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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 - 8월령 9월령 10월령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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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령(八月令)

 

 

팔월이라 중추가 되니 백로 추분이 있는 절기로다. 북두칠성의 국자 모양의 자루가 돌아 서쪽을 가리키니, 서늘한 아침 저녁 기운은 가을의 기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가 벽 사이에서 들리는구나. 아침에 안개가 끼고 밤이면 이슬이 내려, 온갖 곡식을 여물게 하고, 만물의 결실을 재촉하니, 들 구경을 돌아보니 힘들여 일한 공이 나타나는구나. 온갖 곡식의 이삭이 나오고 곡식의 알이 들어 고개를 숙여, 서풍에 익는 빛은 누런 구름이 이는 듯하다. - 8월 절기의 특징

 

 

 

눈같이 흰 목화송이, 산호같이 아름다운 고추 열매, 지붕에 널었으니 가을 볕이 맑고 밝다. 안팎의 마당을 닦아 놓고 발채와 옹구를 마련하소.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과 콩가지도 담고, 나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와 같은 산과일도 따오리라. 뒷동산의 밤과 대추에 아이들은 신이난다. 알밤을 모아 말려서 필요한 때에 쓸 수 있게 하소. - 8월의 밭농사와 산과(山果)

 

 

명주를 끊어 내어 가을볕에 표백하고, 남빛과 빨강으로 물을 들이니 청홍이 색색이로구나. 부모님 연세가 많으니 수의를 미리 준비하고, 그 나머지는 마르고 재어서 자녀의 혼수하세. - 옷감 장만하기

 

 

 

 

 

지붕 위의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대싸리로 비를 만들어 타작할 때 쓰리라. 참깨 들깨를 수확한 후에 다소 이른 벼를 타작하고 담배나 녹두 등을 팔아서 아쉬운 대로 돈을 만들어라.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와 젓조기를 사다가 추석 명절을 쇠어 보세. 햅쌀로 만든 술과 송편, 박나물과 토란국을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이웃집이 서로 나누어 먹세. - 가을걷이와 추석 쇠기

 

며느리가 휴가를 얻어 친정에 근친 갈 때에, 개를 잡아 삶아 건지고 떡고리와 술명을 함께 보낸다. 초록색 장옷과 남빛 치마로 몸을 꾸미고 다시 보니, 농사 짓기에 지친 얼굴이 원기가 회복되었느냐. 추석날 밝은 달 아래 기를 펴고 놀다 오소. - 며느리의 근친 나들이

 

금년에 할 일을 다 못 했지만 내년 계획을 세우리라. 풀을 베고 더운가리하여 밀과 보리를 심어 보세. 끝까지 다 익지 못했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가시오. 사람의 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 현상도 마찬가지이니, 잠시도 쉴 사이가 없이 마치면서 다시 새로운 것이 시작되도다.  - 가을갈이에 힘씀

 

 

 

 

 

 

 이해와 감상

 

 가을걷이와 추석쇠기, 며느리의 근친, 가을갈이 등 가을철 농사일들이 다소 교훈적이긴 하나, 정황 묘사가 잘 되어 있다.

 

 

9월령

 

 

 

 

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느냐
창공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온 산 단풍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 밑 노란 국화 가을 빛깔 뽐낸다 구구절 좋은 날 꽃부침개로 제사 지내세
절기를 따라가며 조상 은혜 잊지 마소 보기는 좋지만은 추수가 더 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습한 논은 베어 깔고 마른 논은 메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 콩 팥 가리 벼 타작 마친 뒤에 틈 나면 두드리세


비단조차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이삭으로 먼저 잘라 종자로 따로 두소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 사람 낫질이라 아이는 소 몰고 늙은이는 섬 싸매기
이웃집 힘을 합쳐 제 일 하듯 하는 것이 뒷목 줍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한쪽에서 면화 트니 씨아 소리 요란하다 틀 차려 기름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등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살을 장만할 때 찬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차려 내니 닭국 배갈 없을소냐 새우젓 계란찌게 벌어지게 차려 놓고
배춧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 가마로 지은 밥이 태반이나 모자란다
추수하여 흔할 때에 나그네도 대접하니 한동네 이웃하여 한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아무리 바쁘지만 일하는 소 보살펴라 조피대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이해와 감상

 

 계추인 9월의 절기와 늦어지는 가을 추수의 이모저모, 그리고 풍요함 속에서 피어나는 이웃간의 온정을 노래하고 있다.

 

 

10월령

 

 

 

 

 

 

 

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남의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 독 옆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라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 무 아람 한 말 수월찮게 간수하소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우리 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찧어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널렸구나
들 마당에 천막 치고 동네 사람 모여 앉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따로 하소
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줄무지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솜씨가 제법이구나
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취해 쓰러지고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높이 앉아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 뉘 덕인가 하늘 은혜 그지없고 임금 은혜 끝이 없다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벗어났구나 향약은 아니라도 마을 규약 없을소냐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 길러 내어 결혼을 시켰는데 제 혼자만 생각하여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없어지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옷 음식 잠자리를 정성껏 살펴 드려
어쩌다가 병 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섭섭한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삐죽거려 대답 말고 좋은 얼굴 하여 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행동 보아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 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 없이 합치고 네 것 내 것 따지지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르리니
몸가짐에 먼저 할 일 공손함이 첫째이니 내 부모만 공경하고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위아래 도리 높낮음이 분명하다
내 도리 다하면 잘못 짓지 않으리니 임금의 백성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갚아야 될 환곡이 그 무엇 많다 할꼬
기한 전에 바쳐야 사람 구실 한 것이라 하물며 전답 세금 토지따라 나눠 내니
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줄여 주니
이런 일 잘 알면 세금 내기 거부할까


한 동네 몇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서로 믿지 아니하면 화목할 수 없으니
결혼을 서로 돕고 장례를 보살피며 어려울 때 도와 주고 필요할 때 꾸어 주어
나보다 잘 사는 이 욕심 내어 시비 말고 그중에도 외로운 이 특별히 구휼하소
정해진 자기 복 억지로 못 바꾸니 자네들 분수 알고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살아가면 딴 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
우연히 잘 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이해와 감상

 

 맹동인 10월의 절기와 무·배추·수확, 겨울준비, 가내화목, 한 동네의 화목 등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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