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농가월령가 - 2월령 3월령 4월령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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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령

 

 

 

이월은 한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 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맷비둘기 보리나니 버들빛 새로와라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기름진 밭 가리어서 봄보리 많이 심고 목화밭 되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소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리라 뒷동산 나무 다듬으니 이익도 되는구나
첫째는 과일나무요 둘째는 뽕나무라 뿌리를 다치지 말고 비오는 날 심으리라
솔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담장도 손을 보고 개천도 쳐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말끔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려니
온갖 가축 못다 기르나 소 말 닭 개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구나니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 맞추어 캐어 두소
촌 집에 거리낌 없이 값진 약 쓰겠느냐

 

 

 이해와 감상

 중춘인 2월의 절기와 춘경과 가축기르기, 그리고 약재 캐기 등을 묘사하고 있다.

 

 심화 자료

 

 

 

3월령

 

 

 

 

 

3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곷 피어 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앞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우로 느껴 슬퍼함을 술 과일로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잘 차려 때 맞추어 배 불리소
일꾼의 집안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그 나머지 삶이 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낼 때 어린아이 보호하듯 농사 가운데 논농사를 아무렇게나 못하리라
개울가 밭에 기장 조요 산 밭에 콩 팥이로다 들깨모종 일찍 뿌리고 삼농사도 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품종을 바꾸시오 보리밭 갈아 놓고 못논을 만들어 두소
들 농사 하는 틈에 채소 농사 아니할까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고
담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올려 보세


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하나하나 나누어서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닭 개를 막아 주면 자연히 잘 자라리
오이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시골집 여름 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었구나 어와 부녀들아 누에 치기에 온 힘 쏟으소
잠실을 깨끗이 하고 모든 도구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한식 앞뒤 삼사 일에 과일나무 접하나니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느니 청다래 정릉매는 늙은 그루터기에 접을 붙여
농사를 마친 뒤에 분에 올려 들여놓고 눈 바람 추운 날씨 봄빛을 홀로보니
실용은 아니지만 고고한 취미로다 집집이 요긴한 일 장 담그기 행사로세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 먹세 떨어진 꽃잎 쓸고 앉아 병 술을 즐길 때에
아내가 준비한 일품 안주 이것이로구나.

 

 이해와 감상

 모춘인 3월의 절기와 논농사 및 밭농사의 파종, 과일나무 접붙이기, 장담그기 등을 노래하고 있다.

 

 심화 자료

 

 

 

사월령(四月令)

 


4월이라 초여름이 되니 입하 소만의 절기로다. 비 온 끝에 햇볕이 나니 날씨도 화창하다. 떡갈나무 잎이 피어날 때에 뻐꾹새가 자주 울고, 보리 이삭이 패어 나니 꾀꼬리가 노래한다. - 사월의 절기 소개

 

 

 

농사나 누에 치는 일이 이제 막 한창이다. 남녀 노소가 농사일에 바빠서 집에 있을 틈이 없어, 고요한 가운데 사립문이 녹음 속에 닫혀 있도다. 목화를 많이 심소, 길쌈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수수나 동부, 녹두, 참깨 밭에 간작을 적게 하소. 떡갈나무를 꺾어 거름을 만들 때 풀을 베어 섞어 하소, 무논을 써래질하여 이른 모를 심어 보세. 추수 때까지 먹을 양식이 부족하니 환자를 얻어 보태리라. 한 잠 자고 일어난 누에에게 하루에도 열두 차례의 밥을 밤낮을 가지리 않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뽕잎 따는 아이들아, 훗그루를 잘 보살펴서, 오래 묵은 나무는 가지를 찍어 버리고 햇잎은 잘 제쳐서 따소. 찔레꽃이 만발하는 계절이 되었으니 적은 가뭄이 없겠는가. 이 때를 당해서 내가 할 일을 생각하소. 도랑을 만들어 물길을 내고 비가 새는 곳은 지붕을 고쳐서, 비 오는 것에 대비하면 뒷근심이 더 없다네. - 사월의 농사

 

 

 

봄에 짠 무명을 이 때에 표백하고, 삼베와 모시로 형편에 따라 여름 옷을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를 치니 새 통에 분가를 시키리라. 천만 마리의 벌이 한 마음으로 왕벌을 옹위하니, 꿀을 먹기도 하겠지만 임금과 신하의 도리를 깨닫게 되도다. 사월 초파일에 등불을 켜 놓는 일이 산골 마을에서 긴요한 것은 아니나, 느티떡과 콩찌니는 계절에 맞는 별미로다. - 사월의 옷감과 음식

 

 

앞 시내에 물이 줄었으니 물고기를 잡아 보세, 낮이 길고 바람이 잔잔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늦게 핀 연꽃에는 봄빛이 아직도  아 있구나. 그물을 둘러치고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 내어, 편평한 바위에 솥을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팔진미나 오후청이라도 이 맛에 비길 수가 있겠느냐. - 사월의 천렵

 

 

 이해와 감상

 '4월의 절기 소개→4월의 정경 묘사→4월에 해야 할 농사→4월의 세시 풍속' 순으로 되어 있는데, 이 구성은 12월령 모두에 공통된다. 그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달에 해야 할 농사이다. 이 부분은 농민들에게 권유하는 '청유형'으로 되어 있어 이 가사의 주목적이 실제적 교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서민들의 삶을 그 내용으로 하여 그들이 해야 할 일과 4월의 풍속을 흥겹게 노래해 농촌 생활의 즐거움을 보여 주고 있다.

 

 농촌 생활에 관련된 구체적 어휘가 풍부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농촌 생활의 부지런한 활동을 실감 있게 제시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을 자세하게 묘사하여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조선 시대의 생활사를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의 생동감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농가의 행사와 예의 범절을 통하여 당시의 풍속(風俗), 조상들의 미덕 그리고 서민 생활의 흥취를 맛볼 수 있게 하였다. 4월에 해야 할 옷감 마련과 여름 옷 짓기 및 초파일의 세시 풍속을 수록한 것으로 생동하는 농가(農家)으 생활 모습을 흥겨운 내용으로 담아 내고 있다.

 

 또한 한 폭의 농촌 생활을 눈앞에 그려서 보이는 듯하게 서경적이고 거기서 흥취가 느껴진다. 그러나 농민이 그 스스로의 생활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너무도 교훈적인 곳들이 많다는 점은 이 작품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지만 문학이 실생활과 관련될 때 일어나는 문제점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즉 농촌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지켜야 할 예의 범절이나 풍속을 중심으로 노래하고 있으며, 서술자는 지시와 교훈을 내리는 입장에 있는 인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당시 계급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 진다. 절기 소개는 감탄형 종결어미(-로다)를 사용하고, 농사일은 명령형 종결 어미(-하라, -하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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