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뇌설(雷說)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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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설(雷說)

우레가 울 때에 누구나 다 함께 마음이 두려워지므로 '뇌동(雷同)'이란 말이 있다. 내가 우레 소리를 들을 때 처음은 간담이 서늘하였으나, 나의 잘못은 없는지 여러 차례 반성하여 마음에 꺼려할 만한 잘못을 찾지 못한 다음에야 겨우 마음을 놓았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조금 꺼리는 것이 있다. 내 일찍이 '좌전(左傳)'을 읽다가 화부(華婦)가 눈을 맞추었다는 대목을 보고 아닌게 아니라 이것은 잘못이라 생각하여 길에서 혹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면 서로 눈을 마주칠까 두려워서 머리를 숙여 외면하고 걸음을 빨리 하였다. 그러나 머리를 숙이고 외면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무심(無心)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이것을 스스로 꺼렸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일은 인정상 어쩔 수 없는 일로서 남이 나를 칭찬하면 기뻐하고 나를 나무라면 낯빛을 변하였으니, 이것은 비록 뇌성벽력(腦聲霹靂)할 때에 두려워할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옛사람이 어두운 방에서도 속일 것이 없다고 한 것을 어찌 따를 수 있으랴!

요점 정리

연대 : 고려시대

작자 : 이규보

형식 : 고수필. 설

성격 : 자성적, 교훈적

주제 : 근신(謹愼) , 매사에 근신(謹愼)해야 함.

내용 연구

부화뇌동(附和雷同) :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임

뇌성벽력(雷聲霹靂) : 천둥소리와 벼락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이해와 감상

 

자연 현상인 우레를 통해서 자신의 잘잘못을 성찰하는 글로 자연현상을 절대자와 동일시하는 동양적 사상관의 일면을 볼 수 있으며, 매사에 근신(謹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작자가 경험한 것은 '우레'이다. 자연 현상인 우레이지만 자연을 절대자와 동일시하는 동양적 사유에 의해 우레는 '천벌(天罰)'을 내리는 수단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작자는 우레 소리를 듣고 두려워하며 자신이 잘못한 일이 없는지 자신을 되돌아본다. 아름다운 여자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작자는 평소에 눈을 내리깔고 빨리 길을 걸었으나 이런 행위 자체가 아름다운 여자에게 마음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반성한다. 또 남이 칭찬할 때 기뻐하고 나무라면 서운해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인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경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매사에 근신(謹愼), 즉 삼가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은 경험으로부터 깨달음을 이끌어 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설(說) 양식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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