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독서와 사회․문화의 만남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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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사회문화의 만남 / 박인기(朴寅基)

 

문학 작품 읽기와 세상과의 만남

 

세상이란 무엇일까? 그저 평범하게 생각하면, 세상이란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공간을 가리킨다. 세상 안에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사람들이 살지 아니하는 세상이란 의미가 없다.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혼자 살 수 없으며, 서로 모여서 사는 공동체의 삶을 형성한다. 이런 공동체적 삶 속에는 사람들끼리 맺는 여러 가지 관계가 있다. 이런 세상을 우리는 사회라고 부른다. 사회 속에는 사람들이 함께 지키고 누리는 삶의 방식이 있으며, 함께 만들어 내고 누리는 가치와 문화가 있다.

문학 속에도 세상이 있다. 그런데 문학에서 말하는 세상또는 세계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실제의 세상과 다르다. 문학이 보여 주는 세상은 실제의 세상 그 자체가 아니며, 실제의 세상을 잘 반영하여 작품으로 빚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문학 작품 안에 있는 세상이나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이나 그 본질에 있어서는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문학 작품 안의 세상이 어떤 문제 의식을 더 잘 보여 주는 측면도 있다. 문학 작품은 작가가 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사회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빚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 안에 세상이 있다는 말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몸소 경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 작품을 읽으면 사회와 삶과 문화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앞에서 말한 대로 문화 작품 속에 작가의 의식과 경험과 상상력이 함께 녹아있고, 세상과 삶의 전체적인 모습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공감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독자는 어떤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오직 내가 사는 세상만을 겪으며 살았는데, 문학 작품을 읽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를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든지,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세계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곧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게 되는 사회문화와의 만남을 뜻한다.

 

 

문학 작품 읽기와 사회적, 문화적 대화

 

대화란, 의사를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대화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정신적 활력을 만들어내는 근원이다. 대화 없는 삶은 의미가 없는 삶이다. 사람이든 사회이든 오래도록 대화가 단절되면 저절로 소외되어, 살았으되 죽어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게 된다.

 

이러한 대화의 의미를 넓게 생각해 보기로 하자, 모든 글읽는 대화의 과정을 가진다. 예를 들면, 친구가 보내 준 편지를 읽는 것은 그 자체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지를 읽는 동안 친구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하고, 친구의 생각에 대한 내 견해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는 것 등 모두 대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서 반드시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대화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뜻에서 모든 글읽기는 대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왜냐 하면, 작품을 읽는 동안 우리는 머릿속에서 작가와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작중 인물과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 작품을 읽는 후에 이 작품을 읽은 다른 독자와 대화하면서 그 의미를 넓혀 가게 한다. 물론, 이런 대화는 우리가 작가나 작중 인물이나 다른 독자를 직접 만나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서 그들을 상정하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런 대화가 왕성하게 일어날수록 감상이 깊이 있게 이루어진 독서라고 말할 수 있다.

 

소나기를 읽으면서 소년의 청순한 마음에 공감하기도 하고, 주인공 소녀를 죽게 만드는 작가에 대해서 그 근본 의도를 마음속으로 질문해 보는 것들이 모두 대화 또는 의사 소통의 과정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으면서 주인공 엄석대와 한병태를 옹호해 보기도 하고 비판해 보기도 하는 것은 작중 인물들과의 대화이고, 독후감을 서로 발표해 봄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독자들 간의 의사 소통이요 대화이다. 이처럼 작품 읽기로서의 대화(소통)는 작품을 통하여 내가 현실적으로 만날 수 없는 사회,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문화를 만나 보며 그것과 내 생각을 끊임없이 교류시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의 세계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문학이 보여주는 인간의 삶은 혼자 고립해서 있는 삶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사회 속에 있는 삶이다. 문학 작품을 읽으며 우리가 찾아가는 다른 사람의 삶의 세계에는 어떤 구체적인 현실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작품을 통해서 작품 속 사회와 대화하면서 우리 자신의 현실을 되짚어 보게도 되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에 대해서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문학작품을 읽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화는 처음에는 보잘것 없는 것 같지만, 사회성이 큰 작품일수록 대화의 의미를 되울리는 폭이 점점 넓어져서 마침내 그 대화의 소통이 끝없이 확장되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확장된 대화의 소통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고, 우리의 생활 방식, 즉 문화를 반성하는 데로 나아가게 된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과 더불어서 대화적 의사 소통을 실천할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은 다양하다. 작가에게 직접편지를 보내는 방식도 있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발표하여 신문이나 잡지 등에 투고하면 그 자체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것이 된다. 내가 투고한 글을 읽는, 신문과 잡지의 많은 독자들이 대화의 상대방이 되어 그 작품과 관련된 대화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문학을 다루는 여러 인터넷 웹 사이트의 게시판에 문학 독자들이 네티즌의 자격으로 참여하여 자기의 생각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묻는 방식으로 대화를 할 수 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문학 작품을 읽기를 통해서 독자들 간에 형성된 생각을 사회적으로 널리 소통시키는 것이 된다. 문학 독서를 통한 사회적 실천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활동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개인이 문학 작품 읽기를 통해서 사회와 문화에 참여하는 과정이 된다.

 

 

문학 속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동기

 

우리는 앞에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사회적, 문화적 대화를 나누는 한 과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문학 작품 읽기에서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대화를 나누기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독자들은 작품 자체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학은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작품에 반영된 사회 상황을 상상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기도 하고, 어떤 현상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 그 작품 세계와 관련된 문화에 대해서 공감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한다.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우리는 봉건 신분 사회가 가지고 있는 차벼과 억압의 사회 제도를 비판하고, 위선적 관리들의 부패 구조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그처럼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홍길동이 탐관오리를 징벌하는 대목에서 공감을 한다. 길동이 율도국으로 떠나는 대목에서는 모순 된 사회에 대한 길동의 저항이 어떤 한계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울러 당시 사람들이 지녔던 이념이나 작가가 꿈꾸고 있는 이상을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관련해서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의 디킨스가 1838년에 소설로 발표하고 이후 연극이나 영화로 수없이 상영한 올리버 트위스트는 당시 영국 사회의 이면을 현실주의의 안목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돈만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세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온갖 사회악이 행해지고, 진정한 인간애가 사라진 영국 도시 사회의 이면에 대하여 작가는 사회적 분노를 품고 고발하듯 그려 내고 있다. 디킨스의 문학 작품을 읽고 그 의미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쓰여지던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음미할 수 있고, 더욱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

 

우리 문학에도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동기를 가지고 쓰인 작품들이 많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삶의 문제에 대해서 진지한 사회 의식을 보여 준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976년에 발표한 조세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들 수 있다.

 

모두 12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로, 도시 빈민의 가난한 삶을 다루고 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급격히 산업화와 도시화가 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도시의 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상, 노동 환경, 주거문제, 노동 운동 등을 일화 형식으로 그려 놓고 있다. 작가는 산업화의 그늘에서 시들어 가는 도시 변두리 사회의 헤어날 수 없는 궁핍을 창작의 동기로 삼고 있다. 난쟁이로 표현된 아버지의 존재는 이 소설의 주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근찬의 수난 이대는 일제 강점과 625 전쟁이라는 한국현대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불구의 몸이 된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적 삶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한 가족의 비극이지만 그것은 곧 한국의 현대사와 한국 사회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을 역사와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읽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불행 또는 운명으로만 읽는 것은 온전한 읽기의 방법이 아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는 작품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 그리고 작가의 사회적 동기를 고려하며 읽는 것이 적극적인 문학 작품 읽기라 할 수 있다.

 

모든 문학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고정에서 이미 작가가 살고 있는 사회, 작가가 숨쉬고 있는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같은 작품을 읽어도 그 작품이 만들어질 때에 영향을 미쳤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알고 읽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작품 이해의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학 작품 읽기와 사회적, 문화적 실천

 

문학은 개인의 창조물이면서도 사회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문학 속에 잇는 세상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 세상을 현실의 세계에 다시 비추어 본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문학 속에서 사회를 만나고 문화를 만난다. 그리고 그 사회와 문화가 나의 삶과 나의 현실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우리의 삶은 어떠해야할지를 생각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된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냥 재미에만 자신을 내맡기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하도록 이끄는 문학이 있다면, 그것은 소비적인 문학에 가깝다. 우리 삶의 의미를 사회적, 문화적인 면에서 깨닫게 하는 문학 작품을 읽기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나 문화의 영역에서 우리는 어떤 실천 의지를 기르도록 하는 문학 작품 읽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 방향을 향해서 문학 작품을 읽고 소통에 참여하는 문학 작품을 읽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문학을 통한 사회적, 문화적 경험은 좋은 작가 및 작품과 더불어 독자가 소통에 능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사회적, 문화적 경험을 실천해 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가 만나는 사회 현상이나 문화 현상에 대해서 주체적인 자리에 서자는 것이다. 사회나 문화 현상에 대해 아무런 의미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분별 없이 유행처럼 따라가는 자리에 놓이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 작품을 그냥 작품 자체로서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문학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내 삶의 문제로 가져와 생각하고, 생각한 내용들을 사회 속에서 왕성하게 소통하고 대화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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