 고기잡이와 풍물패를 거느린 선유, 태조의 유적지들을 관람한 일들이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 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편 은 가이 업슨 창해오 한편은 ○○한 뫼힌듸 바다가흐로 길히 겨우 무명 너槐만은 하고 고 녑히 산이니 쌍교를 인부의 머여 가만가만 가니 물결이 구비텨 홍치며 창색이 흉융하니 처음으로 보기 금즉하더라……처엄 낫던 붉은 긔운이 백지 반 장 너비만치 반드시 비최며 밤같던 긔운이 해 되야 차차 커가며 큰 쟁반만하여 傀읏붉읏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이 왼 바다희 끼치며 몬져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로 뛰놀며 번득여 냥목이 어즐하며 붉은 긔운이 명낭하야 첫 홍색을 헤앗고 텬듕의 쟁반같은 것이 수레박회 같아야 물속으로셔 치미러 밧치드시 올라 붙으며 항 독같은 기운이 스러디고……”.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개성 있는 심리묘사와 탁월한 심미적 관찰력, 사실적이며 섬세한 묘사수법, 세련된 문체 등에서 조선 후기 여류수필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意幽堂日記(李秉岐 校註, 白楊堂, 1947), 意幽堂關北遊覽日記의 作者考 (李聖姸, 隨筆文學 3, 1974), 意幽堂遺稿(未發表)와 그 作者(柳鐸一, 국어국문학 76, 1977), 意幽堂日記의 作者에 대하여(柳鐸一, 隨筆文學硏究, 국어국문학연구총서 6, 정음사, 1980).(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동명일기의 지은이를 의유당김씨라고 하거나, 의령 남씨라고도 하는 이설이 있고, 의령남씨는 함흥 판관 신대손의 부인으로 당호를 의유당이라 하였다. 한문과 국문에 능하여 '의유당 유고'라는 문집을 남겼는데,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에는 '북산루', '낙민루', '동명일기'의 3편의 기행문과 '춘일소흥'의 전기 1편, '영명사 득월루 상량문'의 번역 1편 등으로 엮어져 있다.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를 줄여서 '의유당 일기'라고 한다. 의유당 김씨라고 하면 본관 연안이고 판관(判官) 이희찬(李羲贊)의 아내이다. 함흥(咸興) 일대를 탐승하고 지은 기행(紀行) ·전기(傳記) ·번역 등을 모아 엮은 '의유당관북유람일기(意幽堂關北遊覽日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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